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나 시국으로 심심해서 시작하기로 했던 틴아 소품샵의 잊혀진 코너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SM>을 아시나요?

여러분이 잊고 있을 것 같아서 그 후속편 들고 왔습니다. 오늘의 리뷰는 지금까지도 언급되는 에프엑스의 대표적인 띵곡 '첫 사랑니'가 그 주인공 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일단 시작해보려구요. 렛츠 고!

정규 2집 Pink Tape

타이틀 곡 첫 사랑니(Rum Pum Pum Pum)은 어느날 시작된 첫사랑을 갑작스레 잇몸을 뚫고 자라나는 사랑니에 비유한 노래이다. 

이 곡의 재밌는 부분은 곡의 화자가 사랑니라는 것이다. 화자가 청자에게 나는 너의 사랑니라고 말하며 너는 원치 않아도 나로인해 당황스럽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도 하며, 잠도 오지 않을 거라 말하며 사랑의 부정적인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청자의 공감을 얻어 낸다. 그리고 이 경험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 경험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사랑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기타리듬과 퍼커션으로 진행되는 노래는 긴장감을 조장하는 멜로디 사이에서 크리스탈이 가사를 읆조리듯 시작하며, 그를 받쳐주는 멤버들의 풍부한 코러스가 불안정한 심리와 머리속을 멤도는 상념들을 청각적으로 표현하고, 건조한 리듬들 사이에서 공간감을 부여한다. 특히 이명처럼 들리는 브릿지의 한박자씩 밀어져 나오는 코러스가 일품이라 생각한다. 그 브릿지는 마치 첫사랑이라는 낯선 존재을 가시화하듯 불안정하고 정신없게, 그로인해 그 감정이 실감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곡의 메세지는 명료하되 변칙적인 흐름들, 다양한 구간과 허르 찌르는 곡구성은 낯선 감정을 접한 화자의 마음을 효과적 표현했다. 

그리고 곡이 난잡해지기 전에 후렴구 Rum Pum Pum Pum으로 시원하게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 곡구성이 이처럼 복잡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첫사랑니는 띵곡으로서 아직까지도 덕후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크으ㅡㅡ 이게 스엠 뽕이라는 거다.


Pink Tape와의 연계

그리고 노래 중간엔 "이젠 둘만의 비밀을 만들어줄게 쉿! 둘만의 쉿!" 라는 가사가 나온다. 여태까지 사랑니 역할을 하며 '너'만을 호칭하던 화자가 갑자기 '우리'를 말하며 비밀을 만들자고 하는데 나는 이 부분을 두가지로 해석한다. 

1. 사랑니 역할을 하는 화자는 말이 사랑니이지 본질은 상대의 첫사랑 역할이다. 첫사랑의 대상이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상대를 알고 있으므로 너와 나, 서로을 가르키며 둘만의 비밀이라고 했다. 

2. 사랑니를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누군가의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비밀은 떳떳하지 못한 것을 감추기 위한 것임으로 둘만의 비밀은 이성애가 아닌 동성애를 말하는 것이다.

2번의 해석은 아까 컨셉트레일러 'Pink Tape'의 내용과도 맞아 떨어진다. 



앨범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첫 사랑니가 띵곡이라는 점과 함께 사전에 티징 되었던 아트 필름과 연계되어 비디오 테이프 처럼 만들어진 앨범이 소구력을 더했다고 본다. 요즘 같이 팬싸나 포카깡을 위해 대량 구매되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앨범이라는 것의 본질적인 가치를 핑크테이프는 지켜내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


코디

굳이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영상에 첫사랑니 코디의 갓벽함이 기록 되어있다. 크롭되지 않은 상의에 심플한 테니스 스커트로 통일한 의상에 멤버들의 개성에 맞춰 시스루 장갑이나 하네스, 멜빵, 스니커즈, 구두, 스타킹, 그리고 다리에 흉터 분장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명품을 퀼트처럼 조각내어 걸레 쪼가리 만드는 바보같은 코디들은 이 영상을 보고 한수 배워야한다. 한국 남자, 여자를 어떻게든 아득바득 인간 명품으로 만들려는 쓰잘때기 없는 노력은 안해줬으면 좋겠다. 보세로 테니스 스커트 열풍을 만들었던 에프엑스를 보고 배워라.



정리



에프엑스의 전작들이 불규칙적이고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10대 특유의 감성을 대변한다고 하나, 다소 난해한 이미지와 불친절한 대화 방식에 호불호가 쉽게 갈렸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클래식은 영원한 법, 본질적인 가치를 잊지 않는 것들은 느리지만 대중의 마음을 겨냥하는데 성공하고야 만다. 에프엑스도 마찬가지였다. 느리더라도 자신들의 색깔을 트렌드로 바꿔버리는 그룹은 흔치 않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에프엑스를 잊지 않고, 그 시절이 좋았는데... 하면서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들의 역사에서 에프엑스를 지우려는 듯이 구는 스엠은 내 맘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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