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내게 세상을 구하라며 임무가 내려왔다. 인간계에서 특정 여섯 인간의 하트를 뺏으란다. 그것도 최소 핑크하트. 일 년 안에 성사시키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한다면서.


네?

잠깐만요, 우리 장르 이거 아니잖아!


나는 그라시에 대위에게 양 팔을 잡힌 채 질질 끌려가 인간계로 향하는 솥에 내던져졌다. 잠깐만요! 제 말 들려요!?




* 슈가슈가룬 설정 고증 없다 못해 부쉈음




"민트 아이스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지금으로부터 세 시간 전, 인간계에 내려오자마자 들은 추가 설명은 이러했다. 아카시 세이쥬로, 키세 료타, 미도리마 신타로, 아오미네 다이키, 무라사키바라 아츠시, 쿠로코 테츠야라는 여섯 소년들의 하트를 훔쳐내야지만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그게 왜 그렇고, 어떤 근거로 그렇고, 시간제한과 핑크 하트 이상이라는 조건은 확실한거냐, 왜 그 임무를 수행하는 게 다른 더 뛰어난 마녀나 여왕후보들이 아닌 나냐. 끈질기게 물었지만 이 이상은 극비라며 입을 다무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소리요!


하지만 나는 이제 겨우 성년을 맞이한 어린 마녀였다. 즉, 까라면 까야 한다는 것. 여러 머리통들 사이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저 빨간 머리통… 아카시 세이쥬로. 쟤한테는 심지어 빨간 하트를 얻어야 한단다! 웨죠? 빨간 머리카락이라 빨간 하트인가요? 그러면 미도리마에게는 녹색하트, 무라사키바라, 아씨 이름 더럽게 기네. 암튼 걔한테는 보라 하트를 얻어오라고 하지 그래요!?


아, 물론 진짜 시키면 오글이 되어 저주할거다.



약간의 마법적인 조작이 가미되어서 그런지 내가 아카시의 짝꿍이 된 것부터 그날 바로 타겟들이 소속된 농구부 매니저로 들어가게 된 것까지 아주 매끄럽게 진행됐다. 보송보송하게 마른 타올을 건조기에서 꺼내다가 급 현타가 찾아온 내 멘탈은 오늘 내내 매끄럽지 못했다만.


대체 내가 왜 여기서 인간 꼬맹이들 타올이나 빨아주고 있어야 하는거지? 납득은 못 했지만, 내 목적은 얘넬 꼬시는 거 아냐? 온갖 사치스러운 화장품 -어떤 손상 모발이라도 평생 관리 받아온듯한 윤기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플로럴 에센스(30만 에클), 입술에 자연스러운 생기와 반짝임을 더해주는 립글로스(12만 에클) 등- 으로 무장해서 하는 일이…….


어휴, 됐다 됐어. 답도 안 돌아오는 판에 뭘 따지는 건 무의미했다.


타올을 손수 접어 트레이에 올려놓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뭐지? 하고 뒤를 돌아보자 눈이 맞았다. 누구와? 쿠로코 테츠야와. 어쩐 일인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가슴에 피스를 띄우기까지 했다- 그에게 무슨일이야? 하고 묻자 그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평정을 되찾고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내게 답했다.


"드링크 준비가 되었나 해서요."

"드링크? 그건 모모이 양이 하겠다고 하던데."

"네?"


뽀얀 피부가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왜 저러지?




+

피스 : 놀랄 때 띄우는 하트. 노란색. 5에클.

핑크 하트 : 사랑의 감정을 담은 하트. 오렌지와 레드 사이. 1000에클.

레드 하트 : 진정, 진실한 사랑의 감정일 때 나오는 하트. 5000에클.


하트 이외의 설정은 기억도 잘 안 날 뿐더러 원작과는 상이합니다. 세상이 멸망하는 건 사실이지만 왜 그렇고 어째서 여주냐 하는 설정 아무것도 안 했으니 여러분도 저와 같이 마음을 비우고 글을 즐겨주세요!





옛날 작품에 질척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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