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완)으로 올렸었던 내용 리뉴얼+통합

사건 조사하면서 티격대고 감정다툼하는 셜존입니다. 연작이라 내용은 쭉 이어집니다. 이번 편에서 뱀 사건은 해결하고 끝납니다. 스킨십 할 사이가 아니라서 그런 거 없습니다....^ ^








 

 

표정을 보면 알았다. 셜록에게 있어서 납득 불가능한 타인의 의도란 불쾌한 범주에 속했다. 잘 자라는 일상적인 밤 인사를 건네받고도 짜증을 부린 적 있는 인간이라 이해력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물론 속내를 빤히 보여 주며 투명하게 다가가는 사람을 반기지도 않았다. 재미가 없으니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셜록의 짜증을 유발할지언정 지루하게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무릎에 올리고 떨어대는 셜록의 발목에도 신경질이 엿보였다. 희고 길쭉한 그의 손가락이 흑색 룩의 머리를 잡고 세 칸을 옮겼다. 사거리에 들어온 나의 비숍이 일순 긴장했다. 그것을 구하는 대신 나는 하얗게 질린 폰 하나를 셜록의 룩 앞으로 들이밀었다. 사지에 내몰린 폰이 무기력하게 운명을 기다리자, 셜록이 인상을 찌푸렸다.


“제정신이야?”


그러면서도 셜록은 덥석 잡아먹지 않고, 대신 가만히 체스판을 노려보았다.


“규칙을 안다고 했잖아.”

“계속 입으로 체스 둘 거야?”


내 핀잔에 셜록은 내 폰을 먹는 대신 제 폰을 하나 움직였다. 용기를 얻은 내 폰은 셜록의 룩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셜록이 공격하거나 다른 곳으로 치우지 않는다면 다다음 차례에 내가 먹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셜록의 룩이 내 비숍을 밀어냈고 흰 거미 같은 죽음의 손으로 그를 거두어 갔다. 나는 이번엔 줄곧 멀뚱히 서 있던 나이트를 움직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었다. 그러다 보니 셜록의 폰 바로 앞에 몸을 내던진 꼴이었다. 말도 안 되는 내 전술에 셜록이 항의했다.


“이건 체스에 대한 모독이야. 칸만 구별할 줄 알면 다야?”

“네 말을 다섯 개나 먹었는데?”


셜록이 불만스러운 시선을 체스판으로 돌렸다. 내 전술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존재하지 않으니까. 나는 행마법에 위배되지 않는 내에서 말 그대로 무작위로 말을 움직였다. 내 전술 아닌 전술에 셜록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적응하는 동안 나는 운 좋게도 그의 말을 다섯 개나 무력하게 만들었다. 이만하면 져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쾌거다. 셜록의 말을 이만큼 먹을 수 있으리라고 예상치도 않았었으니까. 셜록도 내게 체스를 두자고 제안했을 때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기대하진 않았을 것처럼.


그런데도 아직 그는 내 패턴을 파악하려고 애쓰나 보다. 내 폰 앞으로 룩을 놓은 것이다. 먹을 거야? 말 거야? 라고 셜록은 내게 눈으로 물었다. 먹어야 무작위인가, 먹지 않아야 무작위인가? 머리 아픈 작전 따위 짜지 말고 본능적으로 말을 움직이자는 원칙에 따라 셜록의 룩을 날름 먹었다. 그러자 셜록이 웃었다.


“존, 영리한 꾀를 부렸군.”


셜록의 칭찬은 드문 것이었기에 그것도 얼른 받아먹었다.


“어쨌든 내가 이길 거지만.”


그렇게 말한 셜록이 갑자기 공격적으로 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체스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것처럼. 사람이란 얼마나 간사한가, 셜록의 말 다섯 개를 먹은 성과가 아까워서 무작위성 전술을 포기하고 뒤늦게라도 방어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도 일단 지켜보자는 심산으로 말들을 산책시키는 동안, 셜록의 진영이 포위망을 좁혀 왔다. 어쩔 수 없이 방어를 시작했을 때 나의 ‘무전술 전술’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자 셜록의 페이스에 완전히 휘말렸다.


“난 상대 말들을 최대한 제거한 후에 여왕과 왕을 노리곤 해.”


승리를 확신한 셜록이 여유롭게 나를 놀렸다.


“이렇게 적군이 우글거리는 가운데서 왕을 가지는 기분도 나쁘지 않군. 체크.”


셜록이 흑색 퀸을 나의 백색 킹 바로 옆에 놓았다. 킹을 움직일 유일한 자리가 막혀 버렸으나 아예 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 킹으로 네 퀸을 먹는다면?”

“정말 그렇게 발버둥 칠 거야?”


다시 보니 셜록의 퀸 뒤에 그의 나이트가 저격수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오, 그의 비숍도 사정권이었다. 셜록이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블랙커피도 부탁해.”


게임이 끝나는 소리였다. 한가로운 목요일 오전, 브런치를 건 내기 한 판. 내가 패배할 확률이나, 내기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수고해야 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니 예정된 결과였다. 골치 아픈 게임에 벗어난 나는 해방감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셜록의 눈썹을 찌푸리게 했다는 사실로 충분히 만족했다. 앞으로 일 년간은 체스를 두자는 제안 따위 하지 않겠지.


그때, 성급한 구두 소리가 계단을 울리더니 누군가 플랫으로 들이닥쳤다. 레스트라드였다. 짜증과 피곤이 뒤섞인 얼굴을 한 그가 곧바로 셜록에게 눈을 부라렸다. 언젠가 일주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저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셜록!”


무언가에 단단히 화가 난 듯 나는 그의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셜록과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방문객들이 늘 상냥하리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또 셜록이 방문객의 감정 상태를 고려해 주는 경우도 본 적이 드물었다.


“아, 이 얼마나 반가운 얼굴인가, 뱀에 물려 죽은 남자. 담당이 누구지? 사고사로 처리되었나?”


셜록의 경쾌한 목소리에 더 이상 구겨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레스트라드의 얼굴이 더 구겨졌다. 그가 셜록에게 뚜벅뚜벅 걸어가 내 소파에 풀썩 앉았다. 체스판을 검지로 힘 있게 쿡 찍어 내린 그가 위협적으로 말했다.


“내 총이 없어졌어.”


셜록은 한순간 말이 없더니, 청첩장이라도 받은 것처럼 반응했다.


“오.”


지금 기억난 게 분명하다. 그가 내게 생일선물로 준, 레스트라드에게서 영구적으로 빌렸다던 글록 19의 존재가. 물론 나도 지금 기억났다. 갑자기 저렇게 돌변한 걸 보니 레스트라드도 이제야 분실 사실을 알았음이다. 셜록은 자연스레 오리발을 내밀었다.


“미안하지만 난 네 분실물 찾는 데에는 관심 없어. 그래도 사건을 의뢰할 거라면 내 비서에게 물어보지그래?”


슬쩍 자리를 피하려던 나는 셜록의 말에 발목이라도 잡힌 듯 굳었다. 돌아보니 셜록의 말간 손바닥도 의심할 여지 없이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 배신자! 다행히도 존 왓슨에 대한 평판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듯했다.


“농담할 기분 아냐! 네가 범인이라는 걸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이젠 우리 층 청소부도 안다고!”

“청소부가 무지할 거라고 생각 마. 허드슨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놀랄걸.”

“내놔!”

“내가 범인이란 말은 안 했어.”

“맞으니까!”


나는 레스트라드의 인내심에 감탄했다. 그럼에도 셜록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체스 말들을 우르르 서랍에 쏟아 넣다가, 늑대 같은 얼굴로 으르렁거리는 레스트라드에게 더없이 평온한 얼굴로 대꾸했다.


“정황을 말해 봐. 알리바이를 댈 테니까.”


레스트라드가 못 말리겠다는 듯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증거품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었어.”

“이상하군. 네가 경찰인 줄 알았는데?”

“그럴 만한 일이 있었어! 팀 동원해서 수색하기 전에 내놔!”

“이번엔 정말로 공권력 남용으로 신고할 거야. 아, 마침 여기 시민을 섬기고 보호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네가 와 있으니 간편하게 되었군. 그렇지?”


레스트라드가 벌떡 일어나 분을 삭이려는 듯 거실을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으흠, 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셜록과 눈을 마주쳤다. 경찰에게서 화기를 훔치는 일은 상당히 심각한 일이다. 맹세컨대 아프간에서 누가 내 화기를 훔쳐갔다면 그게 셜록이어도 두들겨 팼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다행히 레스트라드가 작전을 바꿨다.


“뱀에 물려 죽은 남자 이야기가 듣고 싶어?”


그제야 반색하는 셜록에게 레스트라드가 단호하게 말했다.


“말 안 해 줄 거야. 내 총을 돌려주기 전까진 앞으로 너한테 어떤 도움도 청하지 않을 거야. 투명인간이 사람들을 죽이고 다녀도 넌 현장 근처엔 얼씬도 못 하게 할 거야. 시도 때도 없이 이 집 들쑤실 구실은 많아. 안 그래도 지금 골치 아픈 밀수업자들 소탕하는 데 이 집을 기점으로 수사할 수도 있어.”


셜록의 얼굴에도 짜증이 역력했다. 나라도 자백해 버릴까 싶어서 입을 열 찰나, 셜록이 고개를 획 돌려서 나를 제지했다. 내가 팔을 흔들며 무언의 항의를 하는데도 굳건한 표정으로 반대할 뿐이었다. 레스트라드가 내 쪽으로 몸을 돌리기에 얼른 팔짱을 끼고 딴청을 피웠다. 셜록이 짐짓 억울하다는 듯 따졌다.


“내가 어떻게 그 큰 경시청 증거품 보관소에 침입했다는 거야? CCTV는 확인해 봤어?”

“네가 지웠잖아!”

“말도 안 돼. 무슨 자판기도 아니고, 경찰이 지키고 있을 거 아냐. 방명록에 내 이름이라도 쓰여 있던가?”

“제기랄, 네가 어떻게 빼냈는지 나도 몰라! 셜록, 제발, 너 때문에 지금 난처해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니까?”

“증거를 가져와. 런던 경찰에게 더 실망할 거리가 남아 있을 줄은 몰랐군.”


레스트라드가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더 이상 이야기해 봤자 화병으로 수명만 단축될 것임을 그가 얼른 깨닫길 바랐다. 내 눈빛으로 그도 알았는지 한숨을 푹 쉬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까지 나한테 가져오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줄 알아. 이건 경고야. 셜록 홈즈.”


셜록으로부터 무능하다고 욕을 밥 먹듯 들어 먹지만, 레스트라드는 좋은 경찰이다. 폭력을 제압하는 것도 폭력적인 사람이기에 가능하니까. 레스트라드가 문을 열고 나가면서 내게 눈짓으로 인사를 하기에 나도 눈빛으로만 따끔거리는 양심을 전했다. 내 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과 작별하기 아쉽지만 그래도 도리가 있는 법. 레스트라드가 플랫을 완전히 떠나자마자 셜록에게 총을 돌려주고 오리라는 내 도덕심을 강조했다.


“배신자! 배신자 같으니!”

“믿을 수가 없군. 말 그대로 범인을 손으로 가리켰는데 걸어 나가다니?”

“이 더러운 배신자! 영구적으로 빌릴 거였으면 몰래 잘 빌렸어야지! 그리고 비서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난 네 비서가 아니야! 범인도 아니고!”

“그럼 왜 화를 내는 거야? 오직 내 비서만이 나를 배신자라 부를 수 있지. 존, 하나만 하도록 해. 네 무작위 전술 안 통해. 멍청한 짓이야. 혼란스럽고 짜증스럽군. 런던 경찰이 멍청한 덕에 방금의 검문은 피했지만 말이야.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군? 아니면 무슨 계략인가? 존? 그런 거야?”


도대체 뭐라는 건지? 말문이 막혀 나는 고개를 털고 손을 한 번 저었다.


“하, 됐어. 가서 돌려주고 올게.”

“싫어.”

“내가 돌려주고 오겠다고. 저렇게 화가 났는데 보고만 있으라는 거야?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물론 그러시겠지. 네 말 믿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셜록의 얄미운 미소에 대고 나도 빈정댔다.


“같이 가서 사과하게?”

“전혀. 계획 변경이야. 데이트.”

“뭐?”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셜록의 입에서 데이트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옳게 들었다고 눈빛으로 확신을 보내는 그 얼굴도 믿기지 않아 또 물었다.


“데이트? 네가?”

“그래. 넌 언제부터 소시오패스가 된 거야?”


셜록이 산뜻하게 되물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모르게 모으고 있던 양 눈썹을 얼른 떨어트렸으나, 미안하게도 곧바로 딱 붙어 버렸다.


“도대체 누구랑?”


그러자 셜록이 옷매무시를 가다듬다가 핀잔 섞인 한숨을 쉬었다.


“내 데이트 상대가 존 왓슨 씨밖에 더 있나?”


할 말을 잃은 내게 셜록이 티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신문을 집더니 뚜벅뚜벅 걸어와 건넸다.


“얼마 전 일반 가정집에서 키우던 독사가 탈출한 사건 기억나지? 오늘 신문에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났어. 사인은 맹독에 의한 사망. 뱀은 아직도 실종 상태.”

“그 타이판 말이야? 호주인가 남아프리카에서 산다는 큰 뱀?”

“그래, 맞아.”


결국 피해자가 발생했군. 위험을 우려한 뱀의 소유주가 익명으로 신고해 알려진 일이었다. 그런 위험한 야생동물을 몰래 들여와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끔찍한데, 그 뱀이 탈출까지 해서 그 일대는 공포에 휩싸여 있었고 끔찍한 소식이 들려오는 건 그저 시간문제 같았다. 나는 셜록에게서 신문을 받아 기사를 읽었다. 피해자는 학교 근처인 캠든에 사는 이십 대 대학생 남성. 시신은 그가 세 들어 살던 플랫의 지하실에서 발견되었다. 뱀은 목격되지 않았지만, 피해자의 팔에 뱀의 이빨 자국이 발견되어서 우리를 탈출해 근방을 떠돌던 뱀에게 물려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사람 키만한데다가 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독을 가졌다는 타이판. 만약 마주친다면 잡으려고 하거나 공격하지 말고 야생동물구조센터나 999에 신고하라는 덤덤한 마무리로 기사는 끝이 났다.


읽고 나니, 셜록이 왜 이 일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셜록, 내가 알기에 타이판은 물리고 곧바로 해독제를 맞는다고 해도 살 가능성이 크지 않아. 그런 뱀을 굳이 비전문가인 우리가 찾아야 해?”

“너도 알다시피 난 동물 구조에는 관심 없어. 그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 지하실이라는 곳을 가보고 싶은 거야. 네가 필요해. 피해자가 의대생이라고 하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수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지. 아! 여깄군.”


소파 틈을 더듬으며 말하던 셜록이 휴대폰을 찾아냈다. 그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레스트라드에게 협조를 구하는 건 틀린 것 같고, 내가 관심을 가졌다는 걸 아니까 오히려 조사를 방해하려 할 거야. 바츠에서 시신부터 구경하려 했었지만, 이야기가 퍼지기 전에 현장부터 가보는 게 좋겠어. 사고사로 결론 냈을 테니 비어있을 거야. 걸어갈까?”

“잠깐, 사고사가 아니라는 거야?”

“물론 아니길 바라.”


셜록이 거실문을 열고 나가기에 나도 얼른 뒤따랐다. 그가 계단을 가볍게 내려가면서 외쳤다.


“허드슨 부인!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에게도 문 열어주지 말아요, 특히 경찰이라면!”




개를 위한 고양이




“존, 뱀에 물린 후 몇 시간 안에 치료를 받아야 안전하지?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봤을 때.”


셜록이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우리는 피해자의 플랫이 있는 캠든으로 가기 위해 공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선선해진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이 잔디밭과 벤치 등지에 널려 있었다.


“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세 시간 안에 항독소를 맞아야 안전하다고 봐. 안전하다는 말은 목숨은 건진다는 말이야. 영국에서 일반인이 타이판에 물리면 살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아. 워낙 독이 강력하기도 하고 타이판의 항독소를 갖춘 병원도 드물 테니까. 그나마 런던이면 좀 낫겠지.”


뱀 주인은 그런 사실을 물론 알고 있을 터였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이 일의 어디에 그렇게 관심이 가는데? 살인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어째서?”


셜록이 곧장 되물었으나 시선이 정면만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내가 어리석은 결론에 도달한 어리석은 과정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나는 조롱당하는 데에는 취미가 없지만 놀라는 데는 취미가 깊었다.


“왜 아닌데? 소유주가 탈출 사실을 신고했잖아. 익명이긴 해도.”

“그래. 왜 그랬을까?”

“그게 마땅한 의무니까. 친한 경찰의 총을 훔쳐 내게 선물하고는 내게 누명도 씌우려 했던 네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무리는 아니다만.”

“그래. 그럼 나는 왜 그랬을까?”

“스무고개 하는 거야?”

“야생동물을, 특히 그렇게 위험한 야생동물을 소유하려면 반드시 소유자로 등록해야 해. 그 과정에서 독사는 독을 제거하니까, 독이 남아 있는 뱀이라면 불법적인 방법으로 들어왔단 뜻이지. 타이판이 정말 사람에게 해를 끼칠 경우 그 근방을 시작으로 역추적당해서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신고한 거고, 결국 불운하게도 타이판뿐만 아니라 밀매, 동물보호법 위반, 살인이라는 죄목도 주인을 찾고 있지. 그러니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왜 뱀의 소유주가 그래야만 했는지도 이해하지 못할걸. 네게 누명을 씌우려 했던 건 아니지만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마땅히 그래야 했기 때문은 아니잖아. 오답.”

“정답이야. 스무고개 맞잖아.”


나를 팔아넘기려 했던 비겁한 행위와 공익을 위해 경고했던 책임감 있는 행위를 동일 선상에 놓는 뻔뻔함. 이 스무고개를 스무 번 넘어도 정답은 찾지 못할 것이었다. 없으니까. 걸으면서도 휴대폰을 쉴 새 없이 띡띡거리던 셜록이 내게 그것을 건넸다.


“재밌는 사진을 보여 주지. 시신이 발견된 곳이야.”


나는 셜록의 휴대폰을 받아 들고 사진을 보았다. 벽에 천장 가까이 길쭉하고 좁은 창문이 나 있어 지하실인 것을 알았다. 덮개 없이 노출된 백열등 하나에, 벽지도 없이 휑한 콘크리트 벽이 우중충했고, 냉장고부터 개수대까지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온갖 잡동사니 중 한가운데에는 셜록의 실험대보다 다섯 배는 복잡하고 구질구질한 실험대가 있었다. 셜록이 물었다.


“뭐 하는 곳 같아?”


사진을 보자마자 든 생각에 솔직해지자면 뭔가 불길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 같았다. 마약을 합성한다든지, 깊이 알 마음이 들지 않는 실험을 한다든지.


“행복해 보이진 않는데.”

“실험대에 올라와 있는 물건들을 잘 봐 봐. 아는 것을 말해 줘.”


나는 눈을 흐릿하게 뜨고 사진을 더 자세히 보았다.


“글쎄…… 기본적인 실험도구들은 다 있네. 현미경이랑 저울이랑 가열대, 램프, 장갑이랑, 각종 시약. 핀셋이랑 가위 같은 해부 도구들도 보이고. 이건 포르말린이라고 쓰여 있는 건가. 테이블 한쪽이 비어있군. 수의대생이라고?”

“꽤 열성적인 학생 같지?”


실습이라면 학교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할 텐데 굳이 이렇게 더러운 작업실까지 차려 놓고 해야 할 이유가 뭔지? 셜록이 물었다.


“존. 네가 의사가 되기 위해서 공부했을 때 화이트 가솔린이나 알루미늄, 유황 같은 걸 얼마나 사용했지?”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런 거 안 썼어.”

“폭탄 제조법을 연구하진 않았을 테니까. 생전에 노벨처럼 다이너마이트라도 발명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면, 작업실에 왜 그런 걸 뒀을까?”


햇빛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셜록의 휴대폰 속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실습용으로 추측하기 힘든 물건들도 가득했다. 인간이 아니라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그런 것들이 필요한 것 같지도 않았다. 난 셜록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그래…… 좀 이상한데.”

“많이 이상해.”

“화이트 가솔린은 보통 야영할 때나 쓰잖아.”

“그리고?”


셜록에 물음에 머릿속을 뒤졌다. 아프간에 있을 때 화이트 가솔린을 쓴 스토브에 에스프레소 메이커를 올려 커피를 만들어 준 대원이 있었었다. 들어갈 입이 많아서 턱없이 부족했던 양, 한낮의 태양 아래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홀짝거렸던 문명의 향기. 그렇지만 셜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화이트 가솔린의 다른 용도는…….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딱 퉁겼다. 흥분을 가라앉히며 셜록에게 물었다.


“그 뱀이 우연히 그 지하실에 들어가서 남자를 물어 죽였다?”

“기사에선 그렇게 보도했어.”

“그치만 뱀 쫓는 데는 화이트 가솔린만한 게 없어. 냄새 때문에 근처에 얼씬도 안 한다고.”

“정확해.”


셜록이 나를 보고 씩 웃었다. 이제 그가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 것인지 감이 잡혔다. 실습뿐만 아니라 수상한 실험이 행해지는 듯한 수의대생의 작업실과 거기에 기어들어 가 봤자 별로 좋을 것 없는 뱀 한 마리. 사람은 물려 죽었고 뱀은 발견되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물건을 가져다 파는 듯한 무수한 상점들과 그라피티로 뒤덮인 캠든 타운의 번화가를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간 우리는 갈색 페인트가 벗겨진 어느 낡은 문 앞에 도착했다. 셜록이 피해자의 이름인 조쉬 애버트라는 이름이 쓰인 벨을 누르니 잠시 후에 한 노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비도 오지 않는데 무릎 밑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신고서, 우리 둘을 쳐다보는 얼굴엔 경계로 오인할 만한 피곤함이 서렸지만 적대적이진 않았다. 사고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이 왔다 갔기 때문이리라.


“어쩐 일이요?”


셜록이 왼손에 레스트라드의 배지를 들고 보여 주었다. 아까 그와 말다툼을 했던 것을 상기하면 참으로 천부적인 뻔뻔함이다. 노인이 눈을 흐릿하게 뜨고 약간 고개를 뒤로 빼며 배지를 읽었다. 셜록이 도왔다.


“사망한 조쉬 애버트 때문에 왔습니다. 가족이신가요?”

“건물주인이요. 경찰이 왜요? 경찰이 이런 일에도 출동합니까?”

“형사요. 사고인지 확실하게 해 두는 겁니다. 그게 제 일이니까요. 제 동료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보죠?”


노인이 셜록에게서 눈을 떼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얼른 주머니를 뒤적여 배지를 꺼내 보이려는데, 그 행동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문을 열고 우리가 들어갈 수 있게 비켜 주었다.


“아침에 야생동물 구조대원들이 와서 덫을 확인하고 가긴 했는데, 허탕이었고……”

“고맙습니다. 조쉬 애버트의 시신이 발견된 지하실과 방을 좀 봅시다.”

“들어오시오.”


그러더니 우리를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 앞까지만 안내했다.


“위층에 있을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요. 난 비위가 약해서.”


눈썹을 움직이며 기대감을 표시한 셜록이 문을 열자 소독약 냄새와 휘발유 냄새와 지하실의 축축한 습기와 곰팡내가 한데 뒤섞여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겼다. 아무래도 후각이 발달한 뱀이 자처해서 똬리를 틀 만한 공간은 아닌 것 같았다. 심지어 약간 부패하는 냄새도 났다. 작지만 창문이 열려있는데도 그랬다. 불을 켜자 눈앞에 공포영화 세트장 같은 무대가 펼쳐졌고 셜록이 공감할 수 없는 말로 투어를 시작했다.


“환상적이군.”


녹슨 철제 선반에서 라텍스 장갑을 발견한 셜록이 그것을 꺼내 내게도 한 쌍을 건네주었다. 눈도 밝지. 셜록을 따라서 장갑을 꼈다. 맛있는 음식들이 널렸다는 듯 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흥분을 티 내던 셜록이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은 냉장고였다. 일반 냉장고가 아니라 레스토랑 주방에서나 쓰일 것처럼 컸다. 그가 손잡이 중에서도 제일 손이 많이 가지 않을 법한 부분을 잡고 열었다.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냉기가 돌고 있었지만, 안은 비어있었다. 그 안에 머리를 들이밀어 냄새를 맡고, 구석구석을 살피고, 손을 쑥 집어넣어 손끝으로 쓸어보고, 손에 묻은 냄새를 맡았다. 냉장고 문을 닫고 온도계를 살폈다. 눈금이 냉장과 냉동 사이에 걸쳐져 있었다.


셜록은 그다음에 냉장고 옆의 개수대로 이동했다. 배수구 쪽을 들여다보던 그가 갑자기 테이블로 와서 핀셋을 뽑아 들고 돌아갔다. 나는 다가가다 멈췄는데 거기서 유독 불쾌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셜록이 코를 막고 배수구의 거름망을 들어 올렸다.


“존.”

“싫어.”


나는 아예 뒤로 물러났다. 테이블 위를 살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셜록이 쓰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공통점을 찾기 힘든 물건들이 가득했다. 해부용 핀과 마스크…… 고글? 매우 다양한 크기의 주사기, 가위, 칼, 망치? 개 목걸이. 그렇지만 실습대로 추정되는 것 위는 깨끗했다…… 맙소사, 제물대처럼. 셜록이 코를 막은 채로 말했다.


“별로 모범적인 학생은 아니군. 의료폐기물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걸 보니. 하긴, 혼자 몰래 즐기는 짓이니 의료폐기물을 수거해 달라고 청할 이유가 없겠지. 추측하건대 양도 꽤 많을 것 같고.”

“즐긴다고?”


기분 나쁜 물건들 틈바구니에서 붕대나 소독약 같은 것을 찾으려 애썼으나 허탕이었다. 개수대 한쪽에 거름망에서 나온 이물질들을 쏟아 핀셋으로 뒤적거리던 셜록이 무언가를 들어 올렸는데 꽤 길게 이어졌다. 악취 때문에 속이 좋지 않은 내게 셜록이 친절하게 안내했다.


“창자야. 길이로 봐서는 토끼 정도의 작은 동물.”

“셜록……나도 알아.”


셜록이 핀셋을 내려놓고 이번엔 구석에 있는 큰 용액에 관심을 보였다. 먼저 냄새부터 맡고, 빨간 뚜껑을 여는 도중에 무엇인지 알았는지 도로 잠갔다.


“소독약이군. 휘발유도 있고.”


셜록이 그 옆의 양철통의 뚜껑을 아주 살짝만 열고 또 냄새를 맡았다.


“비료. 역시. 가장 구하기 쉬운 질산칼륨이지. 이렇게 다닥다닥 붙여놓다니, 안전 면에서도 영점.”


마치 놀이공원에라도 온 듯 신나서 이리저리 구경하는 셜록을 보고 나는 헛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셜록이 더 옆으로 이동하더니 구두로 바닥을 쓸었다. 군데군데 시커멓게 무언가가 탄 듯한 자국이 있었다.


“소소한 불놀이도 했군.”


그리고 고개를 들어 콘크리트 벽을 살폈다. 불투명한 창문 밑에 용도를 알 수 없이 박힌 못을 발견하고, 시선으로 벽을 따라가다가 똑같은 것을 반대편 벽에서도 찾았다. 셜록이 두리번거리더니 한쪽 구석에서 둘둘 말린 얇은 줄을 발견했다. 그 앞에 쪼그려 앉더니 파우치에서 확대경을 꺼내 살폈다. 손가락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하며 그것을 풀어서 한쪽 벽에 묶더니 또 다른 한쪽 벽에 묶었다. 원래 그렇게 쓰이던 줄인 것처럼. 이번엔 셜록이 그 줄을 따라가며 자세히 쳐다보더니, 곁의 철제서랍을 벌컥 열었다. 온갖 것으로 가득 찬 서랍을 뒤지는 그를 보자니 자신의 머릿속을 뒤지고 있는 듯한 그림이었다. 셜록이 양철통을 찾아 흔들어 보더니, 그 안에서 나무로 된 작은 집게를 꺼내 줄에 하나씩 매달았다. 구경하고 있자니 나도 흥미를 느껴 자세히 보려고 다가갔다. 아닌 게 아니라, 줄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 집게 자국이 나 있었다. 셜록이 물었다.


“무슨 사진이지?”

“안 보는 게 나을 사진들.”

“먼지 상태로 보면 아주 최근에 치운 거야. 줄도 변색되었고 매듭도 오랫동안 묶인 채로 있었어. 풀어도 꼬여 있을 만큼. 왜 치운 거지?”


셜록이 이번엔 창문을 가리켰다.


“기사에선 뱀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추측했어. 이런 냄새가 나는 곳에 들어올 리도 만무하지만, 나갈 수 있는 길도 없군. 벽이 너무 높고 몸으로 감고 오를 수 있는 물건도 없어. 시체가 발견되었을 땐 출입구가 닫혀 있었고 안에서 잠겨있었어. 그래서 죽고 나서 바로 발견되지 않은 거야.”


한쪽에 동물 우리가 쌓여 있었다. 햄스터 따위가 살았을 법할 플라스틱 케이지부터 대형견이 들어갈 만한 우리까지. 개 주둥이를 막는 머즐도. 구석구석 뭉쳐 돌아다니는 동물털들이 종을 막론했다. 심지어 깃털도 보였다. 집주인이 따라 들어오지 않은 이유를 잘 알겠다. 셜록이 벽을 따라서 쭉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실험대를 앞에 두고 섰다. 제일 맛있는 것을 아껴둔 것처럼.


“어떻게 생각해, 존?”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이것 좀 봐. 없는 게 없군, 염산에, 청산가리에, 아세틸콜린, 스트리크닌! 흥분작용도 하지.”


셜록이 병 하나를 집어서 내게 보였다.


“테트로도톡신, 복어 독. 물론 너도 알겠지.”

“즐거워 보이네. 살아 있었다면 절친했을지도.”

“호기심이 많은 친구였군.”

“사이코패스. 그것도 아주 역겨운 수준이라고.”

“뭔가 빠졌어.”


그제야 셜록이 실험대를 보고 중얼거렸다. 어차피 내 말을 듣고 있지 않기에 나는 문 앞에 서서 팔짱을 꼈다. 셜록의 고개가 갸웃한 채 멈췄다.


“뭔가 허전해. 뭐지? 뭐가 빠졌지?”

“많은 게 빠졌지. 거의 결핍에 가까운데.”

“이 멋진 공간이 완벽하지 않은 이유 말이야. 왜지?”

“멋지다고? 셜록.”


셜록이 테이블에 두 손을 짚었다. 구하는 답이 머리 위를 맴돌기만 할 때의 짜증이 그의 미간을 사정없이 구겨놓아 야만적인 미친 과학자의 해부대와 꽤 잘 어울렸다. 그러니 정말 몰라서 묻나 보다. 의사인 나를 눈앞에 두고도. 실험대를 눈으로 훑던 셜록이 허리를 펴고 신경질적으로 발을 옮겼다.


“윤리, 생명에 대한 존중, 위생 관념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야. 뭔가가 안 보인다고,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

“그러니까. 눈앞에 두고도 못 보는 게 나뿐만은 아니군. 멋지다니?”

“조용히 해, 존! 내가 생각해 낼 거야. 내가 알아낼 거야! 뭐지? 뭐가 빠졌지?!”


장갑을 낀 두 손을 허공에서 불안하게 흔들며 다가온 셜록이 갑자기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마치 이 끔찍한 실험실의 주인이라도 된 듯 히스테릭한 얼굴이 공격적이기까지 해서 나는 꼼짝없이 어깨를 붙잡힌 채 셜록을 마주 보았다. 푸르스름한 눈이 그나마 내가 아는 것이었다. 마치 내 눈 속에서 해답이라도 튀어나오길 기다리는 것처럼 뚫어져라 쳐다보던 셜록이 정말 내 생각을 읽은 듯 입술을 벌렸다.


“마비. 마취제!”


셜록이 나를 놓고 실험대를 다시 살폈다.


“에테르가 없어. 수면을 유도할 약품도. 호흡기도.”

“드디어 알아챘군, 내 눈에는 꽤 분명해 보였는데 말이지?”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사실이다. 나도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열정적인 학구열을 가진 학생인 줄로만 여겼으니까. 선한 의사와 동물 학대를 즐기는 사이코패스의 차이는 치료 목적을 가진 도구의 결핍 정도로 드러나니 거의 한 끗 차이로 보아도 무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비꼬듯 중얼거렸는데도 셜록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뼈톱을 집어 들었다.


“일부러 안 한 건가?”

“말했잖아, 악질이라고. 마취제도 없고 봉합사도, 바늘도, 치료를 위한 도구는 하나도 없잖아.”

“생명을 보존할 목적이 아니니까. 그런 도구들이 부재한 이유가 무관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필요하기 때문일까? 그게 내 질문이야.”


셜록의 목소리가 뼈톱에 매료된 듯 나긋하기까지 해서 나는 진저리를 쳤다.


“그게 뭐가 다른데? 어쨌든 죄 없는 동물들이 끔찍한 고통을 받다가 죽었을 텐데?”

“큰 차이가 있지. 행위로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상 행위를 규정할 수도 없으니. 고통을 보고 흥분하는 것과 고통을 연구하는 것은 엄연히 달라.”

“어쨌든 살려 두지 않고 죽였을 거라니까?!”

“뭐하러 살려 두겠어? 경제적이지 못하게. 학생이잖아.”


셜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나야말로 할 말을 잃어 대꾸하길 포기했다. 그러니 내 표정에서 무언가 읽기는 읽었는지, 한발 양보하겠다는 식으로 셜록이 눈을 굴렸다.


“물론, 너야 더 불쾌하겠지, 의사니까. 난 지금 바쁘잖아, 조쉬 애버트라는 남자가 이 작은 아지트에서 몇 년간 해온 일을 읽어내고 있다고. 제 소유도 아닌 부동산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런 짓을 해오는 게 쉬운 일이었을 것 같아? 그런데도 해야 했던 이유, 동물에 관한 방대하고 귀중한 사실들이 목적이었다면, 여기는 혁명적 실험의 가장 큰 장애물인 윤리라는 제한이 없는 가능성의 장일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 그저 흥분하기 위해 고통을 가한 거라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거지만.”

“변호할 게 따로 있지, 셜록.”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은 네 전문이잖아?”

“동정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도 있거든.”


머리가 지끈 당기는 게 악취 때문인지 셜록 때문인지 몰랐다. 이 주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경제적이지 못하다 판단했을 셜록이 뼈톱을 내려놓았다. 대신 작업실로 화제를 돌렸다.


“좋아. 타이판은 맹독성이 강하긴 하지만 궁지에 몰리기 전까지는 비교적 온순해. 우연이든 아니든 여기에 떨어졌다면 사람을 공격하기보단 제일 냄새가 안 나는 곳에 숨어서 똬리를 틀 가능성이 커. 뱀이 공격하기 시작했다면, 이렇게 많은 물건이 얌전히 제자리에 있는 것도 불가능해. 타이판은 사람의 키만한, 두꺼운 뱀이라고. 그러니 만약 이 공간에 타이판이 있었다면 높은 확률로 들여온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내보낸 사람은 반드시 있을 거야. 그럼 그게 누구인가? 죽은 피해자가 내보냈을 수는 없지. 들여왔을 가능성은 있어. 훔쳤거나, 발견했거나. 어느 경우든 제 거주지에 작업실까지 차리고 수의학을 전공하는 우수한 성적의 피해자가 타이판이란 치명적인 독사를 다루면서 제 안전에 소홀할 리 없어. 그러면서도 마취를 소홀히 했다? 게다가 경위야 어찌 되었든 뱀에게 물렸다면, 물리자마자 병원에 갈 생각부터 하지 않았을까? 독이 몸에 퍼지는 시간 동안은 움직일 수 있으니까. 죽어가는 마당에 뱀을 상대하거나 사고로 어지럽혀진 물건을 정리할 생각은 안 했을 거야. 물리고 나서 문을 한 번이라도 열었다면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을 거고, 그게 뱀이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됐을 거야. 하지만 왜인지, 조쉬 애버트는 여기에 남아 죽어가기로 했지.”


그리곤 피해자의 영혼이 듣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너무 곱게 죽었어.”


직업상 비위가 상당히 좋은 편인데도 속이 좋지 않아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셜록이 개수대의 내용물을 꺼낸 이후로 악취가 심해진 탓일 것이었다. 흥을 깨서 미안하지만 살고 볼 일이라 결국 문을 열었다.


“맙소사. 나 숨 좀 쉬고 올게.”


계단을 올라 바깥으로 튀어나간 나는 신선한 공기를 쐬었다. 폐와 머릿속까지 꽉 찬 악취를 내보내려고 심호흡을 했다. 짹짹거리는 새 소리를 들으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어떤 종류의 사람이면 오로지 파괴할 수만 있는 공간을 꾸려 놓을 수 있는 걸까. 의사도 결국 직업이라, 사람의 몸이 아니라 공장에서 부품을 고치는 것처럼 마음이 냉해질 때면 그 숫자를 헤아리며 노동량으로라도 마음을 위로할 때가 있었다. 그 최소한의 위안조차 비웃으며 내 수고를 없던 일로 하는 존재들을 마주할 때마다 덮치는 허무함이 파괴욕으로 변하는 게 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간단한 일인가.


놀이터에서 더 즐길 줄 알았는데, 셜록도 계단을 타고 올라오더니 위층으로 향했다. 나도 마지막으로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그 뒤를 따랐다.


3층에 있는 플랫의 문이 열려 있었다. 그 안에서 셜록의 뒷모습이 보였다. 낡은 건물이라 내부도 그다지 깨끗하진 않았지만, 지하의 작업실보다는 천국이었다. 평범한 이십 대 남자의 주거공간. 부엌과 욕실에선 특이점이 전혀 없어서 눈을 둘 곳도 없었다. 방은 하나였는데 빛바랜 초록색 벽지엔 대학교에서 찍은 사진들로 꾸며졌고, 책장엔 의학서적들로 가득했다. 침대와 책상, 옷장을 제외하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은 적은 편이었으나, 분위기가 지극히 평범해서 지하실을 쓰는 사람과 동일인물의 거주지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셜록이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을 켰다. 나는 침대 옆에 난 창문의 커튼을 들춰보았다. 바로 옆 건물이 근접해 있어서 붉은 벽돌밖에 보이지 않았다. 밑을 내려다보니 담장 밑에 무언가 네모난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안에서 시커먼 것이 꼬물거려 내 시선을 붙잡은 것이다.


“비밀번호가 없다니 이상한데.”


셜록이 실망한 듯 중얼거렸다. 돌아보니 노트북이 이미 바탕화면을 불러냈다. 여전히 장갑을 낀 열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서 쫙 피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왜 비밀번호가 없지?”


셜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피해자의 사진이 모여 있는 벽에 시선을 고정했다. 조금 병약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사진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미소는 순수해 보일 만큼 밝았다. 교수로 추정되는 사람과 찍은 사진도 있었고, 실험실을 배경으로 학생들끼리 찍은 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사진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다. 내가 주변 인물들에 집중할 때, 다른 것을 눈치챈 셜록이 말했다.


“장애가 있었군.”

“장애라니?”


셜록이 손끝으로 사진 하나를 톡톡 두드렸다.


“수전증이 심한 모양이야.”


꽃다발을 든 피해자의 손 부분이었다. 손이 흐릿하게 초점이 맞지 않은 채로 있었다. 많은 사진 중에서 피해자의 손이 나온 것은 딱 세 장뿐이었고, 손 부분만 초점이 흔들렸다. 그제야 난 유독 피해자가 뒷짐을 지길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셜록이 이번엔 책상을 뒤져 얼룩덜룩한 노트를 한 권 꺼냈다. 페이지를 넘겨 살펴보는데, 글씨가 너무 악필이라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내가 물었다.


“어느 대학이야?”

“여기서 멀지 않아.”


그렇다면 한 군데밖에 없었다. 노트를 책상 위에 탁 내려놓은 셜록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설정으로 들어가 휠체어 모양 아이콘을 클릭했다.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위해 설정을 조작하는 곳이었다.


“존, 수전증이 있는 사람이 수술하는 의사가 될 수 있었을까?”

“어렵다고 봐야지.”


의사는커녕, 따로 설정하지 않은 컴퓨터도 쓰기 힘들 것이다. 셜록이 키보드 중 한 개를 빠르게 두 번 두드렸다. 모니터에 알파벳 j가 하나 입력되었다. 빠르게 세 번 두드렸다. 그래도 하나만 입력되었다. 내가 물었다.


“심해?”

“매우.”

“그런 상태로 의학을 공부하는 건 불가능해.”

“일반적으론 그렇지. 하지만 존, 네가 이 친구를 지칭한 표현을 고집하려면 일반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 게 좋겠군.”

“무슨 소리야?”

“나도 평소엔 할 수 없지만 사건을 조사할 때는 할 수 있는 능력들이 있지. 눈물을 내보낸다거나.”


아까부터 이 변태에게 지나치게 공감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적절할지 생각하며 까만 뒤통수를 내려다보았다. 누군가 그를 사이코패스라고 지칭할 때마다 소시오패스라고 굳이 정정하며 선을 긋던 생색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별로 좋은 예는 아니네.”

“어째서?”

“넌 사이코패스가 아니니까. 이 인간과는 달리.”


셜록이 파일을 검색했다. 화면에서 돋보기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동안 셜록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와 비슷한 구석은 있지.”

“아, 셜록.”

“좋은 비유가 아니었다면 네가 이해하지도 못했겠지.”


내가 강하게 부정할 찰나, 사진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곧 화면을 가득 메웠다. 난 그것들을 가리키며 셜록에게 말했다.


“넌 이런 짓은 하지 않잖아.”


여태까지 해부된 동물들의 사진이었다. 연도로 구분된 폴더로만 봐도 어마어마한 숫자였고 끔찍하게도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셜록이 하나를 확대해서 천천히 넘기는 동안 우리는 침묵했다. 심지어 주인이 있는 개까지 잡아다 해부를 했는지 목걸이가 그대로 매달린 것도 있었다. 셜록이 중얼거렸다.


“맞아. 정말 쓸데없는 짓이야.”


이 짓거리엔 어떤 선도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의 정당성도, 죄책감도, 존중도. 죽은 그에게 그다지 동정심이 들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해부하려고 훔친 뱀에게 오히려 물려 죽었다면 당연히 뱀을 변호할 것이다. 몇 방울의 독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타이판에게는 적당한 수준의 보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제가 원해서 뱀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니.


다시 속이 갑갑해져 창문을 내다보았다. 잊고 있었던 네모난 물체가 다시 떠올라 내려다보니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었다. 생명체가 분명한데 타이판으로 보기엔 작았다. 그렇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이 수많은 생명에게 내가 해줄 것은 없으나, 아직 숨이 붙은 것들에게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잠깐 나갔다 올게.”

“또?”


대꾸하지 않으니 셜록이 허리를 틀어 뒤를 돌아보았다.


“존?”


문간에 멈춰서 셜록과 눈을 맞추니 그가 수상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사람들과 하하 호호 떠들던 저녁 테이블을 조용히 벗어나다 들켰다면 그렇게 묻는 셜록의 얼굴에 웃어 보였을 것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자꾸 사이코패스인 척하지 마, 셜록. 짜증 난다고.”


나는 셜록을 두고 계단을 내려갔다. 밖으로 나와서는 옆 건물과의 사이에 난 사잇길로 들어갔다. 위에서 보았을 때와는 달리, 중간에 대형 쓰레기통이 있어서 맞는 방향인지 긴가민가했다. 내 귀에 꺼져가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더 들어가 보니 작은 우리에 고양이가 한 마리 들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까만 털에, 노란 눈을 하고 나를 잔뜩 노려보는 고양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보나 마나 조쉬 애버트가 쳐놓은 덫이 틀림없다. 이런 식으로 실험체를 잡아들였다면 이 동네 동물들은 씨가 말라가고 있을지도. 그때 기척이 들려 뒤를 돌아보니 검은 쓰레기 봉지를 든 건물주인 노인이 보였다.


“여기 고양이가 갇혀있는데요.”


노인이 쓰레기를 통 안으로 던지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또? 저런……이건 치워버려도 되겠군. 조쉬의 다른 물건들은 가족들이 와서 가져갈 때까지 내가 손댈 수 없지만. 물론 형사 양반이 눈 감아 준다면 말이야.”

“저는 의삽니다.”


무심코 말했으나 그는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그래? 잘됐네. 이 덫에 걸리면 꼬리가 다치게 되어 있어요.”


여러 번 봐왔다는 듯, 노인이 천천히 덫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걸쇠를 뺐다. 문을 활짝 열었는데도 고양이는 잔뜩 긴장했는지 제일 구석에 몸을 말고 나오지 않았다.


“운 좋은 녀석이네.”

“덫이 맞군요? 조쉬가 놓은. 왜 이런 짓을 한 거죠?”


노인이 앉았을 때처럼 천천히 무릎을 펴며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 때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요? 뻔하잖아요.”

“아니, 학교 친구들을 곧잘 초대해서 어울렸어요. 지하실의 비밀은 지키면서. 그래서 더 이상했지.”

“그럼 그건 어르신과만 공유하는 비밀이었겠네요.”


내 말에서 속뜻을 눈치챈 노인이 순간 나를 빤히 보더니 곧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하지만 좋아서 그런 건 아니야. 무서웠어. 자네도 봤으니 알겠지만. 월세도 꼬박꼬박 내고 쫓아낼 다른 구실이 전혀 없었는걸. 그리고 지하실에 대해 아는 사람이 나 말고도 한 명 더 있어.”

“누구죠?”


갑자기 셜록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척 없이 나타난 바람에 나나 노인이나 놀라서 뒤를 보았다. 꼿꼿하게 서서 뒷짐을 진 셜록이 물었다.


“지하실에 출입한 사람이요.”

“글쎄,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고, 언뜻 본 것뿐이지만…….”


노인이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이마에 잔뜩 주름을 잡고 뜸을 들였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센 흑인 남자였어요. 나이는 오십 대 정도로 조쉬의 아버지뻘이었지. 안경을 썼고, 키가 당신처럼 컸는데 조금 마른 느낌이었어.”


그가 손으로 셜록을 가리켰다. 내가 셜록에게 물었다.


“아버지? 혹은……교수?”

“글쎄. 방에 있던 사진 중에 해당할 인물은 없던데.”


그때 손가락이 간지러워 고개를 내려보니 고양이가 연분홍색 코를 내 손에 대고 있었다. 우리가 저를 두고 가만히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약간은 경계를 푼 모양이었다. 손가락으로 콧잔등을 긁어 주려니 곧장 깊숙한 곳으로 몸을 피하긴 했지만. 셜록이 노인에게 말했다.


“동료들이 올 생각을 않으니 이만 가 봐야겠어요. 참, 고무장화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타이판의 이빨은 가죽도 뚫죠.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지하실에 계세요. 가장 안전한 곳이니. 존?”


하고 셜록은 돌아섰다. 나는 우리에서 고양이를 꺼내 살폈다. 검은 꼬리에 붉은 상처가 있었다. 과연 덫의 문이 닫히면서 꼬리가 다친 것이었다. 언제부터 방치되어 있던 건지, 손으로 전해지는 몸이 가볍기만 했다.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려면 동거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나는 노인의 도움을 받아 고양이를 도로 우리에 넣었다. 셜록은 큰길가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들었다가, 뒤따라오는 내가 우리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으며 굳었다. 도저히 말발로 당해낼 수 없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할까 봐 먼저 선수 쳤다.


“반려동물이 너에게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거라는, 의사로서, 또한 동료로서의 소견이야. 네가 저 사이코패스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입증해주지.”

“존……”

“또 내가 존경하는 어떤 자문 탐정도 나를 보통 의사 그 이상이라고 칭찬한 바 있지.”


택시를 부르느라 손을 위로 치켜든 채 굳은 셜록의 얼굴에는 부정을 뜻하는 수만 가지의 표현이 쓰여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셜록의 말문을 막은 순간이 아닌가 싶었다. 마침 택시가 셜록의 손을 보고 다가왔다. 희망이 엿보여 얼른 덧붙였다.


“나을 때까지만.”


우리 앞에 택시가 와서 섰다. 내가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자 그는 더없이 창백한 얼굴로 택시에 올랐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52,513 공백 제외
  • 링크 2
  • 이미지 1
10,0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