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데 퇴고 안함 주의










Heads up

샤오랑 × 사쿠라









"폐하께는 무어라 말씀드리시려고요, 공주님."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이미 반쯤 비워진 술병을 멀찍이 떨어뜨렸다. 연통을 확인하자마자 튀어온 보람을 몰라주실 것에 대한 서운함보다는,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게 익숙해지신 듯한 모습과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베시시 웃는 얼굴이 나를 더 서운하게 했다. 변한 게 하나 없을 리 만무했다. 옆자리에 앉으라는 가벼운 손짓을 따랐다.


"그래서 샤오랑군 불렀잖아." 


직접 술잔을 쥐어주신 공주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팔을 쭉 뻗어 술병을 다시 제 옆으로 가져다 두었다. 찰나에 스친 향기는 지독한 술내음이 아니라 여전히 공주님께 전해지는 산뜻한 기운이라서 조금 안심해버렸다.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었는데, 공주님 얼굴에 못마땅한 기운이 스쳐지났다. 변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 내 착각이 아니기를 바랐다.


"짠 해줄거야?"

"아, 네."

"짠-!"


잔이 부딪히는 소리보다 맑은 목소리가 더 좋았다. 그래, 내가 여전할 뿐이니 방금의 바람은 착각이 맞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반 모금쯤, 입에 감기는 쓴 맛은 아직도 반갑지 않았다. 매끈한 잔을 입술에서 차마 뗼 수가 없는 것이, 유달리 곧은 시선 뺨 위로 닿았다. 그렇게 얼결에 한 잔을 비워내고 말았다. 빈 술 잔은 흐릿하고, 굽어지게 내 얼굴을 담았는데, 위화감을 느끼기 전에 또로록, 공주님은 빈 잔을 술로 다시 채워주셨고, 마주치는 웃음에 어찌할 바를 몰라서 다시 잔을 입에 대었다. 

크로우국의 사람으로 산 지 오래였지만, 아니 오래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재재를 방랑하며 신분을 밝히어야 할 즈음에서야 피치 못해 크로우국 사람이 되었다. 크로우국에는 나를 나무랄 자가 없다는 것이 행운이라면 행운이겠으나, 온전히 속해지지 못하는 것은 나만의 문제이다. 이 곳에서는 윗사람과 술을 마실 때의 예는 무엇인지, 술과 곁들이는 음식은 무엇으로 하는지, 물론 공주님께서는 내가 전하는 다른 어딘가의 예와 식에 대한 이야기를 즐거이 들어주시겠지만, 하다못해 술을 마시는 때는 언제인지. 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서야 나는 내가 때늦게 아쉬워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특정할 수 있었다. 공주님과 처음으로 단 둘이 하는 술자리. 이렇게 빨리 마시면 안되는데, 빈 속에 네 잔 째 부었을 때 미친 생각이었다. 입술이 닿았던 술잔을 손가락으로 문대었다.


"잘 마시네, 샤오랑군."


단조로운 음성에 고개를 휙 들었다가 여전히 곧은 눈길에 엉기고 말았다. 아니, 아니요, 무엇에 대해 아닌건지, 어설픈 부정을 해보이려고 고개를 저었다가 머리가 핑 돌았다. 눈썹을 작게 찡그린 동안 다시 공손히 잡아든 잔 위로 다시 술이 차올랐다. 일부러 맞춘 듯 똑 떨어지는 마지막 한 방울이 빈 병을 타고내렸다. 아쉬운 듯 병을 흔드는 사쿠라가 다른 술병에 손을 뻗기 전에 서둘러 술잔을 내려놓고 그 손을 잡으려고 했다. 오늘은 그만 마셔야 해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도, 술 잔을 제대로 내려놓지 못해서 술이 바닥으로 엎어졌고, 공주님 손이 생각보다 멀어서 무게 중심을 잃고 앞으로 몸이 쏠렸다. 같이 넘어지면 안되는데, 용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서 넘어지는 중에도 사쿠라를 제 몸 위로 당겼다. 얼결에 잡은 손에서 홧홧하게 열이 올랐다. 술 기운이 올라서 그런 걸텐데, 머릿 속은 되려 술이 깨는 것도 같았다. 물어주시는 말씨가 아주 따수워서 그대로 조금 누워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아니요, 안 괜찮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괜찮아요, 공주님은 괜찮으세요, 하고 여쭈었다. 어깨에 닿는 숨이 달았다.


"나도 안 괜찮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즉시 심장이 빨리 뛰었다. 넘어지는 중에 어디를 접지르기라도 하신 건지, 살갗이 쓸려 생채기라도 생기면, 무엇이 문제든 나의 불찰이었다. 공주님을 안녕히 모시기는 커녕 제 몸을 못가눌만큼 마시어 공주님 귀체에 해를 입히다니 이건 정말, 얼른 왕정 호위를 부를 바에야 실례를 무릅쓰고 업어 모시는 것이 빠를 것이다. 몸을 일으켜드려야 한다고 생각한 때에 목으로 숨이 옮겨붙으며 공주님 머리가 어깨 위로 쓰러졌다. 이미 어떻게든 예사일은 못되겠지만 문제가 중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못 일어나겠어."

"죄송합니다, 공주님. 모두 제 불찰입니다, 제가, 얼른 의원으로 모실게요, 이미 숱한 무례를 저질렀지만, 또 한 번 무례를 용서하세요. "

"뭐? 아니," 


상체를 일으키려는 팔을 단단히 잡은 공주님의 머리칼이 연신 어깨 위로 가벼이 문질러졌다. 다행히 팔은 괜찮은 것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공주님 몸을 받쳐 안았다.

 

"업어드릴게요."


깜짝 놀라 고개를 치켜들었던 공주님은 다시 어깨 위로 쓰러지듯 코를 박고는 내 팔을 꼭 잡았다. 진짜 괜찮아. 갖힌 소리로 전해 들었지만, 의자 위로 앉혀드리고 낮은 자세로 눈을 맞추며 말씀을 올렸다. 폐하께서 알게 되시는 게 걱정되는 것이라면, 물론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감추는 것보다야 제가 모진 꾸중을 듣는 편이 나을 거예요. 잠시 주무시는 척이라도 하면 공주님께 크게 나무라시지는 않으실테니까요.


"다치면 걱정하지만, 감추면 더 걱정한다고 하셨잖아요."


눈이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술기운 때문일 것이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것만 같아서 천천히 입을 떼었다.

가끔, 감히 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공주님과 닮은 구석이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긴 여행 끝에 크로우국으로 돌아왔던 어느 날을 기억하시는지요. 안부를 물으며 여느 때와 같이 제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저는 그 때나 지금이나 거짓말에는 재주가 없어서, 다쳐온 걸 끝까지 감추지 못했습니다. 화가 난 공주님은, 감정에 늘 진솔한 분이시라고 생각했지만, 깊이가 이렇게 짙을 수도 있다니. 걱정하실까봐 붕대를 감지 못했다는 한심한 대답은, 그래도 저는 아마 그 때로 다시 돌아간대도 여전히 공주님의 걱정을 걱정해서 서툰 거짓을 고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 봐봐."

"예?"

"취했어?"

"네? 아, 아. 조금..."

"지금은 거짓말 안 했네."


눈동자가 구르는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작은 웃음소리가 한껏 가까워왔다.


"정말, 정말 괜찮아."

"그치만 못 일어나겠다고 하셨잖아요."


조급한 마음에 굽힌 무릎을 폈다가 등을 내보이며 다시 굽혔다. 괜찮다며 줄곧 부인하시던 것과는 달리 보송한 얼굴이 어깨 위로 닿았다. 조금 마음이 놓여 한숨을 쉬려다가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애써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다. 공주님 팔이 어깨가 아니라 허리를 감싸안았다. 웃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몸이 등허리로 가득 안겼다. 어쩔 줄 몰라 돌아본 사쿠라는 처진 눈썹 아래로 내려다보는 눈에 예쁜 웃음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 몰라주면 나는 어떡해?" 


못 일어나겠다고 하면 그대로 조금 있어줄 줄 알았는데, 놀라서 허둥거리다가 거짓말 못하겠다는 고백까지. 너무 솔직하잖아. 취했는데 어떻게 업어서 데려다줄거야?

사쿠라의 재잘거림이 뺨에 닿았다. 귀끝까지 달아오른 걸 숨길 수 없어서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면 따라서 얼굴을 옮겨오는 공주님은 잔뜩 신이 나신 것 같았다. 그조차도 달가운 게, 정말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떨림이 잦아들 무렵에 몸을 가볍게 돌려 무방비한 공주님을 무릎 위로 받쳐 안았다. 헛숨을 들이킨 듯, 반사적으로 꽉 감긴 눈이 찬찬히 뜨이면 마주할 순간을 한 번 더 주제넘게 기대했다. 속이 달았다.


"정말 괜찮으신 거지요."

"이건 정말 안 괜찮잖아."


대답과 함께 공주님은 내 목에 팔을 감아 힘껏 당겼다. 아슬아슬 지탱하는 두 다리가 휘청했지만, 결코 넘어질 리 없었다.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공주님을 더 마주하지 못하고, 무례를 무릅쓰며 눈을 감아버렸다. 다시 키득거리며 웃는 공주님은, 볼에 입을 맞췄다. 눈을, 절대 뜰 수 없었다. 점점 떨리는 몸이, 자세가 불편해 힘이 부치는 것인지, 정신을 못차릴 뿐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몸에 힘을 실어 품에 안긴 공주님 덕분에 가벼운 엉덩방아를 찧었다. 언제까지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으니, 이제 완전히 웃음기가 걷힌 사쿠라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허리를 말아 숙이며 풀리지 않는 긴장을 놓아보려 해도, 어깨를 잡은 사쿠라한테 전해져오는 온도가 나를 온통 절박하게 만들었다. 사쿠라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 마른 입천장을 헤집어내면 티가 나게 움찔거리는 바람에 다시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가 전해졌다. 힘이 풀린 손을 사쿠라 허리에 천천히 올렸다. 잘게 떨리는 눈꺼풀에 밤의 빛이 어른거렸다. 


 




'츠바사의 사쿠라는 언젠가 샤오랑의 진짜 생일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근본없음)'에 대해서 쓰다가 도저히 안써져서 드랍하다시피 해버린 ㅜ <-그래서 생일느낌 1도없음 ㅜㅅㅜ

츠바사 샤오랑 생일이 사쿠라 생일과 같은건 정말 사쿠라가 임의로 정한거니까 ㅋㅋㅋ 뭔가 진짜 생일은 따로잇겠지 싶어가지고요,, 어차피 샤오랑 존재자체를 따져들어가면 의미없는 논의기는 하지만요

카캡사 샤오랑 생일이긴 한데 보고싶은건 츠바사 분위기 짬뽕이라 우겨넣은것입니다(주르르륵) 암튼 사쿠라 혼자 생일을 알게 되면, 샤오랑은 도통 알 수 없는 생일주에 키스만한 게 없을 것 같아서 (ㄷㅊ

소재는 나름 의미있었으나 드랍해버렷으니 의미는 0으로 수렴하겟내요 ^^;

바빠서 너무 방치하다가 ㅜ 그래도 그냥 보내긴 아쉬워서 대대대대지각으로 써버렷더니 기승전도 없네욬ㅋㅋㅋㅋㅋㅋ

대충 스토리는.. 긴 여행끝에 크로우국으로 돌아온 샤오랑은, 사쿠라를 너무 오랜만에봐가지구 사쿠라의 마음이 변한건 아닌가 다소 삽질한(), , , , 반면 사쿠라는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헤어진 이후 오랜만에 샤오랑봐서 넘 좋은데 좀 거리감 느껴지는것이, 흐른 시간에 비해 진전이 1도 없는게 되려 서운한 거,, 그래서 둘만 만나서 술마시자는건데 샤오랑은 공주님 호칭 떼버리질 못한거야,,, 술김이라고 속여서 키스해버린 그런얘기 () 

늘 그렇듯 창피해서 언제 퇴고할지도 모르겟고,,, (처욺)


하,,, 늦었지만 생일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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