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순서가 홍월 바로 뒤만 아니었어도 잠깐 무대 위의 쿠로를 볼 수 있었을텐데. 테토라는 아쉬워하면서도 마음을 바꿔먹기로 했다. 그 말은 곧 쿠로가 여유있게 대기실에서 테토라의 무대를 보게 되리란 뜻이니까.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최선을 다 해야 하겠지만, 쿠로가 보고 있는 무대와 그렇지 않은 무대는 솔직히 테토라에겐 마음가짐부터 차이가 났다. 아직 자신이 미숙해서 그런 것일 테니, 더욱 노력해서 언제나 모든 무대를 쿠로가 보고 있다고 이미지하며 수련하기로 했다.

 멤버들과 함께 하는 파이팅은 이미 대기실에서 하고 나왔다. 여기는 무대 바로 뒤이니까 그런 큰 소리를 냈다간 꼼짝없이 홍월 무대의 사고가 된다.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선 안 되지.


 [그럼, 멋진 무대를 보여준 홍월 멤버들에게 박수 부탁해!]


 방송위원회 부장이 오늘 사회를 맡고 있다. 그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져나오고, 다음 차례인 유성대 멤버들도 긴장도 떨칠 겸 가볍게 몸을 풀고 있을 때였다.

 무대 뒤로 들어온 쿠로와 눈이 딱 마주쳤다. 심장이 덜컹거릴 정도로 놀란 동시에 너무 좋기도 해서, 테토라의 머릿속에서 과부하가 일어났다. 어쩌면 진짜로 스파크가 튀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테토라가 얼어붙어 숨을 멈추고 있자, 치아키가 가장 먼저 그 상태를 눈치채고 쿠로를 불렀다.


 "수고했다, 키류! 잠깐 와서 우리 후배들 어깨라도 좀 쳐 줘라."


 쿠로도 테토라와 눈이 마주친 후 그의 상태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케이토와 소마가 대기실로 돌아가는데도 테토라를 보면서 가만히 서 있었지. 마침 치아키가 해결책을 제시해주어서, 쿠로는 웃으며 다가와 테토라의 양 어깨를 잡고 다독여주었다.


 "힘내라, 네 무대도 기대하고 있겠다."


 치아키의 처방은 정확했다. 정신을 차린 테토라는 곧 평소의 단단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쿠로에게 답할 수 있었다.


 "물론임다, 기대하신 만큼 멋진 무대 보여드리겠슴다!"


 이 자신감은 테토라가 스스로의 실력과 노력을 믿기에 나오는 것이다. 쿠로는 그런 테토라가 정말 부럽고, 또 좋았다.

 테토라의 등을 가볍게 쳐 주고, 치아키가 부탁한 대로 다른 1학년들도 가볍게 다독인 다음 쿠로는 대기실로 돌아갔고, 테토라는 잔뜩 들뜬 얼굴이 되어 무대 위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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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대에 무슨 짓이라도 했나?"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화면을 보고 있던 케이토가 묻기에, 쿠로는 의아해하며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케이토는 들고 있던 부채로 화면을 가리켰다.

 방금 막 무대에 올라온 유성대 멤버들이 퍼포먼스를 시작하고 있었다. 유메노사키의 에너지 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 활기찬 아이돌들은 오늘도 관객석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무대를 기획해 왔다. 뭐, 한 명 정도는 조금 의욕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테토라는 정말 기운이 넘치고, 강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쿠로의 눈이 작은 닌자에게 향했다. 딱히 실수나 큰 문제를 안고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케이토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음, 모리사와가 1학년들 어깨 좀 쳐 달라고 했었기 때문에..."

 "설마 주먹으로 날린 건 아니겠지? 부디 홍월과 나에게 위기를 가져오지 말아라."


 그건 아닌데, 좀 세게 치긴 했던 모양이지. 쿠로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나중에 시노부와 미도리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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