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 3. 5
오디션에 합격했다. 첫시작이 좋은 편인듯 해서 다행이다. ...

1997. 4. 25
오늘 처음 대본리딩을 했다. 엄청 긴장해서 얼어있는데 이도준이 먼저 인사해주었다. ...

1997. 6. 9
도준오빠가 직접 캔커피를 건내주었다. 그런데 작은 쪽지도 같이 주었다. 설렌다. ...

1997. 8. 7
촬영이 늦게 끝났는데고 도준오빠가 집 앞에 찾아왔다. 나야 씬이 적으니까 괜찮은데... 우리 오빠는 거의 사흘은 제대로 못잤을텐데... 이렇게 만나러 와줘서 정말 행복했다. 오빠도 매니저 몰래 나온 거라며, 금방 들어가야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1998. 9. 30
내 뱃속에 우리의 사랑이 자라고 있다. 오빠에게 말을 했더니 조금 놀랐지만, 금세 기뻐해주었다. 배에 손을 얹고 ‘내가 니 아빠야~’하고 다정히 말해주었다.

1998. 12. 18
오빠가 새로운 드라마를 들어갔다. 진세미와 함께 로코물을 찍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연락이 뜸해졌다. 불안하다. ...

1998. 12. 24
바쁜 건 알지만.. 그래도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니 서운하다. 오빠는 전화로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투덜거렸더니 아이 이름을 뭘로 할까.. 하며 말을 돌린다. 아들이면 지훈, 딸이면 지윤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너무 흔한 이름인 것 같은데.. 그래도 뭐. ...

1999. 1. 23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날 숨겨둘거냐고 화를 냈다. 오빠는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이제 지쳐가는것이 보인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이곳저곳에 돈을 끌어다 쓴 것도 많고.. 출연료도 압류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 결혼까지 하면 그나마 재계약 앞둔 광고들도 다 떨어져 나간다고.. ...

1999. 4. 6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과연 오빠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

1999. 6. 3
지훈이가 처음 아빠를 보았다. 오빠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지훈을 안아보더니.. 울었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

1999. 7. 28
진세미가 찾아왔다. 오빠가 빌린 돈을 자기가 다 갚아 줄 수 있으니 대신 나보고 헤어지라고 했다. 나는.. 우리 훈이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나도 이제 일을 해서 빚은 대신 갚아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니 그녀가 비웃었다. ‘그럴 수 있을거 같아?’라고 말하며..

1999. 10. 8
어제 분명 오디션 합격이라고 했는데... 오늘 취소 전화가 왔다. 유철오빠가 찾아와 내 앞에서 울었다. 그냥 포기하라고.. 진세미와 그 집안에서 압력을 넣는 거 같다고... 그 여자네 집이 꽤나 큰 대부업체라고..

1999. 11. 24
오빠가 오랜만에 왔다. 지훈은 이제 막 배밀이를 하며 집안을 돌아다니는데.. 오빠는 그런 훈이를 한참 바라보다 미안하다고 울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쓰러지셨다고.. 고향집이 압류들어가서... 아무도 이런 건 모르겠지.. 탑스타 이도준이 이런 상황일거라곤.. 3년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3년만 기다리면, 이혼하고 다시 오겠다고.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랑하는 건 오직 나라고...

1999.12. 24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빠의 결혼 기사가 났다..

2000. 5. 5
진세미가 찾아왔다. 그리고 계약서 하나를 내밀었다. 양육비로 건물을 주겠다고, 다신 오빠를 만나지 말라고.. 거절하면 어쩔거냐니.. 협박을 했다. ‘그 사람 닮은 아이의 눈이.. 망가지는 거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해. 차라리 어릴때부터 앞을 못보는게 사는데 적응하긴 더 쉽지 않겠어?’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손끝까지 떨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그 여자는 웃었다. 안만나겠다고 빌었다. 훈이만 무사하면 된다고. 그래도 억지로 건물계약서를 건냈다. 괜히 나중에 돈도 못받았다고 기자들 찾아다닐 생각말라며. 어린이날 선물이라며.. 끔찍한 여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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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세상을 떠난 후, 지훈은 연주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열어본 옷장에서 그녀가 몇 년을 꼬박꼬박 쓴 일기장을 찾았다. 일기장에는 그녀가 처음 연예계에 데뷔를 하고 연기를 하던 순간의 설렘과 고민, 희망과 더불어 이도준과의 사랑도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언제 처음 만나고, 키스를 했고, 지훈의 존재를 알게된 그 순간도.. 그리고 헤어짐의 순간과 진세미와의 끔찍했던 순간도.


지훈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일기를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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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짧고 뜬금없는 내용으로 돌아와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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