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적어보겠다.


번식행동을 보이는 모든 모습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한 번식과 관련된 '모든' 행동을 막을 필요도 없다. 나이가 차면 자연스럽게 성적으로도 성숙하고 그에 따른 호르몬도 나온다. 현실적으로도, 번식과 관련된 호르몬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진화 과정에서, 포유류와 달리 조류는 몸을 가볍게 진화시키는 과정에서 뼈 부분에서 많은 희생을 치렀다. 관절과 뼈가 토막토막 나뉘어져 유연해야 할 몸통 뼈가 붙어 덩어리져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몸통을 보호하게 되었고, 심지어 뼈의 일부는 퇴화되었다. 이는 내부 장기의 수술을 어렵게 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게다가, 조류는 호흡계 역시 포유류와 다르고, 스트레스에도 매우 취약하다. 이런 아이들의 불임수술[중성화수술]이라는 것은, 아이의 목숨을 반쯤은 저승에 보내 놓을 각오를 하고 수술대에 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즉 우리는, 개나 고양이와 달리, 불임수술 없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성적 성숙을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들의 삶의 일부라 생각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에든 '정도'가 있다. 이 글은, '과도함'으로서 생기는 불편과 건강상의 문제 등을 완화시키고자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적은 것이다.

과도한 번식 호르몬은 여러 행동문제, 또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한다. 

1. 과도한 산란

아무리 건강하던 상태의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5개의 알을 낳고 나면 체내에 비축된 칼슘량이 바닥을 본다고 한다. [비축된 칼슘들이 죄다 알껍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어 버린다] 대형조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다섯 알이나? 그러면 별 걱정 없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대형조는 보통 한 철에 다섯 알이나 낳지는 않기 때문에. 그러나 소형조는 다르다. 모란앵무나 사랑앵무만 해도 한 번식철에 5개 이상의 알을 낳는 일도 있으며, 번식 횟수가 잦다면 체내에 충분한 칼슘량을 보충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이는 산모의 장기적인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데, 그것만이 아니라 알이 무르게 생성되는 탓에 생기는 알막힘 등의 문제는 산모를 그 즉시 죽음으로까지 몰아갈 수 있다. 

칼슘제를 보충해서 많이 먹이면 된다, 라는 것도 쉽지 않다. 칼슘을 비롯한 무기질을 많이 먹는다고 바로 보충이 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아무리 고칼슘 보조제라고 불리는 오징어뼈나 미네랄블럭을 줘도 아이들은 부수고 놀기만 하지 입속으로 들어가는 양은 거의 없다. 모이에 뿌려 주는 가루도, 껍질을 까면서 다 털어 버린다. 음식 중에서 칼슘이 풍부하고 흡수율까지 좋은 것이 바로 우유 및 유제품인데, 조류는 포유류와 달리 우유를 먹도록 진화된 종이 아니다. [우유 자체가, 포유류의 갓난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내는 젖 아닌가.] 따라서 유당에 대한 소화율이 매우 떨어진다. 칼슘 먹이겠다고 유제품류를 한없이 줄 수는 없다.

-번식 시기에 액상 칼슘영양제를 물에 타서 급여하는 것은 아이들이 칼슘을 잃어버리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을만한 방법이 될만 하다. 다만, 다른 영양제류와 성분이 중복되지는 않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칼슘 보충제는 대부분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비타민d 및 다른 성분을 갖고 있는 편인데, 특정 비타민이 과다섭취되면 과다증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심지어, 산란은 배설기관 쪽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탈장, 치핵 등의 문제가 흔한데, 수의학적으로 들어가면 끝이 없겠지만 상당수의 의학적 문제로, 산란 및 생식계통의 문제가 손꼽힌다. 특히 해외에서는 내 아이가 속한 유황앵무 종의 탈장이 많이 보고된다 하여, 긴장이 되는 문제이기도 하고.

2. 털뽑음

둥지를 꾸미는 아이들 중, 깃털을 뽑아 둥지를 포근하게 꾸미고자 하는 아이들이 있기도 한데 이 역시 문제가 된다. 또 신기한 것은, 일부 아이들에게서는 발정이 났을 때, 둥지를 꾸미는 데에 깃털을 전혀 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깃을 뽑아 버리는 행동 또한 관찰된다는 것이다. 호르몬과의 정밀한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본인의 깃털을 뽑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짝의 깃털을 뽑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 역시 보호자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된다. 보온성과 피부 보호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 뿐만 아니라, 깃털 없는 남은 피부는 워낙 얇아 아주 쉽게 다쳐 버린다. 게다가 날개 깃을 건드려 버린 경우, 균형을 잡는 기능이 떨어져 버리며 심하게 손상될 경우 새 깃이 날 때 까지는 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짝의 깃을, 피가 날 때까지 뽑는 나쁜 버릇을 가진 짝을 둔 새들도 있는데 이러한 행동은 새 부부의 불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서로 격리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가 될 수도 있다. 번식 호르몬이 덜 나온다면 아이들을 이혼시키지 않고도 잘 지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3. 둥지를 지키려는 데서 나오는 행동문제

크기를 불문하고 모든 종에게서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문제인데, 성적 성숙과 발정이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많은 보호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자극이 가해져 공격성이 나타나거나, 특정 물체 및 공간에 집착을 하게 되면 '반려동물'로서 가정이라는 한 공간 아래 더불어 사는 데 애로사항이 생기게 된다. 아이들이 쑥쑥 자라 번식을 하고, 새 생명을 탄생시키고, 그 아이들의 유전자가 후대로 남겨지고, 태어난 생명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해 주어 애조인들과 친분을 쌓게 된다면 그 또한 보람있는 일이겠으나, '과도하게' 번식을 하려 하고, 가족 구성원이나 다른 반려조들에게까지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번식기에 공격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유명한 종은 일반적으로는 카이큐, 로리, 아마존 등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추세가 그렇다는 것이지, 모든 해당 종이 예민하며 모든 예외종이 온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과도하게 번식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아마존 앵무새는 성적 성숙에 접어들어도 아주 온화하며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 될 수 있고, 과도하게 호르몬이 분비되어 버린 아이라면 아주 작은 모란앵무라 하더라도 동료앵무새나 반려인을 물고 뜯으며 공격해대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형 이상급, 부리 힘이 센 종이 그렇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겨우 벽지를 뜯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동료앵무새의 발 등을 공격하여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기도 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공격성만이 모든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둥지를 찾으려는 많은 앵무새들은, 마땅한 둥지를 직접 만드는 경향이 있다. 서랍 하나를 자신의 둥지로 정하고 그 안을 꾸미거나, 의자나 소파의 겉을 띁고 속의 솜을 파서 굴을 만들어 놓는 행동 등이 아주 흔하게 보이는 행동인데 이는 가구를 완전히 버리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나쯤 버려도 된다고 안심하지 말 것. 아이들은 둥지 하나에 만족하지 않는다. 제2, 제3의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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