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범블비는 내가 들고 온 운전면허 기출문제집을 빤히 보더니 물었다.


"응, 올해 안에 따는 게 목표거든."


올해도 얼마 안 남았지만. 그는 내 손에서 기출문제집을 조심스레 가져가더니 한 장씩 넘겨볼 뿐, 팔랑이는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운전이 처음인 사람이라 걱정돼서 그러나?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을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 이론은 완벽하니까!"

"무슨 근거로?"


범블비는 내 자신만만함을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듯 기출문제집을 펴서 내게 보여주었다. 후반부부턴 완전히 백지였으니까. 그렇지만 누가 기출문제집을 푼단 말이야? 그 정도는 시험 보기 이틀 전에 풀면 된다구.


"음, 분노의 질주, 데스 드라이브, 니드 포 스피드."


나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나오는 영화들을 좋을 대로 둘러댔다. 아, 나는 베이비 드라이버가 좋더라. 황급히 덧붙이자 범블비는 못미덥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아, 왜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지?"


*


 부모님 차를 끌고 나갔다가는 한 달 동안은 집 밖으로 나오질 못할 것이다. 스트롱암은 경찰차라 눈에 띄고, 사이드스와이프는 솔직히 레이싱 영화에 나올 것 같이 생기긴 했지만 부담스럽게 생겼고, 이런 소거법을 거치면 역시 범블비의 몸체가 가장 무난하고 초보자의 운전에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끝없는 재잘거림 끝에 범블비는 마지못해하며 공터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뒤, 내가 운전석에 앉는 것을 허락했다.


"몸을 너무 앞으로 쏠리게 하지 말고."

"그,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좌회전할 땐 지시등을 켜야지."

"아, 맞다!"

"그건 지시등이 아니라 비상등이야."

"으응."

"잠깐, 그건 브레이크가 아니라 엑셀이야!"


연습을 시작한 수 분 동안 그는 입이 닳도록 ― 자동차인 그에게 입이라는 게 있다면, 아무튼 ― 내 실수와 문제점과 기타 등등을 지적했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는데도 열 시간은 분노의 질주를 한 것처럼 땀이 줄줄 흘렀다. 고요한 정적은 이 자동차가 화 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범블비, 아니, 대장? 나는 멋쩍게 웃으며 상황을 무마해보려고 했으나 역효과인 것 같았다. 이럴 땐 역시 납작 엎드려 비는 게 답이지, 그렇겠지?


"야, 너느으은―――"

"으아아, 화났어?? 미안해, 대장! 더 열심히 공부해서 올게!"

"…그냥 대중교통이나 타고 다니는 게 낫겠다."

"그렇지만―"


나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말대꾸할 때가 아닌 걸 깨닫고 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구시렁거림은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네네, 지옥철 통학 2시간을 버티란 말이죠. 


"그럼 차라리 태워달라고 하던가."

"응, 태워달라고 하면 태워줄 것처럼 말하네."


그는 대답 대신 속도를 높였다.


"어, 진짜로?"


왜 처음부터 태워달라고 할 생각을 못 했지? 이 귀여운 외계인! 뽀뽀라도 해 주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여기는 따지고 보면 몸 속인지라 마땅히 뽀뽀할 곳이 없었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나는 제 눈 앞의 운전대 경적 위에 장난스레 입을 맞췄다.


야생의 그뭔씹 오타쿠입니다. 산하엽/Sanay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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