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럭거리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방문을 똑똑 두번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올게."  

 지친 듯 들려오는 목소리 너머로 열리는 문소리가 들리더니 곧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집에 정적이 찾아왔다. 나의 일과는 형의 아침이 준비되면 시작된다. 해가 지고 달이 하늘 높이 떠 있을 때 돌아오는 형은 해가 다시 뜨기도 전에 나간다. 특별한 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형은 지쳐 보였다. 그것은 말할 수 없었다. 형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4시간을 잘듯 말듯 보내는 형은 출근과 아침을 함께 준비했다. 매일매일 애정을 담아 준비하는 아침은 1인분이다. 반숙 계란과 함께 준비된 아침 옆에는 [ 꼭 먹고 가.]라고 적힌 쪽지가 함께 놓여있었다. 분명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스한 밥인데 이 밥은 항상 차가웠다. 형의 애정이 담겨 있기에 따스했고 형이 없었기에 아침은 언제나 쓸쓸했다.  

 등교는 7시까지. 형이 아침을 준비하고 나가는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준비하면 학교 갈 시간은 항상 여유로웠다. 형은 항상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런 거라도 해두면 형이 편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식기를 정리했다. 식탁을 다 정리하고 [꼭 먹고 가]라고 적힌 쪽지 아래쪽에 [고마워, 오늘도 좋은하루야 형.]이라고 적었다. 형이 나가는 시간에 일어나 있다는 것을 티 내면 자기 탓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며 미안해하는 형 덕에 우리의 아침 인사는 늦은 밤에 쪽지를 통해 전해졌다.

한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집에서 공부하던 중 전화가 울렸다. 익숙한 번호, 형이 일하는 공사장의 휴게실에 있는 전화번호다. 가끔 형이 잘 있는지 확인한다며 전화하는 일이 있었는데... 전화를 받으려고 하자 밀려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외면하며 전화를 받았다. 

 형이 쓰러졌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날이 더워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담담했다. 다만 열이 쉽게 내리지 않을 것 같으니 와서 데려가라고 말했다. 어디냐고 묻기도 전에 말해주는 주소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였다. 급하게 신발을 구겨 신으며 형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형은 직원휴게실 소파를 홀로 차지한 체 누워 있었다.  다급히 다가가자 주변 사람들은 잠든 거라고 말해주었다. 집에는 없는 에어컨이 있었기에 형의 열이 떨어질 때까지 여기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괜찮은지 물어보려고 했다.


 "네가 유현이군아. 네 형이 어찌나 네 이야기를 하던지, 아주 귀에 딱지가 앉겠어."

 "하여간 유진이 이놈은 애가 융통성이 없어, 하긴 이 나이에 부모 없이 지내는 게 쉽지는 않지."

 "그것보다 난 유진이 동생은 막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들어갔다고 생각했더니 아주 그냥 제 형보다 튼실한 청년이구먼."


 쉬는 시간인 걸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떠드는 모습을 조용히 듣다가 자리가 불편한지 뒤척거리는 형을 바라보았다. 형을 안아 무릎 베게 하고 형의 젖은 머리칼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쓸어넘겼다.


 "하여간 앞으로 더 더워질 텐데 유진이 데리고 집에 가. 유진이한테는 좀 쉬라고 하고. 이번 주말에는 일 나올 생각 말라고 해. 유진이 동생이니까 형 볼 수 있지?"

 "지금까지 잘해왔으니까 여름방학이라고 생각하라고 네 형한테 전해줘. 주말 푹 쉬고 다음 주 월요일에 나오라고 해."


 또 나는 답하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떠드는 모습을 무시하고 형을 쓰다듬었다. 배경처럼 들리는 형이 네 자랑을 얼마나 하던지, 아주 그냥 동생 없는 놈은 서러워서...... 소리를 무시하며 형의 열이 조금이라도 내리길 기다렸다.  천천히 잦아드는 말은 곧 침묵으로 이어졌고 곧 형은 열이 내렸는지 고른 숨을 색색거리며 내쉬었다. 만지작거리던 형의 머리칼을 정돈하고 형을 품에 안아 들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를 하며 나가려고 하자 밖에서 일하던 한 아저씨가 걸어왔다.


 "그…. 유현아."


 목소리를 들어보니 형이 쓰러졌다고 전화를 준 사람이었다. 고마운 마음이 있었기에 무시하지 않고 바라보자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돈을 꺼내 주셨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라며 품에 안겨 있는 형의 손에 돈을 꼭 쥐여준 체 왔던 방향으로 가버렸다. 그가 뛰어가는 방향으로 작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깐의 순간을 제외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더 긴 집에 2명이 들어왔다. 내심 기뻐서  형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다. 형은 나에게 침대 있는 방을 주고 거실 바닥에 누워 잠을 잤다. 나는 형을 내 침대에 눕혔다.

 형은 나보고 항상 잠꾸러기라고 했다. 일어나지 않고 칭얼거리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품에 안고 입을 맞춰주는 것이 기쁘고 좋아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면 형은 뭐라고 할까? 궁금하지만 티 내지 않았다. 괜한 모험을 하지 않아도 형은 날 사랑해 주었기 때문에. 휴게실에서 그랬듯 형의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쓰러 넘겼다.

 언젠가 자는 날 찾아온 형이 그랬듯이. 형이 지금처럼 바빠지기 전, 무관심 속에서 지내던 그 날 형이 내게 해준 것처럼 형을 품에 안고 입을 맞췄다. 형이 나에게 해준 행동과 내 행동은 담고 있는 의미도, 마음도, 감정도 다를 것이다. 차마 형에게 보여 줄 수 없는, 형의 반응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입 맞추고 있는 지금은 형이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따스한 형의 입술이 열 때문이 아니라 나와 같은 마음 때문이었으면 좋겠다고, 형에게 보여줄 수 없는 마음이 요동쳤다. 




글 너무 오랜만에 써서....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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