비가 오네. 이왕이면 밝은 날에 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비야. 보슬비. 소리도 예쁘고, 맞을 때도 톡톡 간지러운게 좋거든. 

마지막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을 거라더니 거짓말쟁이. 다 느껴지잖아. 

빗소리도 들리고, 이불의 따뜻함도 느껴져.

저런, 누가 울고 있어? 아, 한명이 아닌가봐...... 미안해라. 마지막까지 속을 썩이네.

많이 미안했고, 그것보다 더 많이 고마웠어. 너희의 소중한 시간 중 한 조각을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정말 많이 즐거웠어.

난 이 조각을 계속 행복한 시간으로 소중히 품고 있을 텐데 너희에겐 슬픈 기억으로 남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사실, 이걸 바랐던 적이 많았어. 너무 힘들었거든. 스스로 이 길로 걸어가볼까 하는 생각도 엄청 많이 했다?

근데 음. 무섭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들의 평온한 삶을 깨는 건 정말 못 하겠더라구. 잊히는 것도 무섭고. 

사실 모든 걸 끝내기보다는 좀 더 나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 하지만 그게 거의 불가능한 걸 알아서 힘들었지.

그래도 나, 정말 오래 견뎠다? 진짜, 진짜 많이 힘냈어. 사소한 이유를 대면서 하루하루 버텼어.

아, 오늘은 하늘이 예쁘네.

오늘은 날이 참 좋다.

오늘 가기엔 너무 미안해.

노래 좋네.

정말 단순한 이유를 대면서 꾸역꾸역 견뎠어. 그리고 많이 웃었어.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내 뒤의 무언가가 드러나지 않게. 가끔 실패하기도 했는데 부디 그때 많이 드러나지 않았기를 바랄뿐이야.

음, 아무튼 이렇게 하루하루를 지나서 오늘까지 왔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에잇, 목소리가 안 나오네.

너무 많이, 오래 슬퍼하진 말기를. 난 이제 정말 괜찮으니까. 그래도 완벽하게 날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이기적인 생각이지만ㅎㅎ

아주 가끔이라도 내가 생각나면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한 번 웃어줘. 그럼 기쁠거야.

다시 시작해서 만나려면 너무 오래 걸리겠지?

난 거기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너희는 행복하고 즐겁게 천천히 하루하루를 보내다 이야기 거리를 들고 와줘.

너무 아프지 않기를.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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