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젝스-능구렁이



촉, 입술이 다소 민망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지훈은 다니엘의 뒷목에 뒤엉켜있던 팔을 스르르 풀었다. 시선이 어색하게 몇 번 얽히는데, 지훈의 얼굴이며 귀 끝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다니엘이 픽 웃었다. 하지만 지훈은 마주 웃어줄 수 없는 상태였다. 난생 두번째로 찐한 키스를 겪은 모쏠 박지훈의 머릿속에서는 저절로 그 다음 단계(19)가 재생되고 있었다. 이건 뭐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런 속사정을 모르는 다니엘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지훈을 골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벙쪘네, 아주. 꼬맹이 니 이제 드갈래?"
"잠깐만요. 쌤..."

대문 앞에서 붙잡긴 붙잡았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자켓 끝을 꼬옥 잡고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리자 다니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라면 먹고 갈래? 이래야 되나... 아니, 지금 집에 부모님 있어서 안 되겠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바로 하기도 쫌 그래. 결국 지훈은 본인 기준에서 가장 정중한 물음을 내뱉었다.

"...우리 다음 건 언제 할까요?"
"뭐?"
"아니이... 그거 있잖아요 그거."
"그게 뭔데."
"아씨, 섹스요 섹스!"

연애 진도를 수업 진도쯤으로 생각하는 듯한 다니엘의 태도에 빡친 지훈이 섹스! 소리를 꽥 질렀다. 입 밖으로 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이건 뭐 섹스큐즈미도 아니고... 지훈은 천천히 마른 세수를 하며 진한 현타를 느꼈다. 하지만 그동안 다니엘은 말이 없었다. 흘끔 눈을 들어 손가락 사이로 훔쳐보자 잔뜩 무표정한 얼굴의 다니엘이 보였다. 화났나? 지훈이 스르륵 손을 내렸다. 자켓에서 떨어진 손이 애교스럽게 꼼지락거렸다.

"아니, 쌤. 지금 당장 하자는 게 아ㄴ..."
"니 준비되면."
"예?"
"준비되면 그때 실컷 하자. 알았제."
"허어어어어억... 네에에에에에에에에..."
"빨랑 드가라. 늦었다."

커다란 손이 가볍게 등을 밀었다. 실컷 하자고? 이거 실화야??????? 지훈은 믿을 수 없는지 몇 번 다니엘을 돌아보다가, 다니엘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고 웃자 벼락이라도 맞은 듯 폴짝 뛰었다. 이내 지훈이 벌겋게 익은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후다닥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삐걱거리는 뒷모습을 보던 다니엘은 작게 웃다가 다시 표정을 굳혔다.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가 아는 척을 하고 싶어해서... 다 큰 으른은 참 힘들었다.



좋아해줘

보건실: 토끼 사육중


지훈은 다니엘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정말. 리얼. 대박. 헐. 믿었다. 하지만 다니엘은 지훈의 신뢰를 무참히 배신(?)했다. 자신은 '기간'을 설정한 적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쌤! 전 준비 됐습니다."
"응 아니야."
"아아아아!!! 진짜에요!!!!!!!"
"안 사요."

약 서른마흔다섯번째로 까인 지훈이 보건실 침대 위로 다이빙했다. 대체 그놈의 준비가 뭐냐며, 말이 다르지 않냐며, 종마루 억울하다며 팔다리를 바둥대는 꼬맹이를 가볍게 무시한 다니엘이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두 사람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데자뷰를 또 다시 되풀이하고 있었다. 지훈은 준비가 됐다고, 다니엘은 준비가 안 됐다고 주장하면서 실랑이가 몇 주간 이어진 것이다.

"명예 성인 시켜줘요!!!! 뇌는 36살이란 말이에요!!!!!!"
"연상은 별로..."
"와, 자기도 연상이면서. 와아... 와..... 진짜 어이 없어."

꽥. 상체를 반쯤 일으켰던 지훈이 다시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고개를 돌리자 지훈의 배가 씩씩대며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저 쬐깐한 배로 뭘 하겠다고...(19) 다니엘은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하다가 또 제 뺨을 갈겼다. 어느새 약간 서늘해진 바람이 뜨거워진 머리를 식혀줬다. 하복 체육복을 위아래로 입은 지훈이 추운지 이불에 엉겨붙었다. 통 넓은 반바지 아래로 허벅지가... 짝! 놀란 지훈이 고개를 돌렸다.

"싫다는 표현을 자학으로 하시면 아니 됩니다아... 옥체 보존하시고 승은도 좀 입혀주소서."
"...어이, 토깽이. 추운데 와 춘추복 안 입노?"
"다음 교시 체육인데 동복 체육복은 너무 덥기 때문이지이요오오오오♪"

지훈은 태연하게 대꾸하며 이불 위에 발라당 엎드렸다. 흰 양말을 신은 발이 허공에서 달랑달랑, 그 꼴을 구경하던 다니엘은 말 없이 지훈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하항! 또 뭐 때문에 뚱해 있었는지 까먹고 해맑게 웃는 낯이 귀여웠다. 지훈이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 다니엘의 상체를 둘러안았다. 익숙한 섬유유연제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쌔앰. 그럼 저 성교육이라도 해주면 안 돼요?"
"조용히 안 하제."
"저 진짜 순수한 의도로 말하는 건데. A부터 Z까지 다 알려주면 준비가 되지 않을까요?"

다니엘이 스르르 지훈을 내려다봤다. 체육 창고에서 본 적 있는 결연하고 진지한 얼굴을 보니, 암만 생각해도 진심으로 한 말 같아서 골이 지끈거렸다. 다니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력에 적힌 성교육 수업 날짜를 확인했다. 그 밑에 적힌 반은 1반. 지훈의 반과 달랐다.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꼬맹아... 사탕이나 무라."

다니엘은 꼬맹이 드립에 성이 나 쒹쒹거리는 지훈에게 막대 사탕을 내밀었다. 입술이 삐죽 튀어나오더니 이내 앙, 사탕을 입에 문다. 아 지짜 맹날 단 걸르 풀어즐라하그 지짜! 둥글게 부푼 볼에서 철딱서니 없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달달한 냄새. 이러니 내가 어떻게 널 건들겠냐고... 다니엘이 실 없이 웃었다.


이건 결국 성인되고 나서 하자는 그런 진부한 전개 아냐? 지훈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교실로 향했다. 입 안에서 단단한 사탕이 어금니에 걸려 달그락대는 소리가 났다. 콰직! 불만스러운 파열음에 반 애들 몇몇이 지훈을 돌아봤다. 그건 다른 친구들 사이에 껴서 대화중이던 우진도 마찬가지였다.

"왔나."
"무슨 얘기 중?"
"글쎄... 니가 싫어할 얘기?"
"여, 박지후이."

반 친구들은 부쩍 얌전해진 지훈을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중 얼굴 반반해서 인기 깨나 있는 김연호가 지훈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자연스레 무리에 낀 지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애들은 열과 성을 다해서 '진도'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지훈이 다니엘처럼 눈새도 아니고, 그게 수업 진도가 아니라 연애 진도 얘기란 건 뻔했다. 지훈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대학생 누나들은 다 리드해주려나?"
"음... 연상이랑 사귀면 아무래도 진도를 빨리 나가게 되지."
"그치, 그치."
"뭐야. 박지훈도 대학생이랑 사귀냐?"
"노오오오오. 내가 사귀는 사람은 다ㄴ... 읍!"
"얘 모쏠이다이가. 뭔 말 지껄여도 걍 한 귀로 흘려라."
"헐. 그럼 지훈이 동정?"
"씨... 너네는 아니냐?"
"아닌데."
"나도."
"난 아님."

??????????????? 벌써????????????????? 지훈과 우진이 멍하니 세 사람을 돌아봤다. 그 표정들에는 한 점 거짓이 없어보여서 지훈은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연상이랑, 사귀는데, 왜, 나는, 동정입니까...? 지훈이 팔다리를 버둥거리는동안 나머지 친구들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근데 연상은 확실히 젊은 패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
"뭐? 막 들이대는 거?"
"무작정 들이대는 거 말고. 취향을 알아내서 끼 좀 부려줘야지."
"그런거 잘 말 안 해주던데..."
"그 사람이 니 어디를 자주 보는지 알아야 돼. 팔을 자주 보면 소매를 똭! 걷고!"
"걷고?"
"누나... 라면 먹고 가실래요?"
"와아아아악!!!!!! 이 미친 새끼 개 능글거려!!!!!!"

한 명이 꽥 비병을 지르자 능구렁이처럼 말을 꺼냈던 연호가 와하하 웃었다. 주변 친구들은 낄낄대며 연호의 어깨를 연신 때리기 시작했고, 우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엎드려있던 지훈의 귀만이 쫑긋쫑긋 솔깃솔깃했다. 왜냐면 그는... 그중에서 유일한 연애 고자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애 쪽으로 고자라 한들 지훈이 눈치 없는 인간은 아니었다. 다니엘이 평소에 자신의 어떤 부위에 시선을 두다가 후다닥 고개를 돌려버리곤 하는지, 지훈도 알고 있었다 이거다. 일단 다니엘은 지훈의 말랑한 볼을 좋아했다. 부드러운 손바닥을 좋아했다. 꺾이는 목과 뒷통수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플라토닉하지... 아, 맞다. 다니엘은 지훈의 다리에 유독 약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허벅지에 약한 것 같았다.(정답)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었다. 침대에 발라당 드러누워 있으면 꼭 그쪽으로 시선이 닿았다가, 차마 못 보겠다는 듯 두 눈을 모두 감아버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쌤, 쌤. 저희 집에 놀러오실래요?"
"아니."
"그럼 쌤 집 놀러가도 돼요?"
"안 되는데."
"와 왜요오오오오오오오!!!!!!!! 아아아아아악!!!!!!!!"
"단둘이 있다가 니가 덮칠까 봐 내 쫌 겁 난다이가."
"헐. 보건실에서는 잘만 있었잖아요..."
"거긴 내 필드니까 침범하지 말아야제."

믿는다. 검지 손가락이 코 끝을 톡 치고, 이내 입술이 이마 위에 닿았다 떨어졌다. 지훈은 또 이마부터 불긋해져서 토마토가 되기 시작했다.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나는야 케찹 될 거야 나는야 주스 될 거야...♪ 지훈이 힘 없이 픽 침대 위로 고꾸라졌다. 얼마 전부터 체육이 들지 않은 날에도 반바지를 입고 다녀서 다니엘은 눈 둘 바를 모르고 테이블에 시선을 쳐박았다. 그동안 지훈은 슬쩍 다니엘을 돌아봤다. 저 봐, 저 봐. 자기도 내 다리 보면 얼굴 빨개지네. 집 말고 보건실에서 거사를 치뤄야 하나? 상상도 못할 큰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반 성교육 수업을 맡기로 한 외부 강사가 급한 일이 생겼다며 일정 하나를 바꿨다. 다니엘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바뀐 시간표를 손에 쥐었다. 원래 들어가야 했던 반은 1반, 그리고 지금 들어가야 할 반은 8반이었다. 8반... 8반... 8반... 8반 예레기. 너무나 익숙한 숫자에 다니엘이 이마를 짚었다. 드르륵- 8반 문을 여는 순간 이목이 집중됐다. 마치 억겁의 시간 같은 순간, 지훈과 눈이 마주쳤다.

"헉..."

지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니엘을 쳐다보다가 이내 웃었다. 아주 사악하게. 다니엘은 뒷목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교재를 교탁 위에 올렸다. 우리 반 성교육 강쌤이었어?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다니엘은 반장의 인사를 무슨 정신으로 받아줬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늘 외부 강사분 이 수업 끝나고 오신다캐서... 니네 성교육은 내가 맡게 됐다."
"오오오오오!! 다니엘쌤 첫사랑 얘기해주세요!!!"
"애기는 어떻게 생기나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법 알려주세요!"
"조용. 쉬는 시간까지 수업하고 싶나?"
"성교육은 좀 길게 해도 됩니다. 많이 알려주세요 쌤."

갑자기 진지하게 치고 들어온 목소리에 다니엘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생긋 웃으며 손을 들고 있는 지훈이 있었다. 교실이 웃음 소리로 시끌시끌해지는 걸 보며, 다니엘은 지훈의 친화력이 고장나지 않았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이내 수업이 시작됐다. 다니엘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애써 무시했다.

"청소년기의 성욕을 건강하게 풀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ㄱ..."
"쌤! 운동으로 해결이 안 되면 어떡하나요?"
"야, 딸을 쳐."
"해결됐습니다."
"누가 수업 중에 딸을 찾냐. 쉿, 쉿."

다니엘이 귀찮다는 듯 휘휘 손을 내저었다. 그는 비교적 나이가 젊고, 학생들과 친한 교사로 알려져 있어서 장난이 심심찮게 걸려왔다. 아마 학생들은 성교육 수업 내용이 너무 고리타분해 지루한 모양이었다. 다니엘도 그 사실을 아는 바라 딱히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저 어슬렁 어슬렁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교재로 머리를 툭, 툭 치며 함께 장난을 받아줬을 뿐이다.

"수업 방해하지 마라. 내가 다 보고있다."

지훈의 낮은 목소리에 갑자기 교실이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대수롭지 않게 교재를 넘기던 다니엘이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지훈은 하던 거 마저 하세요, 친절하게 손짓까지 해줬다. 친화력 다 죽었구나... 다니엘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성관계는 상호 합의 하에 이뤄져야 해. 상대방이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때 이뤄진 관계는 전부 성폭행으로 성립된다."
"상대방이 확실히 오케이라고 말하면 해도 되는 건가요?"
"어? 어어."
"쌤! 그럼 관계 전에 상대방을 유혹해도 되나요?"
"...안 될 건 없지.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
"그렇구나아."

왠지 불안한 미소. 다니엘은 무심코 시선을 내렸다. 걷어올린 반바지 아래로 허벅지들이 꼬여서 겹쳐져 있다. 말랑하게 눌린 살 사이로 빨려 들어갈 뻔하다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지훈이 나른하게 턱을 괴었다. 제발 이르즈 므르... 어느새 지훈의 근처까지 가게 된 다니엘이 복화술로 말했다. 하지만 맨 뒷자리는 지훈 빼고 모두 지루함에 전멸이라 지훈은 더 대담해졌다. 더운 척 팔락대는 하복 셔츠 안으로 나시티, 그리고 그 옆으로 희멀건한 팔뚝이 보였다. 다니엘은 차라리 눈을 감았다.

"다니엘쌤. 여기 교재 보면 정상위, 후배위, 기승위가 있다는데 첫 경험은 정상위로 하는 게 좋겠죠?"

어느새 두 사람만의 청문회가 돼버린 성교육 시간, 상대가 박지훈이라 딴지도 못 거는데 빔 프로젝터를 켜놔서 반도 어두우니 학생들은 하나 둘 엎드리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차라리 정상위가 낫다고 대답을 해줄까 하다가 입을 닫았다. 지 첫 체위를 내가 선택해달라... 이거지. 어린 애인의 요망한 섹드립에 편두통이 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 거리는 좁혀졌고 다니엘은 지훈의 옆을 지나게 됐다. 설마, 설마. 설마 옆으로 지나갈 때 뭔 짓을 하진 않겠지 생각했는데 덥석 손이 붙잡혔다.

"야, 너 뭐ㅎ..."
"애들 다 자거나 영상 보잖아요. 쌤만 조용히 하면 돼요."

스크린에는 이제 막 임신 과정이 나오고 있었다. 오오, 몇몇은 다 아는 걸 보면서도 탄성을 지르고 몇몇은 눈을 감았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지훈이 앙! 다니엘의 손가락을 물었다. 급히 손을 빼려는데 말랑한 입술이 손가락을 타고 손바닥에 촉촉 닿았다. 지훈은 그대로 입술을 손목까지 올리고 이로 가볍게 긁었다. 그러자 갑자기 커다란 손이 턱을 홱 붙잡았다. 아프지 않게. 놀란 지훈이 고개를 들었지만 빔의 역광을 맞은 다니엘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적당히 해."

낮게 긁는 듯한 목소리였다. 뜨거운 손바닥이 지훈의 무릎을 한번 꾹 붙잡고는 다시 떨어졌다. 흰 가운을 여미며 교탁으로 돌아가는 뒷모습. 지훈은 그 뒷모습을 보며 삐죽 웃었다. 그리곤 다시 토마토가 되서 책상 위에 고개를 쳐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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