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눈에 띄는 변화가 바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히어로 업계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편이 정확했다. 빌런이라고 칭하기에도 조악한 잡범이 늘어났지만, 대부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히어로와 경찰에게 발각되어 줄줄이 교도소로 끌려갔다. 용케 범죄를 저지른 초짜 빌런들은 바로 응징당했다. 천상계를 노니는 대형 히어로 사무소에서는 뒤에서 빌런과 암투를 벌이는 중일지도 모르지만, 이비가 일하는 중소 히어로 사무소는 당장 일이 늘어난 것 외에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딱히 없었다. 그저 늘어난 야근 일수 때문에 눈물지을 뿐.

 

“소장님은 그냥 일손 하나를 잃고 싶지 않았을 뿐 아닐까? 그냥 나 혼자 감동해서 질질 짠 게 아닐까? 지금이라도 사직서를 내는 게 내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을까?”

“다음 달 카드값. 다음 달 카드값.”

 

불과 며칠 사이에 눈 밑이 퀭해진 이비가 발악하자 윤후가 염불처럼 카드값을 외웠다. 그건 이비를 진정시키기 위한 말이기도 했고, 윤후 본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둘보다는 체력과 정신에 여유가 있는 마리는 그들을 측은하게 바라봤다.

 

“사직서 서식 보내줄까?”

“그래! 쓰자!”

“씁시다!”

 

다행히도 세 사람의 발광은 금방 끝났다. 한바탕 왁왁거리다가 이성을 되찾은 셋은 사이좋게 믹스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렸다. 그나마 커피를 마시며 쉴 시간이라도 있어서 망정이지, 이것마저 없었으면 바로 사직서를 집어 던졌을 것이다. 이비는 점점 줄어드는 커피를 아련하게 바라보면서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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