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힘껏 달렸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머리 위에 있는 황금빛 행복을 바라보며, 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내달렸다.


어느 순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뛸 듯이 기뻤음에도 그것을 표출할 여유가 없었다. 내가 지금 멈추면 계단은 더욱 멀어질 것 같아서.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같이 달리고 있을 누군가는 그 발을 멈추지 않을 거라서.


그렇게 저 멀리 보이는 계단을 향해 나는 시간과 체력과 의지를 모두 바쳤다. 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럴수록 나는 이상한 위화감에 휩싸였다. 사실, 그 위화감의 정체를 나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주변인들의 시선과, 같잖은 내 자존심 때문에.


멀리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며 자신을 납득시켰다.


어느샌가 계단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때, 비로소 나는 달리기를 멈출 수 있었다. 감격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왔으나, 난 애써 그것을 꾹 누르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나 닿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투명한 유리 벽 너머의 계단을 보며 주저앉지도, 울부짖지도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순간, 나보다 늦게 달리기 시작했으나, 어째서인지 먼저 도착한 사람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사람은 손에 든 망치로 벽을 깨부수고 승자처럼 유유히 계단을 올라갔다.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새 나는 여태껏 해왔던 달리기를 멈추고 유리 벽을 통과할 방법만 생각하기에 급급했다. 내 뒤를 달려온 이가 나처럼 정체됐다는 점에 안도했고, 또 이렇게 가다간 그 누구도 저 계단을 오를 수 없을 거라는 점에 좌절했다.


그러던 중.


나와 함께 벽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한 사람이 "저기 돌아가는 길이 있어요. 지금이라도 달리면 늦지 않을 거예요."라고 외쳤다.


나는 애써 그것을 무시하고 주변에 있는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벽만 뚫으면 갈 수 있는 건데 왜 굳이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가. 그러나 누군가의 망치로는 아주 쉽게 깨졌던 것이, 나의 돌에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젠 포기 상태에 이르러, 철퍼덕 주저앉아 돌멩이를 던지는 일만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그러다, 벽 너머 계단을 지나는 사람을 또 보았다.


내게 다른 길이 있노라 알려준 사람이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계속 달렸으면 빛을 마주할 수 있었을 텐데, 사람마다 주어진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보처럼 앞서 유리 벽을 부순 사람만을 따라서 달리기를 멈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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