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0 날씨 맑음

 

이와쨩이 정말로 날 갖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다. 심각한 얼굴로 저를 부르기에 무슨 일인가 물어봤더니, 얼마 전의 일이 아직까지도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이와이즈미가 갖고 싶다는 그 말에 거짓은 한 줌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니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병실 커튼 치고 침대 위로 올라오는 이와쨩 꽤 멋있었어. 이와쨩, 박력 있는데? 좋냐. 그럼 안 좋을 리가! 몸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느껴지는 이와이즈미의 체온에 마음이 놓였다. 왠지 오늘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누워서 올려다보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였기에 놓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이와쨩, 오늘 왜 이렇게 친절해? 설마 마지막 선물? 마지막 선물이냐고 물어봤다가 코를 꼬집혔지만.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찌푸리다 제 코를 꼬집었다. 악, 아파! 너야말로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하지만 이와쨩도 알잖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거. 이 말을 했다가는 코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말을 아꼈다. 아, 이와쨩 품 따뜻해. 조금 더 오래 갖고 싶어.

 

 


2013.07.21 날씨 맑음


오랜만에 이와이즈미와 함께 보낸 밤은, 생각만큼 좋지만은 않았다. 같이 있는 내내 이 행복이 끝은 아닐까, 에 대한 불안감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겠지. 이와이즈미는 옆에서 그렇지 않을 거라며 달래주었지만 그것이 그리 힘이 되지는 않았다. 이와쨩이 어떻게 알아. 차마 꺼내지 못할 말이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 일기를 적기 위해 제 노트를 꺼냈다. 오늘 맑았지? 날짜와 날씨를 적고 무엇을 쓸까 고민하는데, 이와이즈미가 드물게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오이카와. 응? 오늘 날씨 흐렸잖아. 아…. 그랬나? 요새 자꾸 깜빡하네.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고, 그 이상한 기류를 이와이즈미가 눈치채지 않을 리 없었다.
최근 들어 제 고민은 딱 하나다. 
혹시 이와쨩 얼굴을 까먹으면 어쩌지? 아, 이건 이와쨩 절대 보여주면 안 되겠네. 또 울 듯한 얼굴 보여줄 테니까. 하지만 이와쨩, 오이카와 씨가 제일 무서운 것은 이거 단 하나야.

 

 

 

2013.07.23 날씨 좋음

 

어제는 온갖 사람들을 다 졸라서 바다를 보고 왔다. 맛층! 맛키! 오랜만에 기분도 좋고 몸도 괜찮아서, 놀러가고 싶은 마음에 활기찬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전화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픈 놈이 어딜. 아무래도 한동안 힘이 없던 것 때문에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단호한 거 아냐? 보고 싶다는데 가까운 데라면 괜찮겠지. 툴툴대고 있을 때 두 사람을 설득시킨 것은, 역시 이와이즈미였다.

바닷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별로였지만…. 사람이 많아서 이리 저리 치였던 것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같이 와준 친구들에게 감사했다. 이와쨩이 화만 내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출발하기 전에, 이와쨩이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나왔냐고 화를 내길래 평소랑 다르게 막 울어버렸다. 이유가 뭔진 나도 잘 몰라. 이와이즈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환자 취급하는 이와이즈미가 야속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이 정도쯤이야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다.

 

 

 

2013.07.24

 

오이카와~! 형들이 선물 사왔다. 병실에서는 조용히! 라는 것도 모르는지 그들은 언제나 시끄럽게 등장했다. 그것이 저를 위함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니 그냥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뭔데? 맛층 맛키가 선물을 사들고 왔다. 근데 난 아직도 선물을 못 봤어. 왜냐면 맛층이랑 맛키가 들어오자마자 이와쨩이 데리고 나갔거든…. 빨리 나가는 바람에 자세히는 보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우유빵이라는 것을. 이와쨩도 참. 그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있었기에, 괜히 눈물이 나왔다.

 

 

 

2013.07.29

 

그래서…, 어제―솔직히 말하자면 어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와이즈미가 제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 왜 이야기를 멈춰. 의아하다는 듯 저를 쳐다보는 네 앞에서도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누구인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녀석뿐만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너’도 생각나지 않았다. 뒤늦게 이름이 떠올라 이야기는 진행되었지만 아마 ‘너’도 느꼈을 것이었다. 이제 정말로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또 같은 일이 반복될지도 모르니까 적어둬야지. 그래 이와쨩, 적어도 네 이름은 절대 잊지 않을 줄 알았어.
이와이즈미 하지메.

 

 

 

2013.07.30

 

엄마는 일기장을 안 봤으면 좋겠지만... 혹시 보면 서운해할까봐.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여태껏 키워줘서 고마워요. 어제는 격한 감정에 이와이즈미의 이름만 적었지만 당연히 부모님을 잊은 것은 아니다. 언제나 저를 사랑해주신 부모님이다. 배구만을 쫓는, 철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르는 제 노력을 이해해주신 부모님이다. 감사합니다. 만약 일기장을 보신다 해도 많이 울지는 마세요. 사랑해요.

 

 

 

2013.08.13 날씨 비 옴

 

이와쨩 사랑해! 엄마도 아빠도!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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