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카게야마 토비오 X 아이돌 히나타

w.누리

(for. 레볼님)





“와, 되게 잘 생겼다.”

“누구 누구?”


히나타는 팬이 선물해준 인형을 꼭 끌어안으며 티비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고시키는 누가 그렇게 잘 생겼길래 하며 히나타의 옆에 앉고는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히나타는 두 눈을 반짝이면서 주먹에 힘을 꽉 쥐었다. 저기 있네! 흑발 머리! 히나타는 흥분한 목소리로 화면 속 ‘9번’을 달고 있는 선수를 지목했고, 고시키도 어어, 잘 생겼네. 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히나타는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것만 같았다. 저렇게 잘 생겼는데 심지어 국대라니. 보러 가고 싶어. 보러 가고 싶다고!


“고시키, 나 안 되겠어.”

“엥?”

“매니저 형한테 잘 좀 이야기해줘!”

“야, 너 어디 가는데!”

“도쿄 스타디움!”

“미쳤냐!”


히나타는 신발을 구겨 신으며 겉옷을 대충 입은 후 문을 나섰다. 매니저형한테 혼나봤자 얼마나 혼나겠어! 그래도 지나가다 팬들에게 걸릴 수 있으니 선글라스는 꼭 껴야지. 혀로 입을 축이던 히나타는 저 멀리서 오는 택시를 붙잡고는 도쿄 스타디움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기사 아저씨는 올림픽 보러 가나봐? 라고 물어보았고, 히나타는 들뜬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무리 봐도 저 경기를 직접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단 말야. 한 시라도 그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히나타는 핸드폰으로 생중계 되는 화면을 쳐다보았다. 실제로 보면 키가 더 크겠지? 얼마나 클까? 직접 마주치기라도 했음 좋겠다.


어릴 때부터 히나타는 소위 말하는 ‘얼빠’ 였다. 얼굴만 잘 생기면 어떻게든 붙잡고 이야기를 하려 했으며 자신의 핸드폰 목록에는 잘 생긴 사람들만이 가득했다. 스포츠에는 1도 관심이 없던 그였다.

 카게야마 토비오를 알게 된 계기는 스케쥴이 끝나고 나서 볼 게 없던 히나타가 우연히 올림픽 배구 경기를 보게 되었던 때였다. 경기에 나오는 우시지마나 오이카와 토오루라던지 잘생긴 선수들은 많이 있었지만 히나타의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이카와와 교체되어 나오는 선수를 보고 히나타는 입을 쩍 벌렸다. 완전 내 취향! 흑발 머리에 날렵한 턱선! 얼어붙을것만 같은 차가운 눈빛! 히나타는 그 후로부터 ‘9번 선수 카게야마 토비오’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린 히나타는 급하게 스타디움으로 뛰어갔다. 오늘 분명 경기를 보다가 뛰쳐나올 가능성이 높다 판단하여 미리 배구 경기 표를 예매해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늘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나가는 자기 스스로를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히나타는 마스크를 끼고는 배구 경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제 4체육관으로 향했다. 입장하는 곳에서는 표를 확인해달라며 손을 내밀었고, 히나타는 당당하게 미리 예매해둔 표를 꺼내어 보여주고는 4체육관 문 앞에 섰다. 후우, 길게 호흡을 내쉰 히나타는 문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카게야마 토비오 선수, 대단합니다!

-역시 천재 세터라고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요. 우시지마 와카토시에게 정확하게 보내는 저 토스는 현 일본 내에서….


히나타가 4체육관 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짜릿함에 물든 모습이었다. 경기를 보러 온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서 환호를 했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히나타는 화면에 잡히던 카게야마 토비오의 얼굴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한 걸음씩 내려갈 때 마다 히나타의 가슴이 쿵쿵 뛰는 게 느껴졌다. 으아, 긴장 돼. 실물은 더 잘생겼으려나? 하며 자신이 예매한 맨 첫줄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와, 조오온나 잘생겼어! 히나타는 격양된 표정을 지으며 코트 위를 쳐다보았다. 헉헉 숨을 몰아쉬는 모습부터 턱선에서 흐르는 땀마저도 잘생겨보였다. 배구 강국이라는 브라질을 상대로 일본은 비등비등하게 이기고 있었고, 히나타는 두 손을 꼭 모아 경기를 지켜보았다.


끝없는 랠리와 접전이 이어졌고, 세트포인트 직전까지 온 일본팀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이카와와 우시지마만큼 유명하고 유명한 배구계의 살인서브의 제왕 카게야마 토비오가 서브권을 쥐었기 때문이었다. 브라질 대표 선수들 역시 긴장하며 리시브를 받을 준비를 했고, 카게야마는 후욱, 하고 숨을 고르더니 엄청난 집중을 발휘하는 눈빛으로 공을 올렸다. 히나타는 화면에서만 보던 그의 서브를 눈 앞에서 보게 되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공을 위로 던져, 도움닫기를 하며 점프를 하는 순간 그 모습이 정말 ‘날아오른다’ 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급히 반응을 해보았지만, 굉장히 어려운 코스로 서브를 성공시킨 카게야마는 세트포인트를 따게 되었다.


-오늘도 신예 카게야마 토비오 선수가 점수를 따냈습니다!!!

-브라질 상대로 긴장 하지 않고 이렇게 서브를 잘 넣다니요!

-일본은 이로써 4강에 진출…….


서브를 성공시키자마자 관객들은 물론이며 선수들 모두가 카게야마에게 달려들었다. 히나타도 그 곳에 달려들고 싶었지만 자중해야만 했다. 자신은 외부인이니까. 으으, 그래도 역시 예매해두고 오길 잘했어. 히나타는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쳤다.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은 일제히 관객들 앞으로 정렬하여 ‘감사합니다!’ 라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코트에서 퇴장했고, 히나타 역시 유유히 체육관에서 빠져나왔다.


꾸르르륵. 아, 오늘 저녁에 먹었던 오므라이스가 원흉이었나? 배에서 나 똥 싸고 싶어 라는 신호를 느낀 히나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화장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지도를 보니 4체육관과 한참 떨어진 곳에 남자화장실이 있었다. 아아, 얼른 가야지. 히나타는 손으로 벽을 짚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래도 카게야마 토비오를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지. 히나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 카게야마가 넣던 살인 서브를 상상했다.


“아, 죄송합니다.”

“어으, 죄송… 헉, 카, 카, 카게…!”


히나타는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와 부딪혔다. 상대가 키가 커서 자신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가 땅에 떨어졌고, 그 선글라스를 주워준 상대는 사과를 하며 히나타에게 선글라스를 돌려주었다. 히나타는 고개를 똑바로 들어 쳐다보니 이게 뭔 일이야. 카게야마 토비오잖아! 히나타는 벙찐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뗐다.


“네, 제가 카게야마 토비오입니다만.”

“카, 카게…야마 선수! 저 몰라요?”

“네?”


카게야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뭔 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을 지었다. 히나타는 마스크 까지 벗고는 얼굴을 당당하게 보여주었지만, 카게야마는 그저 ‘키 작은 고등학생’ 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쪽이 누군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저, 저 몰라요? 저는….”


히나타는 카게야마를 올려보았다. 와, 밑에서 쳐다보는 건데도 존나 잘생겼어!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보고도 모르는 카게야마의 태도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나름 유명한 일본 아이돌인데! 전국구에서 먹히는 아이돌인데! 노래만 나왔다하면 차트 10위에 늘 들었고, 1위를 달성하면 20주는 기본으로 올라가있는 유명한 ‘하이큐’ 아이돌인데! 히나타는 왜 자신을 몰라주냐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저 하이큐 멤버 히나타 쇼요인데요!!”

“…? 하이큐가 뭡니까. 먹는 겁니까?”

“……헐.”


히나타는 어이가 없어 허, 하고 웃었다. 인터넷에서 카게야마 토비오는 배구 밖에 모른다고 하던데 진짜였네. 카게야마는 바쁘니 이만 먼저 간다는 말과 함께 히나타를 지나치려 했다. 히나타는 헉, 안 돼! 라는 생각과 함께 그의 팔목을 붙잡았고, 카게야마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히나타를 내려 보았다. 히나타는 번호를 따야하나? 그런다고 번호 주려나? 안 줄 것 같은데! 발을 동동 굴리며 생각을 해내고 싶었지만 여간 쉽지가 않았다.


“용건이 뭡니까?”

“저, 저… 아아! 그래! 잠시만요!”

“……?! 뭐 하는 짓...!”


히나타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급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카게야마에게 팔짱을 끼고는 셀카를 찍었다. 카게야마는 도대체 이 작은 학생이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고, 히나타는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그럼 다음에 봐요! 라는 소리와 함께 그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카게야마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



“토비오쨩! 이게 뭐야? 토비오쨩 아이돌이랑도 아는 사이였어?”

“무슨 소립니까 오이카와 선배?”

“이거 봐, 지금 sns 난리 났어!”


오이카와는 부럽다는 눈빛으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카게야마는 무엇인고 하며 쳐다보니 무려 트위터 알티 30000이라는 숫자가 찍혀져 있고, 사진에는 아까 그 작은 학생과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당황한 카게야마는 급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포털 사이트를 접속해보니 1위는 히나타 쇼요, 라고 적혀 있었고 2위는 카게야마 토비오 검색어가 뒤를 이어가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팔꿈치로 카게야마를 툭툭 치며 부러움의 표시를 보냈다.


스포츠 뉴스 게시판에도 헤드라인 뉴스는 오늘의 경기내용이 아닌 ‘카게야마 토비오와 아이돌 히나타 쇼요는 친한 관계?!’ 라는 헤드로 가득차 있었다. 카게야마는 하, 하는 한숨과 함께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토비오쨩, 나 거기 멤버 중에 치비쨩 제일 좋아하는데!”

“…아니, 저는 그냥. 아까 화장실 앞에서….”

“나도 치비쨩 소개시켜주라. 응? 토비오쨩~?”


 오이카와는 옆에서 히나타를 소개시켜달라며 온갖 아양을 부렸고, 다른 국가대표 멤버들도 그 sns를 본 것인지 카게야마에게 달려들어 질문공세를 해대었다. 다들 죄송한데 저는 오늘 초면이었습니다만…. 곤란한 표정을 짓던 카게야마는 그렇게 국가대표 멤버들에게 하루 종일 히나타 이야기로 시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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