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쉴 새 없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그를 보고 처음에는 괴물이라 했지만 나중에는 귀신이라고 했다. 그의 외모는 도무지 몇 번을 보고도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괴물보다는 귀신이라고 칭한 것이다. 시골에서 한 남자가 어디든지 그저 쐬 돌아다니면 귀신이라 불리는 것처럼 아이들은 무엇을 해도 용서를 받고 귀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아이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아이들의 표적이 되어, 무언의 제물처럼 항상 욕을 먹거나 어쩔 때는 돌을 맞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언젠가는 불구덩이에 던져질 뻔도 있었다. 모두 아이들의 귀여운 장난질이었다. 어른들은 모두 물질하러 나가거나 혹은 농사하기에 바빠서 그를 신경 쓸틈도 없었고 오직 아이들 만이 그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아래 바닷가에 좁다란 동굴을 발견한 아이들은 개를 끌고가서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개를 끌고가서 점점 좁아지는 동굴의 거의 끝부분에 도달하자 아쉽게도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실망한 아이들은 다시 동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개가 그 바닥을 파 헤집는 것이 아닌가. 개는 신나게 짖으며 사람의 뼈를 물고는 아이들에게 가져갔다. 아이들은 기겁을 하며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내심 그 뼈의 주인이 누구 인가가 궁금해졌다. 그날 밤 아이들 중 한 명이 부모에게 대뜸 질문을 하는데.

“아부지, 오늘 동굴 안에서 사람 뼈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뭐 인교?”

“그것 옛날에 왜놈 뼈랑께. 일제 말기에 왜놈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려는데 남은 것들을 우리 사람들이 족친 것 이제. 그걸 우리 사람들이 저 동굴에다 묻었다는디 그기 참말이었을줄은…”

아이는 너무도 그 사실이 흥미진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이는 친구들에게 가서 이 사실을 말하고는 크게 기뻐한다. 

“그게 사실은 왜놈 꺼였당께. 우리가 왜놈 뼈를 발견한거여!”

“와따 참말이구만. 우리 강아지가 최고여”

“그런데, 요즘 그 시끼 안 보이지 않냐?”

“그렇구만. 우리 혹시 그 놈을 저 왜놈 무덤에 같이 넣어버리면 안되나?”

“재밌겠다. 재밌겄어!”

아이들은 다 같이 몰려가서 마을을 샅샅이 뒤지며 그를 찾았다. 그러나 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아이들은 단념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저 멀리 퍼런 불이 일렁이는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내 도깨비불을 발견한 것 같은 생각에 최선을 다해 그 불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 불은 잡은 것 같으면 사라지고 잡은 것 같으면 또다시 저 멀리 가 있고는 했다. 그것을 아이들은 술래잡기 하듯이 하나하나 쫓아갔고 그 결과 그들은 저 바다를 끼고 있는 넓은 절벽을 마주했다. 그곳은 바로 아이들이 낮에 찾았던 그 동굴이었고 아이들이 다 들어가기에는 조금 좁은 곳이었다. 그러나 도깨비불은 저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이들 중 몇몇은 겁은 먹은 나머지 도망가려 했지만 그 중 몇몇은 포기하지 않고 좁다란 길을 따라 불빛을 쫓아갔다. 그런데 그 불빛 가운데 뼈 사이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곧 그 사람이 우리가 찾던 그 놈이라는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네놈이 여기 왜 있는겨?”

“왔냐. 너희들, 어른들한테 말 들었지?”

“그…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겨?”

“내가 이 뼈 주인이거든”

아이들은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 말을 떼었다.

“그럼…. 우릴 왜 부른건디?”

“내가 성불하려면 내 뼈하고 누군가의 영혼이 필요하다 이 말씀이야”

“안된다! 안된다고! 지금까지 우리가 그런 거 다 용서해 주랑께. 부탁이여….”

아이들은 울면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그는 본듯만듯 하다가 말을 이었다.

“귀신이 성불하려면 원래는 누군가의 영혼이 필요한데…그 영혼을 다른 것으로 바꿔서 할 수도 있긴 하지.”

“그게 뭐시당까?”

“용서다. 서로의 용서. 즉 원한을 풀면 그냥 성불할 수 있다고”

그 순간 아이들 중 하나가 뛰쳐나와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잡더니 손을 움켜쥐고는 흐느꼈다.

“미안해… 우리가 너에게 그런 짓들을 한 것 사과할게. 우리나라 사람이 너를 죽인 것도. 대신 너도 사과해.”

그는 크게 당황한듯이 휘청거리다가 이내 균형을 잡고는 얼굴을 붙잡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영혼을 가져가려한 것도. 또…. 우리나라 사람이 나쁜 짓 했던 것도. 나는 이미 너희들에게 죗값을 받은 것 같구나. 그리고 너희도 마찬가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죄를 졌지만 지금 이렇게 서로 갚는구나”

그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듯이 아이를 쳐다보았고 아이는 함초롬하게 눈물을 흘리며 그의 뺨에 얼굴을 지긋이 가져다 데었다. 그 순간 다른 아이들은 떨어진 눈물 사이로 순간 커다란 파란 불꽃이 하늘로 연소하듯 날아가는것을 보았다. 오직 그의 뼈만이 채 불타지 못하고 남아있을 뿐이었다.

시, 에세이, 책, 소설, 잡글 등등 글쓰는 사업가 겸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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