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기락 산책 : 보물찾기 각색





“2분 남았어요, 허니칩 씨!”


대기실은 난장판이었다. 유연이 틈새라는 틈새는 다 뒤집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락은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아 싱글벙글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정리를 하며 차근차근 찾았던 그녀였지만, 기락이 매 분마다 놀리는 목소리로 재촉을 해대자 마음이 급해졌는지 이 난리가 났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속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삼키는 기락의 귀에 유연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뭐가 있긴 한 거죠? 혹시 나 놀리는 거 아니예요?”

“그럴 리가요! 허니칩 씨 증말 너무하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기락이 정색하며 펄쩍 뛰자 유연은 입술을 비죽거렸다.


“그치만 이렇게 어려운 보물찾기가 어디 있어요! 시간제한까지 있고!”

“안 그럼 재미 없잖아요~ 쉬우면 무슨 재미예요?”

“인생이 헬 모드니까 놀이 정도는 쉬워도 되잖아요!”


유연이 쿵쿵 발소리를 내며 기락의 앞으로 다가왔다. 샐쭉한 표정을 하고서는 손을 척 내민다.


“힌트! 힌트라도 줘요.”

“흐응~ 어떡할까?”


빙글빙글 웃는 기락의 표정을 본 유연이 팔짱을 딱 끼고 선언했다.


“힌트 안 주면 안 해요!”


안 주면 정말로 그냥 가버릴 기세였기 때문에 기락은 얼른 일어나 유연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치켜올라간 눈썹이 바로 살짝 누그러졌다. 덩달아 기락의 입꼬리도 움찔거렸다. 여기서 귀엽다고 웃어버렸다면 놀리는 줄 알고 정말 화를 낼 것이다. 물론 화내도 귀엽지만, 귀여운 얼굴 보자고 사람 마음을 상하게 할 수는 없지. 역시 나는 마음씨도 고와, 음음.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기락은 큼큼, 헛기침을 했다.


“좋아요! 힌트는~ 반짝이는 것 근처에 있습니다! 어때요, 감이 좀 와요?”

“반짝이는 거요?”


유연의 눈매가 무언가 생각하듯 가늘어졌다. 그러더니 기락을 빤히 쳐다본다. 남의 시선에는 이골이 나 있는 기락조차 움찔할 정도로 집요한 눈길이었다. 조금 당황한 기락이 몸을 살짝 뒤로 빼며 물었다.


“왜, 왜 그렇게 봐요?”


그가 뒤로 가자 유연도 그를 따라 기울었다. 탐색하는 듯 그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유연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주기락, 누가 아이돌 아니랄까봐 이 요오망한!”

“응? 갑자기 무슨, 어어?!”


와락, 유연이 기락의 품에 안겼다. 정확히 말하면 들이받은 것에 가까웠다.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기락이 어쩔 줄 모르고 허공에 손을 휘젓는 동안, 유연은 기락의 열린 셔츠 안쪽으로 손을 넣어 이리저리 더듬기 시작했다. 안쪽에 티셔츠를 입고 있기는 했지만 얇은 재질이었기 때문에 유연의 작고 따뜻한 손이 그대로 느껴졌다. 잠깐, 거기는 좀....... 아, 아앗, 거길 그렇게 집요하게 만지면......! 기락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는데도 유연은 아랑곳않고 그를 따라가며 계속 뒤져댔다.

마침내 기락의 등이 문에 쿵 부딪히고서야 엉거주춤한 추격이 끝났다. 기락의 숨은 눈에 띄게 거칠었고 유연의 손은 기락의 엉덩이를 더듬고 있었다. 기락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허, 허니칩 씨....... 지금 나 성추행하는 거예요?”

“무슨 소리예요? 우리 보물찾기 중이잖아요? 아, 찾았다!”


유연이 기락의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쑥 꺼냈다. 거기 뭐가 있던가? 기락은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팽팽 돌렸지만 딱히 뭘 넣어둔 기억은 없었다. 그래서 유연이 그의 눈 앞으로 손을 불쑥 내밀었을 때 두 사람은 동시에 얼빠진 감탄사를 뱉었다.


“어?”


아담한 정사각형 모양, 빳빳한 비닐 포장, 찢기 좋도록 홈이 난 끄트머리....... 그러니까, 콘돔이었다. 아니, 그게 왜 거기 있었지.......? 당황해서 말을 잃은 기락을, 마찬가지로 어이없다는 표정이 된 유연이 올려다보며 말했다.


“지금 성희롱당한 건 내 쪽 같은데요? 보물이 콘돔이었어요?”

“아니, 아니, 아니! 절대 아니에요!”


기락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부정했다. 문득 왜 콘돔이 뒷주머니에 있었는지 떠올랐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피임 교육 캠페인에 홍보대사로 참여했을 때 받은 촬영 소품이었다. 그때 입고 있던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두고는 깜박한 것이다. 물론 교양있는 성인 남성이라면 언제 있을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대비해 피임도구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맹세코 이번엔 고의가 아니었다. 아니, 지금 잔뜩 만지고 더듬은 게 누군데 나보고 성희롱이래! 기락은 억울한 마음으로 외쳤다.


“보물은 당연히 방 안에 있죠! 아니, 반짝이는 걸 찾으라니까 왜 나를 뒤져요?”


그러자 유연도 만만찮게 억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지금 장난해요? 주기락보다 반짝거리는 게 세상에 어디 있다고요?”


잠깐의 정적 후, 기락의 얼굴이 더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붉게 달아올랐다. 덩달아 유연의 뺨도 활활 타올랐다. 민망하기 그지없는 기류 속에서 두 사람은 새삼스럽게, 서로의 몸이 밀착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과 유연의 틈에 갇혀 어설프게 무릎을 굽히고 선 기락의 다리 사이에 유연의 몸이 바짝 붙어 있었다. 그리고 아까의 본의 아닌 애무 덕에, 유연의 배에 맞닿은 쪽이 따끈따끈 달아올라 툭 불거졌다.

유연은 재빨리 사태를 파악하고 결정을 내렸다. 그녀가 손을 뻗어 기락의 뒤쪽에 있던 문고리를 걸어잠갔다. 찰칵, 소리에 기락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묘하게 눈꼬리를 접은 유연이 기락을 올려다보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자, 주기락 씨. 우리에겐 세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첫째, 이 방을 나가서 서로를 성희롱과 성추행으로 고소한다. 둘째, 없던 일로 하고 기락 씨는 화장실에 가서 혼자 처리를 한다. 셋째.......”

“성추행과 성희롱을 합의 하의 스킨십으로 만든다.”


기락이 대신 대답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연을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이 야살스럽게 변했다. 입맛을 다시듯, 새빨간 혀가 입술을 핥았다. 유연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웃으며 기락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두 사람이 어느 선택지에 가장 마음이 끌리고 있는지는 묻지 않아도 명확했다.

기락이 한 손으로 유연의 허리를 끌어당겨 안자, 유연은 들고 있던 콘돔을 기락의 바지 뒷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아직 이것을 쓰려면 준비가 필요했고, 그 준비를 위해서는 손이 자유로운 편이 나았다. 그새 마음이 급해진 기락이 그녀의 뺨을 잡고 입을 맞추려다 멈칫했다. 푸른 눈동자가 이지를 찾으려는 듯 몇 번 깜박거렸다. 그가 물었다.


“잠깐, 방송까지 얼마나 남았죠?”

“어디보자....... 30분 정도요?”


제 뺨을 잡은 기락의 손목시계를 힐끔 곁눈질한 유연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너무 긴가?”

“으음, 좀 빠듯한데.......”


 유연의 놀리는 어조에도 발끈하지 않고 여유만만하게 대답한 기락이 그녀와 이마를 맞대었다. 청명한 하늘 같은 푸른 눈동자는 이제 거리낄 것 없다는 듯 흥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코가 비벼지고, 입술이 맞닿기 직전, 그가 속삭였다.


“하지만 말로만 해서는 신빙성이 없겠죠. 지금부터, 증명할게요?”


다음 순간, 기락이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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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끈ㄴ으면저 혼나나요? (ㅈㄴ) 둘이겁ㅂ나떡치는거 스고십엇는데 중간에그만 기력이달려벌ㄹ인... 기락유연최고다 다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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