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게 물었다.

"번개는 너무 빠르고, 천둥은 그런 번개를 쫓아만 다니잖아요."

"그러면 천둥은 언제까지나 번개와 함께 갈 수는 없는 걸까요?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나는 공기 가득 찬 웃음을 절로 뱉었다. 사실상 천둥과 번개의 관계는 이미 불변의 진리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섣불리 뭐라 답할 수 없었다. 대답을 고민하는 듯이 눈동자를 굴릴 수도, 크게 숨을 내 쉬어서도 안되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그의 눈동자가, 목소리가 나에게 그의 진심을 다분히 전해주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현실의 괴팍한 진리를 떠올리며 고민하는 것을 들켜서는 안되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실은 그의 진심에 너무나도 가혹한 장난이 될 뿐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도리어 질문에 질문을 답했다. 진리에 물음을 던진 그의 행동에 같은 행동을 답했다.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를 옭아 매는 천둥번개에도 그는 그 자신보다 그들의 관계성에 슬퍼하고 있다.

'나는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만성적 피로와 구토적 우울감에서 허우적 거리며 미디어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고 글을 적으며 간직하는 그런 평범한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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