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잔혹사

전정국 X 김태형




 여수 바다는 뜨거웠다. 원래 씨발 바닷물이 차가워야 하는 거 아닌가? 발을 담갔는데 물이 따뜻해서 기분이 조금 찜찜했다. 그래도 물에 들어가 있으니 밖보다 훨씬 나았다. 정국은 물에 들어오지 않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있는 태형에게 소리쳤다.



“아 쫌 타면 되지! 걍 들어 와!”

“싫다고오!”



 아무리 발라도 까매, 라고 팩트 폭력을 날려주고 싶었지만 매우 진지하고 꼼꼼하게 선크림을 바르는 태형을 보고 그냥 물 속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원래 까만 애들은 타면 더 까매진다는데 태형은 살갗이 벗겨졌다. 벗겨져서 아픈 게 싫은 태형은 살이 드러나는 부분에 바르느라 선트림 한 통을 다 쓰고서야 물 속으로 우다다 달려들었다.



“아 존나 더워!”

“물 뜨거워서 이상하지 않냐.”

“어어. 근데 밖보단 나아.”



 더워 죽을 것 같은 날씨에도 해수욕장엔 사람이 꽤 있었다. 태형과 정국은 물 속에서 선크림이 다 녹도록 놀았다. 수영한다기보다 그저 둥둥 떠 있었을 뿐이지만. 어디서 비치볼이 날라와 태형의 머리 위로 넘어갔다. 다분히 고의적으로 방향을 잡고 날아오는 공을 태형이 겨우 피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여자 둘이 공 좀 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태형이 영차영차 몸을 움직여 둥둥 떠다니는 비치볼을 힘겹게 던져 주었다.


“말랑말랑.”
“악!!! 미쳤냐? 뭐 해?!”
“말랑말랑해 보여서.”


 공을 던지느라 배가 좀 보인 모양이다. 정국이 뜬금없이 태형의 배를 주물거렸다. 갑자기 닿은 정국의 손에 놀란 태형이 뒤로 넘어갈 듯 버둥거렸다. 태형은 몸을 잘 못 썼다. 몸이 작고 왜소한 건 아닌데 힘 자체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허리까지밖에 안 오는 깊이에서 뒤로 넘어가 어부부거리는 태형을 쉽게 들어 올린 정국이 키득거렸다.



“배 한 번 만졌다고 죽으려고 그러냐.”

“놀라서 그랬지!”



 진짜 죽는 줄 알았던 태형이 놀란 가슴을 겨우 쓸어내렸다. 갑자기 전정국이 만진 통통한 아기배가 신경 쓰였다. 이 정도 스킨십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해서 그런 건지 심장이 빨리 뛰고 열이 얼굴에 몰렸다. 태형은 눈을 힐끔 돌려 정국을 훔쳐 봤다. 정국은 물에 젖은 래시가드 위로도 선명하게 복근이 드러나 있었다. 쟤는 당연하지, 운동하는 앤데. 자꾸만 눈이 가려는 걸 참고 있는데 공을 던진 여자들이 이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역시 고의로 던진 거였어!



“저기, 둘이서 오셨어요?”

“네? 네, 뭐어...”

“저희두 둘이서 왔는데 이거 같이 하실래요?”



 태형은 슬쩍 정국을 봤다. 태형은 존나 죽어도 하기 싫은데 전정국은 아무 생각도 없는지 멀뚱멀뚱 그 상황을 보고만 있었다. 정국은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태형은 거절을 잘 못했다. 태형이 시무룩하게 한숨을 쉬면서 그러자고 했다.

 남녀로 나눠서 이대 이 비치발리볼을 했다. 더워 뒤질 것 같은데 굳이 해야 하나? 사람도 이렇게 많은데... 태형은 오 분 정도 공을 깨작거리고 금방 그만두고 싶어 했지만 승부욕이 불타오른 정국은 미친듯이 공을 쳐댔다. 저, 저, 눈치 없는 새끼. 그냥 어? 쫌 노는 척하다가 얘기 좀 하자는 소리지 진짜 죽을 듯이 하는 건 또 뭐야? 그리고 너 다리 아프다고 하지 않았냐? 태형은 눈치 없는 정국이 짜증 나는 척했지만 사실 아주 흡족스러웠다. 여자에 관심이 일도 없는 전정국이 괜히 뿌듯하고 안심이 됐다.



“저기, 너무 더운데 좀 쉬었다 할까요?”



 결국 두 명의 여자 중 한명이 먼저 말했다. 헉헉거리는 게 정말로 덥나보다. 정국과 태형은 쭈뼛거리며 여자들 옆에 앉았다. 척 보니 고등학생은 아니고 성인 같았다. 입은 수영복이 비키니라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서 태형은 모래바닥만 쳐다봤다.



“몇 살이세요?”

“아, 저희, 열여덟이요.”

“헐 진짜?”



 태형이 나이를 까자마자 여자들은 반말을 했다. 역시 성인이었구나. 자기들을 민영과 수현으로 소개한 여자들은 스물네 살이라고 했다. 헉, 여섯 살 차이. 민영은 정국의 몸이 좋아서 자꾸 눈이 갔는데 열여덟이라고 그래서 깜짝 놀랐다는 둥 둘 다 잘생겼다는 둥 털털하게 털어 놓았다. 외모도 그렇고 말하는 게 통통 튀는 매력이 있었다. 태형이 정국의 반응을 살피려 고개를 들었는데, 낯가리고 수줍어 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덤덤한 정국 때문에 조금 놀랐다. 정국은 민영의 말에 태권도를 해서 그렇다고 웃으며 말했다. 같이 술을 먹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말에도 웃으면서 이 년 뒤에 같이 먹어요, 하고 의미 없는 말을 했다. 태형은 이런 상황에 매우 능숙한 정국 때문에 당황했다. 뭐지? 얘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아까는 눈치도 못 채고 죽어라 게임하더니? 여자들은 웃으며 진짜 성인이었으면 같이 술 먹었다! 하며 정국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고도 아쉬운지 한참을 얘기하다가 해가 질 때쯤에 돌아갔다.

 태형은 자꾸만 속에서 뭐가 울컥 올라올 것 같았다. 여자와 함께 있는 전정국은 처음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았다. 질투. 좋아하고 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태형이 어쩔 줄을 몰랐다. 항상 낯을 가리고 숫기 없다고 생각했던 전정국이 여자랑 말을 한다. 그것도 매우 자연스럽게. 가진 적도 없는 내 것을 뺏기는 듯한 기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 조금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내가 너무 안일했나 봐. 정국이 국가대표가 되고 성인이 되면 바빠서 얼굴을 잘 못 보게 될 것만 걱정하던 태형이 뒤늦게 깨달았다. 앞으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될 전정국도, 시합 끝나면 나랑 먹으러 갔던 해산물 식당을 여자친구랑 갈 전정국도, 아프면 태형이 아니라 여자친구랑 병원에 갈 전정국도 전부 대비를 해야 했다. 여행을 왔는데 기분만 더 나빠졌다. 그러나 티를 낼 수는 없었기에 겨우 괜찮은 척 얼굴을 가다듬었다.



“야, 전정국 인기 많다?”

“부럽냐?”

“아니. 얼굴은 내가 더 나아.”

“씨발... 칭찬하려면 칭찬만 하면 안 돼?”

“웅.”



  정국이 우물거리는 태형의 입을 손바닥으로 쳤다. 태형이 신경질을 내며 짜다고, 개새끼야! 했다.



 둘은 펜션 주변에서 회를 먹고 들어왔다.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해서 그런지 몸이 노곤노곤했다.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겨우 앉아 있는 태형에게 정국이 한숨 자라고 했다. 고작 아홉 시인데 지금 잠들면 아침에 일어날 것 같아서 태형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떻게 전정국이랑 단 둘이 오게 된 바단데 이렇게 하루를 끝낼 수는 없어. 태형이 괜찮다며 눈을 부릅 떴다.



“졸리면 자지 왜?”

“아까워.”

“뭐가?”

“아니 언제 또 이렇게 놀겠냐고. 아까워서 안 돼.”



 그럼 뭐하게? 할 거 있어?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술을 마셔 보고 싶었지만 정국의 삼촌이 하시는 펜션에서 술을 마시는 건 자살 행위였다.



“영화나 볼래? 아까 이거 하던데.”

“헉.”



 정국이 티브이를 틀고 채널을 돌린 곳에서 쌍화점이 하고 있었다. 와아 나 이거 첨 봐. 태형이 졸려서 꾸벅꾸벅했던 건 언제냐는 듯 눈을 빛내며 티브이 앞에 와서 앉았다. 정국도 곧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야, 이거 존나 야하다.”

“어어...”



 자꾸만 이어지는 정사씬에 둘은 말도 제대로 안 하고 감상하기 바빴다. 비록 정국은 여배우를, 태형은 남배우를 보기 바쁘긴 했어도. 둘의 헐렁한 반바지에 나란히 텐트가 쳐졌다. 태형은 흘끗 정국을 훔쳐 본 순간부터 전정국을 힐끔거리기 바빴다. 정국에게 매우 미안했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데 어떡해. 흥분한 정국이 어떤 얼굴일지 존나 궁금했다. 하지만 아무리 불알친구여도 딸치는 건 매우 개인적인 일이었기에 태형은 자꾸만 돌아가려는 목 근육을 힘겹게 제어했다. 

 예전에도 같이 야한 영화를 보거나, 야동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 명씩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안쪽에서 정국의 억눌린 신음 소리가 들릴 땐 자극 없이 만지지고 않고 쌀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씨발 전정국이랑 같이 쓰는 공공의 공간에서 사정할 순 없어. 정국이 나오자마자 태형이 후다닥 화장실로 들어갔다. 몇 번 만지지도 않았는데 정국이 옆에 있었단 사실만으로 한참 흥분한 성기가 하얀 액을 울컥 토했다. 너무 빨리 싼 것 같아서 숨을 고르며 한참을 그러고 더 앉아 있었다. 태형은 손을 씻고 나와 이미 영화가 끝나 다른 채널로 돌린 정국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종일 물 속에서 놀고 들어와서 한 발 빼기까지 했으니 체력이 바닥이었다. 둘은 나른한 얼굴로 이불도 깔지 않은 맨바닥에 누워서 조곤조곤 얘기했다.



“이거 약간 게이 영화였네.”

“어. 근데 재밌던데.”

“...”



 정국이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잠시간의 정적 끝에 태형이 물었다.



“너는 게이 괜찮아?”

“뭔 말이야?”

“아니, 게이 어떠냐고.”

“어떻긴 뭘 어때? 아무 생각 없는데.”

“그럼... 누가 너 좋아한다고 하면?”

"남자가?"



 음. 태형이 자기도 모르게 질문하곤 침을 꼴깍 삼켰다. 정국이 싫다고 진저리치면 상처받을 건 저인데도 궁금해서 저도 모르게 말이 나갔다. 어쩌면 내가 고백해도 그렇게 싫어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받아줄 것 같진 않은데.”

“...”

“나는 여자 좋아하니까. 근데 싫진 않아.”

“어?”

“별로 막 싫진 않다고. 근데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존나 인성 더러운 애가 나 좋아한다고 하면 죽빵을 갈길 수도 있을 만큼 싫을 것 같아. 이건 성별에 관계없이 여자여도 싫어. 딱 잘라 말하는 정국에 말에 태형이 허탈한 듯 웃었다. 하긴, 전정국이 어디 그런 걸로 사람 판단하는 애였던가. 괜한 걸로 걱정했다. 태형이 정국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 이유는 딱 하나일 것이다. 친구니까. 배신감도 느끼겠지. 그래도 존나 착한 성격이라 태형과 멀어지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도 없을 거고. 그렇게 되긴 죽어도 싫었다. 태형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그냥 이대로 평생 친구로 남는 것. 조금 힘들겠지만 나중에 서로 떨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자자.”

“왜, 벌써 졸려?”

“어. 나 항상 훈련 마치고 바로 자잖아.”



 아, 그럴 시간이 되긴 했지. 진짜로 졸린지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정국의 얼굴이 귀여웠다. 쟤는 진짜 잘생겼는데 너무 귀여워서 큰일이다. 얼굴을 붙잡고 뽀뽀를 퍼붓는 상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이불을 폈다.



“이불 깔아줄게 먼저 자.”

“어어...”



 정국은 이불을 펴주자마자 바로 곯아 떨어졌다. 누가 눕자마자 잠드는 사람은 조용히 기절한 거랬는데 진짜 피곤했나 보다. 하긴, 더위를 많이 타서 오늘 하루 내내 힘들어하긴 했다. 그래도 짜증 한 번 안 내고 태형이 하자는 대로 다 해준 정국이 대견스러웠다. 태형도 불을 끄고 새근새근 잘 자고 있는 정국의 옆에 누웠다. 아까 민영이 누나랑 수현이 누나 때문에 심장이 조금 아프긴 했지만 이 순간 때문에 다 괜찮았다. 정국이랑 한 방에 누워서 잘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때문에. 태형은 달빛에 비쳐서 반짝거리는 정국의 옆얼굴을 한참 쳐다봤다. 뽀뽀하면 안 되겠지. 여태껏 잘 참았으니까 이번에도 잘 참자. 태형이 정국을 보지 않으려 억지로 눈을 감았다. 






“...무거워.”



 정국이 낑낑대며 태형의 다리를 치웠다. 밤새 조선시대로 돌아가 사또인 태형에게 코끼리에 눌리는 벌을 받는 꿈을 꿨는데 눈을 떠보니 씨발 진짜로 김태형이 온 몸을 누르고 있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 무거운 건 아니었다. 맨날 무언가를 껴안거나 붙들고 자는 잠버릇이 있는 김태형은 어렸을 때부터 정국을 꽁꽁 싸매고 잤다. 정국이 태권도부에 들어가고부터는 자기 잠버릇 때문에 정국이 잠을 잘 못 자는 게 미안했는지 태형은 자진해서 같이 자는 횟수를 줄였더랬다. 

 정국은 오랜만에 같이 자서 그런지 익숙하지 않은 무게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깼다. 태형은 무슨 꿈을 꾸는지 입을 자꾸 오물거렸다. 코가 우뚝하고 이마와 눈썹이 진해서 남자답다가도 속눈썹이 길고 턱이 짧아서 애 같기도 했다. 새삼 김태형 존잘스러움에 감탄하다가 태형이 조금씩 뒤척이며 깨는 기색을 보이자 정국이 태형을 아예 깨우기 시작했다.



“야.”

“으응...”

“깼으면 좀 일어나 봐. 무거워 죽겠으니까.”

“...알게써.”



 정국은 무겁다며 짜증냈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애같이 저를 꼭 안고 잠투정을 부리는 게 꽤 기여웠다. 아침 잠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대답은 하는 게 웃겼다. 괜히 놀리고 싶어 져서 엄지와 검지로 태형의 코를 막았다. 숨 쉴 구멍을 빼앗긴 태형이 우응 하고 칭얼거렸다.



“푸핫!”

“일어나라니까.”

“아! 하지 마!”

“안 일어나니까 그렇지. 무거워.”

“아 그럼 나를 치우면 될 거 아니야... 죽이려고 작정했어?”



 자다가 일어나 힘 없는 목소리로 태형이 짜증냈다. 정국에게 꼭 붙어 있던 몸을 돌리는 폼이 더 자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야, 일어나. 나가서 놀자.”

“...또 놀자고?”

“어.”



 정국은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움직이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힘들어했다. 하긴, 어릴 때부터 그랬다. 태권도를 배우고부터 조금 나아졌지만 그 전에는 같이 있으면 정신이 산만할 정도였다. 전정국이 책 읽던 김태형 옆에서 앞구르기 하다가 발로 태형의 턱을 차는 바람에 세 바늘이나 꿰맨 건 동네 사람들은 다 알 정도로 유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아홉 시도 안 됐는데 벌써 바다에 들어가자고? 태형은 넘치는 정국의 체력에 아연실색했다. 



“나는 아직도 허벅지가 뻐근해... 더 잘래.”

“그거 조금 놀았다고 아파? 내가 풀어줄까?”

“아니.”



 태형이 눈을 번쩍 뜨고 대답했다. 전정국은 태권도를 하느라 온갖 마사지에 능했다. 옛날에 뭣도 모르고 풀어달라고 했다가 허벅지를 주물거리는 정국의 손길에 곤란했던 적을 떠올린 태형이 필사적으로 거절했다.



“나 그럼 먼저 가서 놀고 있는다?”

“존나 대단하시네요... 그러든가.”



 결국 정국이 먼저 나갔다. 밥도 안 먹고 대단하다 진짜. 정국이 빈 속에 수영하다 탈날까 봐 걱정이 된 태형이 더 자려다가 결국 이불을 갰다. 



“하여튼 진짜, 귀찮게 해.”



 라면이라도 끓여 주려고 일어났는데 창문 밖으로 바로 바다가 보였다. 아침이라 사람도 없는 바다에서 정국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혼자 웃으면서 수영하고 있었다. 라면 끓이는 것도 잊고 그걸 보고 있는데 전정국이 고개를 돌려 태형을 봤다. 꽤 먼 거리였는데 정확히 태형을 보는 바람에 조금 놀란 태형이 얼떨결에 손을 흔들었다. 정국이 개구지게 웃으며 다시 수영했다.

 마치 여름방학 때 훈련하는 전정국을 보는 것 같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는 널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걸 너는 절대 모르겠지. 내가 누구 때문에 그 더운 여름날 학교를 가는지. 아침에 일어나는 거 세상에서 제일 힘든데 내가 왜 일찍부터 일어나서 네 도복을 챙기는지. 너는 죽어도 모르겠지, 상상도 안 하겠지. 그치만 몰라도 됐다. 이 정도 행복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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