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2차 연성입니다.

손책조조 메인으로 왕윤 짝사랑하는 조조가 소량 나옵니다.

50화 이후에 다시 만난 둘에 대한 망상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레히삼 완결까지 보지 않으신 분들께선 네타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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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깼나.”

“…….”

“뭘 그렇게 보지?”

“넌…….”



몇 번 새벽에 열이 올라 헛소리를 하던 녀석은 아침이 되자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었다. 손책은 그리 잠귀가 밝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편한 자기 방을 놔두고 굳이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오만 곳을 떠돌아다니다보니 불편한 상황에서도 곧잘 잠을 잤지만 새벽 내내 뒤척거리기만 했다. 가끔 약한 기침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기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난 네 녀석 간호하느라 한숨도 못 잤는데.”

“…….”

“정말 예의가 없는 자 아닌가.”

“내가 언제 구해달라고 했었지?”

“뭐라?”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울분이 터졌다. 당장 죽어 넘어갈 것처럼 쓰러져 있던 녀석이 좀 살만 해졌다고 저런 식으로 냉랭하게 군다. 어디까지 참아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환자라고 하니 주먹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쓸데없는데 오지랖 부리지 말라고 했다.”

“…….”

“별거 아니야. 그냥 좀…….”



입술을 꾹 깨물면서 고개를 숙인다. 참 뻣뻣한 사람이었다. 아니면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이 그렇게도 없나 싶었다. 방금까지 아팠던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멀쩡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하지만 손책이 좀 더 빨랐다.



“뭘 하는 거야!”

“좀 더 누워있어.”

“필요 없어.”

“어째서?”

“내가 네 녀석한테 그런 것을 왜 말해야 하지? 됐으니까 저리 비켜.”

“구해준 사람한테 대뜸 이놈 저놈 하는 걸 보니 아프진 않은 것 같고. 그건 다행이네.”

“…….”

“강동관에 온 김에 밥이라도 먹고 가라.”

“…됐어.”



도대체 이 녀석은 좋아하는 것이 뭘까 싶었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이렇게 대놓고 거절을 하고 있지만, 손책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물어봐야 할 것도 많은 데다 이렇게 보내면 초선이를 볼 면목이 없었다. 손책 치고 굉장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데, 조조는 그걸 알 턱이 없었다.



“그렇게 그냥 가면 초선이가 걱정할 텐데. 안 그런가?”

“뭐?”

바로 반응이 온다.

“초선이가 나한테 전화를 했다.”

“…….”

“네 녀석은 싫다고 했지만, 내 번호가 도움이 되긴 했지. 그렇게 걱정을 하는데 왜 연락도 없이 그런 곳에 쓰러져 있었는가.”

“…….”

“말하기 싫어도 나를 이해시켜야 할 거야.”

“…….”

“난 초선이의 부탁을 받아 널 찾아온 거니까. 일단 밥부터 먹고 좀 더 쉬도록 해.”

“…….”

“그래도 멀쩡하다면 데려다 두지. 그런데 일은 안 하나?”

“그걸 왜 신경 써.”

“됐다. 얌전히 누워있어.”

“…….”



손책은 금방 말을 돌려버린다. 조조는 당장 이불을 집어 던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눕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나갈 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저 끙끙 앓으면서 앉아있었다. 한번 의식하니 한없이 불편해진다. 시간을 좀처럼 가지 않고 밖으로 나간 손책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드디어 문이 열렸다.



“먹어야 약을 먹지.”

“…….”

“아까 내 주치의가 와서 다시 주고 갔어. 몸살이랑 스트레스 같다던데.”

“됐다. 그런 거.”

“그런 거 치곤 얼굴이 말이 아니라니까.”

“정말.”

“응?”

“속도 좋군. 도원관의 유비와 친구라고 했던가. 어쩐지. 그럴 거 같다고 생각했어.”

“유비는 내 친구지.”

“한심하긴.”

“어서 먹어. 먹고 이야기하자.”



도대체 유비나 손책이나 이렇게 사람한테 먹을 것을 못 먹여서 야단인지. 실컷 앓다가 일어나서일까. 입안이 바짝 말라서 마치 모래가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봐도 식욕이 돌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딱히 아침을 먹고 다니는 편이 아니었다.



“…….”

“뭐가 또 문제야. 이상한 거 타지 않았다. 그건 무술가의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니까.”

“별로…먹고 싶지 않군.”

“응?”

“아침을 안 먹는 편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는 건 어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대단한 사람이야. 조조.”

“도와준 건 고마웠다. 난 이만 가볼 곳이 있어서…….”



젓가락도 들지 않은 밥상을 그대로 간이 탁자에 내려놓았다. 침대에서 내려올 때 순간 어지러움을 느낀 것 같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머리가 핑글핑글 돌고 속은 메스껍기만 했다. 먹은 것도 없는데 단단히 체한 것처럼 뱃속이 답답했다.



“…….”

“죽으러 가?”

“뭐?”

“그럼 표정을 하고 있는데 이대로 보내는 건 무술인의 수치라고 할 수 있지. 데려다줄 테니 같이 가자.”

“그러니까 내가 왜 너와…….”



힘이 얼마나 센지 몰랐다. 조조는 있는 힘껏 표정을 구기면서 팔을 빼 오려 했지만, 단단히 옭아맨 손은 풀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무술인 무술인 하더니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초선이 앞에선 적어도 멀쩡한 척 연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니까 이런 일에 초선이를 올리지 마.”

“걱정해서. 밤에 전화했어.”

“…뭐?”

“아저씨가 사라졌다고.”

“…….”

“자기를 두고 어디 갈 리가 없는데, 돌아오지 않는다고 도와달라고 했다.”

“…….”

“도와준다고 한 것은 나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알고는 있었나.”

“…….”

“그러니 서로 오해는 풀고 그날 상황에 관해선 설명을 해야 할 것 아닌가.”

“…….”

“앉아.”

“…….”



눈에 띄게 얌전해진 조조를 침대 가장자리에 앉힌다. 서서히 머리가 식어가니 조조도 뭔가 궁금증이 생긴 모양이었다. 다 식은 밥상을 물리고 찻상을 들인다. 조조는 이런 상황을 영 탐탁지 않아 했다. 하지만 때론 이렇게 장단을 맞춰야 할 상황이 있었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한 번 더 말이 얽히고 나자 민망한 표정으로 서로 반대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래서 어색한 자리를 만들지 않으려 했는데, 생각처럼 되진 않았다. 지루한 대치 상태가 계속되었다. 결국, 먼저 인내심이 다한 손책이 입을 열었다.



“거기엔 왜 갔었던 거야.”

“…뭐?”

“처음 발견했을 때 모습을 보면 누군가에게 맞거나 납치를 당한 건 아닐 테고.”

“…….”

“무슨 일을 하고 다니기에.”

“별거 아니야. 그냥 그곳에 가야 했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줄 생각이 없는 거네?”

“그런데…….”

“응?”

“넌 내가 거기 있는 줄 어떻게 알았지? 나랑 만난 적이 있던가.”

“아…그건.”

“누가 알려준 거지?”



경찰은 눈치가 빠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알려지는 것을 경계한다. 손책하곤 몇 번 만나지 않은 사이였고, 개인적인 일을 이야기할 정도로 친하지도 않았다. 유비와도 몇 번 밥을 먹은 사이라는 것을 볼 때 손책은 얼굴만 아는 타인일 뿐이었다.



‘도대체 저자가 어떻게 아는 건가.’



그곳은 왕윤 선배와 자신만의 공간이었다. 자신의 잘못이 묻힌 곳. 사라지지 않는 곳. 하다못해 같은 경찰서에 근무하는 동료들마저 그 장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선 쉬쉬하기 바빴다. 물론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이유없이 희생당한 사람에 대한 예의. 그 옆에 있었던 목격자를 위한 배려. 그리고 이젠 묻어야 하는 아픔까지. 큰일이 있었던 곳은 암묵적으로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그런 곳을 저런 무술 바보가 알 리 없었다. 설마 동탁의 부하일까. 그런 의심을 가졌지만 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왕윤에게 몇 번이나 혼이 났던 리스트 속에 이런 인물은 없었다. 강동관의 첫째 맹호권의 고수. 이 남자의 이름만 들어도 무슨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의중을 알아챈 건지. 손책은 곧은 눈으로 조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단단한 시선이 심장에 쿡 박히는 것 같았다.



“난…….”

“…….”

“난 알아야겠다. 솔직히 대답해주면 나도 생각해 보도록 하지.”

“그거 부탁하는 사람의 말투치고 정말 예의가 없군.”

“그쪽도 궁금한 게 있을 테니. 서로 거래를 하는 것은 어때.”

“맘대로 해라. 그런 것 또한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그래 궁금한 게 무엇이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서로 지독히도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었다. 한쪽은 무조건 의심부터 하고, 다른 한쪽은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삐걱거리던 대화가 겨우 정상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차가 식어서 다시 내올 무렵이 되어서였다.



“누가 알려줬다고?”

“유비.”

“유…비?”

“그래. 초선이가 혹여 네가 없이 도원관에 가서 걱정하지 않을까 해서 갔었다. 도움을 받으면 더 좋고 말이지. 혼자 찾는 것보단 둘이 낫지 않은가.”

“…….”

“그런데 묘한 말을 하더군.”

“…….”

“잘 듣진 못했어. 혼잣말처럼 아주 작았거든. 어디에 있다? 가라? 비슷한 말이었는데.”

“…….”

“긴말 하지 않고 이쪽 주변을 가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무작정 찾아왔는데, 네 녀석이 쓰러져 있기에 데리고 들어왔다.”

“유비는 어떻게 알았지.”

“나야 모를 일이지. 아마 주변에서 들은 것 아닌가.”

“그럴 리가.”

“왜? 그곳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곳인가?”

“아니야. 그저…….”



입을 다문다. 말하기 싫다. 혹은. 말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손책은 더 캐묻지 않기로 한다. 이 정도만 말한 것도 기적이려니 했다. 조조는 이젠 정말 가야 한다며 단호하게 일어섰다.



“피차 궁금한 점은 다 해소한 것 같으니. 그만 가보겠다.”

“응?”

“네 말대로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보러 가야 하거든.”

“손이 많이 가는 데다가 멋대로이기까지 하군.”

“네놈 마음대로 날 살려줬으니 나도 마음대로 이곳을 나가겠다.”

“좋아. 다음에 다시 보지.”

“다시 볼 일이 있을 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세상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혹시 알아.”

“…….”

“옛날에 우리가 만났을 수도 있어.”

“강동관의 첫째는 상상력이 제법 풍부하군. 좋은 현상이야.”



말없이 들어온 사람은 훌쩍 떠나버린다. 손책은 흔적 없이 사라진 조조의 뒷모습을 쫓았다. 몇 번 마주쳤을 때만 해도 흔들림 없이 단단하고 곧은 사람인 줄 알았다. 물론 그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서 본 녀석은 생각보다 많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 캐낼 정보가 없었다.



“갔어?”

“어? 어. 그래. 갔다.”

“좋아. 우리가 궁금한 거 많이 참았지? 확실하게 설명해야 할 거야.”

“뭘?”

“뭐긴 뭐야. 밤새 나가서 헤매고 다닌 거. 갑자기 사람을 업고 들어온 거 전부다!”

“아니…그러니까. 그게.”

“몰라. 엄마도 확실히 알아오라 하셨어. 자꾸 그러다 또 아프면 어쩌려 그래.”

“미안하다.”

“그 말은 엄마 앞에서 하길 바랄게. 오빠?”

“뭐?”

“엄마가 오늘은 바로 들어오래.”

“…….”



잠시 조용하다 했더니 이제 시작이었다. 눈앞에 선한 잔소리를 하나하나 주워 담던 손책은 몇 번이나 한숨을 쉰다. 그리곤 입도 대지 않은 찻상을 치운다. 사람 한번 도와줬다 이 꼴이라니. 정말 하늘이란 것이 있으면 자신한테 이러면 안 되는 일이었다.




**




“…….”



빈속인 데다가 감기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몸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버틸 만했다. 돌아가다 쓰러지지만 않는다면 그만인 일이었다. 이러다 경찰서로 복귀하면 또 잔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예전처럼 박차고 나가지 않는 것은 그저 그곳에서만 왕윤의 자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라 얼굴만 보여도 싸우던 사람조차 조조를 감싸준다. 그런 친절이 때론 숨이 막히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단호히 쳐내기엔 조조도 많이 지쳐있었다.



“초선이만 보고…돌아가서 좀 쉬고.”



그다음엔. 사실 여기까지 생각하는 것도 힘에 부쳤다. 분명 강동관을 나올 때까진 멀쩡하던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축 처지면서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을 막았다. 좀 더 쉬다 올 것을.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급하게 고개를 휘젓는다. 머릿속은 좀 더 멍해졌지만, 약한 생각은 다행히 사라졌다.



“…….”



죽겠다. 당장 입 밖으로 나올만한 소리는 한 가지뿐이었다. 예전 같으면 아프다고 이렇게 투덜거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걷고 또 걷다 잠시 멈춰 섰다. 잘 닦인 상점 유리창을 보면서 억지로 웃어본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에 퀭하게 들어간 눈을 한 남자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초선이는…아저씨가 웃는 모습이 제일 좋아!’



맑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 열에 들떠서 환청을 들은 것일 수도 있다. 최대한 아이가 놀라지 않게 무사한 척을 해야 했다. 이 정도 숨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본다. 평생 연기를 하면서 살아왔는데 이까짓 것 하나 못해서 아이에게 걱정을 안겨줄 수 없었다.



“누구세요?”

“초선아?”

“아저씨?”

“응. 아저씨야.”



문이 급하게도 열린다. 놀란 토끼 눈을 한 아이가 품으로 안겨든다. 감기가 옮으면 어쩌지. 이미 반쯤 아이를 끌어안고 있으면서 괜한 걱정을 한다. 눈을 깜박이면서 여기저기를 뜯어보던 아이가 작은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아. 다른 건 다 숨겨도 이건 못 숨기는데, 아이는 눈치가 참 빨랐다.



“아저씨 아파? 그래서 못 온 거야?”

“아니야. 아저씨가 일이 있어서 추운데 오래 있었더니 몸이 풀려서 열이 나서 그래.”

“…….”

“정말이야. 하나도 안 아프다니까. 초선이한테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정말 중요하고 비밀스러운 일이라 못했어. 미안해?”

“…정말이지?”

“그럼. 아저씨가 초선이한테 거짓말 하는 거 봤어?”

“아니.”

“오늘은 또 일 가봐야 해. 초선이 할머니랑 도원관 갈 수 있지? 아저씨 없다고 운동 빠지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응.”

“다음에 같이 인형 사러가자. 아저씨가 약속할게.”



세상에서 가장 멀쩡한 모습을 가장한다. 조금 더 부드럽게. 아이가 서운해 하지 않게. 조근조근 최대한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말을 건다. 물론 조조 앞에 있는 아이는 남자의 생각보다 훨씬 당찬 아이였다. 물론 아저씨가 말도 없이 사라진 것은 슬프지만 직업에 대한 이해가 없진 않았다.



“그럼…나중에 꼭 같이 노는 거야?”

“물론이지.”

“약속.”

“그래. 약속.”



펄펄 끓는 열이 손가락까지 퍼지지 않을까. 그래서 혹시 아이가 눈치를 챌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별다른 소리 없이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을 찍는다. 몇 번이나 아쉬운 듯 문을 붙잡고 서있는 아이에게 어서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어준다.



“…….”



닫힐 듯 닫히지 않던 문이 닫히고 나서야 조조는 긴 신음을 내뱉었다. 조금이라도 험하게 움직이면 그대로 기절할 만큼 아픈 고통이 느껴졌다. 원래 아침은 잘 먹지 않는 편이고, 경찰이기에 건강에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꼭 당장 죽을 사람처럼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택시는커녕 거리에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지러워.”



눈앞이 핑글핑글 돌기 시작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럴 때 전화할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에 절로 실소가 흘러나왔다. 너 정말 멋대로 살았구나. 사람이 아프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했던가. 조조는 간신히 화단에 걸터앉았다. 조금만 쉬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



앞으로 크게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남자를 누군가 받아든다. 그리곤 혀를 쯧쯧 차면서 잔소리를 퍼붓는다. 물론 열에 들떠 정신이 없는 남자는 그 소리조차 알아듣지 못했다. 너희 집이 어디야. 뚝뚝 끊어지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을 뜰 수도 없어 마냥 끙끙거리기만 한다.



“이 꼴을 해서 안 아픈 척을 했다 이거지.”

“…….”

“저기.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

“큰일이네.”

“…….”



집을 알 수 없으니 데려다줄 수도 없고, 직장을 모르니 수소문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제 발로 나간 사람을 다시 들쳐 메고 들어가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텐데. 손책은 잠시 고민을 한다. 하지만 힘든 사람을 보고 지나칠 만한 성품이 되지 못한다. 결국, 남자를 부축해 일어선다. 강동관으로 출발하려는 그때. 약간 정신이 들었는지 손책의 어깨에 걸쳐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더니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뭐야.”

“길에 쓰러진 사람 수거 중이지.”

“…….”

“싫으면 집만 알려줘. 데려다줄게.”

“됐어. 나 혼자 갈 수 있…….”

“퍽이나.”

“…….”

“집을 알려주던지 나랑 같이 강동관으로 가던지. 선택해.”

“너…정말 시끄러워.”

“알면 됐다. 그럼 가자.”

“…….”



머리가 징징 울린다. 하지만 저놈 집으로 다시 들어가긴 싫었다. 손책을 붙잡고 버티면서 기어코 택시를 잡았다. 기사에게 집 주소를 알려준다. 그리고 뒷좌석에 쓰러지듯 들어가 앉았다. 끙끙 앓는 손님을 바라보던 택시기사는 영 불안한 표정으로 손책을 쳐다본다. 이미 반쯤 의식이 나간 거 같은 녀석을 보던 손책은 결국 앞자리에 앉고 말았다. 세상엔 가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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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책 화이팅!

조조가 생각이 많고 한많아서 손책 정도로 넓은 가슴을 가져야 좀 품어주고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묘하게 일직선인 무술바보 손책과 곧은 길도 의심하고 보는 조조를 많이 좋아합니다



쩜오 연성 창고 트위터 : @hwanwol_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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