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계AU

* 라디오 PD 스가와라 x 신인 아이돌 히나타

* 스가히나 온리전에 나올 예정이며, 온에어는 2편까지 공개됩니다.

* 선입금은 ~11/7까지 받으며, 현장수령 및 통판 신청폼은 공지 인포를 확인해주세요.




On Air

스가와라 코우시 x 히나타 쇼요



2




당장 쥐구멍에 숨어들고 싶었다. 옥신각신하는 스가와라와 메인작가를 향해 한 마디 내뱉은 게 화근이었다. 연차가 쌓이고 친분이 있는 사이였으면 자연스럽게 대처를 했겠지만, 이제 세상 빛을 본 병아리나 다름없는 히나타였다. 중재를 해줄 것 같았던 매니저도 가만히 보고 있는 탓에 스스로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배탈이 나서?”

“……네.”

“긴장 때문에?”

“네에…….”


당당하게 답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움츠러들던 히나타가 침을 꼴깍 삼켰다. 이상할 정도로 집요하게 물어오는 탓에 식은땀이 절로 난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짝 들어 스가와라를 바라보자, 흥미 가득한 시선이 히나타를 향하고 있었다.


“히나타군, 캐릭터가 신선하네요.”

“네?”

“아, 표정 굳어질 건 없어요. 칭찬이니까.”


칭찬이라는 말에 어둡던 히나타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대중들은 한 가지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다양한 모습을 좋아할 테니까. 시작이 좋은 느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자, 옆에 있던 매니저가 못 말린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멤버들에게 칭찬을 받은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 후드 티셔츠 주머니에 넣어뒀던 휴대폰을 꺼내려다 멈칫했다.


“형, 지금 휴대폰 써도 돼요?”


매니저만 들을 수 있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다들 귀가 밝은 것인지 히나타의 목소리를 들은 듯 했다. 난처한 얼굴로 웃고 있는 스가와라가 있는 반면, 회의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웃고 있던 메인작가가 말했다.


“히나타군 소속사는 휴대폰 쓰는 것도 허락 받고 써요?”

“에, 아뇨. 그건 아니지만 일하러 온 곳이기도 하고, 또―”

“우리는 휴대폰 만지는 걸로 뭐라 안하니까 편하게 해요.”


휴대폰을 써도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꺼내고 싶은 마음은 싹 사라졌다. 좀 이따 회사에 가서 멤버들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히나타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메인작가가 스가와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깐깐해 보여도 너그러운 피디님이라고. 어떻게 된 게 평소에는 그토록 말을 잘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말문이 막히는지 모르겠다. 계속되는 난처한 상황에 손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참, 우리 앞으로 계속 볼 거니까 말 편하게 해도 되죠?”

“네. 그럼요! 편하게 해주세요.”


그거야 말로 히나타가 바라는 상황이었다. 딱딱하고 형식적으로 대하는 것보다 편한 게 좋았다. 최소 반년은 함께 할 사이니까. 시원시원한 대답에 다들 마음이 놓인 것인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히나타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형식적일지 몰라도 히나타에게 대해서 많이 알아둬야 방송하면서 좋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 * *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얼어붙어있던 분위기가 부드럽게 변해갔다. 사실 이 분위기는 메인작가와 막내작가가 한 노력의 결과물과도 다름없었다. 바짝 얼어서 대답만 하기 바쁜 히나타와 수업이라도 듣는 것처럼 히나타의 말을 꼼꼼히 적는 스가와라 때문에 진을 뺐다. 히나타는 신인이라서 그렇다 쳐도, 스가와라의 학구열은 대단했다. 진즉에 정보를 좀 알아오던지. 그나마 다행인 건 얼굴은 외워온 탓에 누구냐고 묻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근데 정말―”


화기애애하던 회의실이 스가와라의 한 마디에 싸하게 얼어붙었다.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지 꿋꿋하게 히나타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히나타는 모든 방송에서 밝던데, 며칠 전에 나왔던 예능도 그렇고.”

“재미있으니까요! 어……근데 며칠 전이라면 어떤?”


며칠 전에 방송한 예능에 나간 적이 있었던 가. 히나타의 기억에 의하면 최근 2주일 사이에 예능을 녹화한 기억이 없었다. 예전에 찍어놓고 이제야 방송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것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볍게 물어본 히나타와 달리 스가와라의 시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이야기를 잘못 꺼낸 것 마냥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히나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디님?”


히나타가 의문을 갖는 동안 작가 두 명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예전에 찍어둔 예능을 이제야 보고 이야기를 꺼냈나 보다. 물론 텔레비전에서는 며칠 전에 재방송을 해줬으니 이렇게 말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재방송까지 챙겨볼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삶을 갖고 있진 않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을 뿐, 히나타가 속한 그룹도 스케줄이 많았으니까.

이 상황을 스가와라가 어떻게 대처를 할지, 묵묵히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히나타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라 했다고 찾아본 것은 칭찬해줄만 하지만, 방송된 지 오래된 것을 며칠 전이라고 표현하는 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 미안. 내가 재방송을 보고 말한 것 같은데.”

“괜찮아요! 어떤 예능 보셨어요?”

“히나타가 인형 탈 쓰고 시내 돌아다니던 그 예능이었는데―”


작가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까지 완벽하게 확인했다. 스가와라가 종이를 접어서 부채질을 하며 메마른 입술을 물로 축이기 바빴다. 혹시 자신이 언급한 예능이 몇 달 전 방송이면 어떡하지. 바쁘다는 이유로 뻔뻔하게 나가도 되지만, 그런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 그거 보셨구나. 제일 못생겼던 모습을 보셨네요.”


한 달 전에 찍었던 예능이고 방송된 지 꽤 돼서 재방송을 하는 줄도 몰랐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건만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자신이 뭘 하든 잘 어울린다고 해주는 가족들마저 혀를 내둘렀던 방송이라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바빴다.


“미안.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

“에, 왜요? 전 기쁘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한데, 기분이 나쁘진 않아요!”


봐주신 분이 있는 거니까. 아무리 오래된 방송이라고 해도 그 모습을 기억했다가 말해주는 것만큼 신기하고 뿌듯한 게 없다는 말을 이어나갔다. 꾸밈없는 얼굴로 제 속마음을 터놓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스가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들이 아니었으면 이런 인재를 모르고 넘어갈 뻔 했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 자신의 의견에만 따라오는 작가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앗, 제가 너무 떠들었죠? 괜히 신이 나서 그만…….”

“괜찮아. 그런 모습들 보기 좋으니까. 어차피 부스 안에 들어가면 혼자서 이야기해야하고.”


말을 하다 뚝뚝 끊어질 걱정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라디오는 보이는 라디오를 하는 날이 아닌 이상, 음성으로만 방송이 되는 것이라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방송 사고였다. 한 번씩 방송 사고를 내는 진행자가 있었고, 히나타도 혹시 그러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었다. 예전에는 출연진으로 나온 것이었고, 지금은 진행자가 되는 것이니까. 다행히 자신의 경험담도 풀고, 의연하게 대처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직 대타로 하는 분이 이번 달까지 하기로 했으니까, 심심하면 언제든지 놀러 와도 돼.”


작가들도 자신을 보는 것보다는 히나타를 보는 것을 좋아할 거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에 히나타는 목이 떨어질 것처럼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견학을 해도 될지 조심스럽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라디오 방송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니고, 끽 해봐야 앨범이 나올 때 한 번씩 멤버들과 출연한 것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안고, 자신이 부스 안에서 녹음하는 모습을 상상하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 * *


히나타가 매니저와 회의실을 떠나자, 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작가들은 생각해뒀던 코너를 체크하며 간추리기 바빴지만, 스가와라는 자신이 필기해둔 것들을 훑고 있었다. 히나타에 대한 모든 것을 달달 외우기라도 할 것처럼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메인작가가 혀를 찼다.


“피디님, 피디님!”


여러 번 불러도 듣지 못하는 탓에 어깨를 붙잡고 흔들자, 그제야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불렀어요? 코너에 문제라도?”

“그게 아니라 피디님 지금 입사시험 보세요?”

“에―”

“뭘 그렇게 달달 외워요. 저희가 히나타 공부 좀 하라고 해서 그런 거죠?”


그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던 스가와라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얼버무리고 넘어갈 뿐이었다.




소뇨 / 히나른 연성&썰 / 트위터 @sogno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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