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가 유즈루에게 진심으로 공포를 느꼈던 적이 분명 있었을 테고 그 순간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다는 것이 개좋음 


이바라가 유즈루에게 갖는 감정이 아주 복합적이라는 것이 너무 좋다. 추억이라고 하고 싶지도 않은 더러운 과거를 함께 했던 전우였고, 개짜증나는 교관이었고, 어쩌면 공포 그 자체였던 순간이 있었을 군인이었고, 그와중에도 반가움이 남아있는 옛 벗이면서 지금은 아이돌로서의 라이벌이라는게 


지나치게 많은 감정이 한 사람에게 뒤엉켜 있으니 설령 거기서 애정이 꽃핀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쉽게 캐치하지 못할 것 같음. 이바라 본인의 마음이라고 해도.. 더군다나 애정이라는 감정 자체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뒤늦게 자기 감정을 눈치챈다면 그 후에 이어지는 건 놀라움이나 설렘 같은 것들이 아닌 자기혐오와 부정일 것 같음. 자기부정을 심하게 해도 자꾸만 외면할 수 없는 감정이 고개를 들고 얼굴이 홧홧한 것 같은 신체적 증상까지 동반하면 그제야 포기하듯 인정할 것 같은.. 


근데 인정한다고 해서 유즈루랑 어떻게 잘 되어보고 싶어 할 것 같지도 않고, 감히 유즈루 따위 때문에 이런 쓸데없는 감정에 뒤흔들리다니 <- 이 생각 때문에 졸라 짜증내고 유즈루한테 더 툴툴대고 가시 돋아있을 것 같음. 근데 그 반응 자체가 오히려 유즈루가 눈치 채버리는 계기가 되어버리는,, 


사랑따윈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으니까 제발 유즈루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것 같음.. 그리고 감정을 들키는 순간 이바라 진짜 진심으로 권총 찾거나 창문 찾거나 해서 유즈루가 멱살이라도 잡아서 뜯어말려야 함 뭐 고백하고 뭐하고 말랑한 순간을 즐길 겨를이 없음 


이바라 간신히 좀 진정된 다음에 유즈루가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떠십니까?"하고 물어보면 이바라는 유즈루 쳐다보지도 않고 허공만 좆됐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예. 딱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습니다만 이마저도 당신에게 방해를 받으니 미칠 노릇이군요." 이럴 것 같음 


근데 유즈루 여따 대고 "그래보이는군요^^" 이래서 이바라 더 빡치기 


이바라는 그저 그냥 두면 금방 정리될 쓸데 없는 감정일 뿐이니 머리에 관자놀이에 총을 쏘건 어쩌건 알아서 잊고 신경 끄라고 할 텐데 거따대고 유즈루가 "그렇다고 하기엔 당신, 반응이 꽤 격렬하던데요. '금방'은 이미 한참 지난 것이 아닌지?" 이러면 또 개같단 얼굴로 쳐다보는 이바라 


"이봐요, 교관님. 질문이 하나 있는데." 

"말씀하세요." "좋아한다는 감정이 원래 이렇게 상대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감정을 동반하는 겁니까?" 

"보통..은 그렇지 않을 텐데... 당신 쪽은 보통이 아닌가보죠." 

이러면 또 중얼중얼 쌍욕하는 이바라 


"그래서요? 드디어 제 약점을 잡았으니 속이 다 시원하시겠습니다?" 

"아아. 이건 이바라의 약점이었습니까? 좋은 정보네요."  

이러고 한동안 서로 나란히 앉아서 빈정댈 것 같음. 일방적으로 이바라가 시비걸면 유즈루가 받아쳐서 이바라만 빡치는 상황이겠지만.. 


어디 뭐 옥상이나 연습실 같은 곳에 사람 아무도 없이 둘만 벽에 기대고 앉아서 이러고 있엇음 좋겠어.. 한참 그러고 있다가 유즈루가 "저에게 뭔가 묻고 싶은 건 없습니까? 듣고 싶은 말이라거나." 이러고 운 띄우면 이바라가 개---어이없단 눈으로 바라볼 것 같음. 웃기게도 그게 최초로 눈 마주친거 


"제가요? 뭘요? 미쳤습니까? 저도 제정신이 아니긴 합니다만 이게 전염성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세기의 발견입니다. 의료계에 발표하면 엄청난 혼란이 있을 거예요." 이쥐랄 하면 유즈루도 약간 '아.. 좀 닥쳤으면..'하는 흐린 눈으로 이바라 볼 것 같음. 얘넨 이런 텐션이 좋음 (개취) 


한참 속사포로 쥐랄 하더니 이바라 안경 딱 벗고 짜증난다는 듯이 한손으로 자기 얼굴이나 쓸어 올리면서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도 나도 쏴버리고 모든 걸 없는 걸로 만들고 싶으니까 속 뒤집어놓지 마십쇼. 난 알아서 잊을 겁니다" 이럴거같음. 어떻게 해볼 생각 0도 없고 그저 쪽팔리고 짜증난 


"이제 그만 나가죠. 할 일이 많습니다. 피네는 요즘 한가한가 보죠? 빅3도 슬슬 숫자를 줄일 때가..."이러고 자리 털고 일어나려고 하면 유즈루가 냅다 이바라 멱살잡고 입술이나 콱 박아버렸음 좋겠음... 이바라 너무 놀라서 안경도 떨구고 뭐 어쩌지도 못하고 얼어붙는.. 


막상 키스해보니 황홀했다 이런 거 하나도 없고 그냥 딸꾹질 간신히 참았을 정도로 너무 놀랐고 멱살을 어찌나 세게 틀어 쥐었는지 숨은 막히고 목 너무 아프고 근데 그게 이바라 첫키스면 좋겟고 (ㅋ) 그 사이에 알아서 혀로 이바라 입술까지 깔끔하게 쓸어주고 여유롭게 웃으면서 일어나는 유즈루,, 


"아무래도 이바라 당신이 원하는 대로 고분고분 들어주기엔 심사가 뒤틀려서 말이에요. 피차 바쁘긴 마찬가지니 저도 이만 가보죠^^" 하고 유즈루 그대로 쿨빠이 할 것 같음. 이바라 그대로 30분 정도는 오도가도 못하고 욕으로 염불을 외다가 미팅 늦어서 급하게 나갈듯 


어찌어찌 그날 스케쥴은 간신히 마쳤는데 그 후로 이바라 한동안 개예민하고 개쌀벌하고 입만 열면 독이 좔좔 흘러나와서 쥰이 질색할 정도고 유즈루는 기를 쓰고 피해다닐 것 같음.. 그리고 기를 쓰고 이바라 근처에서 깐족대는 유즈루.. 


역시 저 인간은 내 손으로 죽여버리고 싶단 생각이 드는 거 보면 좋아한다느니 뭐니 이건 다 착각이었나보다 싶다가도.. 피곤에 절어서 자려고 누우면 자꾸 그날 너무 놀랬던 입술 박치기가 떠올라서 이불 발로 차고 이럴 것 같음. 룸메즈만 괜히 살떨릴듯 이바라 존나 쌀벌해서 


잠도 맨날 설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고 다 짜증나서 나중에 이바라가 걍 포기하듯이 유즈루 불러가지고 퀭한 눈으로 "이봐요, 조교님. 이번엔 내가 졌으니까 빨리 사귀든지 말든지 하자고. 그리고 당신의 애인이 하는 첫 부탁은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달라는 겁니다." 요지랄 하는 이바라 


그럼 유즈루가 그런 말 처음 들어본다는 듯 의아하단 얼굴로 눈 똥그랗게 뜨고 "무슨 소린가요, 이바라? 전 당신 마음을 받아준다고 한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무슨 착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이래가지고 또 이바라만 개빡치는 


그 후엔 유즈루가 이바라 살살 피해다니고 이바라만 기를 쓰고 유즈루 잡으러 다니고 (아마 쏴죽이고 싶은듯) 이딴 기싸움 난장판2차전이 될 것 같음.. 그럼 그 사이에 ES엔 이미 저 둘이 아무래도 사귀는 것 같다는 소문 쫙 나고 (원흉: 쌍둥이, 린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얼레벌레 연애 시작 






먼가 진지하게 시작해서 이상하게 끝나버린.. 아마도 유즈이바 썰임 이바유즈로 먹어도 되고 뭐.. 편한대로 드셔주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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