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홍은 아마 오래도록 답을 찾지 못할 질문에 매달렸다.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종류의 질문으로, 대답은 항상 부정이었기에 더 불쾌했다. 고민한다는 것은 긍정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 아닌가.


천하의 여담홍이 후회라니!


살아오면서 한 자신의 모든 결정이 옳다고 믿어왔던 담홍으로서는 당황스러운 고민이었다. 당황스럽고말고. 거기에 불쾌함을 한껏 끼얹은 질문! 참으로 끔찍한 기분에 침대에 누워 베개를 신경질적으로 쥐어뜯었다. 시시한 고백 하나가 뭐라고. 타인의 마음이 자신에게 무슨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만 시시한 고백이라 치부하기엔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게 정말 별 것 아니었을까?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커다란 저울에 심장을 올려 죄의 무게를 재는 것처럼 감정 또한 절대적인 무게를 가질 수 있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어느 이야기에서도 감정의 무게를 이렇다, 재단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길고 긴 자기변명의 결론은 그 감정의 무게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과 상관 없는 감정이라면 애초에 무게조차 가늠하려 들지 않았을텐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순간적인 의심이 싹이 터 하나의 가정으로 자라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고, 담홍은 눈치가 빠른 편이었으니 그 가정을 오래 외면하는 것도 괴로운 일이었으므로 금방 답을 찾아냈다.


신경질적으로 쥐어뜯긴 베개는 손 모양으로 구겨진 자국이 남았다. 천은 빨아 말리고 다림질을 하면 구겨졌던 것을 아무도 모를테지만 사랑은, 아니… 감정은 이런 것과 달리 조금 더 섬세하고 가벼운 것을 닮아 구겨지면 돌릴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는 감정을 낱낱히 해부해 들여다보고, 칼질하고, 요리하고, 그것을 꼼꼼히 씹어 목 뒤로 넘기는 일을 업으로 삼아놓고 모른다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내가 왜 이런 생각까지 한담…"


진짜 바보같아. 지금껏 던졌던 모든 질문의 답을, 그는 분명 알고 있었다. 눈치도 눈치지만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므로 당연한 결과였다. 다만 담홍은, 자존심 하나. 그것을 놓고 싶지 않았다.


'짜증 나.'


결국 담홍은 자신이 경솔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은 하지만 사과할 마음이 없던 것은 여전히 그다운 일이었지만 감정 앞에 패배를 선언하는 일은 이전에는 없던 경우였지. 이러한 경우가 달가울 리는 없었고. 담홍은 핸드폰을 켜고 문자 하나를 보낸다. 


[토요일 2시. OO 시네마 앞]


수신인은 뻔했다. 이름처럼 동글동글하고 맨송맨송한한. 싫은 것도 좋은 것도 말하는 경우가 없는. 덤덤하고 묵묵한. 나쁜 소리 하나에도 반박하지 못하는. 정말 바보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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