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해 본 적 없는 덜렁이 미카가 나옵니다※



 이츠키 슈에게는 철칙이 하나 있었다. 재료의 출처가 불분명한 음식은 먹지 않는다, 그를 먹을 바엔 굶는다. 건강을 챙기는 것과 동시에 몸을 해치기 딱 좋은 그의 철칙은 동거인의 걱정을 사기 아주 쉬웠다. 삼시세끼 제때 밥을 챙겨먹는다면 문제될 게 없었지만 슈는 그다지 세끼 골고루 챙겨 먹는 타입이 아니었던 것이다. 작업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 마음이 풀리는 성정은 수시로 굶기는 기본이었고 상황이 괜찮으면 크루아상을 먹기도 했지만 나쁠 경우 물조차 마시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슈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스물 네 시간이 넘도록 금식 중이었다. 아주 간간히 문이 열리는 걸로 보아선 생리현상은 해결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 참에 식사도 한다는 생각은 그에게 없는 모양이라고, 미카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억지로 먹이는 수밖에 없었다. 학생 때야 몸 자체에 활기가 넘치니 몇 끼 공복에 밤샘도 거뜬하지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면 숨만 쉬어도 떨어지는 것이 체력이랬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았던 문장을 떠올리며 미카는 고개를 주억였다. 굳게 닫힌 작업실 문을 주시하다 성큼성큼 부엌으로 들어선 그는 우선 소매를 걷어붙였다. 주방 선반 한 칸에 있는 앞치마도 꺼내 두르니 마음이 든든했다. 무슨 요리든 손쉽게 해내서 두 사람이 함께 골랐던 식탁 위를 푸짐하게 채우고 스승에게 맛있게 먹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실제로 요리다운 요리를 하는 건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마음을 다잡은 걸로도 반은 해낸 게 아니겠는가. 미카는 당당한 손길로 냉장고의 문을 열어젖혔다.

 슈의 귀에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 것은 미카가 부푼 자신감으로 부엌에 들어서고 한 시간이 지났을 즈음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두 사람의 발키리가 사회에 나간 뒤에도 발키리의 의상만큼은 스스로 디자인해 제작하며 의뢰도 종종 받고 있는 슈에게, 이번에 들어온 건은 조건도 좋았고 흥미도 이끌었기에 작업에 열중하고 있던 참이었다. 슈는 멈춰버린 손을 잠시 내려 보다 몸을 일으켰다. 문 밖으로 귀를 기울이니 아까는 듣지 못하고 있던 미카의 목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깨진 접시를 줍겠다고 나서다가 또 가끔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에 흠을 긋겠지 싶어 그는 단단히 닫혀 있던 작업실 문을 열었다.
 난장판.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바로 부엌으로 향한 슈의 눈에 들어온 건 깨진 접시와 도마 위에 널린 식재료 부스러기들, 잔뜩 쌓인 설거지거리 등,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게 어지럽혀진 공간이었다. 미카는 우는 소리를 내며 몸을 쭈그리고 역시나 접시 조각들을 맨손으로 줍고 있었다.

 “…카게히라.”
 “응아?! 스승님!”
 “……그대로 멈춰 있거라. 꼼짝도 하지 말도록.”

 미간을 잔뜩 찌푸린 표정과 관자놀이를 향하는 손은 심기가 불편하다는 뜻이었다. 미카는 단번에 그것을 알아채고 헉, 숨을 들이켰다. 변명하자면, 미카는 절대, 절대로 슈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위해 일을 벌인 게 아니었다. 목적이었던 오므라이스를 어떻게든 다 만들어가던 참이었다. 그럴듯한 요리를 해냈다는 것에 신이 나 접시를 꺼내던 움직임이 컸던 탓일까, 손에서 놓쳐버린 하얀 접시가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지고 말았던 것이다. 집중하고 있으면 옆에서 말을 걸어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이것도 못 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줍고 있었는데 아뿔싸, 미카는 제 한 손 위에 주워든 접시 조각들이 새삼 뾰족함을 자각하며 쭈그려 앉은 상태로 슈를 바라보았다.
 슈가 청소기와 신문지를 가져와 접시의 잔해를 수습할 동안 미카는 손을 털어낸 채 조금 식어버린 요리와 슈를 번갈아 흘긋흘긋 쳐다보았다. 볶음밥도 잘 됐고, 계란은…반숙에 실패해 조금 스크램블 같아졌지만 그래도 밥 위에 올리면 그럴 법 할 정도로는 잘 된 상태였다. 너무 식으면 맛없을 텐데.

 “카게히라.”
 “으응?”

 그새 베였는지 알싸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미카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새 정리를 끝낸 슈가 미카의 손을 잠시 노려보다 이내 한숨을 뱉어냈다. 찬장에서 접시 두 개를 꺼내 내려놓은 그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마저 정리하러 가는 거니까, 다 되면 부르란 것이야.”
 “응?”

 작업실로 향하는 슈를 멀뚱히 보던 미카는 그가 꺼내주고 간 접시와 직접 만든 요리들을 보다 이내 올라가는 입 꼬리를 주체할 수 없어 흐흐, 웃음소리를 흘렸다. 불을 잠깐 켜 식은 볶음밥을 조금 데우고 접시에 담아 계란을 덮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허술해 보이는 모양새도, 긴장이 풀려 살살 웃고 있는 그의 눈에는 제 오므라이스가 식당에서 파는 것처럼 맛있어 보일 뿐이었다. 볶음밥을 만들 때 썼던 케첩을 들어 올린 그는 잠시 고민했다. 평범하게 뿌리기엔 제 걸작이 조금 아쉽지 않나. 마음을 잡고 심혈을 기울여 그려낸 하트모양은 조금 찌그러졌지만 찌그러진 모양은 다시 메우면 되는 것. 이내 오므라이스의 노란 부분이 6분의 1밖에 남지 않았을 즘에야 미카는 허리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케첩이 예상보다 푸짐해졌지만, 뭐 맛만 있고 정성이 가득하니 장땡 아니겠는가!

 “스승님, 다 됐다~! 나온나!”

 식탁이 가득 찰 수 있도록 차리려던 예정이 오므라이스 두 접시로 끝나버렸음에도, 과한 케첩에 결국 혼이 나고 말았음에도, 미카는 그저 만족스러울 따름이었다.



#슈미카_전력 주제 :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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