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의 손을 어루만진다. 아주 귀한 것을 숭배하듯이. 그러자 닿아오는 손은 더 조심스러워서 그만 피식 웃음이 샜다. 뭐가 그렇게 웃겨? 잘생긴 얼굴로 물어오는게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냥, 좋아서. 정말 별 것 아닌 말인데. 고작 그 버석한 한마디에 세상을 다 가진듯 헤실하게 풀어져버리는 입매는 더 사랑스럽고. 손을 마주잡으며 생각한다. 손이 참 예쁘게 뻗었구나. 얼굴 값 하는 건 아닐테고. 손을 마주잡은 채 술술 흘러가던 생각은 어느지점에 당도한다. 이것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거친, 누군가의 손을 회상하는 바로 그 금기의 지점에.

 이런! 신속하게 감히 앤서니의 손을 마주 잡은 채 이따위 생각을 한 머리위로 냉수를 끼얹었다. 실제로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상상으로만. 냉수만 끼얹었으면 차라리 나았지.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제 뺨을 올려붙인다. 물론 지금 제 손은 앤서니의 큰 손 안에 잡혀 있으므로 이것 역시 생각 뿐이다. 피터는 남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정말 정신차리라며 제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쳐줬으면 하는, 어이없는 소망이 매일 가슴속에 피어오르는 것을 누가 알까. 황홀경을 느끼며, 남자의 발 아래에서 지배를 받던 그 꿈같은 시간은 이제 모두 끝이었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그러나 과연 그는 타고난 지배자인지. 딱 한번 나누었던 그 폭력적인 정사의 기억으로 아직까지도 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단 한번으로 육체와 정신의 지배라니. 역시 그는 완벽한 남자임이 분명하다.


 어, 피터.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


 차라리 오늘 같은 날이면 다행이었다. 그 한 번으로, 제거할 수 없을 정도로 제 머릿속 어딘가에 깊이 뿌리내린 남자의 지배. 간헐적으로 시작되는 토니 스타크의 그 지배가 정신을 좀먹는 순간에 사랑하는 제 연인이 옆에 있었으니. 홀로 남겨져 그 황홀한 불안을 감당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었으므로. 어느새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운 토니 스타크의 환영이자 지배를 쫓고자, 피터 파커는 제 연인의 단단한 품으로 뛰어드는 것을 선택했다. 쿵, 쿵, 쿵. 저가 품에 안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랑스러운 제 연인의 심장이 미친듯이 튀어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얘 나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피터는, 이 사실을 다시금 자각 할 때 마다 몰려오는 죄책감을 견딜 수가 없다. 너를 배신해서 미안해. 수를 헤아린다면 아마 몇 천번쯤 되었을테지. 진심어린, 소리없는 사과를 다시 전하며 잘생긴 얼굴에 입술을 찍는다. 쪽, 쪽.


 뭐야.. 귀엽게.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 저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아마 그 완벽한 남자이자 지배자와 유일하게 견줄 수 있을만한 제 연인은 한 번도 제 투정을 무시한 적 없더랬다. 갑자기 품에 안겨 머리를 부벼대다 불안함을 못 이겨 얼굴에 입술을 쪽쪽 찍어대니 당황할만도 한데, 잠깐 눈을 깜빡이더니 저를 꼭 끌어안고 그 아이같은 투정을 열정적인 입맞춤으로 달래주는 것이다. 제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뜨거운 혀에 잠시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앤서니가 너무 좋아서? 미안해서? 흥분으로? 저도 제 마음을 확실히 정의할 수가 없다. 


 앤서니..
 피터.
 하고싶어.


  알고 있다. 그 날 이후 연인에게 해대는 제 작태가 평소의 저와는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그것을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가 모를 리 없다는 것도. 세상에서 저를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눈이 가늘어 진다. 그 찰나를 어찌 놓칠 수 있으랴. 앤서니가 요구하면 마지못해 응해주던 정사를, 이제는 저가 먼저 조른다. 꽤나 빈번하게. 물론 몸이 달아서 애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미칠듯한 죄책감으로 불안에 좀먹히는 제 정신을 구제하고자 하는 행위를 갈구할 뿐. 못할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절대 악인 저에게도 정신적인 도주로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한계에 몰리는 게 싫어서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에게 매달린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저를 사랑해주며, 또.. 그 남자의 아들인 바로 그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에게.


 갑자기?
 앤서니.
 정말 괜찮아?


 말해오는 예쁜 눈이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모를 리 없다. 예쁜 얼굴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어온다. 어제도 했는데, 정말 괜찮겠어? 이 말인 즉슨, 제 정신이 꽤나 잦은 빈도로 불안과 죄악감에 좀먹히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저께도,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


 응, 하고 싶어. 


 아무리 사랑의 포로가 되어 천치마냥 굴고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앤서니는 똑똑한 남자였다. 그냥 바보는 아니라는 소리다. 당사자가 직접 시인했듯, 어렸을 적 부터 애정에 결핍되어 자라온 그가 그저 천치로 자라는 것이 더 이상할 터였다. 게다가 태생이 스타크, 그 남자의 아들이니. 무엇보다 그 냉정함은 연인인 저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것이 어디 그 뿐이랴. 최근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가 제 속내를 가늠하고자 자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저를 응시하는 것 까지도 알고있다. 꼭 너를 꿰뚫고 싶다는듯.


 하, 피터. 나는..
 하기 싫어?


 그러나 그 냉정함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특히나, 꼭 저를 숭배하듯이 사랑하는 완벽하고도 아둔한 남자에게는 더더욱. 하기 싫어? 나랑 하고싶지 않아? 울먹이며 묻자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 입이 조개마냥 꽉 다물린다. 그리고 표정이 바뀐다.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럴리가 있어? 아주 다정하게. 저를 사랑하는 남자는, 이번에도 그 어떤것도 묻지 않는 것을 택한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그 다정한 침묵에 제 모든 불안과 죄악감을 모두 떠맡기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토니 스타크와는 확연히 다른, 크고 단단하지만 부드럽고 예쁜 손이 서서히 신체를 애무해오는 것을 느끼며 그에게 매달렸다. 미안해, 앤서니. 조금만 이용할게. 좋아해서 그래.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누가 듣더라도 최악인 변명을 지껄이며.




-



 최근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와의 연애는 딱 이렇게 정의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일단 무엇보다 재미없는 섹스와 안정적이다 못해 따분한 연애가 고작 한 번의 일탈로 이렇게 바뀌다니. 저가 생각해도 퍽 우스웠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 있는 자격이 저에게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더랬지. 그래서 문제였다.


 제 연인이 사랑에 눈이 먼 등신 천치가 되어 나사 빠진 것 처럼 굴고있지만 본모습은 그게 아니듯. 본성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피터 파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히 그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와의 연애를 따분하다 느끼고 자극을 사랑하였으나 천성이 못 되어먹어 모든것에 안면몰수 한 채 뻔뻔하게 살아갈만한 성미는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렴. 저는 죄인인데. 형량으로 환산한다면 아마 무기징역 쯤 되지 않을까. 아니면 사형. 저가 지은 죄의 무거움을 잘 알고 있다. 앤서니가 그런 명령을 할 리 없지만, 만약 당장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라는 판결을 내려준다면 저는 기꺼이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네 발로 기어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개 취급을 당하며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제 취향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련다. 그저 딱, 회개의 의미로만. 저가 지은 죄의 무게가 그 정도다. 차라리 정말 그렇게 한 번 치욕을 겪고 깔끔하게 용서받을 수 있었으면 참 좋을텐데. 미안하고도 아쉽게도,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는 그럴 성미의 연인이 아니었다. 아마 제 실수를 알아채도 그렇게 굴지는 못하겠지.

 머리를 납작 엎드려 조아리고 네 발로 기는 굴욕을 당하면서 용서를 구할 발칙한 기회를 초장부터 이미 박탈당해버린 저에게도 나름의 회오는 필요했더랬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정신적인 회개였다. 말이 좋아 회개지, 사실은 순종. 나는 이제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의 그 어떤 말에도 토를 달지 않으리. 40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만약 그가 오늘을 겨울이라 칭한다면 기꺼이 두터운 구스 다운 패딩을 입고 거리를 활보할 것이고, 50년만의 추위라며 영하 30도를 찍는 날에도 앤서니가 그 날을 더운 여름으로 정의한다면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은채 기꺼이 제 연인에게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려주겠다는. 그만한 순종과 충성.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가 저에게 그렇게 천치같이 매달리는 것 처럼, 저도 이제 사랑에 눈이 먼 백치마냥 굴어줄 의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말에도 어폐는 있다. 매달려 준다고? 아니, 제발 그렇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무릎까지 꿇고 빌고 싶은 이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연애에서 피터 파커가 복종하고 헌신할 수 있는 부분은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애초에 먼저 제 모든 것을 내던지고 사랑의 포로가 되어 나타난 남자에게 헌신은 무슨. 아낌없이 주는 나무마냥 저에게 더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를 매일 고뇌하고 연구하는 제 연인 앞에서는, 도무지 회개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네가 좋은 건 다 좋아. 저를 보는 눈에서 꿀을 뚝뚝 떨어트리며 이미 이렇게 말하고 있는 그 표정에 무엇을 더 어떻게 맞추라고? 결국 피터 파커가 진심으로 헌신하고 순종할 수 있는 부분은 딱 하나였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제 연인이 유일하게 저를 만족시키지 못한 부분. 반려자가, 온갖 귀한 산해진미인 풀떼기를 잔뜩 가져다놓고 널 위해 저 멀리 태평양을 건너 헤엄쳐 구해왔다 말하며 칭찬을 바라고 있는 얼굴을 목도했을 때 육식동물이 느꼈을 법한 그 기분. 그런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기분을 느끼게 한 부분이 딱 하나 있지 않았던가. 바로 섹스. 피터 파커는 복종하기로 했다. 바로 그와의 섹스에.


 사실은 복종이랄 것도 없었다. 헌신이라 말하기에는 더더욱 부족했고. 피터 파커가 할 수 있는 것은 포기였다.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가 저를 거칠게 다뤄주기를 바라며 더 깊은 성적인 만족을 탐하는 것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당연했더랬다. 그 욕심에 결국 이 사달이 났으니. 


 피터.
 으, 응..
 자세, 그렇게 안 해도 돼.
 아, 앤서니..
 너 힘든 거 싫어. 얼굴도 보고 싶고.


 물론 그게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열정적인 눈으로 모든 것을 씹어 삼킬 듯 보면서도, 저가 엎드리자 너 힘든 거 싫다며 굳이 저를 돌려세우는 남자에게 맞춘다는 것이 특히나. 어디 체위의 변환 뿐이랴. 그 앞에서 무릎을 꿇은적도 있었더랬지. 내가.. 입으로 해줄게. 앤서니가 저를 그렇게 대할리는 없으니 조금의 행복회로라도 태워보고자 무릎을 꿇고 바지 버클에 손을 대자 그마저도 저지당했다. 너한테 그런거 시키고 싶지 않아. 저는 실컷 제 성기며 회음부를 녹여버릴 듯 질릴 때 까지 핥아대는 주제에. 멍하니 올려다 봤더니 한다는 소리가 또 그랬다. 너는 내가 해주는 거 받기만 하면 돼. 앤서니도 눈치는 있었으니 최근의 저가 우울해 하고 있다는 사실은 진즉 알아채고 있었을 것이다. 저가 순종과 헌신이라는 방법으로 제 연인에게 회개하고 싶었던 것 처럼, 아마 앤서니도 지금까지보다 더한 헌신으로 제 기분을 어떻게든 풀어주고자 마음먹은 듯 싶었다. 아마 성직자도 이 정도로 신에게 헌신하지는 않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이 눈물이 여러 의미였다. 왜냐하면, 섹스가 더 다정해졌기에. 그 눈물이 비단 감격의 눈물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 흐, 앤서니이..
 피터.
 너무, 좋아..


 그러나 이미 그 앞에 평생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대역죄인인 저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랴. 피터 파커는 그저 순응했다. 정신적으로 저를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나는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와의 섹스가 좋다. 나는 그가 다정하게 나를 아껴주는 것에 큰 쾌감을 느낀다. 나는, 앤서니가 나를 만질 때 천지가 개벽하는 쾌감을 느낀다. 정신적으로 저를 몰아붙이며 반응도 열심히 해주었다. 이전의 정사들이 별다른 절정에 이르지 못해 소리까지 내지 못했던 것에 비한다면 과연 장족의 발전. 앤서니는 거기에 대고 참지 말고 소리를 내라며 다정하게도 말해주었었지. 아마 본질을 깨닫게 된다면 평생 이불을 찰 흑역사일터다. 피터 파커는 버석하게 웃었다. 차라리 그 때가 나았을 거라 회상하는 날이 올 줄이야. 물론, 이렇게 된 건 전적으로 다 제 잘못이지만.


 하, 피터.
 으, 응..
 나, 봐봐.


 끙끙대며 적당히 앓아주고 신음하니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는 남자의 눈이 돌아가지 않을리 없다. 황홀해서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의 얼굴에 명령대로 시선을 들어주니 섹스만큼 다정하고도 격정적인 입맞춤으로 저를 갈구하고 갈급함을 채워주려 애를 써온다. 으응. 적당히 애교섞인 콧소리를 내며 그 목에 팔을 두른 후 몸을 엉겨붙으니 저를 안고있는 신체가 더 뜨거워졌다. 그렇게 좋나.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에게 묻는다면 답은 들을 필요도 없겠지. 저에게 묻는다면? 정말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와의 섹스가 이전보다 더 좋아졌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애매하겠다. 글쎄.


 앤서니..
 피터, 괜찮아?


 가슴께가 간지럽다.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는 절정에 이르고도 좀체 쉬이 여운에 취하지 않는다. 아니, 정정한다. 사정의 여운보다 그에 비하면 훨씬 볼품없는 이 작은 몸을 끌어안고 이곳저곳 다정하게 만져대며 제 흥분을 조금 더 오래 지속시키고자 노력하는, 지극히 연인을 위한 후희가 먼저인 남자다. 뜨거운 손을 느끼며 피터는 고개를 끄덕인다. 응, 좋았어. 좋았다는 말은 사실 저를 위한 일종의 세뇌와도 같다. 좋아, 기분 좋아, 네가 좋아, 너무 좋아.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제 압박감이 만든 세뇌.


 나 졸려.
 피곤해?
 응.
 너 잠들면 내가 닦아줄게. 그냥 자.
 앤서니.
 응, 피터.
 나..
 .....
 잠들 때 까지 안아줘.


 그래도 아주 괴롭지만은 않다. 이 세뇌에는 분명 감정이 있어서. 감히 앤서니가 저를 사랑하는 무게에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피터 파커도 사랑하고 있다. 앤서니와 함께하는 그 모든 순간을. 특히나 미안하게도, 섹스보다 조금 더 기분좋은 허그를 하고 있으면 마음속 무언가가 가득 차오르는 이 충족감은 말로 형용하기도 힘들 정도다. 정말로 좋아하는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 저를 안아주는 이 순간, 그리고 세뇌로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제 정신. 이 삼위일체가 완벽하게 갖춰지니 그 섹스도 예전처럼 아주 고문같지는 않았더랬다. 역시 인간은 정신력의 동물이라고. 예전처럼 하다 만 듯한 찝찝함이 이제는 그나마 뱃속이 조금은 끓어 오르는 애닳는 쾌락으로 변모해간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것이 발전, 그것도 장족의 발전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으랴.


 잠들어도 안 놔줄건데?
 뭐래, 더위도 많이 타면서.
 너 안고 있으면 하나도 안 더워. 그런 거 느낄 틈이 없어.


 진짜야. 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눈으로 말해오는 얼굴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그저 피식 웃으며 품을 파고 들 뿐. 그러고보니 정말로, 이 뜨거운 신체가 가지고 있는 열기에 비하면 제 몸이 차가운 편인가 싶다. 물론 신체의 온도 차이인지 사랑의 무게 차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
 안심하고 자, 피터.
 .....
 내가 계속 옆에 있을게.


 제 등을 토닥이는 앤서니의 손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내가 게속 옆에 있을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아마 지금 이 순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리라. 조금 더 포괄적이고도 함축된 의미를 담고 있겠지. 말로 표현하지 않는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의 애닳는 사랑이 꼭 제 귓가에 대고 어떠한 말을 속삭이는 환상에 빠진다. 걱정하지 마, 안심해. 내가 계속 옆에 있을게. 어떤 것도 무서워 하지마. 나는 평생 너를 지켜줄거야. 따위의.  


 내가.. 토니 스타크와 붙어먹었어도?


 그 절절한 순정에, 차마 하지 못할 반문이 목 끝까지 올라왔으나 겨우 삼켜낸다. 평생 들키지 않을 것이고 들켜서도 안 될 딱 한 번의 은밀한 비밀이자 평생의 죄. 피터 파커는 한번 더 다짐했다. 혀를 깨무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이 헌신적인 성직자이자 연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와 하는 섹스도 몇 년이고 지나면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절정에 이를 수도 있겠지. 너무 힘겨워서 제발 그만하자고 눈을 까뒤집으며 애원하는 날도 분명 올 것이다. 앤서니가 제게 주는 사랑만큼, 저도 그만큼 돌려줄 수 있으리라. 분명히.


 속죄의 마음을 가지고 평생 회개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정도면,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조금 나아지겠지. 불투명한 미래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원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안일하게도.





-





 앤서니는?
 회사에 중요한 스케쥴이 있나봐. 오늘은 못 볼것 같다고 해서..
 맨날 둘이 같이 있는 것만 보니까 하나가 떨어져 있으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어.
 하하.
 나 방금도 들어오다가 너 혼자있는 거 보고 앤서니는 어디있나, 자연스럽게 스캔 먼저 한 거 알지?
 .....
 근데 정말 의외야. 이런말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
 나는 너랑 앤서니가 이렇게 오래 사귈지 몰랐어. 그, 앤서니를 욕하려는 건 아니지만..
.....
워낙 화려하잖아. 과거가.
뭐, 그렇지.
네가 앤서니랑 사귄다고 했을 때, 나는 앤서니가 이제 순진한 애 가지고 노는 걸로 노선을 변경한 줄 알았어.


 순진한 애. 이처럼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또 있을까. 피터는 쓰게 웃었다.


 어, 만약에, 정말 만약에.
 .....
 앤서니가 그 과거습관 못 버리고 너한테도 똑같이 했었으면..
 .....
 나 인생 말아먹는 한이 있더라도 그 얼굴에 주먹을 갈겨주려고 했어. 정말로.
 와, 나 지금 눈물나려고 해 네드.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애초에 저도 나쁜놈 같아서 좋았으니.


 어휴. 피터. 그런 냉정한 얼굴로 눈물난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어?
 진심인데..
 어쨌든.. 둘이 너무 잘 사귀고 있어서 놀랐어. 앤서니가 널 쳐다보는 표정 볼 때 마다 나 뒤로 넘어갈 것 같잖아.
 .....
 눈에서 꿀이 떨어지다 못해 줄줄 흘러. 나 걔가 누굴 그렇게 쳐다보는 거 처음 봤잖아.
 .....
 너도 알지? 걔 사실 은근 냉정한면 있는 거. 요새 걔 얼굴 보면 나 깜짝깜짝 놀라. 내가 아는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가 죽었다가 다른놈으로 환생해 온 거 아닌가 싶을 정도..
 네드으.
 말이 그렇다는거지. 어쨌든 좋은 뜻이야.


 저 호들갑에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랴. 피터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같이 앉을래? 제 가방이며 시켜놓은 커피를 주섬주섬 치웠다. 미안, 레포트 있어서 가봐야 돼. 그냥 너 보이길래 반가워서 들어온거라.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고작 거절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저렇게 미안한 표정을 하는 네드가 문득, 정말 고운 심성을 가진 소중한 제 친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 그만 가볼게. 저를 가지고 논 것이 분명하다면, 감히 그 앤서니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자 했던 제 친우의 작별인사에 피터는 아쉽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조심해서 가.


 아, 그리고 피터.
 .....
 나 약간,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 같은 애는 누구랑 결혼할까. 이런 생각 자주 했었거든. 예전에.
 .....
 토니 스타크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걔는 결혼을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
 근데 요새는 그 대상이 정말 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와. 그래서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둘이 결혼하면 부케는 누가.. 아!
 무, 무슨 소리야. 너 빨리 가.


 기어코 이야기를 비약시키는 팔을 아프지 않게 찰싹 때렸다. 살짝 때렸는데 우는 얼굴을 하던 네드에 잠시 죄책감이 일었으나 그것도 곧 장난끼어린 얼굴에 상쇄되었다. 아무튼 부케는 누가 던지든 내가 받는다고. 나 간다! 얄밉지 않게 덧붙이고 멀어지는 얼굴에 결국 피식피식 헛웃음이 새고야 만다. 하아. 피터 파커는 한숨을 쉰다.


 그 이후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의 연애를 다시 논한다면 답은 단순하다. 순조롭고 안정적이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하다. 그 잘생긴 얼굴과 하는 섹스에 만족을 하지 못해 고뇌하다가, 결국 제 동류인 그 아버지와 벼락치듯 엉겨붙고 평생을 속죄해도 모자랄 짓을 했건만. 그런 죄인에게 가당키나 한 평범함인가 싶을 정도로. 순조로워도 너무 순조로워서 제 3자가 결혼을 논할 정도다. 짓궂은 면은 있었으나 피터는 제 상냥한 친우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것 같았다. 남들이 보기에도 그 정도로 안정적이라는 소리겠지.


 [ 오늘은 못 만날 것 같아. 미안. 스케쥴 끝나면 바로 전화할게! ]


 에휴. 오늘만 해도 벌써 수십번은 읽은, 액정에 뜬 정갈한 앤서니의 메세지를 보며 피터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쉬는지는 저도 모른다.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가 보고 싶어서 일수도 있고, 만나지 못해 아쉬워서 그럴수도 있고, 아니면.. 무엇인지 모를 이 상황이 답답해서 일 수도 있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 우습다고 생각한 게, 여기서 또 뭐가 그렇게 답답하냐며 제게 자문해도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아직도 죄악감이 제 마음을 짓누르는 탓인지, 아니면 앤서니에게 미안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도 이기적으로 굴고 싶어하는 제 신체 때문인지. 그 중에서도 맨 마지막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와의 섹스도 이제 쾌락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저 자신과. 그리고 당사자가 모르게,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와도.


 망했네.


 심란하니 공부가 될 리가 없다. 아, 네드 때문이야. 괜히 와서 앤서니 얘기 꺼내서 그래. 저가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심통이다. 피터는 결국 보고 있던 패드며 책을 가방에 쑤셔넣기를 택했다. 그러면서도 제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얼굴은 오직 하나.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다. 사실 섹스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고, 적어도 허그가 주는 만족감은 저를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었다. 제 취향에 맞춘 섹스가 혈관에 스파크를 튀기고 저가 누구인지 잊을 정도로 아찔한 심연으로 저를 끌고 들어간다면,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와의 허그는 정 반대의 성격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보호막이 저를 감싼채 핑크빛 구름위를 둥둥 떠다니고, 그 부유속에 모든 불안을 망각할 수 있다. 부모의 품에 안겨 있는 것도 같고, 신의 축복을 받는 것도 같다면 비웃음을 사려나. 그러나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 앤서니. ]


 회사 행사라고 했으니, 타이밍을 잘 맞추면 아마 뉴스에서 그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갈급함을 그렇게라도 채워야겠다 싶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또 미디어를 통해서나마 그 얼굴을 볼 생각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발걸음이 조금 변한다. 물론 그 얼굴을 보기 전에 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 먼저겠지. 피터 파커는 핸드폰을 들었다.


 [ 앤서니. 보고싶어. 오늘 잘 하고, 끝나면 ]


 그러나 그 문장이 완성되지 못할줄은 전혀 예상하던 바가 아니어서. 끼이익! 피터 파커는 기절하게 놀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메세지를 작성하는데 정신이 팔린 제 눈 앞에 갑자기 차가 뛰어 든 탓이다.


 .....!


 그나마, 저를 치고자 끼어든 움직임은 아니어서 아주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눈 앞에 갑자기 웬 고급차가 소리를 내며 시야를 가리는 상황도 평화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잠시 눈을 깜빡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깜빡, 깜빡. 맞춰서 심장이 뛴다. 쿵, 쿵, 쿵.


 어..


 이제 진정 될 만도 한데. 혼자 절구질을 하는 심장의 요동이 쉬이 진정되지 않는다. 많이 놀랐나. 왜 이러지? 쿵, 쿵, 쿵, 쿵. 어라. 이제 온 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까지 든다. 목 뒤로 식은땀이 타고 흐른다. 고작 제 앞에 차가 뛰어들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위험하게 부딪히려 온 것도 아닌데. 그저 살짝 앞을 가로막은 것 뿐인데도. 저가 이렇게 겁이 많은 인간이었나?


 어, 어..


 제 눈 앞을 가로막은 차는, 척 보기에도 보통 차는 아니었다. 그래. 그냥 보통 차가 아니라서 문제였다. 아마 미국에서도 가진 사람이 손 꼽힐듯한 고급 모델에 주인의 취향에 맞춰 튜닝 된 모양새를 갖춘 차. 그것만으로도, 제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듯한 이 차는..


 .....!


 지잉, 창이 내려간다. 아주 천천히. 우아하게. 무언가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부들부들 떠는 소리 같기도 하고, 파스스 무언가 흩날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엉킨다. 참으로 기이하다. 주변은 너무나도 고요한데. 저거 뭐야? 아, 아니었다. 이미 이 인근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차의 모양새에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든 것 같았다. 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엉킨게 아마 이 혼돈 때문이었나. 그렇다면 이 떨리고 흩날리는 듯한 소리는 뭐지? 혼란으로 뒤죽박죽 섞인 머리가 아주 느리게 결론을 도출한다. 네가 겁을 먹은거라는. 내가? 고작 이 차 하나 때문에? 그리고 곧,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하고야 만다.
 

  Hola, cachorro!
 * Hello, puppy!

 
 새하얗다가, 다시 까맣다가, 번쩍번쩍 하다가, 결국 모든것이 소실된다. 우아하게 내려간 창 안에서 나타난 인물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그렇게 변했다. 분명히.


 스페인어에 제법 능한 모양이던데. 나도 조금은 할 줄 알지.
 ......
 한번도 밝힌 적 없지만, 앤서니의 친모가 스패니쉬계 모델이었거든. 미인 중에서도 보기 드문 미인이라 꽤 좋아했어. 설마 아이를 낳아올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스..
 농담이지만.


 저를 서서히 돌아보는 그 눈과 시선이 결국 마주치고야 말았을 때.


 못본사이 더 귀여워졌군. 그때도 말했지만, 귀여운 애는 싫지 않아.


 저가 느낀 그 감정을 감히 무엇으로 형언할 수 있으랴.


 스, 스..
 그렇게 감격스러워? 굳어서 꼼짝을 못하네.


 단순한 공포? 그것은 아니었다. 지배자의 재림에 한낱 미물인 저가 느끼는 감정이 고작 공포라니. 그의 등장에는 조금 더 많고 화려한 수식어가 필요할터다. 공포, 불안, 초조.. 그리고 미약한 희열과 환희. 찬탄. 경외. 신에게 어울리는 그 모든 수식어가, 그에게도 어울렸더랬다. 진실로.


 제 뇌속 어딘가에 심어진 지배의 기억이 스물스물 제 혈관을 타고 움직인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 느낌을 알고 있다. 그 기억이 타고 흘러간 자리의 충격이 꼭 전류의 그것과 진배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금세 온 몸이 달아오른다. 기억 저편 어딘가에 부러 꽁꽁 숨겨놓았던 오래된 낡은 상자가 열린다. 그 상자가 품고 있던 것은, 독이다. 아주 치명적인. 그것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그 독에 저는 서서히 중독된다. 다리가 풀린다. 굳어져가는 혀로 피터 파커는 겨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스타크.. 씨..


 그렇게 지배자는 온전히 재림했다. 제 이름을 부르는, 한낱 미물의 목소리에 만족한 듯 웃으며 이 자리에 완전히 존재하고야 만다. 조금 말랐군. 어찌나 자애가 넘치는지. 제 안위를 걱정까지 해주니 과연 신에게나 붙일 재림이라는 수식어가 퍽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라 말 할 수 없다. 도대체 왜? 어째서? 온갖 물음이 제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지만 어떤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가, 명령한다.


 일단 타겠어? 나야 상관없지만. 여기 너희 동네잖아.
 .....
 계속 이목 끌어봤자 좋을 거 없을텐데.


 명령이자 권유. 그리고 권유이자 협박. 무엇의 성격을 가지고 있던 간에 저에게 그의 말을 어길 용기가 있을리 없다. 안 되는데. 정말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성이 희미하게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어느새 멍하니 차에 올라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한다. 꼭 그 날 처럼. 어쩔 수 없어. 스타크 씨 말대로 계속 여기 있어봤자 좋을 것 없잖아. 섹스만 안하면 돼. 얘기만 적당히 몇 마디 나누고 내리면 되잖아. 도대체 누구를 속이고자 하는 것인지 모를 필사적인 변명을 끊임없이 되뇌인다.


 착하네.


 군말없이 차에 올라탄 제 처신이 아주 흡족하다는 듯, 토니 스타크는 웃으며 핸들을 고쳐쥐었다. 차에 탄 이후 저에게 제대로 시선을 주지 않고 앞만 응시하는 남자의 옆모습이 꼭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과연 네가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것도 아주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피터 파커는 그저 입술을 깨물고 무릎위에 올려둔 손을 말아쥐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 왜? 그 무언의 압박을 부정할 수 있는 확신이자 용기가 제게는 없었으므로. 그것은 끊임없이 고뇌하던 문제이지 않았는가. 과연,내가 평생 토니 스타크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그는 말이 없다. 그저 무언으로 제게 물었을 뿐. 기분 좋은 표정으로 핸들을 잡고 있을 뿐이다. 그 옆에 앉은 피터 파커도 굳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폐부를 찌르는 듯한 분위기 속에 꼭 선고가 내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에게 평생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아주 불길하고도 불안한 확인사살이. 피터 파커는 간구했다. 제발, 제발 제 불길한 예감이 틀리기를. 아주 간절히.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지옥에서 온 로코몬은 이런게 길어지니 조금 괴로운 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피터 파커를 쓰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파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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