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이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나는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환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민규형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기분 좋아?'


'ㅇ..ㅓ...어?'


'왜 당황하고 그래'


'아.....내가...형한테 한 짓이 있으니까....'


'...신경안쓰니까 걱정하지마'


'응...'


민규형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여전히 미안하다. 못된 짓을 많이 했으니까...

우리는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서로 무슨 말을 할지 눈치만 보다가 단톡 중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서로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며 아무말이 없었다. 단톡에서는 다른 형들과 어색하고 현실에서는 민규형과 어색하다. 이런 우리를 놀리는 형들이 그저 귀엽게 느껴진다.


석민이 형은 친해지길 바래를 찍어야 한다며 말을 덧붙였다. 그 말에 형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말을 덧붙였다.

그 말에 가장먼저 반응한 명호형은 나에게 친분을 과시했다.

나 역시 친해지길 바래르 찍는게 싫기에 빠른 속도로 반응했다. 그 뒤로 준휘형이 친분을 과시했다.

준휘형은 내 책상위에 빵을 올려놓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책상으로 눈을 돌렸다.


언제 놓고 갔는지 모를 빵이 책상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고맙다고 톡을 보낸 뒤 빵을 가지고 다시 자리로 왔다. 나는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빵의 봉지를 뜯어 빵을 꺼낸 뒤 반으로 뜯었다.

반으로 뜯은 빵은 옆에 앉아있는 민규형한테 주었다. 민규형은 거절하려다 내 빵을 받았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동시에 빵을 한 입 물었다.

옆에 두었던 핸드폰을 다시 들어 톡에 들어갔다. 들어가자 형들은 회장을 뽑는다고 했다.


원우형이 공약아닌 공약을 보냈다. 그 뒤 민규형이 공약을 보냈고 마지막으로 찬이가 공약을 보냈다.

승철이 형은 투표함을 열었다. 익명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투표함이었다. 옆을 힐끗 보니 민규형은 고민도 없이 찬이한테 투표를 던졌다. 나는 누구에게 표를 주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민규형이 내 핸드폰을 빼앗아갔다. 나는 갑자기 내 손을 떠난 핸드폰에 눈을 쫓았다.


민규형은 나를 힐끗 보고는 투표할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그 물음에 없다고 답했다.


'그럼 내가 투표할 사람 골라줄게'


'그렇게 해요'


'찬이로 해'


'네'


나에게 다시 핸드폰을 건내주었다. 나는 찬이에게 투표를 던졌다. 벌써 2표를 받은 찬이는 회장에 유력하였다. 그에 비해 원우형은 1표를 받았다. 민규형 역시 1표를 받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찬이가 회장이 될 것이다. 나는 누가 회장이 되든 관심이 없다.

모두 일을 잘하는 유능한 사람들이기에 걱정이 없다. 민규형은 언제 자리로 갔는지 옆에 있어야 할 민규형이 없어졌다. 


나는 밖으로 나가려고 문 앞에 섰다.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았다. 돌리기도 전에 문은 열렸다.

문 틈 사이로 준휘형의 얼굴이 보였다. 준휘형은 바로 앞에 있는 나를 보고는 깜짝놀랬다.

나 역시 깜짝 놀랐다. 


'무...뭐야!'


'아....'


'하아...깜짝이야....'


'죄송해요'


'아니야, 뭐가 죄송해 니 탓이 아닌데'

'그나저나 어디가?'


'잠깐 바람 좀 쐬려고요'


'승관이도 밖에 있던데...호수 쪽으로 가봐'


'......네'


준휘형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잘 뛰어가네'


'그치? 너도 알고 있었어?'


'네, 형은 어떻게 아셨어요?'


'뭐...감이지? 그러는 너는?'


'저도 뭐, 감이죠'


'흐응...그래 뭐, 나는 이만 잘래'


'조심하세요'


'...뭔 짓 하게?'


'무슨 짓을 한다고...저는 이석민이 아니에요'


'ㄴ..ㅓ...너 어떻게 알았어??'


'음...감?'


'.......비밀인데, 알지?'


'흐응...글쎄요?'


'......민규 형'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은 여기서 그만하자'


'네, 저는 과제해야 하기 때문에 조용히 해요'

.

.

.

.

.

밖으로 열심히 뛰어나가자 승관이의 뒷 모습이 보였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승관이를 불렀다.


'승관아'


'...어? 한솔이?'


'여기서 뭐해?'


'속이 답답해서...산책 하러 나왔어!'

'방금 전에 준휘형도 만났는데!'


'그래? 나도 산책하려고 나왔는데'


'진짜? 그럼 같이 산책하자!'


'그래'


나는 승관이와 함께 호수 주변의 길을 걸었다. 서로 오가는 말이 없다. 어색할 법도 하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그저 서로의 옆에 붙어 나란히 길을 걸었다. 은은한 달빛이 우리가 걷는 길을 밝혀주었다.

분위기도 좋았다. 이 분위기라면 고백을 하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옆을 슬쩍 바라보니 승관이의 옆 얼굴이 보였다. 지금 고백해도 될까? 이젠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고민이 된다. 하지만, 승관이도 나를 좋아할까? 고백했다가 차이면 친구도 안 될텐데...


나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자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슬쩍 바라보니 승관이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웃어?'


'음~무슨 고민을 하는지 너무 잘 알아서?'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니, 그 보다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건 어떻게 알았어?'


'너는 모르겠지만, 고민할 때 버릇이 있어!'


'버릇? 그게 뭔데?'


'고민할 때, 입술을 내밀고 턱을 만지는 버릇이야ㅎㅎ'


'아....'


'음~ 지금 고백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지?'


'...어떻게 알았어?'


'니가 좋아하는 게 느껴지니까...'

'나도 너 좋아하고...'


'......그 말은'


'응, 나 한솔이 좋아해'


'나도 너 좋아해, 우리 연애할래?'


'...응ㅎㅎ'


지금 상황은 매우 좋다. 은은하게 들어오는 달빛과 그 주변을 비춰주는 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보다 작은 승관이는 나를 올려다 보며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우리는 달빛아래 서로를 꽉 안으며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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