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것을,
황민현은 단 음식을 좋아했다.
그나마 조건 없이 입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라 그런지 그래도 혹시 당 수치가 높아질까 유기농 설탕과 올리고당을 이용한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주었다.
그날 저녁은 입에 넣는 족족 진심으로 맛있다고 해주는 민현에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간만에 배 부르게 먹고 여유를 부리며 소파에 늘어지게 누웠다.


"시험 얼마나 남았지?"
"내일 모레요."
"얼마 안 남았네. 자신 있어?"


상체를 일으켜 묻는 민현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몰라요, 그런 거 묻지 마요-
열심히 도리질 쳐대고 기지개를 쭈욱 켜자 민현이 그대로 팔을 잡고는 위로 올라선다.
아잇, 또 분위기 잡힌다.
늘 잘나가다 멜로로 장르가 바뀌지.
혹은 에로로.


"놓아줘요."
"싫다면."
"발로 밀거예요."
"네가?"
"진짜로 해요 저."


장난인줄 알고 물러서지 않는 그에 진짜 발을 들었고 그를 밀어내려 배 부근에 대고 쭉 피려고 하다가 문득 내 다리를 벌려 그 사이에 제 몸통을 끼워오기에 발끝을 오므렸다.
이 자세는 진짜 아무래도.

 
"긴장했구나."
"자, 자세가 조금 그래요."
"재환아."


네,
그때 황민현이 잡고 있던 내 손을 놓고는 몸을 슬쩍 밑으로 향한다.
어디까지 내려가나 했던 그가 이내 내 아래쪽에서 멈춰서 고개만 들고 물었다.


"내가 입으로 해줄까."
"형 미쳤어요?"


상체를 벌떡 일으키자 그가 내 복사뼈를 살짝 그러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묻는다.
저번에 형이 너 아프게 했으니까, 이번엔 온전히 너만 즐기게 해줄게-


"아, 아니..."


진득하니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에 긴장된 침이 절로 꿀꺽- 넘어간다.
젠장.
의사가 맞긴 맞다.
아픈 환자를 구슬리는듯한 저 말투에 나는 반쯤 넘어가고 있었다.
진짜 황민현이 내 걸 입으로 해준다고?
어우, 말만 들어도 손끝이 저릿해진다.
황민현은 대답이 없는 내가 대충 어떤 쪽으로 넘어갔는 지 짐작을 했나보다.
바지춤이 속옷과 함께 황민현의 손을 타고 무릎 아래로 내려간다.
황민현이 내 허벅지를 잡고 만지다가 이내 고개를 숙여 반쯤 서버린 그것을 입에 담았다.


"........!"


따듯하고 보드라운 그의 입속 감촉에 나도 모르게 숨이 들이켜졌다.
민현의 정수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난 팔로 눈을 가렸다.
너무 선정적이여서-
금방이라도 가버릴 것 같은 아래에 발끝을 오므렸다.
밭은 숨을 내뱉고 있는데 황민현이 이를 내어 살짝 따끔하게 한다.


"으하아- 혀엉, 아파요."


그리고 곧 약이라도 주듯 다시금 제가 깨물어 잇자국이 난 쪽에 혀를 내어 정성스레 핥았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졌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쾌감에 금방이라도 분출할 것 같았다.
결국 몇 분 겨우 참아내고 그의 머리통에 손을 넣어 헤집으며 그랬다. 이제 그만 놓아달라고-
가야할 것 같다고.


"그냥 해-"
"더, 더러워요. 빨리 빼요."


그를 밀어내려 어깨를 손으로 잡았는데 이미 쾌감으로 떨려오는 다리는 속수무책으로 벌어지기만 했다.


"으흡- 아..!"


결국 민현의 입에 내 흔적들을 분출해냈고 난 그대로 소파에 늘어져 버렸다.
이게 뭐야, 정말 쪽팔려 죽겠다.
말그대로 나 혼자 즐겼어.
차마 눈을 뜨고 그를 볼 수 없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 내 아래를 정리해주고 도로 옷을 입혀준 민현이 웃으며 얼굴을 가린 손등에 뽀뽀를 해온다.


"예뻐."
"........."
"김재환 예뻐."


그 말이 또 그렇게 감동일 수 없어 그를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다음엔 꼭 같이 즐겨요,
내 어깨쯤에서 고개를 끄덕인 황민현이 얼굴을 들어 볼에 진하게 입술을 묻는다.
볼을 입술마냥 물고 놓아주지 않는 그에 으에에-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왔지만.
황민현은 진짜 내가 좋나보다.
이렇게 하루걸러 죽어라 물고 빨고 하는 걸 보면.



굳이 혼자가겠다고 한 것을 황민현은 차로 시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러면 더 부담되잖아,
괜히 잘봐야 할 것 같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시험 앞두고 떨려오는 건 다 똑같을 거라.
애써 그에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이고 손을 흔들었다.


"저 가요."
"여기서 기다릴게."
"카페 가서 커피라도 마시고 있어요. 밖에 계속 있지 말고."


고개를 끄덕이던 민현이 주먹을 작게 말아쥐고는 '화이팅' 하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아서 나도 모르게 시험장 앞에서 도로 몸을 돌려 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허리를 꼭 안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눈길을 줬지만 그래도 나는 이 사람이 내 사람인게 이렇게 좋을 수 없다.


"늦겠다. 재환아."
"진짜 가요."


좀 전보다 더 밝은 미소로 나를 배웅하는 그를 보니 마음 한 쪽이 너무 따듯해진다.
할 수만 있다면 동네방네 저 사람이 내 꺼라고 소문내고 싶을 정도로.
황민현을 만나 이 세상 모든 게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너무 거짓말 같나.
그렇다해도 나만큼은 진심인데.

민현.


"에스프레소 한 잔이요."
"많이 진하신데 괜찮으세요?"
"네."


커피를 받아들어 그 맛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려 혀끝에 감도는 쓴맛에 집중한다.
아주 미미하지만 끝이 텁텁한 게 내가 쓴맛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섯살때 사고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난 심한 열병 뒤 후각을 잃었다.
고모의 손에 자라며 한 가지 다짐하고 산 건,
눈에 예민한 조카가 달가울리 없을 듯하여 해주는 음식은 억지로 다 먹었고 최대한 모나지 않게 굴었다.
그저 일찍 독립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대학교때 남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자취를 시작했다.
그때 난 맘 편히 예민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고 뒤늦은 편식들도 시작했다.
컴플렉스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막상 재환이 앞에서 감추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을 땐 이미 내 스스로 컴플렉스라고 판단했구나- 씁쓸했다.


'왜 재환이한테 말 안해.'
'그냥, 딱히 말해야할까 싶어서.'
'엄청 걱정해.'


걔가 너 홍삼도 해다 먹였다며,
그뿐이냐, 나한테 전화와서 너 골골거린다고 허구언날 걱정하는 소리해-
며칠전 했던 김재희와의 통화에서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어 입술을 달싹였다.
재환이가 나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마른세수를 했다.
시험공부로도 바쁜 아이를 괜히 마음 쓰이게 한 것 같아서.
그리고 그 날 저녁에 네가 온갖 음식을 한 걸 봤을 땐 괜히 나 자신에게 화가났다.
너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결국 먹지 않겠다는 나에 너는 빈정이 상했는지 방으로 들어갔다.
김재희 말대로 얘기를 해야하는 걸까,
그래서 너를 단념시켜야 할까, 아니면 네게 내 걱정을 함께 공유하자 해야하는 걸까.
너에게 매번 걱정만 시키는 것 같아서 난 참 내자신이 별로였다.

그날 유독 시야가 조금 뿌옇다고 느껴지긴 했다.
단지 눈이 침침해서 그런 것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기겁해서 뛰어 들어오는 네 등 뒤로 연기가 자욱한 걸 봤을 때
난 내 자신 뿐 아니라 너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나 사실... 후각소실증이야.'
'미안해 말 못해서-'


그래서 토해내듯 네게 내 오랜 상처를 쏟아냈고 그 당혹스러움에 울어버렸다.
털어놓고 나니 너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나를 대했다.
진작 이랬어야 했다고 뒤늦게나마 후회를 했다.
난 뭘 걱정했던 걸까, 나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다 받아주고 좋아해줄 너인데.
무엇에 겁을 먹었던걸까-
시험을 마치고 저만치서 김재환이 뛰어 나온다.


"넘어져 재환아,"
"아으 속 시원해! 끝이다 끝."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내 팔을 잡아 끌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뜀박질을 하는 재환이에 피식 웃고는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합격만 하면 평생 형 치과에서 껌딱지처럼 붙어있을 수 있어요."
"종합병원에서 일해보고 싶지 않아?"
"에? 굳이-"


전 황치과 하나면 먹고 살만할 것 같은데-
늘 내 곁에 오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너를 온전히 믿어주는 것 밖에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 재환씨 축하해. 붙었네."


프론트 데스크 컴퓨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더니 오간호사가 대신 기뻐해준다.
수험번호 옆 내 이름 석자, 그리고 '합격' 이라고 쓰여 있는 빨간색 글씨가 점점 실감이 나기 시작했을때 민현이 활짝 웃으며 나온다.


"합격했어요?"
"네? 아 네..."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뽑아 마시던 황민현은 오늘 예약 환자 차트 좀 가져다 달라고 한 뒤 도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대신 가져다 주려는 오간호사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만류하며 일어섰다.
차트를 들고 진료실 문을 두 번 두드리고 이내 안으로 들어섰을땐 황민현이 씨익 웃으며 내게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몇 발자국 안 되는 거리를 달음박질 쳐 그에게 폭 안겼다.


"너무 축하해."
"이제 형이랑 같이 일할 수 있어요 저."
"꿈만같다."


형도 좋아요?
그리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한 소릴' 하고 대답한다.
기분 좋아서 으헤- 하고 웃어보이는데 황민현이 고개를 털며 나를 떨어뜨려 놓는다.
아니, 갑자기 왜-


"키스하고 싶어. 안되겠다."
"에?"
"너 나가 얼른."


저, 저 욕구불만.
쳇 거리고 발걸음을 돌리다가 문득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애써 컴퓨터를 두드리며 진정을 하는 황민현에게 난 또 다시 불을 지펴놓았다.


"할래요?"
"........."
"오늘 밤에."



현관문이 열리자 마자 황민현은 하루종일 참아낸 걸 풀기라도 하듯 내 볼을 움켜쥐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대로 거실로 가려고 하기에 '신발!' 하고 급하게 얘기했다.
황민현은 다소 짜증 섞인 손짓으로 내 신발을 재빨리 벗겨 아무렇게나 던져냈고 우린 또다시 엉겨붙어 거실 쪽으로 향했다.
입고 있던 청자켓을 벗겨내며 입술을 빨던 민현이 곧 제 트렌치 코트도 벗어버린다.
그 과정에서 발이 꼬였고 우린 입술을 맞댄 채 거실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으하- 들어가서 해요."
"그냥 여기서 해."


뭐라고 하려는 내 입을 또 다시 키스로 막아버리는 민현이 이내 목으로 그 입술을 옮겨갔을 때였다.


"너네..."
".......!"
"뭐, 뭐하는 거니."


들리지 말아야 할 목소리가 들리기에 놀라 재빨리 황민현을 밀어냈고 숨을 헐떡이던 그가 내게서 떨어져 고개를 돌렸다.


"어, 엄마."


부엌에서 이쪽을 보고 얼어 붙은 엄마의 모습에 난 잠시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안녕하세요, 글쓰는 루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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