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Hannibal

W. DD




 깊은 천장을 가지고 있는 대성당에서 신을 높이 찬양하는 노랫말이 속삭여지고 있었다. 사도들은 하나같이 손을 정 가운데로 포개어 두고 있거나 닿을 수 없는 곳을 만지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며 팔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노랫말에는 분명 신을 숭배하는 것들이 존재했지만,은밀히 자신들을 위하여 신의 피를 바치라는 그런 바램이 섞여 있었고, 뜻하지 않은 이곳에 참석하게 된 이들의 볼멘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래도 이 모든 목소리들은 어린양의 울음소리였다. 어찌되었던 대성당에서 울리는 이 소리들은 다 신의 귀에 파묻힐 것이다.


 정교한 건축물 탓에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더욱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데 그 음 하나하나는 마치 신의 손길과도 같아 그들의 기도를 어루만지는 듯 했다. 어떠한 기도의 내용을 품고 있는지는 상관없이 말이다. 그렇게 그들의 목소리는 음의 높낮이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런 소리들이, 겹치고 겹쳐 무거워지며 아래로 곤두박질을 쳤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그들에게 닿았다.

 

 침묵 사이에서는 욕심이 많은 이들의 속삭임도 들릴 지경이었다. 찬송가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외침이 들려오고, 더 깊어지는 침묵을 틀어막은 이는 바로 한니발이었다.


 “이곳이 당장 무너진다 해도, 신은 기뻐할 것입니다. 이들은 절망하며 자신의 이름을 부를 테니까요.”


 그는 지하 벽에 새겨진 신의 일부를 매만지며 말했다. 건축물의 구조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박혀있는 신의 형상, 천사들 사이에서 자비로운 손을 뻗어 인간들을 구원해주는 그런 신의 모습, 윌은 옮겨지는 한니발의 손을 따라 바라보며 그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 새겨진 것을 보았다. 윌은 그런 시선을 바로 뒤꽁무니를 따라잡으며 입을 열었다.


 “잔혹한 동시에 자비로움을 갖추고 있죠. 신이니 가능한 것입니다.”

 “인간은 신의 모습을 그대로 빚어 만들어 진 것이죠. 그만큼 정교한 것이며 생물 중에 신과 가장 가까운 것은 인간일 것입니다. 이것이 크나큰 실수인 것이죠, 윌.”

 “…….”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버리면, 똑같이 될 수도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히죠. 그래서 인간들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신이 될 수 있을 거란, 신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하는 거죠.”


 고요한 침묵 속에서 오로지 둘의 목소리만 들려오지만 이 목소리들은 새어나갈 수는 없었다. 물 속에 잠길 것이다. 신에게 닿지 못할, 지상에 있는 사도들에게도 조차 듣지 못할 것이다. 그저 어둠 속에 갇혀있는 악마들만이 비웃음을 흘리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을 것이다.


 “당신도 뛰어넘으려고 하지 않았나요? 한니발."

 

 윌의 말에 그의 손이 벽에서 떨어지고 공중에 머물렀다. 그렇게 멈춘 상태에서 손끝에 약간 남아있는 감각을 윌에게 맞추며 한니발은 오히려 되물어보았다. 담담하고, 변화가 없는 높낮이에서 느낄 수 없을 것 같지만 윌은 느끼고 있었다.


 “제가 신을 뛰어넘으려는 것처럼 보였나요?”


 질문권을 다시 앗아간 한니발에게 윌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은 곧 긍정임으로 받아들이는 한니발은 그를 보며 슬며시 악마도 알지 못할 그런 미소를 띄웠다. 몰래 천국을 희망한 타락한 이들보다 더욱 타락한 그런 웃음이었다. 윌은 살짝 뒤로 발돋움을 했다. 한니발은 주춤하는 윌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음을 내비치려 했지만, 그것은 맘에 없는 짓이었다. 그에게만은 진심으로 대하고 싶었다. 사도들이 신을 앞에 둔 것보다 더 진실되게 행동하고 싶었다. 한니발은 윌이 뒷걸음 친 만큼이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면서 그는 뱀이 마치 혀를 놀리듯 유연하게 움직였다.


 “신의 형상화를 한 이들이 돼지 이하의 행동을 한다면, 저는 신을 대신하여 그들을 보존하죠. 단순히 먹는 행위가 아니라, 정교한 예술품으로 재 탄생하는 것입니다. 윌, 인간을 창조하는 일은 신이 하고 있죠.”


 윌은 한니발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다 깨닫고 있었다. 정교함, 신을 닮은 인간은 신 만큼이나 정교하다. 정교한 것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법이다. 인간을 재탄생 시키는 일, 신을 대신하는 일. 윌은 그럼에도 헷갈리는 것은 한가지였다. 정말 과연 그는 루시퍼처럼 신을 넘으려 하는 것일까, 아니면 조롱하는 것인가. 이것들도 아니라면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신을 찬양하고 있는가. 윌은 고개를 티 안 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른 생각은 그는 기도하지 않는다. 윌은 이 말을 계속 씹고 또 씹었다. 그래야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당신도 할 수 있군요. 신 만이 할 수 있는 창조를.”

 “다시 하는 일이지만, 이 일 역시 저만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는 신을 찬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찬양이 신을 조롱하는 것일 뿐. 인간은 신을 닮았고, 신은 인간을 닮았다. 그는 그것을 다시 조립하고 있는 것이었다. 신을 뛰어넘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지상에 남아 바라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을 절대 올려다 보는 것이 아니며 정면만을 바라본다. 그리고 바라본다. 불타오르는 지상을, 절망에 빠진 지상을 말이다. 그는 신의 존재를 믿어도 신의 아래에 있는 어린 양의 존재가 아니었다. 그 어린 양들을 잡아먹는 늑대일 뿐이었다. 신도를 잡아먹는,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서 신의 믿음을 끌어내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윌의 일렁이던 눈동자는 안정을 찾은 듯 차분해졌다. 그런 그의 미묘한 변화를 어둠 속에서도 본 한니발은 윌도 자신처럼 자신이 확실히 볼 수 있도록 표면이 도드라지게 미소를 지었고, 윌도 따라 그의 미소에 화답하듯 웃어보였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윌은 이해함으로써 그를 알고 있었다.


 “신은 당신을 미워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겠군요. 그는 자비로움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무언가를 유지하는 것도 우아한 법이죠. 본 모습을 간직하려는 행위이니까요.”


 이번에는 윌이 벽면을 손가락 끝으로 어루어 만졌다. 그의 손에는 애정이 묻어 나왔다. 그가 만지곤 간 자리를 윌이 다시 만지며 윌은 눈이 아닌 피부로 바라보았다. 거의 닳아 없어진 것을 눈보다 피부로 느끼는 것이 더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움직이는 윌의 손을 따라 한니발의 눈동자 역시 움직였다. 먹이를 탐색하는 맹수처럼 말이다.


 시각은 허상도 믿어버릴 정도로 멍청하다. 귀에만 속삭이는 것보단 시야를 결박하여 귓가에 비명을 지르는 편이 더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쉽게 잊지 않는 방법은 바로 피부로 감각을 기억하는 것이다. 윌의 손은 벽을 타고 허공에 머문 한니발의 손등으로 옮겨졌다. 동일시, 애정이 느껴지는 그의 손길은 신 보다 자비로웠다. 한니발은 그것을 피부 안까지 느껴가며 다른 한 손으로는 윌의 손을 붙잡았다. 피부가 닿자 시선이 닿는다. 서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지며 서로를 집중 시켰다.


 “윌, 제가 당신을 재창조 하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한니발은 사탄의 속삭임보다 훨씬 더 달콤한 목소리로 그의 고막에 비명을 질렀다.



오유x한니발 (크오) 외에 잡다한 글.

DD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