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Mr.










창문 너머로 햇빛이 잠을 깨운다. 이불을 돌돌 감고서 다시 꿈나라고 가길 청해보지만 이미 잠이 깬 스가는 창문을 열고선 길거리의 북적거리는 모습을 내려다봤다. 언제나 활기가 도는 곳이지만 평소보다 다들 들뜬 것은 아마 카니발 때문일 것이다. 1년 중 단 3일. 작은 섬마을에 사람이 미어터지도록 오는, 마을 사람들도 가장 좋아하는 기간이다.

"코우시, 일어났으면 얼른 내려와서 밥 먹어."

"네"

스가는 이 때가 되면 사람들과 기분에 공유하듯 함께 들뜨곤 했다. 엄마의 부름에 부엌으로 뛰어 내려가는 발걸음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동동거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접시 위의 베이컨과 계란 프라이를 순식간에 비운 스가는 빵 하나를 손에 들고선 현관을 나섰다. 허겁지겁 뛰어나가는 그의 모습을 모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의 여동생 아야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 엄마 아야메도 카니발 구경할래요! 친구들이랑 아침밥 먹고 같이 가기로 했어요!"

"그래. 저녁 먹기 전엔 돌아와야 한다."

그녀는 제 오빠를 따라 허겁지겁 접시를 비우려는 딸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곤 프라이팬 앞에 섰다.

"천천히 먹어도 카니발은 끝나지 않아요."

그리곤 프라이팬에서 노릇하게 익은 핫케익을 뒤집었다.



*



카니발 기간이면 부둣가를 따라 천막이 줄을 서고선 각자만의 특색을 보여주곤 한다. 맛있는 냄새가 유혹하기도, 반짝이는 것들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때론 신기한 구경거리로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잡기도 했다.

스가는 부둣가 울타리에 기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곤 축제의 아침을 반겼다.

'벌써부터 마빈 아저씨의 닭고기 천막이 문을 열었나보다.'

싱긋 웃으며 천막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그는 순간 무언가 둔탁한 것에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었다.

"Sorry. Ben je oke, jongen? (꼬마야 괜찮니?)"

가벼움과 무거움의 중간 어디에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스가에게 손을 뻗었다. 건강해 보이는 갈색빛 피부가 그의 눈에 보였다.

"Fijn en ik ben niet een kind. (괜찮아요. 그리고 저 꼬마 아니에요.)"

웃으며 그의 손을 거절한 스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 카니발 첫 날부터 이게 무슨 꼴인지, 무엇보다 어엿한 성인인 자신에게 꼬마라고 한 게 그는 마음에 안 들었다. 스가는 자신 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어둔 밤보다 더 짙은 검은 머리를 한, 더운 날씨에는 어울리지 않는 양복을 빼입은 남자였다.

"Oh u! u...u..... 팜플렛에서 본 카니발보이!"

스가의 얼굴을 본 남자는 갑자기 손가락으로 스가를 가리키며 일본어를 했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건 실례라고요."

"오야오야 꼬맹이 너 일본어 할 줄 알아? 여기선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꼬맹이 아니라니까요. 아버지가 일본 사람이라서 할 줄 알아요."

가까이 사는 사람끼리 다 알고 지내는 이 곳에서 외지인은 금방 티가 나곤 한다. 동양인일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일본 사람일 줄이야. 스가는 조금 놀랬다.

'일본 사람은 대부분 작은 줄 알았는데 나보다 큰 사람.'

스가 본인도 작은 키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앞에 있는 남자는 고개를 살짝 들어야할 만큼 꽤나 키가 컸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괜찮으면 가이드 좀 해줄래, 카니발 보이? 아까 봤다시피 내 네덜란드어 실력은 완전 초보자 수준이거든."

"어린애 취급하는 거 그만 두시면 생각해볼게요."

"좋아. 카니발 보이. 난 쿠로오 테츠로. 그쪽은?"

"스가와라 코우시에요. 스가라고 불러요."

"좋아. 스가군. 그럼 가볼까?"

쿠로오는 스가를 향해 먼저 가라는 제스처를 하곤 씨익 웃어보였다. 능글맞은 그 웃음이 왠지 스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의 앞을 지나갔다.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밝은 회색머리의 소년을 내려다보며 쿠로오의 입가는 계속 곡선을 그리며 그의 뒤를 쫓아가고 있었다.

"이런 질문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스가와라군은 나이가 몇 살이야? 음 팜플렛에서 본 것보단 큰 거 같은데."

"올해 생일 지나면 26살이에요."

"오야오야오야 정말 성인이네? 동안인걸. 스가군.

"그쪽은요?"

"그쪽이라니 쿠로오라고. 나는 32살."

"아저씨네요."

"아저씨 아니거든."

"아저씨라고 불러야겠어요."

"아저씨라니 그냥 쿠로오상이라고 불러."

"싫어요. 아저씨."

"오야오야. 그럼 나도 꼬맹이라 부른다."

알록달록한 건물 벽을 배경으로 한 돌길을 걸으며 둘은 티격태격 거렸다. 결국 '스가군' '쿠로오상'으로 합의를 본 둘은 천막 앞을 지나고 있었다.

"hey Suga Wat dacht je van kip? Echt goed vandaag. (스가 닭고기 어떠니? 오늘 정말 맛있단다.)"

"쿠로오상 닭고기 먹을래요? 마빈 아저씨네 닭고기 꽤 맛있어요."

"흠 좋지."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흰 머리를 한 통통한 할아버지가 둘의 발길을 붙잡았다. 석쇠 위에서 맛있는 향기를 풍기는 고기를 보며 둘은 입맛을 다졌다.

"Ik denk dat je een nieuwe vriend. of geliefde? (새 친구를 사귀었나 보구나. 아니면 애인?)"

"Het is niet zo. Dat is slechts een leidraad. (아니에요. 그냥 가이드해주는 것뿐이에요.)

짓궂게 걸어오는 장난에 스가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런 모습이 그저 재밌는지 마빈은 허허허 웃으며 그에게 음식을 건넸다.

"계산은 내가 하지. Hoeveel is het? (얼마에요?)"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쿠로오가 계산을 했다. 스가는 왜인지 그 모습에 마빈이 더욱 즐거워하는 것만 같았다.

'후 한동안 이걸로 놀리겠구나.'

"Ik heb een beetje meer te zetten. hebben een heerlijk. En Goede dating!

(조금 더 넣었으니 맛있게 먹으렴. 그리고 데이트 잘하고!) "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등 뒤로 마빈이 소리쳤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한거야?"

"그냥 쿠로오상 새 친구냐고 물어보던데요."

"그래? 방금 말끝에 데이트 잘 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뭐야. 다 알아들었으면서. 그냥 마빈 아저씨가 놀리는 거 에요. 자주 그러거든요."

다 알면서 일부로 물어보는 듯 한 쿠로오의 말에 스가는 기분 나쁜 듯 찡그리곤 닭고기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오야오야 다라니. 나는 딱 데이트만 알아들었다고. 스가군."

'허 그러셔요.'

스가는 속으로 콧방귀를 끼곤 닭고기를 또 한입 먹었다.

"에 스가군 지금 속으로 비아냥거렸지?"

가늘게 눈을 뜨고 스가를 내려 보던 쿠로오가 정곡을 찔렀다. 스가는 살짝 움찔하곤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근데 아까부터 카니발보이라느니, 팜플렛이라느니 그건 무슨 말이에요?"

'말을 돌리시겠다?'

뻔히 보이는 스가의 의도를 쿠로오는 모른 척 그냥 넘어가주기로 했다.

"여기 카니발 팜플렛에 나와 있는 애. 스가군 아니야?"

쿠로오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꺼낸 팜플렛을 펼치자 안쪽 한 페이지에 화관을 쓰고 환하게 웃는 스가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보다는 조금 앳되보이는 얼굴에는 두 볼이 발그레했다.

"여기 봐. 스가군이랑 눈물점 위치까지 똑같다고."

"아 그만 봐요!"

눈물점 위치까지 찝어가며 자신의 옛 사진을 들이미는 쿠로오의 손에서 팜플렛을 낚아채려 했으나 이미 쿠로는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팔을 머리 위로 뻗은 상태였다.

"왜 팜플렛 속 스가군 엄청 예쁜걸? 나 완전 마음에 쏙 들었다구."

"6년 전 팜플렛인데 그런 건 대체 어디서 구한거에요!"

팜플렛을 뺏으려고 팔을 뻗고선 뛰어 봐도 닿을 듯, 닿지 않았다. 스가의 반응이 재밌는지 쿠로오는 씨익 웃으며 고양이 놀아주듯 팔을 낮췄다가 다시 높게 올렸다가 하며 스가를 안달 나게 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축제 전문 취재기자니깐. 회사에 매년 날아오거든. 이거 보고 맘에 들어서 여기 오려고 찜해뒀었어, 6년 동안."

맘에 들었다느니, 이거 보고 여기 왔다느니 그의 말에 스가는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달아올랐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지. 만약 자신이 여자였다면 넘어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선수야, 선수.'

쿠로오가 자신을 갖고 논다는 걸 안 스가는 팜플렛을 뺏으려는 걸 그만두었다.

'꽤 재밌었는데 말이야.'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바다를 응시하는 스가를 보며 쿠로오도 그의 옆에 앉았다.

"어이어이 스가군 삐진 거야?"

"누가 삐졌대요."

"에에 삐졌네."

"안 삐졌거든요."

"삐졌구만."

자신을 따라 옆에 앉아 어깨를 콕, 콕 하고 찌르는 쿠로오가 영 거슬렸는지 스가는 벌떡 일어났다.

"축제 전문 취재 기자라면서요! 얼른 취재하러 안 갈거에요? 늦었다가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구경 못할걸요!"

"아까까지 삐져서 앉아있던 게 누군데."

"안 삐졌거든요. 빨리 와요. 계속 그러면 안내 안 해줄거에요."

"네네 알겠습니다."

아직도 볼을 붉히고 있으면서 아닌 척 씩씩거리는 스가가 쿠로오는 재밌었다. 진 셈 치고 회색머리 소년을 따라가면서 그는 처음 팜플렛 속 소년을 봤을 때와 같은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



카니발은 아름다웠다.

꽃으로 가득한 바다마을의 분위기에 맞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북적거리는 사람들도 따뜻하고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는 퍼레이드가 카니발의 분위기를 더욱 북돋았다.

반짝이는 불빛들과 그 빛을 다시 예쁘게 피워내는 여러 빛깔의 꽃들, 그리고 그 행렬에 흥을 돋우는 댄서들과 사람들.

"올해 카니발 보이는 저 애인가 봐? 흠, 여자애 같은데?"

쿠로오가 퍼레이드 가장 높은 곳에서 화관을 쓰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스가의 귀에 이야기했다. 퍼레이드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던 스가는 귓가에 들려오는 쿠로오의 목소리에 깜짝 목을 움츠렸다. 왠지 귓가가 뜨겁게 달아오른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 여자 상관없어요. 그 해 19살 소년, 소녀 중에 제일 예쁜 애를 뽑아서 카니발에 세우거든요."

"흠. 하긴 스가군이 좀 예쁘긴 해."

스가를 쳐다본 쿠로오는 턱을 만지며 조금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웃으며 말했다. 스가는 그를 보고는 마치 무언가 들킨 아이마냥 심장이 벌렁거리는 걸 느꼈다.

"남자한테 예쁘단 말은 칭찬이 아니거든요."

"어떡하겠어. 스가군이 예쁜걸."

스가가 쿠로오의 옆구리를 퍽하고 쳐서 쿠로오는 잠시 허리를 쭈그려야 했다. 스가는 어둡지 않았으면 얼굴이 달아오른 걸 쿠로오가 봤을 것 같아 밤이 되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퍼레이드를 보는 척 흘낏 쿠로오를 쳐다봤다. 퍼레이드의 불빛이 그의 얼굴에 닿아 알록달록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검은 머리는 여전히 검은빛을 내고 있었다.

퍼레이드가 모두 끝나고 하나 둘 사람들이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갔다.

"첫날 퍼레이드 뒤엔 모두들 다음날을 위해 들어가요. 쿠로오상도 내일을 위해서 쉬는 게 좋을 거예요."

"생각보다 일찍 끝났는걸. 스가군 괜찮다면 오늘 내 숙소로 같이 갈래?"

스가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쿠로오와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던 것 같았고, 아쉬웠던 것 같고 그래서 그는 어느 새, 쿠로오와 함께 가고 있었다.



*




쿠로오는 방안에 스탠드를 켜고 물을 뜨러 작은 부엌으로 갔다. 스가는 마땅히 앉을 곳이 없어서 그냥 침대에 앉아 방을 구경했다. 쿠로오의 숙소는 창문으로 보이는 전망이 예쁜 곳이었다. 이 마을 어느 곳이든 예쁘지 않은 곳이 있겠냐만은 특히 내일과 마지막 날에 있을 불꽃놀이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었다.

"여기면 나가지 않고도 불꽃놀이가 잘 보이겠어요."

"그럼 내일 밤도 여기로 올래?"

부엌에서 들어오는 쿠로오의 말이 왠지 심상치 않은 뜻을 가진 것만 같아서 스가의 심장이 작게 떨렸다. 물을 가져온 쿠로오는 스가 옆에 앉았다. 침대가 쿠로오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스가와라군."

스가를 바라보는 쿠로오의 눈빛이 오묘한 빛을 띠고 있었다. 낯선 분위기에 스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쿠로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급한 눈으로 뜯어봤다. 빨간 불이 켜진 거 같았다. 쿠로오가 낮에 보였던 것과 비슷한 웃음을 보여줬다. 그의 손이 스가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지더니 발그레한 뺨에 머물렀다. 그의 손이 닿아있는 곳에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쿠로오 얼굴에 스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생각하냐 꼬맹이."

살짝 이마를 부딪쳐 오는 감촉에 스가는 눈을 떴다. 귀엽다는 듯 웃는 쿠로오는 스가 손에 들린 컵을 뺏어서 마시고 있었다. 스가의 심장이 쿵쿵쿵 점점 울림이 커졌다.

'지금이라면 내 얼굴이 빨간 거 다 보이지 않을까."

화끈거리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까부터 울리는 심장소리 때문이었을까.

쿠로오가 컵을 입에서 떼자 스가는 그의 두 뺨을 손으로 잡고 입을 맞췄다.

피식 웃는 듯 한 쿠로오의 두 입술이 열리더니 마치 달려들 듯이 스가를 맞아들였다. 쿠로오 손에 있던 컵이 바닥으로 떨어져 데구르 돌다가 손잡이에 걸려 멈추는 소리가 났고 그 다음부터 스가는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어느 새 스가의 손목을 잡고 그를 침대에 눕힌 쿠로오는 포개었던 입술을 떼고 그의 이마에, 눈물점에, 그리고 볼에 입술을 쪽 하고 맞췄다. 쿠로오의 입술이 점점 스가의 턱을 타고 내려가 목을 지분거리고 간질이듯 혀로 핥고 지나갔다.

"쿠로오상,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저..."

습관처럼 손부터 날아갔을 스가였지만 이미 쿠로오에게 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이 벌인 일임에도 이 갑작스러운 전개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는 당황하며 발버둥을 쳤다. 쿠로오는 그런 스가를 몸으로 살짝 눌러 제압하고선 그를 살짝 올려다보며 말했다.

"스가군 아이디어잖아."

마치 고양이과 동물의 눈빛과 같은 그의 한 마디는 스가를 얼어붙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곤 다시 입술을 포개왔다. 아까보다는 좀 더 부드럽게 마치 애태우는 듯, 혀로 살살 녹여먹는 듯 한 그런 키스였다.

그의 밑에 깔려 발버둥 치던 스가는 더 이상 발버둥 칠 수도 없었다. 고작 키스 하나로 그에게서 더 이상은 빠져나올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 술에 취했을 때처럼. '그래 마치 그때처럼' 천천히 그를 쿠로오라는 술이 잠식해가는 것 같았다.



*



방 안은 아까의 열기는 아직 남아 둘 사이를 채우고 있었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스가를 쿠로오가 팔로 안아 옆으로 돌아눕게 했다. 아까까지 몸을 섞었던 사람, 심지어 사내를 쳐다보는 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또다시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가리려는 스가의 손을 쿠로오가 저지했다. 그리곤 그의 눈물점에 다시 입을 맞춰왔다.

“정말로 예뻐. 오늘 보여준 표정은 절대 다른 사람 보여주지 마.”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쿠로오의 검은 눈동자에 빨려들 것 같았다. 그가 키스해왔다. 스가는 불쾌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따뜻했다. 그도 그에게 맞춰갔다.

스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부비며 그를 가슴께에 폭 감싸 안은 쿠로오는 보들보들한 감각과 자신의 품에서 콩콩 뛰는 작은 심장소리가 기분 좋았다.

“사랑해. 스가와라군.”

작은 심장소리가 아까보다 더 커진 것만 같았다. 스가도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에 눈을 감았다. 포근한 이불 속에서 둘은 서로를 품에 안고 그렇게 밤이 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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