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보인 건 주인 잃은 멍뭉이 표정을 하고 있는 다니엘이었다.

'단아'하고 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재환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신이 들어?! ㅠㅠㅠㅠㅠ 뭐야 어쩌다 이런 거야?!"

'너 같으면 따먹혔고 그 와중에 기절까지 했다고 쪽팔려서 얘기할 수 있겠냐?'

"목소리 안나와?" 

'목소리고 자시고...' 몸과 마음이 다 만신창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이상하게 자신을 이렇게 만든 놈이 보고 싶었다는 거다.

'황민현... 왜 그딴 싸이코가 보고 싶지...? 이게 말로만 듣던 스톡홀름 신드롬인가? 좆같네 진짜.'

재환이 말 없이 눈물만 줄줄 흘렸다.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다니엘이 성우를 불렀다.


 


"형아! 여기야!" 

"우리 강아지 왜 이렇게 울상이야?"

"내 친구가 아파."

"으이구 그래서 속상했어?"

"응. 막 말도 못하는 거 같애."

"그래도 우리 강아지는 안 아파서 다행이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쓰라린 아래가 문제가 아니라 급성 고혈압이 올 것 같았다. 그래서 차라리 다 꺼지라고 병실 밖으로 내보내고 나서야 겨우 조용해졌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니까 다시 민현이 생각났다. '씨발 나도 존나 병신이네. 날 강간한 싸이코 개새끼 뭐가 좋다고 왜 이렇게 생각나는 거야...'



재환은 민현이 짠하고 나타나서 사과 한마디만 하면 다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재환이 입원해 있던 일주일 동안 민현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고 바퀴벌레 뺨치는 옹성우 강다니엘 커플만 매일 같이 와서 재환의 속을 긁어놓고 돌아갔다. 다니엘한테는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서 여기에 재환이 있으니 가서 돌보라고 전했다는데 그렇다면 자신을 여기다 옮긴 건 민현인 걸까? 



퇴원한 재환이 다시 등교했을 때, 교문에 서 있던 민현은 재환을 못 본척 했다. 

'먹고 버린 거야 뭐야? 뭐 이런 천하에 개썅놈이 다 있어!' 

이틀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계속해서 민현은 재환과 아예 아이컨택 자체를 안했다. 

그리고 4일째 되던 날, 집요하게 따라붙는 재환의 시선에 항복한 민현이 재환과 거의 2주만에 마주봤다. 그런데 민현의 눈빛이 너무 무심해보여서 재환이 상처입었다. 먼저 시선을 피한 재환이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이는데 민현이 다가와서 그런 재환의 팔목을 잡아챘다.

"뭐야! 이거 놔, 이새꺄!" 등교하던 학생들과 선도부원들, 학주 등이 일제히 발광하는 재환을 쳐다봤다. 대외적으로는 범생이로 알려진 민현이 손을 들어 별 거 아니라는 사인을 하니 시선은 금방 사그라 들었다. 민현은 재환을 데리고 다시 구관 건물로 들어섰다.

"씨발 여기 싫어 싫다고! 왜 맨날 여기서 너랑 얽히는 건데!"

"..."

"에이씨 좆같네 진짜 왜 눈물이 나고 지랄이야!" 재환은 어느새 울고 있었다.

계속 말 없이 그런 재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민현이 재환을 덥썩 안아왔다.

"미안해." 정말 무미건조한 한마디 말이었다. 재환이 더 펑펑 울기 시작했다. 솜주먹으로 민현을 때리면서 재환이 그간의 심정을 토로했다. 

"내가... 내가 얼마나 기분이 더러웠는지 알아? 나 먹어 놓고 버린 것 같아서! 너 무심한 눈빛 보고 내가 얼마나 기분이 엿 같았는데! 나 같이 쿨하고 멋진 사람이 왜 자꾸ㅠㅠㅠㅠㅠㅠㅠ"

대답 대신 민현이 재환을 더욱 꽉 껴안았다.

"내가 왜 하필 너 같은 개자식을... 너 진짜 완전 미친 또라이 싸이코 변태 강간범인데..."

"미안하다. 나도 오늘 아침에서야 알았어. 성우가 그러더라고."

'갑자기 옹성우가 왜 나와?' 전개가 이상해지자 재환이 민현을 때리며 울던 걸 멈추고 민현의 얘기에 귀기울였다.

민현은 다니엘이랑 재환이 사귀는 사이, 아니면 최소한 붙어먹는 사이라고 생각했단다. 딱 봐도 재환이 헤프게 다리 벌리고 다니는 거라고 생각했더니 열 받아서, 누구한테 뺏기느니 차라리 내가 먼저 먹고 버리겠다는 일념에 저질렀다는 어이 털리는 민현의 이야기... 

얘기를 듣고나니 재환은 더 열이 뻗쳤다. '이거 알면 알수록 미친놈일세?' 재환이 기겁했다.

'아니 설령 붙어 먹는 사이리고 해도 내가 단이한테 깔리겠냐고!' 근데 생각해보니 쿨한 자기를 어떻게 봤길래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건지 다시 화가 도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재환의 표정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민현이 만난 이후에 처음으로 스윗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표정 보아하니 우리 사귀는 거지? 하긴 이 얼굴을 마다할리가 없지. 여기 마침 우리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고 오늘부터 1일이니까 그 기념으로 한판?"

'아아 다니엘 남친은 존나 스윗하던데 왜 내 님은 이런 상또라이인 건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쎈 척하는 짼이와 또라이 느낌(?)의 미년이를 쓰려했으나 결과물은 이런 똥글 ㅠㅠㅠㅠㅠ쎈 척하는 짼이와 또라이 느낌(?)의 미년이를 쓰려했으나 결과물은 이런 똥글 ㅠㅠㅠㅠㅠ




Extra 1.

다니엘이 성우한테 '형아'라고 한다고 뭐라했던 재환은 금방 한술 더 뜨는 캐릭터가 됐다. 

이제는 아예 또라이 민현을 길들여서 마음껏 조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거 한마디면 민현이가 뭐든 다 해준다고. "째니 삐짐!"



Extra 2.

"생각해보니까 이게 다 단이 너 때문이야! 왜 갑자기 에어키스를 하고 지랄이야!"

"야 뭐 나는 그럴줄 알았냐?" 

"에어키스?" 갑툭튀한 성우가 여느때와 다름 없는 스윗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형아.. 별 거 아냐." 

"왜 별 거 아닌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지?" 

'헉! 저 표정은...?'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성우도 알고보면 민현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전혀 밀리지 않을 또라이였다. 목소리도 서서히 광기가 차올랐고 눈빛도 맛이 가기 시작했다. 딱 민현이 재환의 위에 올라타서 체육복 상의를 찢기 직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위험을 감지한 재환이 친구의 명복을 빌며 도망쳤다. 

전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다니엘만 헤프게 웃다가 먹혔다는 이야기.



Extra 3.

임신한 중국어 선생님이 학기 중간에 출산휴가를 내면서 대타로 중국인 선생님이 투입됐다는 소식에 공부에 관심이 없는 다니엘과 재환은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엎드려서 잤다.

"안녕? 내 이름은 라이관린이야. 앞으로 2달 간 휴가가신 선생님 대신에 내가 중국어를 가르칠 거야."

!!!!!!!!!!!!!!!!

"개존잘! 씹존잘!" 잠이 확 깬 다니엘이 재환을 흔들어 깨웠다.

이미 잘난 민현의 얼굴을 매일 보는 재환은 금방 흥미를 잃고 다시 엎드렸지만 다니엘은 수업 시간이 끝나고 교무실로 돌아가는 선생님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질문공세를 시작했다. "쌤, 애인은 있어요? 몇 살이에요? 뭘 먹으면 그렇게 잘 생겨져요? 키가 몇이에요?"

관린은 그런 다니엘이 귀여운지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고 교무실로 들어갔다. 관린은 그 정도면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지의 한국인 다니엘은 그날 종일 집요하게 관린을 따라다녔다.

결국 다음날 저녁부터 관린은 다니엘과 (다니엘한테 억지로 끌려 온) 재환이한테 중국어 1:2 과외를 하게 됐다. 자연스레 재환과 다니엘은 늘 하는 시간에 민현과 성우한테 연락을 하지 못했고, 조사차 학교를 돌며 재환과 다니엘을 찾던 민현과 성우는 목격하고 말았다. 헤벌쭉 웃으며 관린을 쳐다보는 잘 생긴 거 좋아하는 다니엘과 멍 때리고 앉아 있는 재환을.  

그 뒷 이야기는 너무 뻔하지 않은가? 

당연히 다니엘은 또라이 모드에 돌입한 성우한테 먹혔다.

그리고 친구 잘못 둔 죄 밖에 없는 재환이는 '멍을 때리려면 그냥하지 왜 그렇게 귀엽게 때려? 혹시 너, 저 새끼한테도 벌려?'라는 진화한 또라이 민현의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지껄임에 오늘도 무사히 집에 가기는 틀렸음을 깨달았다.



Extra 4.

"으응... 아으읏...형아 거기 으응~" 이건 학생회실.

"허억... 빼! 빼라고! 아파! 너무 깊어!!! 악! 황민현!!!!!!" 이건 구관 체육 자재 창고.

스테레오로 울려퍼지는 소리를 들은 두 1학년이 부둥켜안고 울음을 삼켰다.

"이런 젠장. 니엘이 형 ㅠㅠㅠㅠ"

"이런 씨발. 재환이 형 ㅠㅠㅠㅠ" 

"ㅠㅠㅠ 저 3학년 능글맞은 선배들한테 빼앗기다니!"

"우리가 먼저 좋아했는데ㅠㅠㅠ"

입학식 때부터 다니엘을 노리던 지훈과 재환을 까는 상상을 하며 몽정까지 한 우진이 좌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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앜ㅋㅋㅋㅋㅋㅋㅋ 리퀘 주신 게 이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Orz

리퀘를 익명으로 주셔서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죄송합니다ㅠ.ㅠ

분쏘단 애들한테도 미안하군요ㅋ ('윙녤♡'님이 저마저 윙녤을 안 쓰면 포타에 윙녤이 멸종위기라고 지적하셔서 좌절하는 지훈이를 잠깐 등장시켰습니다. 혼자면 외로우니까 우진이도 같이 ㅋㅋㅋㅋ)

사실은 이 사진에 치였어요; 참짼 참신하군요♥ 아니 우진이는 영민이 볼도 쓰다듬더니 왜 이렇게 형들한테 심쿵하는 스킨십을 하는 겁니까 ㅋㅋㅋㅋ (화질 죄송;)

아무튼 확실한 건 저 배틀호모 어떻게 쓰는 건지 모릅니다.

근데 다음 단편은 더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는 알오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쓰면서 깨달았는데 먼치킨 쓰는 게 제일 쉬운 거였어요 ㄷㄷ 

어제 이거 전개 때문에 충격 받은 분이 계시던데 먼치킨에서 재환이는 계속 아방할 거구요, 민현이도 절대 이렇게 난폭하지 않을 거에요 ㅠㅠㅠ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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