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데리안─한 군인의 회상


나는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네임드들보다 전혀 새로운 길을 여는 개척자들에게 흥미를 느낀다

하인츠 구데리안─그가 딱 그렇다

전쟁 수단의 판도를 바꿔 놓은, 전격전의 창시자!

능력치는 대천재 굇수인데 전범 행위로 점철되어 있어 알아가기가 영 찝찝한 다른 나치 독일 장군들에 비해,

구데리안은 전쟁 범죄 혐의가 없음으로 판결됐기에 탐구하기가 심적으로 한결 홀가분한 인물이다

물론 전범국의 지휘관이자 히똘러의 개삽질을 방조한 죄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존경심을 갖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주의하고 있다


이 책은 구데리안의 회고록으로 전간기부터 WW2까지의 독일 육군 사정을 구데리안의 시점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소개 끝~


그동안 이런 책을 을매나 찾아다녔는지 모른다

군 편제부터 전투 전개까지 지이이이ㅣㅇ이이이잉짜 자세하게 상술되어 있다 완전 최고

맨날 뭐야, 그, 삼국지 같은 데서

~숲 속에 매복하고 있었는데요, 기습해서 이겼습니다~

같은 얼렁뚱땅 넘기기식의 묘사만 보다가(사실상 삼국지는 전쟁물보다는 정치물이지만)

진군 과정이 시간 단위로 상술된 이 책을 보니까 개비스콘 저리 가라였다ㅡㅡ

(너무너무 친절해!)


게다가 진짜 초절정 감동이었던 것은 지도가 한글 표기 되어 있다는 것 ㅠㅠ

다른 책에 첨부된 지도는 서로 글씨가 겹칠랑 말랑하는 영어 표기인데다가 구리구리한 저해상도 때문에 알아보기가 영 불편했는데, 이 지도는 편집이 완존 깔끔해서 진짜루 보기 편했다 ㅠㅠ 직관성 짱


또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글이 겁나 매끄럽다

군사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술술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700페이지가 쪼끔 넘는데, 글이 워낙 매끄러운지라 완독까지 얼마 안 걸렸다

누가 번역을 일케 천재적으로 했나 싶어서 확인해 보았더니 /이수영/ 번역가님이시란다

몹시 감탄해서 이분이 번역한 다른 책들을 더 구매해 보려고 한다

김진준 번역가님 이후로 번역가 분한테 존경심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책 사면 주는 특전)


책의 만족도는 5점 중 5점이었고, 무려 하드 커버 대용량(?) 책임에도 26,000원밖에 안 하다니 대혜자다

초반─특히 <폴란드 침공─프랑스 침공─바르바로사 작전>까지는 적성에 맞는 공부하듯 읽었고,

그 뒤로 히똘러가 서서히 멘붕 걸려서 개념 안드로메다로 보낸 패악질을 부리기 시작한 후로부터는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후반부 패턴이

히똘러가 말도 안 되는 개쌉쓰레기 명령을 우김 >>> 구데리안: 님 그건 좀... >>> 히틀러: 응 안들려~ 너 해임 >>> 소련군에게 장렬히 패배 >>> 구데리안: (뒤에서)아시부럴 그때 내가 이케이케 하자는 대로 했음 그 사달이 안 나는데시렁구시렁

─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구데리안이 '이랬어야 했다~ 이랬으면 그 재앙만은 면했다~' 이런 견해를 내리 남기는데

뭔가 면전에서는 말 못하고 뒤에서 꾸시렁대는 영감님 보는 것 같아서... 구하다 추데리안... 이런 느낌

하기야 면전에서 반박하는 즉시 "너 예편 ㅃㅃ2" 이긴 했다

독소전쟁은 알면 알수록 예능인이 정치를 해선 안 되고 더욱이 손에 군대를 쥐여 주면 안 된다는 교훈뿐이다

암튼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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