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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빨리 와.”

“응.”

 


 변백현은 내가 그때 제발 가이딩 받으라며 울어댄 이후로는 꼬박꼬박 가이딩 받는다. 내가 부르면 저렇게 쪼르르 다가와 내 앞에 앉아 두 손을 내민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제때 가이딩을 받는 덕에 개복치 수치도 그나마 케어가 됐다. 새벽마다 기어가 울리는 일이 이젠 많아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변백현이 계속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거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오늘 왜 팀 임무 없는 지 알아?”

“왜 없는데?”

“내 덕이야.”

 


 내 말에 변백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 오늘 센터 대표 가이드로 강의 나가.”

“강의?”

“응, 훈련 가이드들 수업해주러.”

“와, 윤이새 출세했네?”

“내 능력이 워낙 비범해야지.”

 


 내 말에 변백현이 웃는다. 저거 비웃음이야, 아니면 진짜 웃겨서 웃는 거야? 어쨌든 오늘 내가 팀에 없는 관계로 우리 팀은 오늘 하루 휴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왜냐고? 내가 우리 팀 가이드 없이는 절대 임무 못 보낸다고 밀어붙였거든. 처음에는 그럼 다른 가이드가 강의하게 할 것처럼 굴더니 그럼 그러라는 내 말에 뒷목을 잡더라.

 


“도팀장님 한테 들었는데 훈련 가이드들 사이에서 내가 그렇게 유명하대.”

“도팀장님?”

“응. 이번 수업 인솔하는 사람이 도팀장님이더라고.”

 


 나도 몰랐는데 나중에 회의할 때 보니까 그렇더라. 간만에 만난 도팀장님이 얼마나 반갑던지 회의 끝나고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팀장님은 자신이 나를 초빙한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하셨다. 역시 도팀장님은 사람 보는 안목이 있어. 이러니까 팀장 하시지.

 

 도팀장님은 최근에 새로운 팀에 팀장으로 다시 복귀하셨다. 원래는 복귀하려면 한참 남았는데 도팀장님 말로는 자신이 너무 대단한 인물이라 일찍 복귀된 거라고 하셨다. 물론 믿는 척 걸렀지만.

 


“언제 가는데?”

“점심 먹고?”

“곧 가야하네.”

“얌전히 숙소에 있어.”

“따라가는 건?”

“당연히 안 되지.”

 


 망설임 없는 대답에 변백현이 치이- 하며 입술을 내민다. 그 입술을 손바닥으로 밀어 넣자 내 손가락을 물려 왕왕댄다. 그 모습이 왜 또 귀엽게 느껴지는 건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본인이 강아지 같은 거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저런 짓 하지.

 

“나 혼자 숙소에서 뭐해.”

“그러게? 다른 애들 다 놀러 나갔는데 너는 왜 아무도 안 만나?”

“내가 만날 사람이 어딨어.”

“친구 없어?”

“응.”


 

 이게 날 따라오려고 수를 쓰네? 내가 너 친구 많은 걸 모를 줄 알아? 저번에 네가 쓰러졌을 때 병실에 찾아온 사람만 몇 명인데. 변백현의 이마에 꿀밤을 약하게 놨다. 또 입술이 튀어나온다. 


 요즘 들어 더더욱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변백현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원래도 내 옆에 많이 붙어 다니긴 했는데 더 심해졌다. 그 날 이후로 더 그랬던 거 같다. 팀장님이 내 목에 남긴 흔적을 변백현에게 들켰던 그날 그걸 본 변백현은 온 몸으로 화를 억누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더랬다. 그러고 한 며칠 동안은 아무 말 없이 내 옆을 쫓아다니더니 요즘 들어 다시 재잘재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 돼.”

“왜 나 왕따 시켜.”

“아님 팀장님이랑 면담해.”

“...”



 순식간에 변백현의 표정이 굳어진다. 워... 내가 말을 잘못했나보다. 원래도 팀장님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는데 그때 이후로 더 심해진 거 같기도 하고...

 


“너 요즘 팀장한테 안 가지?”

“응, 그래서 오늘 한 번 가려고.”

“뭐? 왜 가!”

“아, 깜짝이야. 왜 가긴? 가이딩 해주러 가지.”

 


 그 날 이후로 단 한 번도 팀장님을 가이딩 해준 적이 없다. 물론 팀장님이 내 가이딩을 거절하기도 했고... 내가 다시 팀장님을 마주하기가 두려웠던 것도 있었다. 다행히 팀장님은 자가 가이딩을 꼬박꼬박 하시는지 수치가 안정적이었다. 요즘은 내 일과에 팀장님 수치를 확인하는 일도 포함되어있다. 아무래도 가이드의 가이딩을 받는 것이 센티넬에게는 더 좋으니... 그리고 최근에는 팀장님의 수치가 80%를 넘는 걸 본 적이 없다. 항상 70% 주변을 웃돈다. 그래서 오늘 한 번 찾아가려고 하는데.

 


“안 돼.”

“뭐래? 그건 나도 안 돼.”

“네가 뭐 하러 가이딩을 해주러 가. 멀쩡한데.”

“그럼 너 지금 멀쩡한데 가이딩 해주지 마?”

 


 자신의 손을 맞잡은 내가 손을 풀고 멀어지려 하자 그건 또 안 되겠는지 내 손을 낚아챈다. 넌 되고 팀장님은 안 돼? 그게 대체 무슨 심보야.

 


“난 아니지.”

“그런 게 어디 있어. 너만 해주고 팀장님은 왜 해주면 안 되는데?”

“나랑 팀장이랑 같아?”

“다른 게 뭐가 있는데.”

 


 그 순간 변백현이 입을 떼려다 다시 다문다. 그리곤 내 눈을 바라보는데 그 눈이 한 없이 흔들린다. 왜 저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거지? 마치 내게 상처를 받은 눈빛이다. 하지만 오늘은 반드시 팀장님을 가이딩 해줘야 한다. 팀의 가이드로서 가이딩을 해주지 않는다니, 말도 안 돼. 고개를 가로 저으며 변백현과 맞잡고 있던 손을 놨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강의에 늦을 거 같아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방 올 거니까 기다려.”

“기다려?”

“응.”

“또?”

“...응?”

 


 또 라니? 변백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난 발걸음을 멈추고는 변백현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변백현은 그 자리 그대로 내게서 등을 보인 채로 가만히 있었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그대로 시선을 둔 채.

 


“아니다. 조심해서 갔다 오고.”

“...”

“빨리 와.”

“...그래.”

 


 지금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지만 저 너머의 변백현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약해빠진

 







“가이드가 꼭 명심하고 있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가이드는 센티넬을 위해 태어난 존재."

“이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처음에는 센티넬이, 가이드가 뭔지도 몰라 센터에 들어와 엉엉 울어대던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의 난 지금 내 앞에서 내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는 이 아이들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은커녕 매일을 두려움에 살아갔었다. 친구 한 명 없는 곳에서 혼자 버티긴 너무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가이드는 언제나 위험에 놓여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가이드는 센티넬을 위해 태어난 존재지만 그 점을 악용하는 센티넬들도 존재합니다. 최근 잦은 테러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반정부 중에서도 그런 센티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가이드를 생명체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시켜줄 한낱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죠.”

 


 여기저기서 욕이 들려온다. 나도 화난다. 그런 센티넬들이 있다는 게, 그런 센티넬들에게 당하는 가이드들이 있다는 게.

 


“가이드는 스스로 체력을 단련해야 합니다. 센티넬들이 여러분들을 지켜 주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은 본인들 명줄만 줄일 뿐이에요.”

 


 강의는 꽤 길어졌다. 분위기가 좋았던 탓에 이것저것 많이 말해준 탓도 있지만 내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아직 위험이라는 걸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과연 현장에 뛰어들어서 자기 자신을, 자기 팀원을 잘 지킬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나의 경고와 당부는 끊이지 않았다.

 


“다중 각인은 흔치 않으나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같은 팀에 소속된 팀원들끼리 다중각인 할 확률이 높습니다. 다중 각인의 경우 센티넬에게는 큰 리스크가 없지만 가이드에게는 리스크가 상당합니다. 가이드의 수치에 따라 다중 각인 했을 때 따르는 리스크가 다른데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다중 각인을 하게 되면 가이드는 각인한 두 센티넬을 가이딩할 의무가 생기는데 일반 각인은 각인한 센티넬과의 가이딩에 있어 더 좋은 효율을 발휘합니다. 다중 각인 또한 같습니다. 다만 각인한 센티넬들에게는 각각 같은 효율을 줘야하기 때문에 일반 각인보다 더 무리가 가는 거죠.”

 


 각인,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계약. 옛날엔 센티넬과 가이드의 각인이 의무였으나 오늘날로 오면서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평생 전담이 아닌 팀 가이드나, 백업 가이드를 하는 가이드들도 많아졌다. 보통 센터에서는 각인을 권장하긴 하지만 압박을 가하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센티넬의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각인을 하라고 압박하곤 하지만.

 


“마지막으로 질문 시간 가지고 마치겠습니다.”

 


 시작하기 전엔 이 긴 시간동안 대체 무슨 말을 해줄까 많이 고민하고 걱정 했었는데 어느새 마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만큼 말해주었어도 분명 궁금한 게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질문을 해도 좋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손이 번쩍 번쩍 들린다. 아, 뿌듯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중 한 명을 지목했다.

 


“다중 각인 후에 가이드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그때는 어떡하죠?”

 


 아, 이런 질문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이걸 대답 해줘야하나? 너무 현실적인 문제라서 고민이 됐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들 모두가 알게 될 사실이다. 그리고 난 이들이 모두 대단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잘못된 선택을 막고,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야하는 사람.

 


“각인으로 맺어진 센티넬과 가이드의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는 둘 중 한 명이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

“질문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둘 중 한 명이 죽어야겠죠.”

“...”

“누가 죽느냐는 효율에 따라 달라질겁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끝나자 강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꽤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와 평생을 약속한다는 게, 누군가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키를 가진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지 곧 알게 될 거다. 앞으로 나아가야할 현실은 이보다 더 두렵고 무거운 것들 투성이일 테니까.

 


“그럼 다음 질문 받을게요.”

 


 그 뒤로도 많은 질문이 들어왔고 나는 빠짐없이 대답해주었다. 원래 부탁했던 강의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지만 그렇다고 짜증난다거나 귀찮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시간이 강의를 들은 훈련 가이드뿐만 아니라 내게도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이새야 수고했어.”

“어? 도팀장님!”

“아까 잠깐 와서 들었는데 장난 아니던데?”

“에이- 또 쑥스럽게 그런 말 하신다.”

“고마워. 무리한 부탁인 거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너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아니에요. 저도 이런 기회 얻어서 좋았는데요. 뭘.”

 


 훈련 가이드들이 조금씩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있는 걸 바라보는데 뒷문으로 들어오신 도팀장님이 수고했다며 내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오늘은 자신이 사겠다며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의실을 빠져나가려는데 아직까지 강의실을 나가지 않은 훈련 가이드 한 명이 보였다. 아직 한참 어린 아이였다. 왜 저렇게 멍하니 앉아있지. 설마 눈뜨고 자고 있는 건가? 도팀장님께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소리를 하고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왜 아직도 안 가고 있어?”

“...”

“친구들 다 갔는데.”

“친구?”

“?”

“누가 저런 것들이랑 친구라는 거예요?”

 


 난 순간 고개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하는 여자 아이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곧 그 아이의 눈에 맑은 눈물이 차오른다. 아니, 왜... 내가 지금 애 울린 거야?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나는요! 쟤들도 싫고, 여기 있는 가이드인지 센티넬인지 하는 것도 다 싫어요! 내 앞에 있는 당신도 싫다구요!”

“저... 한결아?”

 


 애처롭게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 아이에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아이의 오른쪽 가슴팍에 매달린 명찰을 보고는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하지만 아이는 진정이 되지 않는지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다. 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진짜, 정말 모르겠는데...

 


“우, 울지 말고... 응? 왜 그런지 말 해줄래?”

“만지지 마요!!”

 


 너무 슬프게 우는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 어떻게든 달래주기 위해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 주려는데 그런 내 손을 거세게 쳐낸다. 만지지 말라며 크게 소리를 지르는 탓에 내가 움찔하고 뒤로 한 발 물러나자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강의실을 뛰쳐나가버린다. 아이의 고함소리를 들었는지 강의실로 들어오던 도팀장님이 뛰쳐나가는 아이에게 부딪쳤다. 아이는 꽤나 아프게 부딪혔을 텐데 도팀장님의 괜찮냐는 물음을 묵살하고 빠르게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팀장니임...”

 


 아이가 나간 강의실 문을 바라보다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 팀장님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저 엄청 잘못했나 봐요. 어쩌죠... 내 죄책감 가득한 눈빛에 팀장님이 한숨을 내쉰다.

 


“괜찮아. 쟤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저래.”

“...왜요?”

“아까 저 아이 실험체였던 애야.”

“실험체요?”

 


 어디선가 들은 적은 있었던 거 같다. 반정부 센티넬들이 일반인을 잡아다가 센티넬과 가이드의 세포가 담긴 게놈으로 실험을 하여 인위적으로 센티넬과 가이드를 만든다는... 아까 그 아이가 그 실험을 당한 가이드였다고?

 


“그래, 최근 들어 반정부 센티넬 테러가 심해서 우리 쪽도 모두 반정부 처리하는 임무뿐이야. 이번에 맡았던 임무에서 저 애를 발견해서 구조한 거고. 이미 우리가 갔을 때는 저 아이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어. 군데군데 이미 죽은 사람들도 있었고...”

 


 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른 거 같다. 얼마나 끔찍했을까... 그곳에서 실험을 당하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함께 있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으니.

 


“부모님도 같이 끌려와서 실험을 당했었나 봐. 알아보니까 실험으로 인해 이미 사망하신 상태였고...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가이드랑 센티넬을 싫어할 수밖에.”

“저렇게 내버려둬도 돼요? 안 좋은 생각이라도 하면...”

“안 그래도 조만간 일러미네이션 센티넬을 통해서 기억을 지울 계획이야. 센터 측에서도 이미 허락했고. 저렇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기억을 없애는 게 나을 거야.”

“...”

 


 도팀장님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 그 아이가 살아온 기억을 모두 지워야 하다니.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모두 잊게 되겠지. 평범하게 살아왔던 자신을 모두 잃게 되겠지. 처음부터 자신이 가이드인 줄 알겠지...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존재를 모두 잊겠지.

 


“너무 신경 쓰지 마. 이쪽 일은 이쪽이 알아서 할 테니까.”

“...네.”

“너 또 죄책감 느낄까봐 하는 소린데. 넌 저 아이한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그냥 챙겨주려고 한 것뿐이지. 그러니까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

“또 봐, 입 꾹 다물고.”

“알았어요.”

“그럼 됐어. 가자.”

“도팀장님, 저 죄송한데 밥은 다음에 사 주세요.”

“...그럴래? 조심해서 들어가고.”

 


 도팀장님이 얼른 들어가라며 손짓 했다. 난 고개를 숙이고 먼저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밥맛이 뚝 떨어져 아마 도팀장님과 밥을 먹으러 가면 몽땅 남길게 분명했다. 도팀장님은 죄책감 절대 느끼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래, 내 앞에서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울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

“...어- 팀장님?”

 


 무거운 마음에 한숨을 푹 내쉬며 걸어가는데 숙소와 팀장실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팀장님과 마주쳤다. 며칠 째 팀장님을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고 얼굴도 제대로 못 봤는데 지금 보니 꽤 헬쑥해진 얼굴이다. 팀장실로 들어가려던 팀장님이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본다. 절로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잠깐 들어올래요?”

 


 불현 듯 들려오는 팀장님의 말에 아무것도 못하고 땅을 뚫을 듯했던 내 시선이 팀장님을 향한다. 그 눈빛에 침을 삼켰다. 괜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팀장님을 피할 순 없었다. 아니, 피해선 안 된다. 팀장님이 팀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에 나도 팀장실로 뒤따라 들어갔다.

 


“오늘 훈련 가이드들 교육 했다던데.”

“아... 네. 방금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팀장한테 말도 안 해주고.”

“...”

“어차피 다 알고 있었지만 섭섭하네요. 이새 양이 그러니까.”

“팀장님...”

“알고 있어요. 이새 양이 왜 나 피하고 다니는지. 물론 나도 조금 이새 양을 밀어내긴 했지만.”

 


 팀장님이 나와 적정거리를 유지한 채로 서서는 내게 말한다. 평소 같으면 적정거리고 뭐고 붙어있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아,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진짜 무슨 팀장님과 사귀기라도 했던 거 같잖아.

 


“그날은 내가 조금... 아니 많이 이새 양을 밀어붙인 거 같아서...”

“...”

“미안했어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니에요. 저도 팀장님이 그날 화나셨던 거 이해해요.”

“...”

“제가 너무 제 자신한테는 신경을 못 썼던 거 같아요. 저 아프면 팀원들이 걱정할 거라는 거 알고 있었는데... 저도 죄송해요.”

“...아.”

 


 내 말이 끝나자 팀장님이 낮게 탄식하신다. 왜 그러지, 혹시 어디 아픈 건가? 걱정되는 마음에 기어를 들어 확인했다. 70%. 정상 수치는 넘지만 그래도...

 


“이새 양이 그렇게 말하니까.”

“...”

“또 키스하고 싶네요.”

 


 팀장님의 충격적인 발언에 내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네? 뭐, 뭘 하고 싶으시다구요? 조금씩 얼굴이 달아오르는 거 같았다. 그날 팀장님과의 키스가... 아, 생각하지 마. 제발. 하지만 한번 떠오른 기억은 끝없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내 볼을 쓸어내리던 손길, 내 입 안을 넘실대던 그... 감촉, 내 척추뼈를 쓸어내리던 그 느낌까지. 이제는 얼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아,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장난이에요.”

“아, 진짜... 팀장님... 아...”

 


 나의 원망스러운 탄식이 팀장님은 웃긴 건지 귓가에 팀장님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팀장님은 지금 이 상황이 웃기죠. 네? 전 아니란 말이에요. 저 지금 엄청 진지하단 말이에요.

 


“나 가이딩 해줄 거예요?”

 


 팀장님이 웃음을 멈추곤 내게 물어온다.

 


“당연하죠. 제가 가이드인데.”

“그럼 가이딩 해줘요.”

“...”

“손만 잡고.”

“손만 잡고요?”

“네. 손만 잡고요.”

 


 마주한 팀장님의 눈에 난 또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약해빠진

 







- 오늘은 단독 행동 하는 일이 없도록.

- 저 저격하는 거 맞죠.

- 알아서 생각하세요.

 


 오늘 임무도 반정부 기지 폭파였다. 대체 반정부 소탕은 언제쯤 완료될지... 뭐 반정부는 계속 생기는 거니까 불가능에 가깝긴 하다. 그래도 이렇게 반정부의 영향이 비대해지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야 변백현, 너 무리 하지 마.”

“응. 알아.”

“대답은 잘해.”


"변백현, 윤이새. G게이트 접근."

- 잠시 대기.

 


 난 변백현이 남은 팀원들이 처리한 반정부 센티넬들 뒤처리를 하기를 원했지만 오늘 우리가 폭파시킬 반정부는 꽤 큰 모양인지 뒤처리 반이 따로 와서 밖에서 대기를 한다고 했다. 거기에 변백현을 둘 수는 없으니 결국 같이 투입 됐다 만은... 걱정이 앞을 가린다. 자진해서 변백현과 페어를 이뤘다. 혼자 돌아다니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물론 적 센티넬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수치가 갑자기 떨어지는 일 말이다. 이래 뵈도 변백현은 능력 없이 잘 싸운다. 저번에 박재현이 능력 없이 맨손으로 적들을 처리한 것처럼.

 


- 폭파음 들리면 그 뒤로 바로 G게이트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몸 사리도록.

 


 얼마 있지 않아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폭파음이 들렸다. 나와 변백현은 흔들리는 건물에 손을 잡고는 G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G게이트는 유일하게 무엇이 있는 지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건물 도면을 사이코메트리 센티넬이 읽어 봤지만 이곳의 정보만 읽히지 않았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게이트 밖의 밝았던 조명과는 달리 어두운 조명뿐이었다. 조심스럽게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경비실처럼 보이는 곳이 나왔다. 커다란 모니터에 띄어진 수많은 CCTV 영상들. 그 영상은 모두 철장으로 된 공간을 비추고 있었고, 모두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는 듯 했다. 변백현은 그것을 보자마자 주변을 살피더니 곧 우리를 향해있던 CCTV를 총으로 쏴 렌즈를 깨버렸다. 그와 동시에 모니터의 한 부분이 노이즈로 변한다.

 


“저거 봐.”

“...사람 아니야?”

 


 변백현이 가리키는 모니터 속에 사람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변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 가장 왼쪽 상단에 뜨는 H게이트가 저곳이 바로 아래층임을 뜻한다. 현재 지하 1층. 지하 2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방을 빠져나오자 바로 옆에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는 숨을 죽였다. 변백현은 누군가 보이면 금방이라도 쏠 것처럼 총을 겨누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다행히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cctv로 현재 수상한 움직임 포착. H게이트로 이동 중."

 


 금방 아래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양쪽으로 열렸다. 쾌쾌한 냄새가 게이트 안을 가득채웠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총을 겨눈 채로 앞으로 전진 하던 변백현이 내게 멈추라는 듯 손짓한다.

 


“여기 있어. 내가 확인하고 올게.”

 


 변백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저 안에 있는 사람의 정체가 불분명 하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변백현만 가는 게 더 낫다. 괜히 가서 봉변당했다가는 아무도 책임 못 진다. 그렇게 변백현의 뒷모습을 보다가 주변을 살피며 나 또한 총을 쥔 손에 힘을 줬다. 곧 변백현이 다시 돌아온다.

 


“일반인이야.”

“뭐?”

“아무래도 여기 실험체를 가두어두는 감옥이었던 거 같아.”

 


 일반인, 실험체. 어제 도팀장님께 들었던 얘기가 생각이 났다. 센티넬과 가이드의 세포로 만든 게놈을 이용하여 일반인들을 비인도적으로 실험한다던 반정부 센티넬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여기일 줄이야... 뒤이어 떠오르는 그 아이의 얼굴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아이도 이런 곳에 갇혀있었겠구나.

 


"일반인 발견. 실험체로 추정. H게이트 실험체 감옥으로 확인."

- 무리한 행동 하지 말고 일반인 구출한다.

 


 팀장님의 오더에 변백현이 통신을 마치고는 내게 다시 기다리라며 아까 갔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래도 그 일반인을 빼내올 모양이다. 곧 총소리가 들린다. 감옥에 채워진 자물쇠를 부수는 듯 했다. 총성이 멈추고 끼이익- 소리가 뒤이어 들려온다. 그 순간 누군가 내 뒤로 접근하는 인기척에 빠르게 뒤돌아 총을 겨누려는데 순식간에 내 목에 팔을 둘러 조아온다. 아, 망했다. 이게 무슨.

 


“이런데서 다시 만날 줄 누가 알았어.”

“으, 으윽-”


- 윤이새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어?


“으... 지원요청 바,”

“이건 안 되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의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고통스럽게 조여 오는 목에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귀에서 들려오는 팀장님의 목소리에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내 지원요청을 하려했지만 곧 내 귀에 꽂힌 인이어를 강압적으로 빼간다. 그리고 그 인이어를 손으로 부숴버린다. 아, 제발 변백현 빨리 와.

 


“윤이새!!”

 


 그렇게 기다리던 변백현이 나타났다. 변백현은 내가 잡혀있는 걸 보고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춘다. 그리고 뭘 본 건지 표정이 굳어진다. 곧 내 목을 조여 오던 팔에도 힘이 풀리고 난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 변백현 혼자 이 녀석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난 잡혀있는 상태고... 변백현 뒤에는 구출한 일반인도 있었다. 확실히 불리한 상황.

 


“이게 얼마만이야.”

“...”

“잘 지냈어?”

“...”

“날 엄청 찾아다녔다던데... 못 찾아서 어쨌어?”

“...닥쳐.”

 


 알 수 없는 남자의 말에 변백현이 낮게 읊조린다. 하지만 그에 남자는 크게 웃을 뿐이다. 변백현이랑 아는 사이인가? 아니, 아까 나를 아는 것 같기도 했어. 대체 누구지.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기다렸는데- 나를 찾아줄 때까지.”

 


 남자의 비웃음 섞인 말에 변백현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안 돼, 팀원들이 올 때까지 싸움을 걸어선 안 된다. 분명 우리가 질 거야. 이 남자 능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능력을 쓰지 않는 변백현이 상대하기에는 벅찰 것이 분명했다.

 


“아직까지 얘랑 각인 안 했나 봐?”

“...”

“하긴, 할 수가 없지.”

“닥쳐!!”

“하면,”

 


타앙-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변백현이 총을 쐈다. 의도적으로 남자를 빗겨 나가게 한 총알이 벽에 그대로 꽂혔다. 남자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다시 기분 나쁘게 웃는다. 아, 윤이새 생각해. 지금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말이야. 내 왼쪽 손에는 총이 들려있다. 이 총을 남자의 다리에 쏠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지만 너무 위험하다. 다리에 총을 쏜다고 해서 남자에게 확실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아니었다.

 


“어떡하지. 네가 못 가진 걸 나는 가졌는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까부터 자꾸만 기운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마치 가이딩 할 때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아, 오늘 약도 제대로 먹었는데 왜 이러지. 느낌이 이상했다. 평소 가이딩을 하던 때보다 가벼운... 몸이 공중에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역시 여전해, 이 기분 좋은 가이딩은.”

“!”

 


 뭐? 가이딩? 난 지금 가이딩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너무 혼란스러웠다. 내 몸이 멋대로 가이딩을 하다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변백현을 바라봤다. 변백현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변백현의 눈빛이 이상했다. 금방이라도 무슨 짓을 할 것처럼...

 


“나를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그랬다가는.”

 


 남자는 말을 끝맺지 않고 내 목을 안은 팔의 반대 팔을 들었다. 그 팔 끝의 손에는 총이 들려있었다. 아, 안 돼. 제발.

 

타앙-!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감았다. 설마, 설마...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다행히 눈앞에 변백현은 멀쩡했다. 하지만 변백현 뒤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저렇게 만들 거야.”

“...”

“물론, 너 말고 얘.”

 


 남자가 변백현 쪽을 향해있던 총을 거두고는 그 총을 내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피부에 닫는 총구의 느낌에 온 몸이 덜덜 떨렸다. 남자가 방금 총을 쏜 건 애초에 변백현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었다. 변백현의 뒤에 있던 일반인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아, 또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맑은 눈물을 쉴 틈 없이 흘려대던 그 아이의 얼굴이.

 


“...백현아.”

“...”

 


 변백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혹시라도 변백현이 잘못 행동해서 다친다면... 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데... 난 내가 총에 맞아 죽는 것보다 변백현이 잘못 될까 봐가 더 무섭고, 두려웠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변백현이 한 발 내딛는다.

 


“안 돼!”

 


 내 외침에도 한 발 더 내딛는다. 남자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소름끼치게 들려온다. 내 머리를 겨눈 총이 다시 바로 세워진다. 그 순간 변백현의 손에 칼이 나타나더니 그 칼을 그대로 내 쪽을 향해 던진다. 정확히는 내게 총을 겨누고 있는 남자의 손에.

 


“아아악!!”

 


 그 순간 남자가 나를 붙잡고 있던 팔에 힘이 풀렸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빠져나온 난 그대로 변백현의 품에 안겼다.

 


“...흐으... 변백현.”

“미안, 내가 미안해.”

 


 내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떨려오는 게 느껴진다. 변백현도 많이 두려웠겠지. 혹시라도 내가 잘못될까봐. 조금이라도 칼이 빗나갔으면 내가 다칠 수도, 아니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이 개새끼가!!”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나와 변백현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변백현은 품에 안긴 나를 떼어내고는 빠르게 날 자신의 뒤로 보내고 총을 들어 남자에게 쐈다. 정확히 남자의 정강이에 총을 쏜 변백현이 내 손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새야.”

“...”

 


 남자가 총 맞은 다리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바라보던 변백현이 시선은 그대로 앞을 바라본 채 날 부른다. 평소처럼 내 이름을 불렀지만 달랐다.

 


“나 죽일래.”

“...”

“아니 죽여야 돼.”

“...변백현...”

“너를 지키기 위해선 죽여야 해.”

 


 변백현의 낮은 목소리가 내 귀에 너무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죽인다. 변백현의 입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울 말이었다. 안 된다. 임무 중에 상대가 누가 됐든 자신이나 팀원의 목숨이 위험하지 않는 이상은 상대를 죽여서는 안 된다. 지금 정신 못 차리는 저 남자를 기절 시키면 우리 모두가 안전하다. 그런데도 저 남자를 죽인다면... 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센터에서 변백현을 징계할 것이다.

 


“니들 생각대로 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거 같아?!”

“...”

“네 녀석들에게 잡혀서 센터에 끌려갈 바에야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고 말지.”

“...”

“물론 너희들도 같이.”

“!” 

 


 남자의 손에 들린 건 다름 아닌 폭탄이었다. 이게 무슨... 위험하다. 저 폭탄이 터지면 우리 모두 무사하지 못 할 거다. 아니, 분명 죽을 거다.

 


“이 폭탄이 터지면 이 게이트 전체가 날아갈 정도야. 니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겠지.”

“그만 둬!”

“싫은데?”

 


 내 외침에 남자는 나를 보며 소름끼치게 입꼬리를 올리곤 웃는다. 그리고 폭탄의 핀에 손을 가져다 댄다. 두려움에 허우적대는 나를 변백현이 꽉 안았다.

 


"현재 H게이트 상대 폭탄 소지. 핀 뽑기 일보 직전."

- 어떻게 된 거야!!

"그거 설명할 시간에 다 뒤져요. 그러니까 다들 대기 타."

- 뭐?

 


 변백현의 말에 당황한 듯한 팀장님과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에 변백현이 나를 한 번 내려다보고는 씨익 웃는다.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지금 H게이트로 소환할 겁니다."

 


 그렇게 통신을 끊은 변백현이 내 손을 잡는다. 남자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눈을 감은 변백현의 주위로 붉은 빛이 쏟아진다. 그 순간 남자가 폭탄의 핀을 뽑고 우리 쪽으로 폭탄을 던졌다. 그 순간까지 남자의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 웃음소리가 내 심장을 갉아 먹고 있는 거 같았다. 날아오는 폭탄에 눈을 질끈 감았다. 저 폭탄이 터지면 우린 죽겠지 백현아?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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