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우는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려다 멈칫하곤 침묵을 유지했다. 레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탈론은 마치 갑작스런 이득을 본 것 마냥 일방적으로 후퇴했다. 레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인질로 잡혀간건가.


-아니, 아니야.


 맥은 단호히 부정했다. 한조는 어딘가에 있어, 반드시. 맥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눈더미를 손으로 파헤쳤다. 종래엔 손이 새빨개져 피가 맺힐 때까지 계속 눈을 헤치며 한조를 찾아헤맸다. 그렇게 갑자기 사라질 약한 사람이 아니다. 항상 자신의 곁에 있겠다 했는데. 맥은 절규했다. 간신히 레나와 루시우가 그를 말리곤 오버워치에서 보내온 구조용 헬기에 탔다. 헬기 내부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모두 본부로 돌아가기 전까지 말을 아꼈다. 


*


 본부는 고요했다. 밖에서 거센 눈보라에 휩싸여 전투를 벌였던 것이 꿈이라 생각될 정도로. 앙겔라 치글러 박사는 살아돌아온 요원들의 건강상태를 검진했다. 잠시의 휴식 후에 레나와 루시우는 상황 브리핑을 하러 회의실로 갔고 맥은 정신과치료를 위해 남겨졌다. 치글러는 몇 가지의 약을 챙겨들고 자리에 앉아 맥크리와 마주했다. 그녀는 몇가지 질문을 던졌고 맥크리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느라 연신 대답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눈동자를 보게 되면 빨려들 듯 들어가 다시 그 설원에 갇혀버릴 것 같았다. 몸이 떨려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이내 이까지 딱딱거리며 벌벌 떨었다. 맥크리의 경련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치글러는 조심스레 맥의 맥박 등 간단한 수치들을 확인한 후 상담은 다음에 할테니 당분간 휴식을 취하라 일렀다.


-하, 하지만...레나, 루, 시우는, 바로 브리핑을...

-맥, 그들은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쉬어요. 지금 외상이나 내상이나 가장 큰 타격을 입은건 당신이에요.


 수면을 도와줄거에요. 자기 전 매일 챙겨드세요. 그녀는 약 봉지를 전달한 후 그에게 작은 링겔을 꽂아주었다. 필요하다면 입원치료를 해줄 수 있단 말에 맥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병실같은 텅 빈 공간에 있으면 자꾸만 생각나 미쳐버릴 것 같았다.맥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맥은 방에 오자마자 선반에 약을 올려두고 무작정 욕실로 들어갔다. 옷도 벗지 않은 채로 샤워기를 세게 틀어 찬물을 맞았다. 상처입은 손이 너무 가려웠다. 그는 손을 피날때까지 긁었다. 잔뜩 붉어진 손등을 보면서도 맥은 한참이나 샤워기 밑에 서 있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마음의 고통을 잊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눈보라의 기억이 맥을 괴롭혔고 맥은 욕실에서 나와 약을 꺼내 입에 털어놓곤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는 한참이나 뒤척이다 겨우 잘 수 있었다.  

 맥은 뇌가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눈을 떴다. 손으로 이마를 무의식적으로 훔쳤고 흥건한 식은땀이 손에 가득 들어찼다. 맥은 잔기침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따랐다. 마시려고 머그컵을 들다 손이 경련을 일으켜 컵을 떨어뜨렸다. 맥은 깨진 컵을 무표정으로 내려보다가 그대로 지나쳐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이대로 계속 혼자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누구라도 얼굴을 보고 인삿말을 나누고 싶었다. 맥은 자꾸만 꺾이려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다. 마침 저 멀리 출입구 쪽에 나오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맥은 미간을 좁히며 그 사람을 확인했다. 맥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이내 주저앉으려는 다리를 다잡았다. 마지막으로 본 옷 그대로인 한조였다. 맥은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어버버했다. 한조는 너무나 멀쩡해 보였다. 심지어 그의 옷은 임무를 떠나기 전보다 더 깨끗해보였다. 탈론에 잡혀갔던 것 치곤 너무 멀쩡한 모습이었다. 맥의 마지막 남은 이성이 힘겹게 외쳤다. 그는 원래 이곳에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라고. 경계해야 한다고. 그리고 맥은 그 말을 새겨듣기엔 너무 무너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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