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에는 오보에 연주를 생각한다
세상이 멈춘 것처럼 차가운 눈송이처럼
간절한 만큼 앞으로 나아간다면 정진할 수 있을까
내일이라는 말에 이정표를 세우는 건 유의미한가
조용한 거리에도 소리가 산다
붉은 빛이 나는 신호봉이 차 옆을 가르는 달리기부터
꽉 찬 명란젓이 터진 지하철 안에서 탈출한 한숨이 걸리는 것까지
오백년이 넘게 자란 은행나무에서는 무슨 소리가 날까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치료법을 생각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기에
아침이 밝으면 걷어지는 흰 장막 아래로 시조가 걸린다
해금을 읽는 방법은 관악기와 현악기 모두에 해당
고요하다는 기분은 그만큼 많은 소리가 어우러지기에 가능한 현상
무너지지 않은 천칭의 기울기를 생각한다
먼 곳을 상상하는 건 아침 창문 너머를 보면 있는 일
어떤 나무도 가지가 꺾이지 않은 적 없다
상처에 연고를 바를 줄 아는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겨울을 등에 진 이들이 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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