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팀(성우, 지훈, 관린)이 그렇게 생사의 갈림길을 오갈 때, 다니엘팀(다니엘, 재환, 진영) 아니 진영팀이라 부르는 게 나은가? 아무튼 이 팀은 다른 이유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진영이 덕분에 박쥐 요괴를 간단히 요리한 이후에 쭈욱 심심할 정도로 아무 일도 없는 길을 걷다보니 앞에 더 이상 길이 없었다.

"뭐지 이거? 설마 막다른 길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잘 좀 찾아봐. 길이 있을 거야."

"난 절대로 여태까지 온 길 다시 돌아가는 건 못해!"

"나도야. 다리 졸래 아퍼 ㅠㅠ"

"근데 여기는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어떻게 벽에 횃불이 죄다 켜져있지?"

"그르넹? 여기 정말 이상해. 바깥 공기 개그리움 ㅠㅠ"

재환과 다니엘이 또 만담을 시작하려는데 홀로 열심히 벽을 조사하던 진영이 한심한 형 둘을 불렀다.

"분명 아까 그 지성이형이란 사람이 이 길로 도망쳤잖아요? 그러니까 지나갈 방법이 있을 거에요. 내가 영사해 볼게요."

"오올 진영이, 머리 좋은데?"

"생각해보니까 이거 영사 능력 진짜 사기다. 중간고사 때 시험지 영사하면 문제 내는 선생 머릿속에 들어가서 답도 알아 낼 수 있는 거 아냐 이거?"

"헉 대~박! 진영이 완전 머리다 머리! 진영아 님 머리 구매함."

"나도 공구할래!"

금방 또 96즈 둘이 아무말 대잔치를 시작했는데 진영이 대꾸가 없어서 보니까 벌써 열심히 영사중이었다. 진영이는 질렸는지 이젠 듣지도 않는구나 ㅋㅋㅋㅋ








영사를 마친 진영이가 사색이 되어서는 다니엘의 눈치를 봤다.

"왜 그래? 뭐가 보였어?"

"..."

"왜 뭔데 그래! 너 형들 못 믿음? 알잖아 우리 대단한 사람들인 거. 사소한 일에 충격 안 받으니까 얘기해봐." 진영이 계속 뜸만 들이고 입을 열지 않자 재환이 허세를 가득 담아 푸시했다.

"그게... 지훈이형네 할머니가 여기서 대기중이셨어요."

"뭐어??!!" 다니엘이 버럭 소리를 질러서 지하 공간이 울렸다. 충격 안 받는 다던 약속은 그렇게 바로 버려지고 ㅋㅋ 물론 약속이라기엔 재환이가 일방적으로 한 거지만..

"아무래도 지성이형이랑 한 편인 것 같아요... 여기서 할머니가 기다리시다가 지성이형이 도착하니까 같이 벽에서 뭘 해서 석문을 열고는 안으로 가버렸어요."

"허... 우리 할머니는?" 

진영이 고개를 저었다. 다니엘의 할머니는 없었다는 의미였다. 

다니엘은 어이가 없어졌다. 강릉에서 제 발로 걸어서 사라졌다던 지훈이네 할머니가 왜 남의 나라 지하 비밀통로에 있는 거고, 또 왜 인터폴에 쫓기는 지성이형이랑 같이 뭘 훔치고 돌아다니는 건지... 

'지훈이네 할머니가 나타났다면 우리 할머니도 같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안 계신 건가? 도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는 건지... 지훈아 보고 싶어 ㅠㅠㅠ' 응? 할머니가 보고 싶은 게 아니고? ㅇ_ㅇ;; 다니엘의 '기승전 지훈이' 중병이다 너도.

넋이 나간 다니엘을 한 번 쓱 본 재환이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더니 진영에게 질문했다. "근데 벽에서 한 건 뭘 했다는 거야? 석문이 있으면 우리도 열어야지."

"이쪽이에요. 여기 뭐가 있네요." 진영은 그 동안 아이들이 보지 않았던 구석에 있는 벽을 가리켰다.

재환이 다가가 보자 벽에 '진실의 입'이 새겨져 있었다. 이런 게 왜 미술관 지하 비밀통로에 있는지는 묻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실의 입

"뭐야 이게 왜 여기있어? 이거 이탈리아에 있는 건데 원래?"

"중요한 건 이거 같아요." 진영이 재환의 질문에 대답 대신 '진실의 입' 옆에 새겨진 수식과 공기돌 크기의 자그마한 조약돌이 여럿 담겨있는 돌로 된 잔을 가리켰다.  

대충 정신을 수습하고 다가온 다니엘이 진실의 입을 얼핏 보고는 수식으로 눈을 돌렸다. 수식을 본 다니엘이 다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신경질을 냈다.

"아 이건 또 뭔 안구테러냐. 가뜩이나 머리 아픈데ㅠㅠ It's too damn complicated! 난 초등학교 때 수학을 포기했다고..."

"네가 그럼 그렇지. 걱정마 이 몸이 풀어ㅈ...... 엥?! 루트? 루트가 어떻게 푸는 거더라?... 나도 생각해보니까 초등학교는 아니어도 중2 이후에 수포자였어..." 다니엘을 깔보던 재환이 루트를 보자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자기도 수포자라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고해성사를 했다.

'이 인간들 진짜 뭐지?' 어이가 없는 진영이 뒤에서 이 둘을 여기에 버리고 가야하나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ㅋㅋㅋㅋㅋ 네가 이해해라;; 이 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조금 지나셨어요.

문제는 심지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3 x (5 - 루트9)]/2 = ? 

이유는 어려우면 문과인 제가 못 푸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 96년생도 못 풀면 고등학교가 까마득한 나는 어쩌라고 ㅠㅠㅠㅠㅠㅠㅠ

진영이 거침없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루트9는 3이니까"

근데 바로 재환이 태클을 걸어왔다. "루트 9가 왜 3이야?"

3초 간의 정적 후에 진영이 답했다. "루트니까." 당연히 3인 건 알지만 왜냐고 물으니까 막상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재환이 납득했다. "그래? 그렇구나..."

다니엘은 이번에도 입 닫고 조용히 있는 걸 택했다. 입 열어봐야 무식만 탄로나니까. 잘 생각했다.

"5에서 3을 빼면 2고, 거기다가 3을 곱하면 6이네요. 그리고 그걸 다시 2로 나누면 3."

이미 두뇌회로에 과부하가 걸린 재환과 다니엘이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여기 산소가 모자라는 게 확실해. 너도 머리 아프지?"

"응응 완전. 진영이 진공 기술에 당한 느낌이야."

머리가 그래서 아픈 거니? 아니면 저 문제 때문이니?

뒤에서 뭐라 지껄이건 정답을 확신한 진영은 조약돌을 3개 집고 '진실의 입' 안으로 돌을 쥔 손을 집어넣었다.

혹시라도 진영의 손이 잘리는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다니엘이 눈을 질끈 감았다.

환녤 꽁냥... 지하미궁에서 커플들을 죄다 찢어놔서 윙녤을 못쓰니 얘네라도...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SeraphiM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