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네 친구로도 네가 남길 바래야 할까, 헬가?"


로잔나는 물었다. 아니면 네가 떠나길 빌어 줄까? 아슬란처럼.

그것도 아니면, 그저 내 곁에 남을 테냐? 헬가는 답하지 않았다.

로잔나는 상실을 알았다. 그들은 비록 같은 상실을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비탄만이 가득한 상실을 겪은 이들이었고 소중한 이들을 잃었으며 영원토록 그리움 속에서 살아갈 테였다. 로잔나 데 메디치에게 베로니카가 유일한 것과 같이 헬가 슈미트에게도 크메르사트가 유일하리라. 아득한 공백 속 번지는 먹물이 그 허전함마저 감출 수 없듯 영원토록 가슴 한켠 묻어 놓은 것은 추억일 테고, 사랑일 테며.


끝없이 그들을 사랑했기에 깊은 흉이 남았다. 로잔나는 꼭 같은 자리에 길게 그어진 자상을 본다. 심장을 가로질러, 6피트. 아물어 흉이 진 자신의 심장과 시뻘겋게 달아 오른 헬가의 심장을 본다.


 로잔나는 여전히 꿈을 꾼다. 심장을 빼낸 인어는 온통 흑백, 색 하나 없는 바다 위 사람 하나 없는 유령선은 유리 위 떠 있고. 로잔나는 배에서 내려 파도치듯 조각된 투명한, 거품 한 점 없는 유리 위를 걷는다. 천천히 인어 곁으로 다가서 인어의 손을 쥐면 그 손은 차갑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꿈에서 깨어나면 지독히도 몰아치는 파도와 한 점 구름 없는 하늘은 잔인할 정도로 잠잠하다.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평화롭기만 하다고 감히 말하듯이.


그래서 헬가 슈미트에게 로잔나 데 메디치는 충동적으로 물었다.


너 내 곁에 남을 테냐? 그렇게 한다면, 내가 너의 비탄 없는 상실이 되어 줄게. 

나는 네가 죽기 전까지 죽지 않을 테고, 네가 떠나기 전까지 떠나지 않을 테니.





소설 타입 커미션 작업본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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