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는 게 있군요?"




엥 아니요. 순영은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줬을 뿐이다. 괜찮으세요? 대한민국 슈퍼스타로서의 체면치레도 벗어두고 살금살금 도둑마냥 새벽 편의점 맥주를 사오는 길에 길바닥 한가운데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줬을 뿐이란 말이다. 누가 봐도 수상쩍게 생긴 로브를 걸치고 있는데도 순영은 기꺼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줬다. 


몸을 일으키자 긴 곱슬머리 사이로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눈은 퀭하고 붙잡은 손은 앙상했다. 천천히 유리같은 눈알을 굴려 순영을 올려다보더니 물었다. 후회하는 게 있군요?




후회. 순영에게 후회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음. 으음...음. 그래, 공부는 싫다 연예인 하겠다 고집부려 부모님 속 썩인 거. 하지만 그것도 글쎄, 지금의 부모님은 순영의 가장 큰 팬이자 지지자였다. 그 때 순순히 공부만 했더라면 지금 백배천배 후회했겠지. 


순영은 세상을 다 가졌다. 부와 명예.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생각만 해도 힘이 되는 팬들...방송에 나가서 조금만 움직이고 한마디만 했더라면 잘한다 귀엽다 멋지다 까르르. 세상 모두가 순영의 포로였다. 후회? 후회?? 순영의 사전에는 없었다. 무지하게 잘나가는 슈퍼스타 호시를 누가 말려?




순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붙잡은 손을 놓았다. 아 괜찮으시구나. 그럼 전 이만..(하하) 하고 가려는데 덥썩 손이 붙잡혔다.




"사실은 후회하고 있죠?"




아니 글쎄 아니라니까. 뼈 모양이 다 드러나보일 정도로 말랐는데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순영은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마음이 착한 당신에게 두번째 기회를 줄게요..말하는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순영의 눈 앞에서 원을 그리듯 이상한 손짓을 했다. 그냥 신고를 할 걸 하고 후회했다. 제 정신은 아닌 사람 같았다. 




로브를 쓴 사람은 손짓을 계속하며 알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렸다. 순영은 기겁했다. 미쳤나봐. 진짜 미쳤나봐..내 손 보험이 얼마짜린데, 손해배상 청구할 거야! 그런데 정신은 왜 아득해지지? 스산하게 웃는 얼굴을 본 것을 마지막으로 순영은 의식을 잃었다.




*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었다..아니아니. 찬찬히 생각해보니 익숙한 천장이었다. 지금 있는 곳은 까마득한 옛날, 연예인 되겠다고 혼자 상경한 자취방이었다. 아니, 자취방? 그 좁아터진? 내가 미쳤다고 여길 왜 왔어?




순영은 깨질듯한 머리를 감싸고 머릿속에서 웅얼대는 소리가 그치기만을 바랐다. 소름끼치는 목소리는 항아리 속에서 말하는 것 처럼 울려댔다.




돌아오는 방법은 하나랍니다




이틀 안에 진실된 사랑의 키스를 받는 것




이번에는 후회하지 마세요




순영은 번쩍 눈을 떴다. 무슨 개또라이같은 소리를... 이번에는? 후회를? 내가 후회하는 게 있다고? 후회하는 게 있었다면 과연 내가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을까? 당연히 꿈이겠지 싶어 세게 볼을 꼬집었다. 겁나 아프기만 했다. 꿈이 아니었다.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순영은 미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느린 걸음을 이끌고 현관에 도착할 즈음 다시 노크-라기엔 조금 과격한-소리가 들렸다. 쿵쿵!




"일어나! 학교 가야지!"




뭔..이 나이 먹고? 순영은 거울에 얼굴을 비춰봤다. 앳된 얼굴에 덜 자란 체격. 벽에 걸린 달력을 넘겨봤다. 순영은 지금 열여덟이었다.


그 개고생을 다시 해야 한다고? 머릿속에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쿵쿵쿵!




순영은 재촉하듯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허겁지겁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교복을 입은 석민이 서 있었다. 그리운 얼굴이었다. 뭐지?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거지? 순영은 생각했다. 야아, 오랜만이다아...순영이 말하자 석민이 방 안으로 들어오며 등을 떠밀었다. 잠 덜 깼어? 빨리 준비해!




*




순영은 볼을 꼬집었다. 아무래도 꿈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담 돌아가려면 진실된 사랑의 어쩌구를 받아야 하는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게 그런 게 순영이 후회하는 거라면 지금..그러니까 원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맘만 먹으면 받을 수 있었다. 거기서 순영은 슈퍼스타 호시니까! 그런데 지금은...순영은 그냥 순영이었다. 나참.


순영은 입술을 비죽이며 터덜터덜 학교로 걸어갔다. 석민이 무슨무슨 말을 했지만 대충 흘려들었다. 어? 뭐라고? 되물으니,




"내 말 안 듣고 있지. 무슨 일 있어?"




순영은 석민과 나란히 걷는 것도 그다지 현실감이 들지 않아서 그다지 생각을 숨길 맘도 들지 않았다.




"석민아. 너 나 좋아하지."


"싫어하진 않지."


"대충 좋아하는 거지."


"그치."




석민은 순영을 이상하게 보면서도 성실히 대답했다. 순영은 가끔 이상한 소리를 했다.




"사랑하냐?"




석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되물었다. 순영은 석민을 흘겨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사랑해? 석민은 장난스레 웃으며 대꾸했다.




"사랑까지는.."


"사랑 안 해?"


"아이, 그거는.."




순영은 입술을 비죽였다. 의리없긴. 하니까 석민이 사랑은 의리로 되는 게 아니라더라.




순영이 말했다. 내가 실은 미래에서 왔어. 그러니까 석민이 또 이상하게 봤다. 순영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미래에선 잘나가는 연예인인데 어쩌구. 어떤 미친 사람을 만나서 과거로 저쩌구. 그래서 결론은 진실된 사랑의 키스를 받아야 한다고. 순영이 말할수록 석민은 진지한 얼굴이 되다가 말이 끝나자 물었다.




"형 미쳤어?"




진짠데..순영은 풀이 죽었다. 뭐 솔직히 이해해 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그래서 순영은 나라도 안 믿었겠다. 아무튼 그래서 나랑 뽀뽀 좀 하자, 응? 했더랬다. 석민은 곰곰히 생각하다 말했다. 지금 무슨 수작이야.




"나 좋아하지?"


"그런 걸로 하면 나랑 키스해줄래?"




순영이 냉큼 말했다. 나 쉬운 남자 아닌데. 석민이 대답했다. 아씨. 순영이 투덜거렸다. 




"사랑을 키워보면 안 될까?"


"무슨 소리야..."


"나 너 좋아해 거기부터 시작하면 안 될까?"


"형 진짜 웃긴다."


"그런 점이 사랑스럽진 않고?"




석민이 하하 웃었다.




*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수업에 들으려니 새로운 느낌..은 무슨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아무것도 이해가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엎어져 잤다.




"거기 자는 애 누구냐"


"권순영이요"


"그럴 줄 알았다."




잠결에 순영은 발끈했지만 사실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라 그대로 잠을 청했다. ..그러면 내가 지금 2학년이니까 이석민을 만난지는 얼마나 됐지? 하복을 입고 있으니 6개월쯤 되었을까. 사이가 좋은 걸 보니 싸운 건 화해했을 즈음인가보다.




'기억 안 나는 척 하는 거야, 아니면...'




기억 저편에서 석민의 목소리가 울렸다. 뭐가. 뭘 기억해야 하는데 내가.




'너랑 엮여서 인생 종치기 싫어.'


'그래 미안해.'




그리고 쾅! 순영은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큰소리에 덜컥 잠에서 깨어났다. 벌떡. 와하하. 반 한가운데 우뚝 선 순영을 향해 반 아이들이 웃었다. 




"그렇게 잠만 잘 거면 숙박비 내라."




순영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에이씨, 권순영 가오 다죽었네. 나중에 미래로 돌아가면 봐라 너네 싸인 한 장도 안 해 준다!




*




지훈이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영을 붙잡았다. 왜? 할 말 있어?




"어디 가, 축제 준비해야지."




그러고보니 여름 이맘때는 축제 시즌이었다. 순영은 댄스동아리 '블랙일루젼'의 핵심 멤버였다. 댄스동아리는 부원들을 서로 일루셔니스트라고 불렀는데 그때도 별로라 생각했지만 지금도 진짜 개별로인것같다. 석민이 눈치도 없이 일루셔니스트가 뭐냐고 웃었다가 싸웠더랬다. 웃을만했다.




그래서 축제 전날 리허설에 갔는데 솔직히 안무가 기억이 잘 안 나서 급하게 배우느라 또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누구겠느냐 인기스타 호시는 할 수 있었다. 나 권호시야 권호시! 이정도 안무쯤이야 한입 거리도 안 됐다. 무사히 일루셔니스트들의 환상같은 무대가 끝나고 밴드동아리 차례가 왔다.




"자자 다음 순서는 스쿨오브락(樂)"




밴드 동아리 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순영은 편한 마음으로 무대 아래에서 공연을 기다렸다. 석민은 맨 앞에 섰다. 보컬이었기 때문이었다. 석민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순영은 눈물이 났다. 왜 울어. 무대에서 내려온 석민이 순영을 보고 웃었다. 




"내 노래 듣고 감동이라도 했나봐?"


"울었다고? 내가? 나 쉽게 감동하지 않아 첫 팬미팅때도 안 울었다고."


"팬미팅은 무슨...뜬구름 잡는 소리 하기는."


"너 내 말 제대로 안 들었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석민에게도 기획사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더랬다. 얼굴도 반반하니 실력도 괜찮겠다 데뷔도 했을텐데 그런데 왜 지금은 연락을 안 할까? 성정이 여려 고된 연습생 생활을 못 버틴 건 아닐까. 뭐 혹시 모르니까 돌아가면 매니저한테 알아보라고 할까.


석민이 손등으로 순영의 눈물자국을 닦아냈다. 아 됐어, 낯간지럽게 이러지 마. 순영이 말했다. 석민은 웃었다.




*




순영과 석민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같은 방향이었기 때문이었다. 걸음이 나란해 그림자도 나란했다. 형 오늘 좀 이상하다. 걱정스레 쳐다보는 얼굴에 민망해져 순영은 팔꿈치로 툭 석민을 쳤다. 




"너 근데 내가 언제부터 말 놓으라 했어."


"이제와서?"




석민이 웃었다. 순영이 장난스레 말했다.




"내가 함부로 허락하는 사람은 아닌데."


"그럼 어제는 함부로가 아니었던 거야?"


"뭐가?"




순영이 물었다. 석민이 걸음을 멈췄다. 순영도 따라 멈춰 섰다. 나란히 선 그림자는 지는 해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석민이 물었다.




"기억 안 나는 척 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착각한 거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뭐가?"




순영이 되물었다. 석민이 머뭇거렸다.




"아 뭔데!"




석민은 망설임 끝에 입을 뗐다.




"형 어제 나랑 키스했잖아."


"허어."




개소리하지 마, 사람 놀리니까 재밌냐? 순영이 소리쳤다. 놀랐잖아, 미친. 난 지금 심각하다고! 순영은 어깨끈을 꽉 쥐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석민은 앞서 걷는 순영을 바라보다가 따라 걸었다. 앞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기억 저편에서 무언가 떠오르려 했다.




'너때문에 발목 잡히고 싶지 않아.'


'...'


'확실하지도 않은 감정 때문에 왜 내 인생 말아먹어야 되는데?'




*




순영은 잠에서 깼다. 맙소사 내가 어제 바디프렌드를 안 하고 잔 게 틀림없어. 어제 연습의 피로를 제대로 안 풀어줘서 꿈자리가 사나운 게 틀림없다. 순영은 눈을 뜨면 혹시나 한남동 유앤빌리지 루이스 폴센 조명 아래가 아닐까 기대했지만...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어쩌다 그렇게 됐더라? 창 너머로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가 났다. 머리가 아팠다. 머리가 아프면서.




'미안해.'


 


석민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색하게 웃고있는 석민의 얼굴을 보니 리모콘으로 TV를 켠 듯이 기억이 선명해졌다.




*




축제 이틀 전, 그러니까 순영이 과거로 돌아오기 하루 전이었다. 낡은 선풍기가 탈탈거리며 돌아갔지만 석식을 먹고 돌아오는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에 가려졌다. 진짜 고등학생 순영은 음악실에서 석민이 기타를 튜닝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쳐다보면 긴장되는데."


"핑계대지 마, 그럼 축제 때는 어떡할래? 사람들 다 너만 보고 있을 텐데."


"그거랑은 다른 문제지."


"뭐가?"




되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석민은가만히 순영을 응시하다 기타를 내려놓았다. 몰라서 물어?




"모르겠는데."




순영이 능청을 떨었다. 큭큭대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눈이 마주치자 웃음이 잦아들었다. 약간의 정적이 이어지고 호선을 그리던 입술이 포개졌다. 




다음날에도 둘 사이는 변함이 없었다. 나란히 앉은 버스에서 몰래 손을 잡고 있는 것 빼고는.




*




-공연 잘 해




순영은 화장실 맨 끝 칸에 숨어 석민에게 이리저리 각도를 틀어가며 찍은 사진과 함께 응원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너 이석민이라고 알아?"




순영은 칸 밖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이름에 귀를 기울였다. 아, 걔 일학년? 밴드부지? 권순영이랑 친한 것 같던데. 그러자 기분나쁘게 낄낄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친한 게 아닌 것 같던데.




"이상하게 붙어다닌다 했더니 오늘 버스에서 손 잡고 있더라."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순영은 그때 생각했던 것 같다. 이것이 인생 최고의 위기라고. 남자애들이 장난스레 구역질하며 웃는 소리에 속이 울렁겨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순영은 평생 후회할 결심을 하고 말았다.




*




무대에서 석민이 노래를 부르고 있음에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강당을 가득 채운 스피커 소리가 비웃음 소리 같아서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순영은 도망치듯 뛰쳐나갔다. 댄스 동아리 애들이 어딜 가냐며 붙잡는데도 뿌리치고 학교 밖으로 빠져나갔다. 소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멀리.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하늘은 벌써 어둑해졌다. 정처없이 길을 걷고 있는데 땅끝을 보는 시선에 신발코가 걸려 고개를 들었다. 석민이었다. 해가 걷혀 선선해진 기온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석민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형."




순영은 대꾸하지 않았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지나치려 했다. 




"무슨 일 있었어?"


"상관하지마."


"왜 그러는데?"




묻는 석민의 목소리가 다정해 울컥 울음이 날 뻔 했다. 상관하지 말라니까.




"어떻게 상관을 안 해."


"네가 뭔데."




석민이 대답을 머뭇거렸다. 순영은 속이 울렁거렸다. 없던 일로 하자. 순영이 말했다. 




"형 오늘 되게 피곤한가보다."




빨리 집 가자, 응? 그렇게 말하는 석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순영은 잡아오는 석민의 손을 뿌리쳤다.




"너때문에 발목 잡히고 싶지 않아."


"..."


"확실하지도 않은 감정 때문에 왜 내 인생 말아먹어야 되는데?"




순영을 바라보는 석민은 어색하게 웃고만 있었다. 왜 이렇게 착해빠진건지. 속에서부터 답답함이 끌어올랐다. 




"나 연예인 해야 돼. 이상한 과거사로 인생 종치고 싶지 않아."


"형."


"사실 엄청 후회했어. 너까지 그렇게 된 게 내 탓인가 싶어서."




애초에 너랑 아는 사이가 되는 게 아니었는데. 이쯤에서 끝내고 서로 그냥 모른 척 하자. 순영이 말했다. 석민은 눈만 깜박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그랬다면 내가 미안해. 끝까지 사과하는 석민의 모습에 순영은 결국 폭발했다.




"돌려말하니까 모르겠어? 나 너 싫다고. 그나마 형동생 하던 거 생각해서 좋게좋게 얘기하는데 왜 못 알아들어!"




석민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침묵 끝에 말했다. 그랬구나.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봐. 형이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미안해. 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석민이 발걸음을 옮겼다. 초라한 뒷모습을 보다 순영도 뒤를 돌아 걸어갔다.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뒤에서 굉음이 들렸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시야에 계속 걸어가고 있어야 할 뒷모습이 없었다. 시선을 내리면 두 사람과 오토바이 한 대가 쓰러져 있었다. 숨이 막혔다.




*




선명해진 마지막 기억에 순영은 다시 숨이 막혔다. 계속 비어있던 마지막 퍼즐 조각 하나를 맞춘 느낌이었다. 그랬다. 내가 후회하던 건..


순영은 헐레벌떡 집을 나섰다. 문을 벌컥 여니 석민이 서있었다. 일찍 일어났네. 순영은 왈칵 나오는 눈물을 감추려 석민을 와락 끌어안았다. 미안 지금 키스도 하고싶은데 그건 내일 해 줄게.


석민은 영문도 모르는 얼굴로 어색하게 웃으며 순영을 토닥였다. 그리고 눈치 없이 말했다. 미래로 돌아가야 한다며. 컨셉질은 버린 거야? 순영은 발끈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마 석민에게 사실대로 말해준들(이미 말했지만) 믿지 않을 것이었다. 순영은 생각했다. 내년의 석민은 어떨지. 공부를 썩 잘 하는 편도 아닌데 수능은 잘 볼런지. 이번에는 하나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까 키스는 내일 해.


𝙎𝙚𝙤𝙠&𝙎𝙤𝙤𝙣 𝘾𝙤𝙡𝙡𝙖𝙗𝙤𝙧𝙖𝙩𝙞𝙤𝙣, 𝙇𝙖𝙨𝙩 𝘼𝙪𝙜𝙪𝙨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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