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베넷의 특별한 집필욕> 출간으로부터 한 달이 조금 지났습니다. 조마조마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간을 기다리던 일이 벌써 까마득한 기분이에요. 그사이 남겨주신 별점과 리뷰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보았습니다.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데 원동력이 되어주시는 고마운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글을 쓰다 힘들어지거든 리뷰 보러 다시 찾아갈게요.


오늘은 마지막 화 등록 후 올라왔던 완결 후기에 없었고, 본편에 싣기에는 애매하거나 불가능했던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참고로 이 잡담은 비흰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 블로그의 작품별 후기와 비하인드를 N독하며 좋아하다가 대충 “채널도 많으신 분이… 후기 써주시면 되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네…. 제가 정말로 이것저것 많이 만들기는 했습니다….


트위터가 사라질 경우를 대비해서 이것저것 건드리면서 각종 SNS부터 블로그까지 많은 채널이 생기기는 했는데, 그만큼 꼼꼼하게 관리하는 타입은 또 못 되는지라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리면 저기에도 올려야 하나 싶고, 그래서 오히려 어느 쪽도 쉽게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역시 깜냥에 넘치는 일은 벌이는 게 아니라는 교훈만 또 한 번 얻었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이왕 만든 거 그냥 방치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어서 좋아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선생님만큼 재미있게 이야기할 능력은 없지만 그럭저럭 긁어모은 TMI들을 풀어놓는 장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정말로 생각나는 대로 적다 보니 두서가 없는 듯도 하지만 애정으로 너그럽게 감싸주세요…. 조금 뻔뻔하지만요….




  • 캐릭터별 MBTI


웹툰이든 웹소설이든 요즘엔 좋아하는 작품 속 캐릭터의 MBTI를 궁금해하시는 독자님들도 간혹 계신 것 같아서 주요 캐릭터만 간추려보았습니다.


리처드 달튼(ESTJ)

올리비아 제닝스(ENFP)

대릴 크로포드(ENTP)

티모시 머레이(INFJ)

클레어 머레이(INTJ)


생각하던 것과 같으셨는지 아니면 많이 다르다고 느끼셨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상상하던 것과 다르셨다면 삶에서 제법 중대한 사건인 ‘사랑’을 경험한 인물들이 겪은 변화가 반영된 건 아닐까, 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아주세요. 사실 19세기 영국 배경의 사람들한테 이런 게 뭐가 중요할까 싶긴 하지만… 이건 21세기 현대인인 우리가 즐겁자고 하는 거니까요. 아무튼 MBTI야말로 진정한 TMI 아니겠어? 하는 마음으로 들고 온 것이니 그냥 가볍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올리비아의 쪽지와 ‘리틀 포춘’


작품의 첫머리에서 등장하는 올리비아의 쪽지는 ‘서점의 주인인 후버 씨가 올리비아의 책을 빌려 가는 남성 독자에게 직접 전해준 것’입니다. 책 속에 그냥 꽂아 두면 다른 여성 독자들의 손에 먼저 들어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인데요, 덕분에 리처드는 처음 만난 은발 신사에게 꽤나 도발적인 내용의 편지를 전해 받는 조금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지요. 음. 제가 리처드였다고 해도 꽤 아찔했을 것 같네요.


본래 ‘리틀 포춘’은 제법 규모 있는 출판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고, 그곳의 보스가 바로 후버 씨라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사실 대여 서점에 앉아 책을 빌려주는 일은 후버 씨의 소소한 취미이자 일탈이고, 본업은 올리비아의 책을 출판한 출판사 사장님이었는데요, 이 부분은 이야기 전개에서 꼭 필요한 묘사 같지는 않다고 판단되어 빠지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들과 조금 더 사적인 친분이 있는 사이로 묘사될 예정이었으나 나오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어요.


스토리 진행 상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 빠지긴 했지만, 어째서 올리비아가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장소로 ‘리틀 포춘’을 택했는지, 후버 씨와의 독특한 유대 관계는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에 대해서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슬쩍 풀어 놓습니다.



  • 정원과 온실


작품 속에서 정원(후원)이나 온실이 자주 등장하는 건 순전히 제 욕심 탓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넓고 아름다운 정원의 경우는 런던에 있는 저택에 딸려있기는 어렵거든요. 물론 런던을 벗어나면 가능하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에 있는 저택들에 후원이나 온실을 가져다 붙인 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을 배경으로 꼭 넣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도 했고요. 칙칙한 회색의 도시에 사는 우리 친구들(?)이 그 정도의 낭만과 여유는 가질 수 있는 인물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로열 바카라 스캔들 Royal baccarat scandal


연재 중에도 짧게 밝힌 적이 있지만, 작품 속 로널드 콜린스가 벌였다는 ‘사기도박 사건’은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로열 바카라 스캔들 Royal baccarat scandal에서 모티브를 얻어 각색한 것입니다. 실제로 에드워드 7세가 그 일에 연루되었지만 특정한 인물이나 구체적인 시대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 것은 아니므로 모르고 읽으셔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로널드 콜린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은 윌리엄 알렉산더 고든 커밍 경 Sir William Alexander Gordon-Cumming으로, 사건 종결 후 영국 육군에서 해임되었다고 합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지요. 하지만 스캔들 내내 곁을 지켰던 미국인 약혼녀와 결혼해서 아이도 많이 낳고, 나름대로 꾸준하게 억울함을 주장하며 살았던 걸 보면 끝이 아주 비참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실존 인물인 커밍 경은 로널드 콜린스가 아니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로널드 콜린스에 대한 모든 설정은 제가 붙인 것입니다. 아편 중독이라거나, 여자들을 폭력적으로 대한다거나, 준남작 작위를 받은 자산가 아버지를 두고 있다거나 하는 것들은 전부 커밍 경이 아니라 로널드 콜린스의 이야기인 것이죠. 모티브를 얻은 부분은 작품 속에서 짧게 언급된 ‘사기도박 사건’에 대한 것뿐이니 이 부분은 혼동 없으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이 사기도박 사건에 당시의 왕자님이 연루되는 바람에(...) 굉장히 이슈가 되었는데요, 재판이 열리는 법원에 입장하기 위한 티켓까지 따로 있을 정도였고, 법정은 재판 시작 30분 전에 이미 만원이었다고 하니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만 하지요. 따로 묘사할 기회는 없었지만 로널드 콜린스의 재판 역시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처드는 재판 입장권을 구했느냐고요? 네, 구했습니다. 올리비아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리처드가 대신 잘 보아두었다가 꼭 필요한 이야기만 전달해 주었다고 합니다. 나쁜 놈의 최후가 어땠다더라 하는 것은 세상이 알아서 떠들어 줄 테니, 올리비아에게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 대릴과 티모시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리처드의 두 친구이자 올리비아의 지나간 남자들(?)입니다. 후기에서 보신 바와 같이 대릴은 올리비아와 꽤 닮은 올리비아의 친구를 짝으로 만나게 됩니다. 린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이쪽과 먼저 눈이 맞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대릴은 린의 타입이고, 린은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호감을 표현할 때 주저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며 한가롭게 살던 대릴도 린과의 결혼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예요. 친구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린이나 그런 린에게 꽉 잡혀 살 대릴을 생각하면 그 편이 자연스럽거든요.


비흰 선생님께서 대릴더러 ‘야구 가르쳐주겠다고 하는 남자 같다’는 평을 남기신 적이 있는데 너무나 정확해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장르가 현대물이었다면 대릴은 정확히 그런 남자였을 거예요. 적당히 매너 좋고, 신사적이지만 그런 데서 꼭 한 번쯤은 나서는 캐릭터요. 주위 여자들은 그럴 때마다 흐린 눈을 하지만, 그럴 때 빼고는 또 멀끔하니 괜찮은 데다, 센스 있고 눈치가 빨라서 적당히 잘 어울리는 편일 겁니다. 느물느물하고 유들유들한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티모시는 반면 조금 더 진중하고 다정한 타입입니다. 본래 타고난 성격 탓도 있지만, 지나간 사랑이 아팠던 탓이 크지요. 작품 속에서 자세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측하실 수 있는 것처럼, 티모시의 약혼녀였던 제인은 죽음으로 티모시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주위의 반대나 강제 이별과 같은 고난을 딛고 약혼까지 갔던 깊은 사이였기에 상처도 큰 편이었죠. 티모시가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멀리, 넓게 볼 줄 아는 성숙한 면모가 보였다면 그런 사랑을 먼저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연이 많은 친구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본편 기준으로는 이전만큼 슬퍼하거나 아파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견디기 어려운 날들도 많았지만 본인의 직업과도 관계있는 종교가 제법 도움이 되었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것을 이겨냈지요.



  • ‘외전 - 사랑을 하세요’에서 올리비아와 아이리스가 나눈 이야기


모두가 예상하실 법한 이야기입니다. 정혼자인 어스킨을 꼬셔 보려고 애쓰는 와중이었던 아이리스가 올리비아에게 비법 전수(?)를 받는, 뭐 그런 거지요. 물론 이미 아시는 것처럼 대단한 비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리스는 그 후로도 한 6개월 정도를 더 애쓰게 되지요.


왜 이토록 구체적인 시간이 나올 수 있었느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겠지요. 아니라고 하셔도 멋대로 말씀드리자면, 아이리스의 결혼식이 그 대화가 있었던 크리스마스로부터 6개월 정도 지난 후인 6월에 있을 예정이고, 어스킨은 딱 결혼식 전날까지만 참게 될 예정이거든요.


이것도 왜냐고 물으신다면 <오늘도 즉석명함뿐이신가요?>를 읽어 보시라고 답해드리겠습니다. 비흰 선생님이 ‘어스킨’을 제가 ‘아이리스’를 맡아 편지를 주고받으며 완성된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서간체 형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 이야기가 사실은 리처드와 올리비아의 이야기보다 먼저 시작되었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읽어보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아이리스의 결혼식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먼저 알고 싶은 분들은 해당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 두 편인 <On the night before the Christmas><그런 남자>를 순서대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 리처드와 올리비아의 첫아이 성별


이건 담당자님이 궁금해하셨던 부분이기도 한데, 혹시 독자분들 중에도 궁금하신 분이 있을까 하여 마지막으로 달아봅니다. 어느 쪽이든 읽으시는 분들이 원하시는 쪽으로 상상하실 수 있도록 올리비아의 임신에 대한 부분만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딸일 것 같다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담당자님께선 ‘어느 쪽이든 두 사람을 닮아 보통이 아닐 것 같다’고 하셨었는데, 그 말이 전적으로 맞을 예정입니다.


대릴이 손금을 보면서 해주었던 이야기가 들어맞으려면 아들 둘은 더 필요한데…… 그건 어떠려나요? 물론 두 사람의 금슬은 변함없이 좋을 예정입니다.




짧게 써 볼 예정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것 같아서 후일담 겸 잡담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던 사람 치고는 너무 말이 많았네요. 제가 늘 그렇지만….


별것 없는 이야기를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되는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도은하 드림


渡銀河 쓰고 싶은 걸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함께 즐거울 수 있다면 기쁨이겠습니다. Twitter @Doeunha_ Instagram @doeunha_

도은하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