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차차(@CHA_CHA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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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미포함: 2,554자




(상략)


단순함이 무거움을 가지면 그것은 더 이상 마냥 웃을 수 없는 일이 된다. 츠루마루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정원을 조용히 바라봤다. 요 며칠 새 혼마루에 겨울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듯 차가운 공기가 부나 싶더니 오늘 아침에는 기어코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렸다. 단도들은 눈이 쌓인 것이 즐거운지 넓은 정원을 이리저리 뛰어놀기 시작했고, 몇몇 태도들은 그런 단도들을 지켜보거나 서로 모여 차를 마시기도 했다. 그런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던 츠루마루는 턱을 괴고 있던 긴 빗자루를 고쳐 잡고는 자리를 떴다. 

레이의 검으로서 이 혼마루에서 지내는 것은 물론 즐거웠다. 놀라움은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었고, 그로 인한 즐거움은 넘쳐날 정도였다. 자신의 주인인 레이를 놀리는 것은 특히나 멈출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쯤이면 익숙해질 텐데도 불구하고 소녀는 여전했다. 아니, 요즘에는 좀 더 다른 반응인가. 뭐가 다른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묘하게 자신을 피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츠루마루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낮게 목소리를 울렸다. 특히 자신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나 갑작스레 껴안았을 때에는 몸을 크게 떨고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쳐다봤었다. 예전에는 같은 장난을 해도 그렇게까지 놀라지 않았었는데, 참으로 묘한 일이다.

“어이, 레이. 슬슬 일어나는 게 좋을 걸.”

미닫이문을 여는 소리가 유난히 작게 느껴졌다. 주위가 눈으로 가득해서 그런 것인지, 자신의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츠루마루는 문을 열며 방의 주인을 깨웠지만 정작 그곳에는 텅 빈 이부자리만 놓여있을 뿐이었다. 어, 하는 순간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 느리지 않은 속도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방의 주인이 서 있었다. 하얀 눈이 쌓여있는 정원에, 얇은 옷을 입곤 겉옷조차 걸치지 않은 작은 체구의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밖으로 나온 것인지 늘 단정하게 땋고 있던 붉은 머리는 다른 검은색 머리카락과 어우러져 있었다.

붉은색. 츠루마루는 그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온통 하얀 배경에 우뚝 서 있는 것은, 검고 붉은 머리칼을 가진 소녀였다. 마치 자신을 위해 피어난 피안화처럼 느껴졌다. 그 향기는 무척이나 매혹적이어서, 츠루마루가 무심코 팔을 뻗었을 때, 무표정으로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소녀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좋은 아침. 거기서 뭐해?”

멀리서 들리던 단도들의 밝은 목소리들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 단 둘만 남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깨달았다. 그리곤 뻗었던 팔로 급하게 입을 가리곤 고개를 숙였다. ……이건 놀랐다. 이런 식으로 한 방 먹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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