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간의 캐릭터 붕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BGM: Affection - Cigarettes After Sex

 

 





시목이 벽에 걸린 시계의 분침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똑, 똑

 

시목이 욕실 문을 두드렸다.

 

 

“선배님, 아직이십니까.”

 

“좀만 더 있다가 나갈게.”

 

 

물이랑 친구라도 하겠다는 건지, 창준은 목욕을 한번 시작하면 한참동안이나 나오질 않는 편이었다. 시목은 결국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젖은 공기. 더운 향기 속에 담배 연기가 뿌옇게 서려있었다.

 

 

“너무 오래하시는 것도 건강에 해롭습니다.”

 

“내가 벌써 건강 챙길 나이는 아니지 않아. 맨날 건강타령. 들어올래?

 

 

창준의 젖은 어깨가 사뭇 유혹적이었다.

시목은 머뭇거리다가 한 겹씩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 얌전히 개어 놓았다.

시목이 차곡차곡 옷을 접어놓는 걸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창준은 양 팔을 활짝 벌렸다.

 

 

“얼른 들어와.”

 

“네에.”

 

 

욕조 안에 풀린 입욕제 때문에 온통 물이 핑크빛이었다. 시목은 머뭇머뭇 한 발을 살짝 담갔다.

 

 

“안 뜨거워.”

 

“네, 그렇네요.”

 

 

물 온도가 적당하다는 것을 안 시목이 푹 온몸을 적셨다.

 

 

“들어오니까 좋지?”

 

“그렇네요.”

 

 

시목이 물은 한 손으로 떠서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며 답했다.

창준은 피우던 담배연기를 훅 시목의 얼굴에 뿜으며 장난을 쳤다.

 

 

“싫습니다. 연기는.”

 

“피우는 건 괜찮고?”

 

“그건 선배님이 너무 좋아하시니...”

 

“너보다 좋아하진 않는데. 끊을까?”

 

 

창준이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까닥거리는 것을 보던 시목은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왜?”

 

“잘 어울리십니다.”

 

“그럼 계속 피운다?”

 

“...너무 많이 피우지만 마십시오.”

 

 

창준은 시목의 잔소리가 못견디게 사랑스러워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쪼끄만해가지고. 걱정만 많지. 창준은 수면 아래로 잠겨있던 시목의 발목을 잡아들고는 살짝 깨물었다. 얇고 말랑한 피부가 붉은 생채기가 났다. 시목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픕니다.”

 

“이뻐서 그래.”

 

“거기 말고, 여기요.”

 

 

시목이 창준을 향해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처음에 수줍하던 황검사는 어디 가셨나?”

 

“선배님이 잡아먹으셨는데요.”

 

 

그래, 내가 먹었지. 창준의 손에 들려있던 담배가 재떨이로 떨어지고 발목을 끌어당겨 제 어깨에 다리를 걸치게 한 채로, 창준은 시목의 목을 확 끌어다 입을 맞췄다. 창준의 등 뒤로 꿈틀거리는 시목의 발이 느껴졌다.

 

시목의 숨이 가빠서 흡, 하는 소리가 들리자 창준은 촉, 촉, 가벼운 버드 키스로 마무리했다. 시목은 발그레해진 두 뺨으로 물었다.

 

 

“여기서 하실 겁니까. 아님 나가서?”

 

“무드라곤 없어. 하여간. 그런 건 묻지 않는 거야. 시목아.”

 


창준은 시목이 더 말을 하지 못하도록 입술로 입을 막아버리며 생각했다. 아직도 가르쳐줘야 할 게 산더미네.

 

 

 

 

 




* 믜믜님의 "창준시목/담배 키워드 1000자" 소원권을 토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소재를 제공해주신 믜믜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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