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전력 60분

*주제: 너의 취향

*다이아몬드 에이스 쿠라모치 요이치 드림




제 눈에 전직 양키




"안녕, 쿠라모치 군! 좋은 아침!"


최근 쿠라모치가 아침 연습을 마치고 등교하면 제일 먼저 인사해오는 건 옆자리의 여자아이다.


"어, 안녕."


쿠라모치가 그녀와 인사를 주고받게 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이었다.


한 달 전인가, 옆자리의 여자애가 들고가던 프린트를 우수수 떨어트리는 바람에 짧은 교복 치마가 말려올라간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허둥지둥 뒷수습을하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쿠라모치는 달리 옷의 상태에 관해 지적하는 대신 옆자리 여자애를 일으켜 세워놓고 프린트를 주워 건네주었다.


"우와, 진짜 고마워! 어…쿠라모치 군? 맞지?"

"맞아."

"고마워, 쿠라모치 군! 엄청 친절하구나."

"별로…."


얼굴 한가득 웃으면서 말을 걸어오는 여자에 그다지 면역이 없는 쿠라모치가 영 무뚝뚝한 대꾸를 하는 데도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어디서 봐도 눈매가 사나운 얼굴이 무섭지도 않은지 몇 번이나 웃는 얼굴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야 원래 목적지인 교무실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늘 웃는 얼굴로 쿠라모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 쿠라모치 군!"


아침에는 인사를 하고,


"수학 숙제 했어?"


쉬는 시간에 평범하게 잡담을 건넸다.


"우와, 쿠라모치 군 그림 잘 그리는구나!"


미술 시간엔 하필이면 미유키랑 짝이 되는 바람에(달리 할 사람도 없었지만) 그리게 된 미유키의 쓸데 없이 잘생긴 얼굴 초상화를 보며 감탄하기도 했다.


"있지, 가정 시간에 만들었는데 먹을래? …맛 없으면 안 먹어도 돼."


그리고 가정 실습 시간에 만들었다는 샌드위치도 건네주었다. 맛이 없으면 한 입만 먹고 버려도 된다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한 것치곤 맛도 괜찮았던 것 같다.


"그거 여자친구냐?"

"썸녀?"


그런 모습을 지나가다 본 몇몇 야구부원들(모태솔로)이 대단히 신기해했던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거든."

"그럼 뭔데?"

"…………."


친구?


그렇게 말하기엔 어쩐지 단어가 혀끝에 걸렸다.


보통 친구에게 베푸는 호의인지 그 이상인지. 눈치가 빠른 쿠라모치지만 일천한 연애 경험에 근거하자면 그 이상을 꿰뚫어 볼 수는 없었다.


"…친구지."


그러니까 우선은 그렇게 말해두는 게 전부였다.





다만 그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있잖아, 쿠라모치 군. 원피스 이거랑 이거 중에 뭐가 더 쿠라모치 군 취향이야?"


다음 날 쉬는 시간 소녀스러운 패션 잡지를 보여주면서 다른 페이지의 원피스 두 개(쿠라모치의 눈에는 똑같아보였지만)를 콕 집어 보여주는 여자애에게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넌 왜 이걸 나한테 물어보냐?"


쿠라모치의 물음에 여자애는 동그란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리다가 평온하게 대답했다.


"그야 쿠라모치 군의 취향이 궁금하니까."

"내 취향이 왜 궁금한데."


이어진 물음표에 여자애는 동그란 얼굴에 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에. 몰랐어? 나, 쿠라모치 군 좋아하는 걸."


잠시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쿠라모치를 보면서 그녀는 잡지의 페이지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러니까 쿠라모치 군한테 고백할 때 어떤 걸 입으면 더 예뻐보일지 궁금해서. 알려주면 안 돼?"


교복이 낫나? 아니면 중학교 때 세라복? 뒤이어 종알거리는 목소리가 쿠라모치의 귀를 통과해 지나갔다.


"………너 진짜 취향 이상한 거 아냐………."


잠시 뒤 정신이 돌아온 쿠라모치가 목부터 귀까지 새빨개진 얼굴로 할 수 있었던 말은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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