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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 했으나 조금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은 길드에 가입하기 위해 온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 뒤에 있을 일은 전혀 알고 있지 않았었다.

"대련이라니… 그런 게 있는 줄은…."

잠시 이곳에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받은 그는 의자에 앉은 채 깊은 한숨을 내지었다. 한숨이 바닥을 치고 잔잔해졌다 싶으면 다시금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에휴, 그러다 땅 꺼지겠다."

소년은 말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어 돌아봤다. 그러자 문 쪽에서 푸른색 단발을 한 소녀가 미소를 띤 채 서 있었다.

"아오이, 언제 온 거야?"

"조금 전에! 그래서 너는 어떻게 됐어?"

아오이라 불린 소녀는, 소년의 옆에 앉으며 그에게 물어봤다. 그는 애써 웃어 보이려고 했으나 자신조차 예상치 못했던 반응을 차마 감추지는 못했다. 결국, 한숨을 쉬고는 아오이에게 말하였다.


"뭐어? 대련이라고!?"

경악한 표정을 한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아오이를 보며 소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이는 주변을 둘러보다 다시 의자에 앉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텐마, 괜찮겠어? 너 무기 다루는 거 서툴잖아."

"우으…. 그렇게 못 박아주지 않아도 되는데…."

텐마라 불린 소년은 상처를 받은 듯 조금 전보다 고개를 더욱 떨궜다. 소녀는 그런 소년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어쩔 수 없잖아, 하는 수밖에 없지."

텐마는 기지개를 피며 조심스레 일어났다. 일어난 자리에서 다리를 탁탁 쳐대는 그를 보며 아오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텐마, 왜 갑자기…"

아오이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사람이 한 명 들어왔다.

"마츠카제 씨, 준비가 끝났다고 하니 이제 오시면 된답니다."

"아, 네! 금방 가겠습니다."

텐마는 자신에게 전언을 주고 떠난 자를 따라 문밖으로 달려갔다. 그때 아오이가 달려가는 텐마를 불러 멈춰 세웠다.

"아오이? 왜 그래?"

"힘내! 좋은 결과 있길 바라."

"응, 힘낼게. 고마워!"

텐마는 한껏 웃으며 말한 뒤 아오이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전부 닫히지 않은 문을 바라보던 소녀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그쪽은 창으로 괜찮으십니까?"

"아…. 네! 괜찮아요."

나무창을 어설프게 들고 있는 마츠카제에게, 심판을 맡은 사람이 질문을 건넸다. 괜찮다고는 답했으나 소년은 불안이 앞서기만 했다. 자신과 같이 이 길드에 조사원으로 참여할 다른 사람들도 대련에 참여한다고 들었으나 자신의 상대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사람 만큼은 절대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때였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들리자 마츠카제는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쪽에서 푸른 머리칼을 한 청년이 목검을 가진 채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모습이 조금씩 가까워지자 마츠카제는 얼굴에서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츠루기 씨도 도착한 모양이군요."

"츠루기…."

자기보다도 큰 키를 가진, 가입 희망을 하러 왔을 때 우연히 옆을 지나쳤던 그는 척 봐도 실력 있는 검사처럼 보였다. 불과 2, 3년 전부터 무술을 연습해왔던 자신과는 차원이 다르겠지, 그런 위압감을 받았다.

"무기의 날은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무디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안전을 위해 한 조치겠거니와, 현재의 마츠카제에겐 오히려 불안함이 앞섰다. 자신의 공격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면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 되니까. 진심을 가진 채 본 실력으로 승부에 임할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상대는 정말 좋지 않은 상대가 되었다.

"그럼 두 분께선 자리로 가주시길 바랍니다."

심판의 말에 츠루기와 마츠카제가 표시 선이 있는 위치에 섰다. 자리에 선 츠루기는 목검을 휘둘러보며 자신의 자세를 보고 있었다. 마츠카제는 그런 그를 보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괜찮아, 어떻게든 될 거야…."



"그럼, 시작하도록!"

사인이 떨어지자 자세를 잡고 있던 츠루기는 재빠르게 마츠카제 쪽으로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마츠카제는 자신이 들고 있는 창을 세워 잡아 방어 자세를 취했으나 위력을 완전히 받아내지 못한 채 뒤로 튕겨 날아갔다. 튕겨 나간 소년은 자세를 가다듬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마츠카제는 창을 지지대 삼아 천천히 일어서서 정면을 쳐다보았다. 눈앞에선 좀 전의 일격 이후 검을 바로잡고 있는 츠루기가 서 있었다. 상대가 무방비로 있는 지금이라면 충분히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소년은 자신의 창을 앞으로 세워 잡고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눈앞의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팔을 뻗어 창으로 찌르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바람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이 허공을 찌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앞에서 살벌한 바람과 함께 나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텅, 땅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을 때 소년의 정신이 돌아왔다. 조심스럽게 시선을 아래로 옮기자 그 시야에는 무기를 들고 있어야 할 빈손이 보였다. 천천히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자 눈앞의 상대는 조금 전처럼 자세를 다시 고쳐잡고 있었다. 검을 바라보는 무덤덤한 그의 표정에는 자신이 날려버린 무기를 다시 쥐라는 듯싶었다.

그러나 마츠카제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와 실력 차가 극명하다는 걸 안 순간 도저히 몸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싸움에선 자신은 상대에게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길드에 가입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 자신이 있는 곳, 이 장소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열망하던 곳이 아니었던가. 이 길드에 들어오겠다는 열망 하나만으로 자신은 이곳으로 왔었다. 이곳 '라이몬'에 들어오기 위해 자신은 현재 이곳에 서 있다.

그렇기에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뒤돌아 도망갈 수는 없었다.


마츠카제는 뒤돌아서서 날아간 자신의 무기를 향해 걸어갔다. 힘없이 넘어져 있는 나무 창을 집어 든 그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더 부탁합니다!"

소년의 자세가 안정되자, 츠루기도 그처럼 팔에 힘을 주어 검을 잡았다. 츠루기의 태세는 금방이라도 공격을 가해올 듯하였다.

물러날 수 없다. 이 생각에 그는 창을 더욱 세게 쥐었다. 그의 눈은 자신이 창끝을, 그리고 상대를 바라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의 바람도 그에게 응답하듯 조금씩 움직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은 깊은 결심을 한 소년을 조심스레 감싸 안았다. 조심스럽게, 어린아이를 돌보듯 부드럽게 자신을 보호하는 바람을 둘러싸고 소년은 발을 디뎠다.

발을 딛자 일말의 바람과 함께 소년을 더욱 빠르게 상대의 앞으로 보내주었다. 마츠카제는 다른 한 발이 땅을 디뎠을 때 창을 세차게 휘둘렀다. 창끝에는 작게 튕기는 소리가 들렸을 뿐 다른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곧바로 검의 끝이 자신에게로 다가오려 하자 소년은 급격하게 몸을 뒤로 물렀다. 누가 보더라도 어설픈 동작이었으나 그가 틀리지 않은 듯 일격을 피하며 조심스레 땅에 발을 얹었다. 소년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츠루기는 조금 전의 공격 후 뒤로 물러 자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다음 공격이 분명 마지막이 될 것이라, 그리 느낀 것은 자신만이 아닐 거란 느낌이 들었다. 마츠카제는 창의 끝을 앞으로 두고 달려갔다. 마지막이 닿길 바라며 땅에서 발을 떼었다.

바람도, 그의 행동에 답하듯 같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거기까지!"

심판의 말이 끝나자 둔탁한 소리가 크게 울렸고 다시금 나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마츠카제의 울먹이는 소리에 츠루기는 앞을 바라보았다. 제 앞에 서 있는 소년의 손은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고 자신의 검이 위로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아채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에게 심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두 분의 실력은 잘 보았습니다."

심판이 그 둘에게 다가가 건넨 말에, 마츠카제는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서 있었다. 

"네…. 네? 에? 실력이요?!"

"너 설마 몰랐던 거냐…."

마츠카제의 반응에 츠루기는 애써 침착하게 당황함을 표현하였다. 그 반응에 마츠카제는 전혀 모르겠단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이마를 짚으며 말하였다.

"이건 단지 가입자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고."

"에? 가입자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고?"

"그런 것이었다면, 분명 첫 번째에 중지했겠지."

첫 번째란 단어에 마츠카제는 고개를 떨궜다. 이래저래 생각해보니 츠루기의 말이 맞았었다. 시험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 승부는 자신이 첫 번째로 창을 놓쳤을 때 끝났을 것이다. 생각이 결론에 미치자 소년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럼 무사히 가입한 거겠네…."

"뭐. 물론 적합하지 않다면 가입이 불허되겠지만, 너는 걱정 없겠지만."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모르는 건가?, 그런 생각을 품고 츠루기는 마츠카제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맹하여 믿음직스럽지 못한 소년을 바라보던 그는 살짝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럼 앞으로 동료로서 잘 부탁하지."

"응, 나야말로 잘 부탁해!"



"확실해?"

"응, 본인은 아예 모르던 것 같던데."

길드 가입자의 명단을 훑어 보고 있는 갈색 머리 소년에게 로브를 쓰고 있는 소년이 말을 걸었다.

"무의식적이라 해도 그렇게 섬세한 사용은 어려울 거로 생각해. 그렇다면…."

"신도, 너도 같은 걸 생각한 거지?"

신도라 불린 소년은 마츠카제의 이름이 써진 종이를 살펴보면서 가볍게 응답했다. 종이를 책상 위에 둔 신도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키리노, 너도 마츠카제의 옆에 있어 주면 좋겠어. 그리고…."

"츠루기 쿄스케, 그 녀석도 감시하란 거지? 알았어. 맡겨줘."

키리노라 불린 소년은 신도에게 미소를 보이며 돌아갔다. 신도는 책상 위에 있는 서류 더미를 보며 웃었다.

"이번엔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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