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 (사라 룬드베리 글, 그림 / 이유진 옮김)


내가 새라면 날아갔을 거야. 

마을에서 훌쩍 벗어나 머나먼 곳으로.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으로.

아무도 나를 소리쳐 찾지 않고.

스스로 나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스웨덴의 예술가 베타 한손 (1910~1994)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20세기 초, 그것도 늘 할 일이 많은 농촌에서 여자아이로 태어난 베타 한손은 집안 일을 하거나 고물을 주워 팔거나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계속 해야만 했고 원하는 삶과 직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늘 그림에 대한 열망에 시달리며 자유를 갈구하던 배타 안의 작은 새가 새장을 거부하고 훨훨 날아가는 장면에선 해방감이 느껴진다. 내 안의 새가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날아가길 원하거나, 혹은 '원하는 곳'이 어디인지조차 모르는 많은 여자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2.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인디아 데자르댕 글 / 파스칼 블랑셰 그림 / 이정주 옮김)

나다움 도서는 아니지만 최근 읽은 그림책 중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이기에 소개한다. 짧은  순간 깊게 집중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크리스마스 전용 '산타와 아이가 서로 도우며 행복해지는' 전통적인 플롯의 이야기가 아니다. 약간의 크리스마스 마법이 더 해진 '삶'에 관한 동화다. 두문자를 강조한 글씨체나 집 안 가구와 벽지, 바깥 풍경까지 완벽한 색감의 배치를 이룬 일러스트,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보편적인 정서를 앞세운 스토리의 조화가 독자를 이야기 속의 공간에 잡아두는 힘을 가진다. 

마르게리트 고댕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챙기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아예 외출 자체를 삼가고 집에서만 지낸다. 크리스마스가 질린 것도 손자 손녀들이 보고싶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노쇠해진 몸이, 하나 둘 먼저 떠나버린 가족과 친구들의 소식이 할머니를 자꾸 집 안에 붙잡아 놓는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괜찮다. 익숙한 음식과 가구, 추억이 서려있는 친숙한 공간. 그 안에서의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는 삶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슬프거나 무료한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을 보고 음식을 데워 먹고 가끔 머리를 잘라주거나 청소를 대신 해주는 사람들이 집에 다녀간다. 그저 스스로 고독함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다 조용히 집 안에서 죽게 되면 날 누가 언제 발견하게 될까? 생각하곤 한다. 어느 크리스마스 날, 그런 할머니에게 한 가족이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 동안 본인에게 닥쳐올 죽음을 숨죽여 두려워하던 것이 아닌, 타인과의 만남과 새로운 시도들로 가득 찬 삶을 두려워 했었다는 걸 알게 된다.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정작 할머니가 두려워한 것은 삶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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