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2차 연성입니다.

손책조조 메인으로 왕윤 짝사랑하는 조조가 소량 나옵니다.

50화 이후에 다시 만난 둘에 대한 망상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레히삼 완결까지 보지 않으신 분들께선 네타 주의해주세요.


----------------------------------------------------------------------------------------------



“아…아야.”

“안 아프다며.”

“그거야…다른 사람이 있으니까…아!”

“…….”

“괜찮으신가요?”

“네. 뭐. 좀…그렇죠.”

“경찰입니다. 상황 보고를 해야 하니 의사 선생님께선 조금 있다가 저랑 말씀 좀 나누시죠.”

“알겠습니다.”

“…….”



조조는 응급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저 녀석이 당장 죽을 것 같지 않으니 굳이 곁에 있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인정 하고 싶진 않아도 저 녀석은 아주 튼튼해 보인다. 적어도 그건 다행이었다. 괜히 말려들어서 큰일을 치르게 하고 싶진 않았다.



“…….”



응급실은 늘 시끄러웠다. 한두 번 다녀본 현장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점점 더 시끄러워지는 것 같았다.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 눈을 감았다. 이러면 조금 나아지려나 싶었는데, 오히려 시끄러운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다른 감각이 예민해진다. 조조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예민했고 주변 환경 영향을 잘 받았다.



“…형사님.”

“…….”

“형사님?”

“아…예.”

“혹시 다치셨나요? 그러면 이야기 전에 치료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으신가요.”

“네. 그럼 잠시 말씀 좀.”

“이쪽으로 오시죠.”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형사도 몇 년째 보면 익숙해질 법도 했다. 조조는 손책이 앉아있는 침대 곁을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려고 하다가 멈춰 섰다. 제법 상처가 깊었는지 아직도 처리가 끝나지 않았다. 꿰매진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별거 아니란 것은 아니었다.



“어디 가지 말고.”

“…응?”

“여기 있어.”

“왜? 고마워서?”

“내가?”

“그럼.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 몸이 도와줬는데.”

“한심한 소리. 넌 참고인이자 피해자고, 난 경찰이다. 사건 정황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

“…….”

“갔다 와서 네 녀석한테도 물어볼 것이 있으니 얌전히 치료나 받아.”

“그래. 뭐…….”

“여기서 도망간다면 이 병원 의사에게도 귀찮은 일이 생길 거야.”



경찰이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해도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별생각이 없다. 하긴 경찰서에서도 조금 튀는 축에 드는 경찰이었으니 말이다. 평범한 경찰이었다면 유비에 대해 알아내자고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일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늘 혼났다. 그런 풋내기 경찰을 보던 왕윤은 늘 넌 경찰보다 검사가 어울리지 않겠느냐며 농담을 하곤 했다.



“경찰이 지금 협박하는 건가?”

“사실만 이야기할 뿐이지.”

“…….”

“얌전히 있어.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



손책은 약간 억울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다쳐도 어쩌면 저 부분을 다쳤는지. 조금만 흉기가 위로 올라가거나 깊게 찔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 정도로 다치고 끝난 것은 전적으로 손책의 감이 좋았기 때문이기에 조조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입을 다물 사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앞서가던 의사가 조조를 찾고 있는 것을 알아채자 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아…….”

“어쩌다 이렇게…….”

“뭐, 무술을 연마하다 보면 이 정도는 별거 아니…으.”

“별거 아닌 거 치곤 많이 다치셨는걸요.”

“위험하긴 했지만, 죽진 않았으니 괜찮지.”



이럴 땐 빨리 치료를 끝내는 것이 낫다. 의사는 붕대 감는 것에 집중한다. 길게 베인 자상 위에 거즈를 대고 붕대로 단단히 둘러 감았다. 군살 하나 없는 단단한 허리에 붕대가 척척 감기기 시작했다. 어깨로 둘러서 흘러내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한다. 간단하게 처지를 했지만, 며칠은 얌전히 움직여야 한다는 소견을 냈다. 이런 타입은 몇 번이나 주의점을 알려주지 않으면 꼭 같은 자리를 다시 다쳐서 실려 오곤 했다. 의사 생활을 하다 보면 알 수 있는 일종의 감이었다.



“상태는 어떻습니까.”

“칼에 찔렸다고 하셨나요?”

“예. 현장에서 회수된 흉기는 칼이었습니다.”

“다행히 몸을 비틀면서 중요 장기나 근육을 다치긴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늦게 움직였다면 칼이 그대로 박힐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

“어느 정도 대처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네요. 칼을 빼앗고 움직임을 막기 위해 약간의 부상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진단서나 기타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경찰 측에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조조는 꾸벅 인사를 한다. 그리고 돌아서자마자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의사의 입으로 듣는 손책의 상태는 생각보다 더 찝찝했다. 마치 마음의 빚을 진 것처럼 말이다. 물론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었고, 따로 연락하지도 않았다. 그저 우연히 저 넋 빠진 녀석이 그곳에 있었고…자신을 도와주려고 부상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아. 정말.”



조조라는 개인으로도 경찰이라는 직위로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일단 의사 소견도 들었고, 위험하진 않은 것 같으니 경찰서에 보고할 것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어려운 것은 손책을 마주 보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저 녀석과 얽혀서 좋게 끝나는 결과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조조는 이런 일에 익숙지 않아 점점 표정이 사나워졌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길까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나온다. 옆으로 가볍게 돌아가서 복도를 지나면 응급실이 있다. 아까보다 좀 더 소란스러워진 것이 분명한 공간은 늘 그렇듯 가벼운 두통을 선물했다. 설마 그 멍청이가 함부로 병원을 나가진 않았겠지. 그렇게 믿으면서 응급실 안을 돌아보았다.



“…뭐야.”



눈에 금방 걸릴 것 같았는데, 어디를 봐도 녀석이 없었다. 조조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쭉 돋았다. 도대체 자신의 말을 뭐라고 들은 건지. 강동관 첫째는 이렇게 사람 고생시키는 취미가 있는 건가. 크게 한숨을 내쉬자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왔어?”

“…뭐야.”

“아니…목이 좀 말라서.”

“…….”

“물 좀 마시고 금방 가려고 했지.”

“정말. 내가.”

“아…간다니까.”



제대로 도복을 여미지도 않은 녀석은 옆구리를 짚으며 먼저 걷는다. 잔소리 듣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실 조조도 잔소리가 많은 타입은 아니었다. 남의 일에 끼어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손책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지. 몇 번이나 자기반성을 하면서도 좀처럼 고치지 못한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너무 딱딱하다. 안 그래?”

“지금은 공무 집행 중이라 서요. 선량한 시민님.”

“…….”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나? 손책.”

“사는 곳이나 당장 연락 가능한 곳은?”

“말끝이 짧아지는데…….”

“사는 곳이?”

“강동관.”

“…….”

“진짜야. 집이야 따로 있지만, 잘 안 들어가고 강동 관에서 먹고 자고 한단 말이다.”

“…….”



영 의심스러운 눈빛이었다. 강동관이라면 어디 내놔도 남부러울 것 없는 곳이었다. 딱히 남에게 관심 없는 조조도 들어본 곳이라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집안의 첫째가 이렇게 밖으로 나돌아다닌다는 것을 믿어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저 무술 바보가 거짓말을 할 만큼 용의주도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그래도 영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진짠데……. 왜 믿지를 못하지?”

“한두 번이어야지.”

“내가 뭘!”

“그때 그…….”

“뭐?”

“아니…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응?”

“그러니까.”

“…….”



조조는 또 두통이 몰려왔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까. 분명 입술 끝에 걸려서 당장 튀어나올 것 같은 말은 간 곳이 없었다. 기억조차 희미했다. 으. 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그 얼굴을 바라보던 손책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네 녀석이랑 만나서 되는 일이 없다.”

“나야말로!”

“상처나 좀 봐봐. 보고해 야해.”

“됐어. 이런 거 조금 있으면 금방 낫는다. 무술인이 이 정도 상처를 입었다는 건 수치일 뿐.”

“헛소리하네.”

“야!”



들어먹질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저 공무 집행 중일 뿐이다. 조조는 약간 강박적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도복을 젖히니 둘둘 감아둔 붕대가 보인다. 피가 배어 나오진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안심할 순 없었다. 멀쩡히 움직이고 말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살 만한 거겠지. 그래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보고해야 할 것이 하나둘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성질 하고는…….”

“눈으로 보는 게 더 편해.”

“어련하겠는가. 그래서 아까 하던 말은 뭐지?”

“모르겠군. 분명 무슨 말을 하려고…….”

“…….”

“나중에 이야기하지. 일단 거주지에 연락해야 하니 강동관 번호.”

“뭐? 난 무술인이고 성인이야. 이 정도는 알아서 해.”

“번호.”

“…….”



순순히 내놓지 않는 것을 보니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화번호쯤 알아내지 못할 조조가 아니었다. 가볍게 몇 번 전화를 건 것 안으로도 원하는 정보를 모두 쥘 수 있었다. 손책의 얼굴이 허옇게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일부러 모른 척한다. 아마 즐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조조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은 아무도 모르고, 믿고 싶지도 않아 할 것이 분명했다.



“야, 안 돼. 전화하지 마!”

“거기 강동관 입니까. 여기…….”

“…….”



조조가 저렇게 친절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디 병원 응급실이다. 그쪽 대표 가족분이 다치셨으니 잠시 와주셔야겠다. 이름은 손책이라 하더라. 줄줄 정보를 읊는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어떤 소리가 오갈지 알 수 있었다. 손책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까맣게 죽어갔다.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네. 괜찮습니다. 제가 옆에 있을 테니 천천히 오시면 됩니다. 네.”

“…….”

“들었지? 얌전히 있어.”

“하, 정말.”

“너도 날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나도 그렇게 해야지.”

“…….”

“그럼 잠시 기다리시죠. 강동관 첫째. 손책님.”

“…….”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표정이 슬쩍 풀어지자 눈꼬리에 웃음이 걸렸다. 조조같은 표정을 한 사람은 약간 풀어지면 티가 난다. 명백히 즐기고 있는 것을 알아채자 손책은 한숨을 푹푹 쉬면서 내내 조조를 노려보았다.



“정말 이러기야?”

“내가…뭘?”

“…….”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그러시겠죠. 나는 또 끌려갈 테고.”

“제발 좀 그래서 얌전했으면 좋겠군.”

“너…조조 진짜!”

“제발 가서 네 신선이나 잘 챙겨!”

“…뭐?”

“어?”



조조가 눈을 깜박거린다. 손책은 방금 들은 말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우린 말싸움을 하고 있었고, 조조가 한마디 툭 내던졌다. 분명 들었는데 환청을 들은 것처럼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너…지금 뭐라고 했지?”

“내가 그러니까.”

“…….”

“뭘…도대체.”

“…….”



조조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문병 자신의 입으로 뱉은 말인데 곡 그 부분만 잘라서 없앤 것처럼 기억이 사라졌다. 이럴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정말 그 날 이후 뭔가 잘못된 걸까. 조조의 표정을 보던 손책은 어색하게 손을 들어서 등을 툭툭 쳐줬다.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숨 좀 쉬고.”

“내가 무슨 말을 했을까…….”

“난 모르지만…아마 너와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겠지?”

“…….”

“우리 정말 구면인 거 같지 않아? 무슨 소리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굉장히 익숙한 단어였어. 꼭 몇 번씩 들어본 것처럼…….”

“…….”



사실 손책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조조는 쉽게 저놈과 어울릴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멀리하려고 했는데 자꾸 얽히니 팔자에 없는 스트레스를 알아서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었다. 가슴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적어도 표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야 했다.



“너도 혹시…….”

“오빠! 어디 있어!!”

“…….”

“어디 있냐고!”

“가족분이 오셨네요.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야…야. 잠깐만. 기다려봐. 잠시 나랑 이야기 좀…….”

“아, 여기 있네. 며칠 얌전하더니 왜 꼭두새벽부터 밖을 싸돌아다니다가 병원에서 연락해?”

“상…상향아. 아니 내가 그러니까…….”

“뭐? 뭐가 잘했다고 큰소리야.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난 괜찮다니까.”

“괜찮아? 지금 이 꼴을 하고도 괜찮다는 거야? 내가 정말 못 살아!”

“…….”



쥐 잡듯 머리부터 쥐어뜯기는 손책을 가만히 바라보던 조조는 슬쩍 뒤로 빠졌다. 집안싸움은 거들고 싶지 않았다.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여기까지고, 이 이후는 가족의 소관이었다. 두 배 정도 시끄러워진 공간은 점점 더 어지럽게만 느껴졌다.



“도와주신 경찰이신가요?”

“네?”

“…….”

“아, 예. 저희 쪽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조용히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손책을 쥐어뜯던 사람은 어느새 말끔하게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익숙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강동관 관장을 맡은 손상향이라 합니다.”

“…예.”



어색하게 악수를 했다. 물론 퉁퉁 불어터진 손책이 뒤에서 뭐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지만, 손상향이란 관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강동관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드립니다. 저희 오빠가 워낙 사고를 많이 쳐서요.”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저분 아니었으면 저희도 큰 곤란을 겪었을 겁니다.”

“무술 바보가 저렇게 다치기나 하고.”

“그쪽에 대해선 저희가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상황 청취를 위해 동행한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뇨. 저희가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

“…….”



어쩐지 손책은 그리 믿음이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조조는 최대한 사람 좋은 표정을 한다. 늘 그랬든 적당히 끊고 돌아설 줄을 알았다. 경찰을 딱히 막을 생각이 없는 손상향은 가벼운 인사와 함께 돌아서서 손책에게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뒤로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며 조조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곳을 빠져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오빠!”

“상향아. 왜 그래.”

“도대체 뭐하려다 이렇게 다치고 그래.”

“아니…그게 경찰이 누굴 쫓고 있기에 도와주려다 그랬지…….”



목소리가 점점 쭈그러든다. 손책은 늘 당당한 사람이었지만, 동생들 앞에선 한없이 작아졌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아는 천하제일 무술인은 비 맞은 강아지처럼 침대에 웅크리고 앉았다. 그러면서도 꾹꾹 참았지만 아픈 걸 숨길 순 없었다.



“다들 얼마나 걱정하는 줄 알아?”

“…….”

“정말…큰일 날 뻔했어. 제발 기적적으로 회복된 몸이면 소중히 좀 아껴.”

“…….”

“저번처럼 또 그러지 말고.”

“…….”

“무서우니까.”

“알았다. 내가 잘못했어.”

“그렇지. 잘 못 했지? 오늘은 집으로 가는 거야?”

“…….”



뭔가 결과가 잘못된 것 같은데, 지금으로선 할 말이 없었다. 이미 기사님도 같이 왔다는 소리에 완전히 포기했다. 사실 강동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무술을 좋아해서도 있지만, 지나치게 넓은 집을 답답해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현대적인 모습이라곤 하나도 없는 집에 들어가면 늘 답답해서 견디지 못했다. 그러다 강동관 무술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약간 살길을 찾았는데, 이번 일로 그것도 막힌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누구야?”

“뭐가?”

“데리고 와준 경찰관. 알아?”

“그…이상한 말이긴 한데.”

“응?”

“꼭 아는 사람 같은데…기억이 나질 않아.”

“…….”

“그러니까…….”

“우리 오빠가 머리까지 다쳤나 봐.”

“뭐? 상향이 너…….”

“아무리 생각해도 종합 검사를 받아봐야겠어. 엄마한테 가서 말할 거야. 도망칠 생각하지 마.”

“야…잠깐만. 야.”



응급실 절차를 끝내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원래 같으면 이때 당연한 듯 일어서서 도망갔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경고가 들렸다. 손상향 돌아오는 것과 맞춰서 기사가 손책을 부축하러 왔고, 더는 저항할 의욕을 잃은 남자는 제법 얌전히 뒷좌석에 실렸다.




**




“왔냐?”

“네. 아깐 죄송했습니다.”

“오. 오늘은 제법 얌전하게 사과를 하는데?”

“…….”

“농담이다. 가서 보고서 작성하고, 올려. 맞다. 그 다친 사람은 어때?”

“칼에 좀 베이긴 했는데, 다행히 장기나 근육이 다치진 않았다고 하더군요. 응급실에서 가족이 데려가는 것을 봤고, 나중에 한 번 더 연락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만하길 다행이지.”

“예?”

“칼을 작정하고 휘둘렀다는데 그 사람이 바르게 피해서 그만큼 다친 거라고 하더라.”

“범인이 그러던가요?”

“물론이지.”

“그렇군요…….”



조조는 한숨을 쉰다. 워낙 완벽한 것을 추구하고 자신이 정한 잣대를 믿는 사람인지라 이번 일이 충격이긴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왕윤을 닮고 싶어 하더니 말이다. 왕윤은 누구든 그만한 경찰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조도 그런 선배를 보고 컸지만, 결과는 조금 달랐다.



“조조. 너 정말 괜찮겠냐?”

“무슨 말입니까.”

“아니…아직도 영 힘들고 그러면 좀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게 어떤가 싶어서.”

“…….”

“어차피 걱정해줘도 말 안 듣는 놈 인 건 잘 알고 있다.”

“아시면 됐습니다.”



그 한마디에 짧은 웃음이 확 흘러나왔다. 예전처럼 으르렁거리진 않지만, 엄연히 조조와 다른 형사 사이엔 나이와 경력이란 계급이 있었다. 신경 쓰진 않지만 말이다.



“그래. 차라리 그렇게 싸가지 없는 편이 더 낫다. 죽을상 하는 것보단.”

“…….”

“혼자서 다 껴안고 있지 말라는 거야.”

“…….”



하지만 속마음을 터놓을 사람도 없으니 그런 위로는 그다지 쓸모 있지 않았다. 적당히 듣고 넘기는 조조 뒤통수에 늘 듣던 소리가 한두 마디씩 날아와 붙었다. 늘 있던 일이라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과연 이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까 뭐라고 했더라.’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꼭 손책을 아주 잘 아는 것 마냥 말을 걸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손책도 내내 자신을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억에 없는 사람이었다. 도원관에 몇 번…….



“내가…만난 적이 있던가.”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이상한 기분의 원인을 찾고 싶은데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어쩔 땐 머리가 아프고, 언제는 심장이 쪼개질 듯 고통스러웠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희미하게 날아간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오늘도 역시 아무것도 기억해 낼 수 없었다.



‘같은 일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조조는 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다 해도 그런 무술 바보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신과 몸이 약해진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이었다.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제가 보고싶은 걸 쓰는 터라 과연 다른 분들께도 읽을만 한 걸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디 재밌게 읽으셨음 좋겠어요





쩜오 연성 창고 트위터 : @hwanwol_v2

환월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