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무료하지만 평안한 시간을 보낸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다 퇴근한 재윤과 저녁을 먹고, 재윤이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재윤과 TV를 보다 잠이 드는 그런 하루하루들. 분명 평화로웠지만 몸도 이제 얼추 제 기능을 하겠다, 게다가 워낙 체육관이며 사무실을 싸돌아다니던게 있어서 슬슬 좀이 쑤시던 참이었다.


"오늘은 뭐 별 일 없었어?"
"집에만 있는데 일은 무슨."


뼈가 있는 말을 한 도담이 재윤의 눈치를 살폈다. 재윤은 이렇다 할 말 없이 도담의 밥그릇에 반찬을 가져다 놔줄 뿐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형아-"
"응."
"저 외출금지 있잖아요."
"도담."
"으응?"
"밥 다 먹고 거실로 가있어. 형 먼저 일어난다."


도담의 답은 듣지도 않고 일어난 재윤이 싱크대에 제가 비운 밥그릇을 담궈놓고 미련 없이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뭐지, 분명 방금 전까지는 괜찮았던 분위기가 왜 또 확 바뀌어버린 것 같지. 이 상태로 밥을 더 먹었다간 체할 것 같아서 남은 밥을 밥솥에 부어둔 도담이 반찬통을 닫아 냉장고에 넣어놓고 설거지까지 끝내고는 거실 중앙에 섰다. 형을 불러와야 하나? 그런 말은 없었는데. 지금 확실한건 도담이 있어야 할 위치는 소파가 아니라 거실 중앙이라는것 하나뿐이었다. 초조함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던 도담이 발을 헛디뎌 바닥에 굴러다니던 리모컨을 밟았다. 버튼이 눌렸는지 조용한 거실에 TV가 켜졌다. 코난! 증거 좀 가져와라. 네, 유명한 탐정님! 채널도 하필이면 아까 낮에 보던 투니버스다.


"TV 보게?"
"아아니요!"


황급히 TV를 끈 도담이 제쪽으로 걸어오는 재윤을 보고 몸을 굳혔다. 재윤의 한쪽 손에는 지난 주 그 사단이 났을때 도담이 직접 들고 온 검지손가락 굵기의 매가 들려 있었다. 도담이 몸을 굳히든 말든 재윤이 거실을 가로질러 소파에 가서 앉았다. 따로 지시가 없었지만 도담이 쪼르르 뛰어가서 재윤의 앞에 섰다.


"엎드려 뻗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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