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에 서늘한 기운이 낀 바람이 강하게 불어닥쳤다. 오키타는 추위에 옅은 잿빛의 겉옷 자락을 끌어당기며 잠깐 몸을 움츠렸었다. 히지카타는 둥그렇게 수그린 등을 보고도 오키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단지 그와 함께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걸었다. 바닥과 바닥이 마주 붙을 때마다 얼얼한 감각이 찌릿찌릿 신경을 타고 온몸에 퍼졌다. 남자의 발바닥은 오랜 시간 쉬지 않고 걸음을 재촉한 탓에 이미 퉁퉁 부은 채였다. 지치기는커녕 밤새라도 걸을 수 있으리라 믿었던 그의 발이 그 모양이니 고작 짚과 끈으로 촘촘하게 엮은 것이 전부인 얇은 신을 신은 애새끼의 발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터였다. 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난 오전부터 꼿꼿이 등을 펴고 앞서 걷는 놈의 등은 넘을 수 없는 하나의 펜스, 바스러질 것 같으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은 오래 묵은 시멘트벽처럼 단단하게 보여서 히지카타는 발이 아프지 않느냐고 묻지도 못했다. 

실제로 오키타는 시뻘건 제 발가락을 모르는 체했다. 피가 쏠린 발바닥을 머리로 그리면서, 모든 통증이 그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고통은 인지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고통은 그냥 느끼는 거예요. 알고 모르고가 아니라.

그런 놈이 무릎에 이만한 생채기가 났는데 모르고 온종일 빨빨거려? 


땅에 오른 열이 공기 중에서 흐물흐물 춤을 췄다. 문만 열면 후끈한 열기가 안으로 들어닥쳤다. 방 안이 뜨거운 공기로 가득 차서, 공기 중의 냄새는 아주 금세 멀리 퍼졌다. 에탄올 냄새가 그득한 히지카타의 집무실처럼 온 세상이 그 모양이었다. 오키타는 바짓단을 허벅지의 움푹한 부분까지 걷어 올린 채, 무릎을 히지카타의 눈앞에 가져다댔다. 두 살 먹은 애새끼도 아니고 하다 하다 무릎을 다 까져올 줄은 몰랐다고 혀를 차는 남자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코앞에서 손이나 휘휘 저었다. 


에탄올 냄새가 너무 심해요. 


투덜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히지카타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하게 실을 끼워 넣은 것처럼 벌겋게 갈라진 상처 주위에 에탄올을 바르고 연고를 문질렀다. 손가락의 어떤 울퉁불퉁한 것이 벌어진 틈에 닿을 때마다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옆구리를 찌르고 도망가는 듯한 재빠른 아픔이었다. 오키타는 엄살을 피우는 대신에 팔로 땅을 뒤로 짚고 고개를 들었다. 어두컴컴한 목조 천장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뒤늦게 반론했다. 


그럼 히지카타 씨가 말만 안 했어도 안 아팠을 텐데. 


오키타는 눈을 감는다. 그날 히지카타의 얼굴을 보았던가? 무너진 눈썹 사이와 굳어진 뺨 근육, 거즈를 붙여주다 우뚝 멈춘 손에 대해 생각했던가. 새벽에 퍼런 하늘을 등지고 서서 히지카타의 손은 어떤 모양이었는지, 서류를 건네어주던 녀석의 얼굴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 보이지 않던 입술은 떨리고 있었는지 오키타는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무로 된 천장의 구석에 고여있던 어둠을 누군가 손으로 밀어낸 모양이었다. 지면의 경계를 따라 오키타의 머리 위를 둥글게 어둠이 감싸고 있었다. 놈은 풀숲을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으나 손에 들린 검을 굳이 휘둘러 보지 않았다. 다만 의무적으로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그 자리를 벗어나려 애썼을 뿐이다. 포장이 되지 않은 흙바닥은 길었고 둘이 걷기에는 좁은 감이 있었다. 이 시간 놈은 바닥을 밟으며 나아가는 것이 저 혼자일 뿐이라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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