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딘가 평행세계의 5차 성배전쟁 도중 모든 서번트들이 수육했다고 해야 하는 세계관 기반으로 엄청난 날조.

*아처 과거 날조 주의

*오메가버스 세계관 / 세계관 설정 상 무진장 빻았습니다. 네... 이번에도 랜서는 빻았어요... 아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이 배덕감이 너무 좋아

*미숙한 캐해석에다가 캐붕 주의... 작정하고 캐붕을 넣었습니다.

*2019.01.08 퇴고



6. 오메가라서.

현관문이 잠기자마자 신형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제대로 신발을 벗지-는 무슨, 서 있지도 못했다. 아처는 가뿐 힘을 몰아쉬며 일어나려고 몸을 떨었다. 눈에 고인 눈물과 목덜미 언저리에서 흐르는 땀이 바닥에 고여 흔적을 만들었다. 타액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못해 바닥에 떨어졌다.

랜서 앞에서는 그래도 영령의 자존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그가 눈앞에 없는 이상, 아처는 영핵을 갉아먹는 쾌락을 참을 필요가 없었다. 알파의 강력한 페로몬은 아처가 그리도 억누르고, 꼭꼭 숨겼으며, 부정해 온 오메가의 히트를 터트렸다.

끔찍한 우연이기도 하지. 애초에 아처가 섭취했던 억제제가 싸구려인 것이 나빴다. 겨우 용기를 낸 시점이 마침 히트 사이클 시기였고, 아처는 어쨌든 생선은 좋고 싼 걸 먹어야 한다는 변명으로 랜서를 찾았다. 세속적으로 표현하면, 그거다.

사랑에 빠진 오메가가 멋지고 근사한 상대 알파를 찾아 헤매는 할리퀸 드라마.

열병에 걸린 것처럼 어질거리는 머리로 든 생각조차 비참하기 짝이 없다. 아처는 그대로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바지 버클을 풀었다. 어차피 이 상태에서는 침실로 이동하지 못할 게 뻔했다. 차라리 한 번 빼고 나면 미칠듯한 흥분도 가라앉겠지.

열성 오메가의 히트란, 대게 하루 미만의 짧은 열병에 그친다. 알파의 것을 탐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허무한. 손가락으로 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풀어졌어도 제 역할을 다 하는 날은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열성 오메가의 욕구는 짧은 자위를 통해 해결된다. 완벽히 서지도 않아서 잡고 흔드는 것도 여타 남성 베타들과 다르지 않다. 그나마 그들과 다른 점은 열에 취해 있을 때 한 자위라도, 일단 히트에 한 것이기 때문에 쾌락이 섹스에 버금간다는 정도.

부질없다. 열띤 숨을 내쉬며 아처는 제 끝을 검지로 긁어 자극해 흥분을 해소했다. 조금 위로 치솟다가 아래로 액체가 손가락을 적시며 흘러내린다. 

현관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낮게 지른 숨소리에 맞춰 한결 가신 열기를 딛고, 아처는 눈을 감았다 떴다. 그것 봐라. 아무리 알파에게 자극당해 맞이한 히트라고 하지만 아처에게는, 그저 한 번의 상쾌함에 불과할 뿐이다. 참담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그는 맛도 색깔도 무엇 하나 알파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진득한 무언가가 묻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검지와 중지를 벌려서 확인해보니 희멀건 한 액체가 손가락을 타고 손바닥 안으로 흘러내린다.

“이래서 열성은….”

“뭐가? 제법 괜찮은데 아처. 보통 열중하고 있으면 누가 현관으로 들어와도 알지 못하나?”

“랜서? 어떻게 여기에!”

“네 놈의 냄새를 따라왔더니 현관문이 안 잠겨 있어서 무심코.”

무심코, 라니. 태연히 꺼내는 말이 더 어이없다. 아처는 내렸던 바지를 겨우 추어올리고 벽 쪽으로 기어갔다. 막다른 쪽에 가는 움직임이 도망치지 못한다는 걸 시인하는 행동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성배 전쟁 도중에는 짜증이 날 정도로 똑똑한 녀석이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지. 쯧, 랜서는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아처에게 다가갔다. 성배 전쟁 중이었다면 아처가 투영한 칼에 랜서는 단번에 좌로 돌아가거나, 마찬가지로 창을 꺼내 들어 경계태세에 들어갔겠지. 그러나 아처는 꼴사납게 몸을 떨 뿐,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뭐냐, 이것도 그 오메가의 본능 같은 거냐? 히트 때의 알파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뭐 그런?

생전에나 느껴보던 당연하고도, 재미없는 감각이었다. 랜서는 인상을 쓰고, 낮게 한숨을 뱉었다. 이쪽에서 나름 잘해주려는데, 상대가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제가 바로 앞에 서자 숨도 간헐적으로 쉬는 아처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이야기를 해보자고. 아처.”

“네 놈과 할 얘기는 없는 거로 안다만. 왜, 덮치려던 오메가의 히트가 터지니까 다시 겁탈하고 싶나?”

“야. 네 녀석은 재미없게 매번 그렇게 삐뚤어서 생각하는 거냐? 하아-. 뭐, 이제 와서 뒷북인가 싶기는 하다만. 나 생각났다. 그 왜, 예전에 사막에서의 성배 전쟁 말이야.”



어째서 기억해버렸나. 

실소를 지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다. 그 전쟁에서 그 배신은 그래.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었다. 재미없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애초에 랜서는 이번 전쟁에서 아처가 에미야 시로를 죽이기 위해 행한 배신도 재미없다고 말할 남자였으니까.

그렇지만, 단지 재미없을 뿐이었다면, 그 배신은 어째서 아처의 좌에 도달했겠는가. 아처는 제 원본이 그 기록을 한 번 훑은 후, 미련 없이 먼지로 날려버리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그는 기록을 읽고 또 읽어서, 거친 황야에 먼지가 폐에 들어가 거친 기침이 나올 때까지 울었다.

그의 운명이 불쌍해서, 배신당한 오메가의 결말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기에. 저라도 위로하지 않으면 누가 그를 위로해줄까.

아처는 인상을 흉흉하게 구기고, 는 제 볼을 쓸던 랜서의 손을 탁, 쳐냈다. 그 기억은 지금의 랜서에게는 필요가 없었으므로, 그가 가지고 있지 않은 기록의 일부였다. 랜서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아처는 제 마음을 꺾어서 슬픔을 삼키고, 돌아오지 못할 사랑을 간직했다.

만약 그가 전부 기억하고 있었어도, 전사인 그가 아처의 일에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특별취급은 아처 쪽에서도 바라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 무엇이 있든 같은 편이 아닌 서번트끼리는 서로 속 시원하게 싸우고, 꺼릴 거 없이 살의를 불태우면 그만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쌓은 감정을 무너뜨리자. 우리는 이 순간, 어떤 교류도 없었던 적인 거야. 아처 쪽과 달리 랜서는 아직 원본에게까지 그와의 지긋지긋한 인연이 닿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겠지.

라고, 생각한 상대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랜서는 아처의 안전선을, 고작 떠올림 하나로 깨트렸다. 기억해버렸다면 아처가 도망갈 탈출구 하나 정도는 남겨달란 말이다. 아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울분과 사막의 성배전쟁, 그 배신 끝에 제 심장을 관통한 창을 떠올리며, 화를 참지 않았다.

오메가라서 지금 랜서의 상태를 이해한다. 그의 혼란, 흥분, 사냥과 탐욕. 전부 그가 극우성 알파이고, 자신이 열성이라지만 오메가이기에 수용한다. 아처는 가장 위에서 내려다보다가도 가장 아래에서 고개도 들지 않고 눈만을 위로 올려 칭송할 수 있는 자였다. 그런, 순종적인 오메가의 연정과 신뢰를 짓밟은 기억을 떠올렸다는 건 치욕이나 다름없다.

“네가 무슨 기록을 언급하는지 알고 있는 건가, 랜서?”

“아- 뭐 그렇지. 그때는 미안했다고. 완전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거잖아. 아무리 마스터의 명이라지만 내가 너를 배신했다. 네 마음을 알고도 무시했지. 그건 사과해야 마땅해. 그러니까 이번 현현에서 갚고자 하는 거다. 형질이 드러났으니 네가 나의 짝이 되면 충분하잖아.”

“쓸데없는 소리군.”

아처는 완전히 랜서를 밀쳐 자리에서 일어섰다. 꼴을 보아하니 저번과 마찬가지로 아처가 무엇 때문에 그를 좋아했고, 무엇에 화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랜서는 여전히 아처를 좋아하지 않는다. 호감은 있으니 그에게 짝이 되라는 제안을 했겠지만, 딱 그 정도의 감정이다(이건 어디까지나 아처 혼자의 착각이다). 서번트가 맺는 짝은 원본에게 닿지 않는 이상, 한 번의 편한 관계일 뿐이다. 다른 분령에는 짝을 맺었던 흔적도 남지 않는다. 오메가에게는 깨끗한 목덜미와 알파에게는 욕정 하나 없는 깨끗한 적으로 만나게 된다. 

오랫동안 수호자 역할을 짊어진 채 활동하면서, 아처는 성배 시스템의 뼈저린 운명을 알고 있었다. 모든 성배 전쟁, 마술사로 인해 모조되어 뒤틀린 전쟁에서 분령은 아무리 깊은 연을 맺어도 절대 원본에 기록 이상의 무언가를 남기지 못했다. 어떤 전쟁에서 만난 서번트가 또 다른 전쟁에서 익숙한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그들이 가지는 감정은 익숙함 외에 무엇도 없었다.

아처의 감정은 따라서, 수호자라는 미천한 신분이기에 원본까지 도달해 분령에도 전달될 수 있었다. 수호자는 절대 고귀한 영령과 동급일 수 없다. 부족한 몸이기에 아처는 랜서를 사랑한 것이다.

“네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왔는지 모르지만. 알고 싶지도 않다. 누누이 말했음에도, 네 놈이 날 강간한다는 우리가 수육한 현대에는 범죄인 행각을 했고, 도망친 날 스토킹까지 했으니 당장 내쫓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하지 않나? 생선 가게에서 개처럼 행동하더니 꼴이 말이 아니군. 그렇게 근질거렸으면 차라리 전투라도 청하지 그랬나? 그랬다면 친히 네 놈의 후장을 뚫어서라도 진정시켜 주었을 텐데.”

이 와중에도 그놈의 혓바닥은 기름을 잔뜩 발라 모터를 윙윙- 잘도 돌린다.

잔뜩 겁먹은 눈을 냉철과 분노로 감추고, 떨리는 손을 허리 뒤로 숨긴다. 랜서는 익숙한 기억에 아처의 버릇을 떠올리며, 그의 비꼼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인내심을 발휘했다. 저건 하나의 방어기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꼬았을 때, 싸움을 붙이면 아처는 그대로 영영 입을 다물어버릴 거고, 손해는 오로지 랜서만 입는다. 그건 안 될 말씀.

아처의 말이 백배 천배 바르다고 해도, 랜서는 이번만큼은 저 도발에 넘어가 소리를 지르면 안 됐다. 아처가 진실로 두려워하는 것. 원본의 백업이 완전하지 못한 랜서가 알지 못해 아처가 숨기는 것이 분명 있었다. 랜서는 그것을 파헤쳐야 한다. 일종의 미션 같은 느낌으로, 배신으로 끝난 성배 전쟁에서 그는 아처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나? 알파의 논리와 사고에 순응하는 사람이면서, 오메가의 형질을 혐오하는 이유를 랜서는 묻는다.

“다 됐고. 네 놈의 그 별 볼 일 없는 도발에 넘어가지 않아. 아처. 그때의 마지막에서 내가 뭘 놓쳤지?”

“놓친 것… 은,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말 그대로의 결말이지. 네 놈이 마스터의 명을 받아 내 가슴을 게이 볼그로 찔렀고, 나는 영핵이 파괴되어 에타르로 흩어졌지. 동시에, 내 마스터는 너의 마스터를 살해했다. 참고로 그 전쟁에서 승자는 캐스터 진영이었더군. 이 외에 지난 싸움에 네 놈이 알아야 할 사항이 뭐지? 애초에 옛 전장을 되짚는 것부터 어울리지 않는 놀음이군.”

“넌 어째 꼬투리 하나를 그렇게 질질 끌고 있냐. 내가 말하는 게 그런 시시한 경위가 아닌 걸 알잖아. 네 감정은? 우리가 나눈 교류에서 어디에 문제가 있었지? 그거 때문에 네가 화난 거 아니야?”

“알면서 그러는 거였나? 네가 어디서 잘못했는지 다 알면서?”

“엉? 그야, 네가 화낼 건더기는 많겠지만, 지금 상황과 관련 있는 건 형질에 대한 방식 차이 때문 아니야? 알파랑 오메가고, 나는 고대의 영령인 반면에 넌 현대의 영령이잖아. 분명히 이 차이에 대해서 오해가 있는 거겠지.”

역시 이 고대의 유물과 같은 개는 말귀는 못 알아들어도 머리는 좋다. 그러니까 유명한 전승의 주인공인 개가 되었겠지.

요점만을 콕콕 집어서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얼굴로 물어오는 빛의 왕자의 면상을 아처는, 한 대 속 시원하게 후려갈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했다. 분명 성배의 소원을 빌지 않아도 에미야 시로를 죽이는 것만큼 개운할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수호자의 업도 웃는 얼굴로 행할 정도로 좋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아처는 맞는 말만 하는 랜서의 입을 장난으로나마 때릴 수 없었다.

……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랜서의 모든 추측은 옳았다. 그는 저번 세계에서 그를 사무치게 사랑하게 되었으나, 그의 사고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랜서가 웃는 얼굴로 하는 말에 웃지 못한다. 반면에 아처의 우스갯소리에는 랜서가 괴로운 듯 인상을 쓰는 것이다. 그 차이가 아처의 패배 이후 기록을 지우지 못한 상태로 재회하여, 그를 괴롭힌 이유였다. 



느긋하게 쓰고 싶은 걸 씁니다.

하련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