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 혹시 모르니 교과서는 따로 챙기는 게 좋지 않을까?”

 

  이사쯤이야 이삿짐센터에서 알아서 다 해주니 혼자여도 상관없다는 유비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주말 아침부터 찾아온 공손찬은 유비를 대신하여 매의 눈을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원래는 형인 유장과 함께 했어야 하지만, 갑작스럽게 훈련 일정이 잡힌 유장이 공손찬에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덕분에 유비는 아침부터 잔소리 폭탄을 맞고 있었다. 그녀는 유비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사 간다는 얘기만 던져놓고, 언제 어디로 가는지는 하나도 안 알려주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를 시작으로, 나한테 비밀로 하는 일들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서운했다는 이야기까지 쉼 없이 늘여 놓으며, 유비의 대답은 듣지 않고 이삿짐들만을 살펴보았다.

  다행인 것은 공손찬도 아르바이트를 가야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혼자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주객이 전도되어 공손찬의 뒤를 따라다니며 짐정리를 하던 유비의 눈에, 전부터 이사하는 날 제갈량에게 주려고 따로 챙겨놓은 베이비로션이 눈에 띄었다.

 

  “맞다! 이거 따로 챙겨야지!”

  “그건 뭐하게? 뜯지도 않은 새것이잖아―”

  “누구 주려고.”

  “…누구?”

  “좋아하는 사람―”

  “에에에에에에에에?!!!!! 너! 너…너…!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응?”

 

  유비는 ((베이비로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나 선물하겠다는 건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냐고 물어보는 공손찬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얼굴 가득 물음표를 띄우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공손찬이라면 유비의 표정을 보고 뭔가 잘 못 전달되었음을 알았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너무 놀라서 유비의 표정까지 제대로 살피지 못하였다.

 

  “그…그거 누구 줄 거야? 빨리 사실대로 말해! 너 설마 이번에도 나한테 계속 비밀로 할 생각은 아니겠지?”

  “이거? 제갈량 줄 거야.”

 

  유비는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말을 하는 공손찬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담백하고 깔끔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런 유비의 태도에 공손찬은 더욱 당혹스러워져서, 머릿속으로 ‘제갈량? 그 시니컬하기로 유명한 1학년? 왜 유비가? 아니, 왜 제갈량을? 언제부터?’ 따위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았다. 이미 정확한 판단능력이 상실되어 직접 묻지는 못하고 머릿속으로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공손찬이었지만, 어려서부터 함께 의지하며 자란 소꿉친구를 위해 한 가지는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그…… 제갈량도… ((너를)) 좋아한다고 한 거야?”

  “응! 제갈량이 ((베이비로션을)) 좋아한다고 했어!”

 

  “다행이다―”

 

  공손찬은 혹시나 유비가 혼자 짝사랑으로 속병을 앓고 있는 거면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꺼낸 질문에 긍정적인 답이 돌아와서 안도했다. 그러나 유비는 왜 자꾸 제갈량의 취향에 공손찬이 관심을 가지나 궁금해 하다가, 공손찬도 베이비로션을 좋아하는 건가 싶어서 건넸지만,

 

  “아니야―. 난 괜찮으니까 제갈량 많이 갖다 줘.”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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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어의 생략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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