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사건 사고가 넘처나는 이곳에도 일년에 한번 어린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날이 존재한다. 어린이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날. 통칭 어린이날은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날이라고 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닌자들을 위한 사원에도 이 날을 축하하는 전통은 언제나 있어왔고, 올해는 처음으로 맞이한 제자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하던 차였다. 

크로스로드는 온갖 차원이 모인 곳답게 각종 즐길거리가 가득했고, 제자들을 위해 나섰던 카이 로이드 니야는 사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나아갔다. 로이드가 부딪혀서 넘어질 뻔할때, 카이는 쓰러질 뻔한 로이드를 재빠르게 잡았다. 

요즘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마스터 로이드님? 예나 지금이나 몸이 솜털 같아서 휙 쓸려가겠어.

장난스래 말하며 팀의 막내이자, 사원 관리자 그리고 아직 부족한 마스터인 로이드를 향해 말하는 카이는 언제나처럼 그를 놀렸다. 다 큰지도 벌써 몇년 째인데 여전히 아기 취급이라니, 로이드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카이를 보았지만 카이는 눈치 채지 못한 듯 자연스래 넘어갔다. 그는 와일드 파이어를 위해서 특별한 물건을 찾아다니고 있었고, 골목을 두어번 돈 끝에 그것을 찾아냈다. 와일드니스에서 건너 왔다는 불꽃무늬 장신구는 최근에 맞춘 와일드파이어의 도복이랑 잘 어울릴 터였다. 그는 뿌듯한 듯 그것을 포장지에 싸고서 가게를 나왔다.

니야는 온갖 고양이 관련 장신구를 보다가 고양이 귀가 달린 숫자 5를 꺼내들었다. 상인의 말에 따르면 5는 완전한 숫자이며 고양이는 자유로움을 상징하니 이것만큼 좋은게 없다고 했던 것에 혹한 걸까. 평소라면 이렇게 고르지 않는 니야조차 홀딱 넘어갈 정도로 유려한 상인의 말은 곁에 있던 이들마저 흔들리게 만들었다. 

능숙하게 선물을 고르는 그들과는 달리 로이드는 아린에게 선물할 것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로이드의 어린 시절은 짧았으며, 아이였을 때, 선물을 챙겨주는 이는 그의 곁에 없었다. 게다가 아린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 않는가. 그렇다보니 어떤 선물을 고를지부터 난관이였다. 조리 도구 같은 걸 선물하자니 어떤게 필요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칼집을 꽃을 수 있는 어깨띠를 고르자니 너무 재미 없는 선물이 될 것 같아서 제자가 실망할까봐 두려웠다. 한숨을 내쉬는 로이드를 보고 다가간 카이는 로이드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사실은 어릴때 한번도 어린이 날 선물을 받아본적이 없어서, 형이나 누나처럼 고르는 게 어려워. 이러다가 아린이 실망하면 어쩌지 싶기도 하고,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내가 좀더 어렸으면 확신을 가지고 고를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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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제 없어, 이제부터라도 골라보면 되지.  

로이드의 표정을 본 카이는 그를 안아들고서 담을 넘고 지붕을 건넜다. 로이드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그를 안아들어서 달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고, 로이드는 버둥거리다가 현실을 받아들였다. 카이 형이 이럴 땐 니야 누나가 아니면 절대로 못 말리니까 어쩔 수 없다고.

로이드가 어렸을 때, 그에게 주어진 운명으로 인해 어린시절도 제대로된 어린이날 선물도 챙겨주지 못한게 이런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그가 이런 걸로 고민한다면, 이런 식으로라도 풀어주면 된다면서, 카이는 그를 냅다 들고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까 눈여겨봤던 만물 잡화상은 골동품을 비롯해 온갖 것을 팔고 있었고, 그곳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므로. 

가게 안의 온갖 물건을 둘러보며 잔뜩 긴장한 그 앞에 카이는 드래곤 목걸이를 내밀었다. 로이드를 상징하는 용이 새겨진 팬턴트는 옥으로 만들어진 눈동자가 돋보였고, 그린닌자이자, 마스터인 그에게 어울릴 물건이기도 했다. 예상치도 못한 선물에 놀란 로이드는 커진 눈으로 카이를 바라보았고, 카이는 그런 로이드의 목에 그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그린닌자의 녹색 도복과 어울리는 황금빛 용은 마치 세트마냥 어울렸고, 로이드는 자신의 목에 달린 용을 만지작거리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가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로이드가 찾아낸 것은 카이가 선물해준 것보다는 조금 작은 물건이였다. 그러나 로이드의 것과 한쌍으로 이루어질 법한 금빛 드래곤은 아린의 스핀짓주 색처럼 진한 노랑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카이가 고른 것처럼 선물 받을 이와 어울리는 물건이였다.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네, 스승으로서 처음으로 선물해주는거니 네 제자도 기뻐할거야.

그럴까?

물론이지, 언제나 처음은 특별한 법이니까. 

훈훈한 표정으로 가게를 나선 그들은 둘을 뒤쫓아 오느라 고생한 니야를 마주했고, 그녀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들을 혼내려다가 로이드의 목에 걸린 것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불마냥 대책없이 나서긴 해도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동하는 카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식이였지만, 화를 낸다고 해도 달라지는게 없을뿐만 아니라, 이번에도 그 나름대로 해결해주려고 노력한게 분명했으므로. 

+번외

아까 먼저 가서 미안해, 니야. 생각이 앞서다보니 몸이 먼저 나아가더라.

로이드를 먼저 사원으로 보낸 카이는 니야에게 팔찌를 내밀었다. 아까 로이드가 들어간 사이 골랐던 파도 무늬가 새겨진 팔찌는 그녀의 손목에 딱 맞았으며, 그녀는 그것을 보고 화답하듯이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오빠답고 좋지 뭐. 가끔 그럴때 있잖아.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아가는 때. 오늘도 그런거라 치면 되지,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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