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ventas(유벤투스): 로마 신화에서 ‘젊음’과 ‘청춘’, ‘회춘’을 신격화한 존재.






세계적 기업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사장, 하워드 스타크의 외동아들 앤서니 스타크-이하 토니 스타크-는 지루한 내용을 칠판에 적고 있는 교사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채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토니 스타크는 세기의 천재였고, 겨우 고등학교 수준의 지식들은 애저녁에 통달한지 오래였으므로 그의 행동을 막으려하는 사람은 없었다.

피터 파커. 검색창에 써져있는 글자는 이틀 전 그와 밤을 지새웠던 남자의 것이었다. 이름 아래로 길게 늘어진 기사들은 그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를 두서없이 떠들어대는 것에 그쳤다. 액정 너머로 보이는 그의 나이에 맞지 않는 앳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토니는 피터의 사진 몇장을 저장하고 고개를 들었다. 수업을 끝내는 종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달갑지 않은 소란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잠시, 토니는 인파 속에서 들려오는 피터의 이름에 귀를 기울였다. 과학기술고에 재학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단언컨대, 미국에 살면서 피터 파커, 혹은 파커 박사를 들어보지 않은 이는 없을 테니까. 어느 순간 혜성처럼 나타나 수개의 박사학위를 순식간에 취득하고, 연구소에 들어간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특허를 따냈다는 이야기는 과학도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맴도는 이야기였다.

피터는 수년간 자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았고, 그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였다. 기를 쓰고 감추길래 뭔가 있는건가. 하고 생각했건만 이틀 전 마주한 얼굴은 이제 막 사회에 나온 듯한- 혹은 차라리 제 또래의 고등학생에 더 어울리는 아이의 얼굴을 한 피터 파커였다. 성공한 기업인의 모습과는 지나치게 거리가 먼 모습.-물론 스물아홉이란 나이도 대단한 기업인 치고는 어린 축에 속했지만- 만약 제 아버지가 그를 'Mr. Parker' 라고 소개하지 않았다면 토니는 그가 부모를 잘못 따라온 아이인 줄 알았을 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토니는 화면 안 피터의 얼굴을 무의미하게 확대했다. 파커 박사가 생물 분야에 관심이 많기는 했지만 생명체의 노화를 늦추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한 적이 없었다.

사실 토니는 그의 어린 외모가 퍽 마음에 들었다. 아니,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취향이었다. '어떻게'는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의 틴에이저 페이스는 되려 도움이 됐으니까. 토니 스스로 생각하기에 피터와 자신의 투샷은 꽤 괜찮았다. 피터가 연락하지 않겠다며 못 박기는 했지만, 그를 만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토니는 제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피터의 번호를 생각했다. 취기에 정신이 없는 사람의 번호를 알아내는 것 정도야 쉬운 일이다.


"토니, 그날 파티에 갔었다며? 그러면 피터 파커도 봤겠네? 어땠어, 그 사람?"


토니의 등을 치며 물어오는 건 붉은 머리를 한 여학생이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대답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토니는 대뜸 웃음지었다. 그래, 궁금하겠지. 앞서 말했듯이 파커 박사는 과학도들의 워너비며 아이돌이니까.


"어땠기는, 끝내줬지."
"정말?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거 처음이야. 만나서 뭐했어?"


 여기서 '그 사람이랑 섹스했어.' 라고 답한다면 저 아이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만 해도 유쾌했으나 토니는 과학적인 토론을 했다며 적당히 둘러대곤 그녀를 지나쳤다. 그는 그 정도로 어린 아이는 아니었으므로. 그리고 그는 그제야 그녀의 이름이 메리였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메리였지. 너도 피터 파커랑 섹스하면 '끝내준다' 라고 생각하게 될 걸.

 락커의 문을 열어 책들을 꽂아두며 떠올린 그의 몸은 지나치게, 지나치게 완벽했다. 남자와 잔 적이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토니는 '미친 거 아니야?' 하며 여러번 되물어야했다. 피터 파커는 그만큼 관능적이었고 능숙했으니까. 그런 베이비페이스의 과학자가 완벽한 근육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꾹 쥔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땀으로 번들거리던 그의 무릎 아래를 쥐었던 감각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맥심 모델들이랑 잤을 때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토니, 토니 스타크. 숨 섞인 가는 목소리는 그 어떤 가수의 것보다 유혹적이었다.


"-토니!"
"깜짝이야, 뭐야?"
"뭐긴 뭐야. 다섯번이나 불렀는데 멍 때리고 있길래 그랬지."


 잭. 이 학교에서 사생활이 토니만큼 더러운 아이다. 그런 그가 토니를 찾아온 이유는 안 봐도 뻔했다. 오늘 밤에 파티 있는데, 너도 갈거지? 토니는 마약과 술, 그리고 섹스로 점칠되어있을 파티를 떠올렸다. 만일 이 파티가 일주일 전에 있었더라면 그는 잭의 초대를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현재의 토니는 난잡한 생활에 안녕을 고한지 32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됐어. 이제 그런 데는 안 가."
"뭐? 왜?"


 갑작스러운 토니의 변화에 잭은 적잖이 당황한 듯 손을 휘저었다. 아빠한테 혼났어? 완벽하게 빗나간 추측에 토니는 답지않게 배싯 웃움을 지어보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든."


 훗날, 잭은 기자의 앞에서 토니의 그 표정에 대해 '완전히 사랑에 빠진 사람의 것이었다' 라고 묘사하게 된다. 토니는 더이상 타블로이드지에게 기사거리를 주고싶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싸구려 파티와 가벼운 원나잇이 아닌 피터 파커였으니까. 가방을 고쳐메고 신난 발걸음으로 교문을 나선 그는 하교 시간에 맞춰 와있는 제 아우디 뒷좌석으로 뛰어들 듯이 들어갔고, 곧장 문자를 보냈다. 토니는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탁월하게 영특하였으므로 목표를 성취할 자신은 충분히 있었다.



「Hey, Mr. Parker. It's me. Are you avai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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